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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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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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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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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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고블린의 둥지'(1)

DUMMY

*** 던전 '고블린의 둥지'(1) ***


청년이 쓰러져 있던 ‘던전’의 최심부에서는 수박만 한 구슬이 은은한 푸른 빛을 흘리고 있었다.

티 한 점 없는 미끈한 구슬.

신기하게도 푸른 구슬의 근처는 광원이 없음에도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케륵."


그 구슬 옆에는 고블린 한 마리가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다른 고블린에 비해 머리하나 정도 큰 덩치와 광질나는 고급가죽을 몸에 두르고 있는 녀석.

이 고블린이 바로 던전 '고블린 둥지'의 로드인 하급 악마 듀켈이었다.


"케르르륵."


하급 악마 듀켈은 던전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푸른 구슬, '코어' 옆에 앉아 손을 놀리기 바빴다.

녀석의 관리된 머리에서 땀 한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듀켈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무엇보다 신성한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케르륵, 케륵!"


몇 분 흐르지 않아 하급 악마, 고블린 듀켈의 입에서 기분 좋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신성한 의식을 별 탈 없이 끝마친 것이다.


"케륵, 케륵!"


듀켈의 입가에 기분 좋게 웃음이 번졌다.

그런 듀켈의 한 손에는 손수건이 하나 들려있었다.

고블린의 케리커쳐가 자수된 깨끗한 손수건.

듀켈이 기상하자마자 행하는 의식이란 바로 코어를 정성스레 닦는 행위였다.

아침 대낮부터 코어를 광이 나도록 닦는, 듀켈만의 자랑스러운 의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케르르륵, 켁!"


듀켈에게 코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듀켈의 인생을 뒤바꿔 준 기연.

듀켈은 마계의 종족 중에서도 최하급 개체인 한낱 고블린에 지나지 않았었다.

마계의 모든 종족의 먹잇감이라 불리는 그 고블린 말이다.

물론 예외도 존재하지만.


“케륵, 케륵, 케륵.”


그런 고블린 듀켈에게 행운이 있었다.

듀켈이 마계의 이름 모를 숲을 거닐고 있을 때.

숲속 깊은 곳을 배회하던 듀켈의 앞에 이 던전코어라는 기연이 찾아온 것이다.

듀켈은 던전코어를 얻자마자 떠오른 '신기'로 인해 코어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듀켈은 던전 로드, 즉 ‘악마’가 될 수 있었다.


"케르르르륵!"


수박만 한 코어를 본 듀켈은 내심 뿌듯했다.

예전의 그 손톱만 한 구슬이 수박만 해 질 때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던가.

과거, 최하급 악마 시절 던전 남쪽의 오크들이 침략했을 때.

그리고 지금은 없는 코볼트와 생사를 다투는 결전을 벌였을 때.

서쪽의 크래커들과 전쟁 중인 현재까지!

듀켈은 과거의 영광스러운 전투를 회상하며 애정 어린 눈으로 코어를 바라보았다.


"키에르륵!"


비록 듀켈이 악마가 될 때 얻을 수 있다는 '칭호'와 능력은 부여받지 못했지만, 그는 언젠가는 칭호와 능력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중급악마나 상급악마가 되면 분명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케륵! 케륵!"


듀켈은 칭호와 능력 없이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하급 악마라는 자리까지 올라왔다.

작은 던전을 확장에 확장을 거듭시켜 지금에 이르도록 만들었다.

최초로 '차원 침략'을 강행했을 때에도 듀켈은 승리했다.

처음으로 차원 침략을 당했을 때마저 듀켈은 살아남았다.

그 모든 사건·사고를 겪으며 이 자리까지 온 것이다.

듀켈은 생각했다.

지금까지 승리해 왔고 앞으로도 이겨낼 것이라고.

그리고 최후의 최후에는 마계에 군림하는 7악까지도....


"키륵키륵키륵···."


목표는 높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렇게 듀켈이 김칫국을 원샷하고 있을 때, 별안간 듀켈을 부르는 목소리가 코어룸 밖에서 들려왔다.


"듀켈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듀켈은 고블린 행정관의 방문에 근엄한 목소리로 목을 가다듬고 자세를 바로 했다.

듀켈이 지난 과거를 통해 배운 리더의 자세였다.


"아침 일찍부터 죄송합니다! 급하게 보고드릴 사안이 생겼습니다!"

"음? 무슨 일인가···!"


정해진 스케줄대로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듀켈은 우발사고를 매우 싫어했다.

듀켈은 행정관의 말에 조금 심기가 불편해졌다.

자신이 컨트롤하지 못 하는 일이 던전 내에서 일어나면 기분이 언짢아지곤 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왔던 것인데······.

듀켈은 행정관의 보고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듀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인간이?"

"그렇습니다!"

"인간이 어째서···? 아니, 어떻게?"

"그건 저도 잘······."


듀켈은 행정관의 보고가 끝난 이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노예가 밖으로 나간 것인가? 어떻게? 경비가 철저히 감시를 했을텐데? 아니면 차원 게이트가 생성되었나? 아니야. 차원 게이트였다면 던전로드인 내가 인지하지 못할 리가 없어. 흠.'


듀켈은 최선을 다해 짱구를 굴렸지만, 자신의 짱구만으로는 답을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듀켈이 행정관에게 물었다.


"인간 노예가 탈출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경비가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었을뿐더러 그들에겐 탈출에 대한 집념조차 없다고 판단 중입니다. 거기에 노예의 숫자는 변동이 없었습니다. 그 시각 모두 작업 중이었고요."

"그렇다면, 인간 노예들끼리 짝짓기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

"가끔 임신한 인간 노예가 발생하긴 합니다만, 발견된 인간의 생김새나 크기로 봐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임신한 노예도 없었습니다."

"흠···."


듀켈은 다시 한번 잘 돌아가지 않는 짱구를 열심히 돌려봤다.


'인근 던전에서 탈출한 노예가 내 던전에 들어온 것이라면···? 그럴 확률이 가장 높군.'


듀켈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마계에 인간이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차원 게이트를 이용하거나 상주해있던 노예가 짝짓기해 새끼를 배는 것이다.

던전 내에 차원 게이트는 발생하지 않았고 노예의 새끼도 아니니.

다른 던전의 노예가 어찌어찌 탈출해 이곳까지 들어왔다는 결론밖에 없다.

결론을 내려보니 별로 급하지도 않고 중요한 사안도 아니었다.

듀켈은 그 인간의 생사를 결정했다.


"별일 아니구먼! 됐어, 광물 채취 쪽의 노예 일손이 부족하다는데 잘됐네. 그냥 그쪽에 집어넣어! 더 보고할 사안은!"

"옙! 그럼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그 밖의 사안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듀켈에 의해 청년의 거취가 정해졌다.






***


- 촤아아아악!


"으으응······."


- 촤아아아악!


"으어어어······."


- 촤아아아악!


"으아아아······!"


정신이 번쩍들 정도로 차가운 물이 수차례 몸을 강타했을 때, 청년이 깨어났다.

청년의 신체가 급작스러운 온도변화로 잔뜩 움츠러든다.


"끼에에에에에엑!"


청년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괴물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틀어박혔다.


"우왁! 시바!"


청년은 너무 놀란 나머지 기겁하며 뒷걸음질 치기 위해 안간힘을 섰다.

하지만, 역시 몸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뭐··· 뭐야!"


청년은 급히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경관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주위는 밝았고 자신을 둘러싼 괴물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청년은 넓은 공터에서 괴물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키이이익! 키이이익!"

"케에엑! 켁켁!"


녀석들이 목청을 높이며 청년을 향해 삿대질했다.

청년은 괴물들의 난폭한 행동에 결국 몸을 떨어야만 했다.


'자··· 잡아먹으려는 건가···!?'


네 명의 괴물들이 청년을 둘러싸곤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바락바락 소리 지르며 몇몇은 가슴을 퉁퉁 쳐댄다.

무언가 답답한 듯 보였다.


"키리릭! 키릭키릭!"

"키이이이엑!"


머지않아 괴물들에게서 살기가 조금씩 피어올랐다.


'뭐··· 뭐라는 거야···!? 시바···! 너희들 왜그래···? 어? 뭐라는 거야? 젠장! 화만 내지 말고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을 좀 제대로 해봐!'


청년은 괴물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청년은 녀석들의 언어를 알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청년은 현재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

청년은 녀석들이 피워내는 살기를 느끼며 마른침은 꿀꺽 삼켜야만 했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자신은 멀쩡하지 못할 것이다.

뭐, 지금도 멀쩡하진 않지만······.


"키에에엑! 키에엑!"


괴물 녀석들의 눈이 조금씩 뒤집어진다.

청년을 향한 그들의 분노가 점점 커져만 갔다.


"끼에에에에엑!"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녀석들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녀석들의 삿대질이 주먹질로 변하기까진 금방이었다.

한 녀석이 참지 못하고 청년에게 주먹을 날리자, 도미노가 무너지 듯 이어서 수많은 주먹이 청년을 향해 내리꽂혔다.

퍽! 퍽! 퍽! 퍽!


"크흑! 큭! 윽!"


청년은 괴물들의 분노로 인해 복날의 개처럼 흠씬 두들겨 맞았다.

안 그래도 아픈 몸에 괴물들의 구타가 이어지니 정신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청년의 정신은 역시 멀쩡하기만 하다.


'젠장···!'


기억 속의 그 '고통'에서도 잃지 않았던 정신이다.

그리고 그 고통에 비하면 참을 만한 고통이었다.

청년은 이를 악물며 끝까지 버텨냈다.


"키에엑···! 키엑키엑···!"

"키릭키릭···! 키릭······."


구타가 이어지길 몇 분.

맞는 것도 힘들지만, 때리는 것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다.

구타의 현장에서 먼저 지친 것은 괴물들이었다.


'하아······. 하아······. 살았··· 나······.'


청년의 신체는 또다시 너덜너덜해졌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 겉과는 반대로, 청년은 속으로 안도했다.

청년은 녀석들에게서 구타를 당하며 한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날 죽이지 않아.’


무슨 연유에선지, 괴물들은 자신을 미친 듯이 때리기만 할 뿐 죽이지는 않았다.


'후우······.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청년은 신체의 아픔보다 생존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최소 괴물의 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구타로 끝이 났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청년은 현재 몸도 가누지 못하는 상태다.

자신은 녀석들에게 있어 잘 조리된 스테이크에 불과했다.

청년은 살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제발, 이대로 끝나라···! 날 쉬게 해줘, 이 개자식들아!'


청년은 괴물들이 자신을 이대로 두고 떠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그에게서 괴물들은 떠나지 않았다.


"키에엑···. 키엑키엑···!"

"키리리릭···! 키리릭···!"

"끼릭끼릭끼릭."


괴물들이 서로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한 녀석이 청년을 향해 다가온다.

그리곤 청년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붙잡아 올렸다.


"키에엑! 키엑!"

"아악!"


머리카락 끊기는 소리가 거세게 들려왔다.

아무리 청년의 머리카락이 풍성하다곤 하지만, 머리카락을 잡고 끌어당기면 어찌됐든 아프기 마련이다.

청년은 두피가 찢어지는 고통에 다시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개자식. 왜 하필 머리를···!'


종족을 불문하고 머리카락은 생명인데.

손이나 발을 잡고 움직여도 됐을 텐데, 괴물 녀석은 친절하지 못했다.


"으윽···!"

"키에엑! 키엑키엑!"


청년의 신음이 가소롭다고 생각했는지 괴물이 냉소를 짓는다.


‘개 같은 새끼!’


괴물은 청년을 끌고 어두운 동굴 속 어딘가로 사라졌다.






***


----------

[스탯창]

1. 이름 : 듀켈

2. 종족 : 고블린

3. 등급 : 하급 악마

4. 칭호 : -

5. 고유능력 : -

6. 성향 : 철저(徹底)를 품은 안일(安逸)

7. 보유던전 : 고블린 둥지

8. 기본능력 :

- 근력 : 32

- 반사신경 : 36

- 지력 : 48

- 체력 : 35

- 마력 : 25

9. 스킬 :

- 군대 지휘

- 전술

- 상명하복

- 하급 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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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2) +1 18.11.19 253 4 24쪽
43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1) +2 18.11.11 248 5 16쪽
42 식민지(3) +1 18.11.06 269 5 19쪽
41 식민지(2) +2 18.10.29 267 8 12쪽
40 식민지(1) +1 18.10.22 267 6 14쪽
39 꿩 먹고 알 먹고(3) +1 18.10.21 266 7 18쪽
38 꿩 먹고 알 먹고(2) +1 18.08.21 378 6 19쪽
37 꿩 먹고 알 먹고(1) +1 18.08.14 402 10 21쪽
36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5) 18.08.11 412 10 18쪽
35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4) +4 18.08.08 443 9 24쪽
34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3) +2 18.08.06 419 9 21쪽
33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2) 18.08.03 436 8 16쪽
32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1) +5 18.07.29 481 11 17쪽
31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2) 18.07.26 474 11 14쪽
30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1) +4 18.07.24 467 10 21쪽
29 차원 게이트(2) +2 18.07.22 483 11 13쪽
28 차원 게이트(1) 18.07.21 502 13 17쪽
27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3) +2 18.07.20 462 13 15쪽
26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2) +3 18.07.19 470 12 11쪽
25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1) 18.07.17 448 12 19쪽
24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2) +2 18.07.16 476 12 15쪽
23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1) +2 18.07.15 478 10 13쪽
22 다린과 선물 보따리(2) +1 18.07.14 478 11 13쪽
21 다린과 선물 보따리(1) 18.07.13 458 11 14쪽
20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3) +2 18.07.12 478 15 16쪽
19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2) +3 18.07.12 526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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