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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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스
작품등록일 :
2018.06.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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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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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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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죽음과 격변(3)

DUMMY

*** 죽음과 격변(3) ***


- 까앙!


청년의 손에 들려 있는 곡괭이가 날카로운 파공음을 흘리며 동굴 벽에 부딪혔다.


- 까앙!


청년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금속음이 울려 퍼진다.


- 까앙!


오랜 시간의 노동에도 청년의 신체에는 지친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에 지친 인간 노예들과 비교해 청년은 생생하기만 했다.

함께 작업하고 있는 인간 노예들의 곡괭이질에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한 곡괭이질이 청년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청년의 발치에는 상당한 양의 광물 원석들이 쌓여있었다.

청년은 신체를 불태우며 열심히 곡괭이질을 지속했다.


"끼에에에엑! 끼엑!"


그때, 청년의 눈에 인간 노예를 향해 채찍을 휘두르는 괴물의 모습이 들어왔다.

찰싹! 괴물 녀석이 쓰러져 있는 인간 노예를 향해 채찍을 가차 없이 휘두르고 있었다.

찰싹! 찰싹! 청년은 곡괭이질을 잠시 멈추곤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악! 끄으윽!"


찰싹! 찰싹!

괴물 녀석이 인간 노예를 향해 미친 듯이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네 녀석 따위가 내 말을 듣지 않아?'라고 묻는 것처럼.

괴물 녀석이 바락바락 성질을 내며 인간 노예를 공격한다.


"키에엑! 키엑키엑! 키에에엑!"


찰싹! 찰싹! 찰싹!

끊임없이 쏟아지는 채찍은 인간 노예의 비명이 사라질 때까지 이어졌다.

채찍이 인간 노예의 피부를 스칠 때마다 살을 한 움큼 때어 갔고.

피를 철철 흘리던 인간 노예는 결국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머지않아 인간 노예의 신체가 경련하더니 우뚝 멈춰 섰다.

신체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듯 인간 노예의 신체가 스르르 허물어졌다.


"······."


오늘로서 3명째 인간이 죽었다.

청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아주머니의 모습이 저 인간 노예의 모습과 겹쳐진다.

아주머니도 저렇게 죽은 것일까.

아주머니가 느꼈을 고통이.

그녀의 억울함이 청년에게 전해진다.


"끼에엑! 끼엑끼엑!"


괴물 녀석이 청년을 가리켜 삿대질을 해왔다.

아마, 똑바로 일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청년은 시선을 돌려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곤 꽉 움켜쥐었다.

이 목걸이는 몇 일 전 이곳에서 주운 물건이었다.

동그란 펜던트가 달린 이 작은 목걸이는 청년에게 매우 익숙한 물건이다.


'아줌마······.'


이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는 아주머니가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였다.

청년이 처음 노동을 시작하러 이곳에 왔을 때,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청년이 우연치 않게 발견했다.

청년은 목걸이를 바라보며 그날의 기억을 회상했다.


'재령······. 박재령······.'


아주머니가 청년에게 다가와 항상 말했던 언어이다.

'박재령', 이 목걸이를 보여주며 아주머니가 언급했던 언어였다.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를 열면 해맑게 웃는 어린아이가 나타난다.

아주머니와 똑 닮은 얼굴로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고 있는 녀석이.

누가 뭐래도 이 아이는 아주머니의 자식일 것이다.

그 아이를 바라볼 때면 아주머니와의 짧은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청년은 지그시 눈을 감은 후 펜던트를 손에 꼭 쥐었다.


'왜 아이를 살리다 죽은 겁니까······. 왜 본인을 희생한 겁니까···!'


청년의 감정이 흔들렸다.

청년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지금 눈 앞에 벌어진 일이 아주머니에게 들어왔다면, 아주머니는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저들을 대신해 맞았겠지.


'왜 하필······. 그 자리에 아줌마가 있었던 거냐구요···!'


아주머니를 떠올릴 때마다 자신의 감정이 제어되지 않는다.

지금 청년의 상태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톡하고 건들면 퍽하고 터질 것만 같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년은 굳이 감정을 절제하려 하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슬픔과 그리움, 분노의 감정.

이 감정들이 바로 지금의 청년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었기에.

청년은 이 모든 감정을 받아들였다.

그때.

청년이 감정들을 모두 받아들인 순간, 청년의 '감정'에 '무언가'가 반응했다.

청년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청년의 주변이 찰나의 순간 이글이글 타올랐다 사라졌다.

타오르는 붉은 불꽃이.


"······."


청년은 그저 조용히 펜던트를 바라봤다.

그때, 청년의 귓가에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다.

이어서 들려오는 마찰음.

쉬이이- 익! 팍!


"키에에에엑···?"


채찍이 벽을 때리는 소리를 끝으로 괴물 녀석의 입에서 새된 소리가 흘러나왔다.

청년을 향해 날아온 채찍이 목표물을 잃고 벽을 강타했다.

청년이 날아오는 채찍을 듣고 한 발 뒤로 빠지며 가볍게 피해낸 것이다.

괴물은 이 어이없는 상황에 황당해하며 자신의 채찍을 내려 봤다.


"케엑···?"


그리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인간 노예가 자신의 공격을 피했다는 사실을 인지해 냈다.


"키에엑!?"


괴물에게 든 생각은 '인간이 어떻게 피했지?'가 아닌, '감히 인간 주제에 내 공격을 피해?'였다.

괴물 녀석은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청년에게 달려들었다.

양아치도 이런 양아치가 없었다.

괴물은 채찍을 버리곤 청년에게 다가가 정강이를 발로 찬 후 구타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끼에엑! 키엑키엑키엑키엑!"


퍽! 퍽! 퍽! 퍽! 청년은 녀석의 공격이 눈에 훤히 보였지만, 피하지 않았다.

녀석이 내지르는 공격을 모두 받아내었다.


'아직······. 아직은 때가 아니야.'


녀석의 공격은 이제 두렵지 않았다.

괴물들의 공격은 이제 아프지 않았다.

청년은 괴물이 공격하는 순간 몸을 살짝살짝 비틀며 놈의 공격을 대부분 흘려보내는 중이었다.

그 정도로 청년의 신체 '감각'은 발전해 있었다.


"끼엑···! 끼엑···! 끼릭···!"


시간이 흐를수록 청년을 때리던 괴물이 점점 지쳐갔다.

청년은 괴물 녀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녀석들의 체력은 나보다 많이 떨어져. 내 신체는 특별하다.'


청년이 객관적으로 분석한 사실이다.

자신의 신체는 지금까지 만난 모든 이들에 비해 월등했다.


'지금 당장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숫자는 고작 다섯이야. 조금더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청년은 괴물의 공격을 받아내며 지금까지 알아냈던 정보들을 정리해 봤다.

먼저, 녀석들의 사회는 생각보다 체계적이었다.

지능은 인간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으며 괴물들은 어두운 동굴 안에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고 있었다.

우두머리를 본 적은 없지만, 아마 녀석들을 이끄는 지도자가 있을 것이다.


'녀석만큼은 꼭 죽여야 한다.'


두 번째로, 최근 들어 인간 노예들이 하나씩 죽어가고 있었다.

인간 노예들의 분위기를 보아 여태껏 괴물들에게 맞아 죽은 인간은 없었다.

아주머니의 죽음이 인간 노예의 첫 죽음인 것이다.


'그래서 아주머니의 죽음을 본 인간들이 저렇게 무기력해진 거겠지.'


청년은 생각했다.

청년이 보기에 괴물들의 행동은 일종의 스트레스를 푸는 행위였다.

얼마 전 일어난 아주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괴물들이 인간 노예들에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무슨 연유로 이들이 인간 노예를 죽일 만큼의 스트레스를 느낀 것일까.

녀석들의 스트레스 해소 행위는 청년에게 향한 구타보다 더하면 더했지 약하진 않았다.

청년도 간신히 버틴 구타였는데 청년보다 약한 인간 노예들이 버티기엔 무리가 있었다.


'동굴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녀석들이 스트레스를 느낄 정도의 '사건'이 동굴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청년은 이 사건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청년의 신체가 이 사건에 반응하고 있었다.


'피 냄새···?'


어두운 동굴에 짙은 핏빛 향기가 깊게 깔려있었다.

청년에게 이 향기는 매우 익숙하게 다가왔다.

청년은 이 피 냄새가 왜 익숙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다만, 이 향기를 맡은 청년의 신체가 예민하게 곤두섰다는 것이다.


'조만간, 무슨 일이 터진다······.'


그 사건이 터질 때가 바로 청년이 움직일 때이다.

청년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시기가 머지않았음을.

청년은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했다.

마침, 괴물 녀석도 더 이상 때리지 못하겠는지 구타를 멈췄다.


"끼에에엑···! 끼에에엑! 끼엑···!"


괴물 녀석이 청년을 삿대질하며 소리친다.

일하라는 것이겠지.


"후우······."


청년은 떠나가는 괴물을 쳐다보며 다시 곡괭이를 들어 올렸다.

노동을 속행하자.

조금이라도 더 신체의 감각을 일깨워야 한다.

최후의 순간, 자신이 승리하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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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블랙마켓과 7인의 망나니(1) 18.11.22 222 5 24쪽
44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2) +1 18.11.19 253 4 24쪽
43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1) +2 18.11.11 248 5 16쪽
42 식민지(3) +1 18.11.06 269 5 19쪽
41 식민지(2) +2 18.10.29 267 8 12쪽
40 식민지(1) +1 18.10.22 267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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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꿩 먹고 알 먹고(2) +1 18.08.21 378 6 19쪽
37 꿩 먹고 알 먹고(1) +1 18.08.14 402 10 21쪽
36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5) 18.08.11 412 10 18쪽
35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4) +4 18.08.08 443 9 24쪽
34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3) +2 18.08.06 419 9 21쪽
33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2) 18.08.03 436 8 16쪽
32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1) +5 18.07.29 481 11 17쪽
31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2) 18.07.26 474 11 14쪽
30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1) +4 18.07.24 467 10 21쪽
29 차원 게이트(2) +2 18.07.22 483 11 13쪽
28 차원 게이트(1) 18.07.21 502 13 17쪽
27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3) +2 18.07.20 462 13 15쪽
26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2) +3 18.07.19 470 12 11쪽
25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1) 18.07.17 448 12 19쪽
24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2) +2 18.07.16 476 12 15쪽
23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1) +2 18.07.15 478 10 13쪽
22 다린과 선물 보따리(2) +1 18.07.14 478 11 13쪽
21 다린과 선물 보따리(1) 18.07.13 458 11 14쪽
20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3) +2 18.07.12 478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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