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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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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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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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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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 상회와 노예계약(1)

DUMMY

*** 탐욕 상회와 노예계약(1) ***


"반갑습니다. 저는 '탐욕(貪欲) 상회' 마계의 동북쪽 라오스 지방을 담당하는 지부장 다린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온은 자신을 탐욕 상회의 지부장이라고 소개한 다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괴물, 고블린이 저런 멋있는 복장을 하고 있는 것도 놀랍지만, 그의 말을 똑똑히 알아듣고 있는 자신에게 더 놀랐다.

던전 코어가 전해준 지식을 통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은 했다.

하지만, 막상 고블린과 대면해 대화를 나누니 신기하기만 했다.

굶주린 짐승처럼 으르렁거리기만 하던 고블린이 자신처럼 똑똑히 언어를 사용한다니.

이들이 지성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라온은 그런 다린을 바라보며 그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인간이시군요? 인간이 악마가 된 케이스가 과거에도, 현재에도 자주 발생하고 있어 드물진 않죠. 마계의 악마가 되신 것을, 마계의 일원으로서 정말 축하드립니다."


라온과 엘린의 종족이 '인간'이라고 판단한 다린은 사실을 확인하려는 듯 눈치를 살핀다.

라온은 다린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대답하지 않았다.

다린이 자신을 인간이라고 오해하든 안 하든 상관없다.

굳이 그의 오해를 정정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린은 라온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지 구구절절 마계의 정보를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같은 종족이었던 하급 악마 듀켈이 죽고 새로운 던전 로드가 탄생했을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듀켈과 저희 탐욕 상회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동족의 복수라도 하러 왔나?"


다린의 말을 가만히 경청하던 라온이 날카로운 칼날을 휘두르는 것처럼 말을 내뱉었다.

녀석이 듀켈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라면 라온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라온은 적의를 숨기지 않고 다린을 노려봤다.


"아··· 아닙니다! 오해십니다, 하하. 듀켈과 저희 상회는 그저 비지니스 관계였지 생사를 함께할 사이는 아닙니다."

"같은 동족이지 않나."

"동족도 동족 나름이지요."


동족이란 말에 다린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 같다.

고블린 간에도 또 다른 종족이 나뉘는 것일까.

라온은 궁금증을 삼키며 다린이 던전에 방문한 목적을 물었다.


"그럼 이곳엔 무엇을 하러 왔나?"

"예, 그것이······."


다린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라온과 던전의 상태를 힐끗 확인한다.

무엇이 못마땅한 것일까?

다린이 말을 계속 이었다.


"음, 악마께 거짓을 고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탐욕상회는 수년 전부터 악마 듀켈과 광산에 대한 독점 계약을 맺었습니다."

"광산···."


다린의 말에 반응한 것은 라온이 아닌 엘린이었다.

라온은 엘린에게 던전 내에 광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한 적이 없었다.

라온 또한 그 광산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라온은 엘린의 반응을 살피며 다린의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과거 '고블린 둥지'에서 채광되는 철광석은 양질의 상태로 인해 많은 마계의 대장간과 악마들에게 각광받고 있었습니다. 저희 탐욕 상회는 이런 고객들의 수요를, 상급의 철광석을 독점적으로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악마 듀켈과 계약을 맺었구요. 그런데······. "


그런 악마 듀켈이 어제 자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다는 것이다.

최근 듀켈은 탐욕 상회를 통해 전투물자를 대량 구매했고 오늘은 다린이 그에 대한 대금을 받는 날이었다고 한다.

지금 라온의 던전 '타락한 천사의 요람'에는 철광석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것이다.

그 말을 듣던 라온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라온이 말했다.


"그래서 그 대금을··· 나보고 대신 내라는 거냐?"


간단히 말해, 다린은 삥 뜯으러 온 양아치라는 거다.

라온은 양아치를 향해 살기를 숨기지 않았다.

스멀스멀 공포의 기운이 라온에게서 새어 나온다.

공포의 악마, 라온.

그는 공포를 관장하는 자.

다린은 라온의 공포를 홀로 대면해야만 했다.


'이게 무슨···! 이제 새로 탄생한 악마가 어찌···!'


다린은 당황했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오한을 느낀 다린은 속으로 경악해야만 했다.

다린은 마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탐욕 상회의 지부장이다.

무려 세계 제일의 대기업 영업과장이란 말이다.

그런 지위를 가진 다린이 일개 최하급 악마로부터 위축된다니.

다린은 믿을 수가 없었다.

다린이 인지하지 못한 원초적인 두려움이 몸을 둔화시켰고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다린이 라온을 향해 급히 말했다.


"더··· 던전 로드 시여, 아··· 아닙니다! 제 말을···.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십시오!"


다린은 다급히 입을 열어야 했다.

최하급 악마에게서 느껴지는 살기가 예사롭지 않다.

조금만 까딱하면 모가지가 날아갈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다린은 사실 이곳에 오기 전 듀켈의 모든 철광석을 뺐을 생각이었다.

이미 듀켈의 던전과 탐욕 상회는 거의 노예계약에 버금가는 부당한 거래를 하고 있었다.

마계 제일의 상회와 계약한다는 명목으로 어마어마한 갑질을 행사했다.

물론, 듀켈은 이 사실을 모른다.

듀켈은 철저한듯하면서도 안일한 녀석이었고 그는 다린의 입발린 소리에 의심도 하지 않고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젠장···!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악마 듀켈이 죽었든 살았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악마 듀켈이 죽었고 새로운 악마가 탄생했다는 사실에 관해선 걱정하지 않았다.

최하급 악마 정도야 탐욕 상회란 말만 들어도 벌벌 떨 뿐만 아니라 바짝 엎드릴 테니 철광석 회수는 문제없는 일이어야만 했다.

듀켈의 대금을 모두 회수하고 또 다른 노예계약을 체결하면 되는 것인데···.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다린은 고작 최하급 악마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중급 악마 그리고 더 위의 상급 악마까지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 다린이었다.

이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다린은 자신의 목을 옥죄어오는 손아귀를 느끼며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상인이 감정을 읽히면 그 순간 손해가 발생하는 법이다.

다린이 긴장감으로 바짝 마른 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저희 탐욕 상회는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저희 쪽에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목적은 그 뭐냐···. 어, 아! 새로운 계약! 새로운 계약을 새로 탄생하신 던전 로드님과 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곳에서 채광되는 철광석은 수요가 많거든요, 헤헤헤헤!"


다린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순간 알지 못했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해도 어째선지 머릿속은 혼돈의 도가니다.

다린은 더는 생각하지 않고 일단 되는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일단, 살고 봐야 한다.

다린의 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생존본능이 다린을 이끌었다.


"대금은 모두 저희 상회가 감수하겠습니다! 그게 저희 탐욕상회의 기··· 기본 방침! 기본 방침 이거든요! 예, 그럽습죠! 하하하하하!"


탐욕 상회는 탐욕(貪欲)이라는 글 하나로 운영되는 상회이다.

절대 손해는 용납되지 않는 상회일 진데······.

이 일이 상부에 보고된다면 다린은 무사하지 못할 테지만, 다린의 생각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지금 다린은 원초적인 '공포'에 이미 잡아 먹혔다.

마력이나 신체 능력이 뛰어났다면 아직 최하급 악마인 라온의 공포를 조금이라도 이겨냈을 텐데, 다린은 전투와는 거리가 먼 고블린이었다.


"저···. 그···. 저···. 그게 그러니깐···. 계··· 계약하시겠습니까···? 아··· 아니! 제가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제가 그 뭐냐···! 새··· 생각해보니 중요한 업무가 많이 밀려서!"


다린의 생존본능이 그를 이곳에서 벗어나도록 인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라온에게는 생각보다 훨씬 유능한 부하가 함께 있었다.

다린의 이상 상태를 재빠르게 케치한 엘린은 다린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아뇨. 저희 던전과 탐욕 상회의 계약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군요. 번거롭게 왕복하지 마시고 지금 당장 계약을 체결하시죠."


엘린의 쌀쌀한 음성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다린에게 향했다.


"예···? 계약이요···? 지금요···? 저랑요···? 저랑 왜···?"


다린은 안 그래도 어지러운데 그녀의 말을 들은 후 이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다린은 지금 자신이 탐욕 상회의 지부장이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 탐욕 상회 지부장님께서 직접 계약을 체결하자고 말씀하시는데 저희로선 당연히 환영해야지요. 자, 이쪽으로."


다린은 지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린은 아무 생각 없이 엘린을 따라 코어룸으로 이동했다.

그 장면을 본 라온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묵묵히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엘린이 다린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라온도 알 수 있었다.

던전의 금력을 상회로부터 얻어내는 일이었다.

그녀의 자신감 있는 목소리에 믿음이 간다.

라온은 눈빛으로 그녀의 행동을 지지했다.

그리곤 그가 일으킬 수 있는 최대한의 공포를 다린을 향해 쏘아냈다.

공포란 알면 알수록 신비한 감정이다.

다린의 공포가 느껴진다.

그의 공포가 커질수록 라온의 신체에 활력이 돈다.

라온은 다린과 엘린의 대화를 경청했다.



"던전 로드와의 계약은 코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데 맞습니까?"

"예···? 예··· 예!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 함께 계약을 조율해 볼까요?"


엘린의 새빨간 입술이 섬뜩하게 호선을 그린다.

다린은 그저 그녀의 차가운 음성에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마치 기계처럼.

다린은 그녀와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그는 추락하는 비행기에 홀로 갇힌 상태이다.

그의 머릿속엔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뿐.

다린은 엘린의 말이 끝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만 세차게 흔들어댈 따름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린은 어느 순간 던전 코어에 지장을 찍고 있었다.

다린 인생 최초로 불공정 계약이 성사된 순간이었다.


[던전 '타락한 천사의 요람'과 상회 '탐욕(貪欲)'의 광석 독점거래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계약을 어길시, 던전 로드 또는 탐욕 상회에 마신의 조율에 따라 계약서에 명시된 페널티를 부여합니다. 모쪼록 계약을 이행하시길······. 그럼. 잘 가세요.]







***


"어···? 여긴···?"


다린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정신을 차렸다.

다린은 멍하니 여느 때와 똑같은 자신의 집무실을 둘러보았다.


'어···? 내가 언제 왔지?'


다린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기억이 중간에 끊어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난 분명······."


악마 듀켈에게 대금을 받으러 갔었는데······.

그리고 그곳에 새로 태어난 악마에게서 철광석을 뜯은 후 노예계약을 체결하려 했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자신은 어쩌다 집무실에 앉아 있는 걸까.

그때, 다린의 눈에 책상 위에 놓인 하나의 계약서가 들어왔다.


"계약서···?"


다린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계약서를 들었다.

그리고.


"이··· 이게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약이···!"


다린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곳에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계약내용과 탐욕상회의 직인이 찍혀있었다.


"무··· 무슨···!? 이··· 이게···?"


던전 '타락한 천사의 요람'과 탐욕 상회와의 노예 계약이 채결되어 있었다.

다린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왜 이런 얼토당토 않은 계약을 했단 말인가.


"어···?"


그때, 계약서의 글자를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읽은 다린은 어느 순간 떠오른 기억에 입을 벌려야만 했다.

다린의 뇌리에 새겨진 희미한 기억들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 억! 내··· 내 뒷골···!"


다린은 결국 목덜미를 부여잡고 졸도해 버리고 말았다.


- 보글보글보글.


마계의 동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라오스 지방의 탐욕 상회 라오스 지부의 집무실.

그곳에서 다린은 한껏 거품을 문 체 쓰러졌다.

다린은 이 부부 공갈단에게 당한 사기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


----------

[스탯창]

1. 이름 : 다린

2. 종족 : 고블린

3. 등급 : -

4. 칭호 : -

5. 고유능력 : -

6. 성향 : 진실과 거짓의 줄타기 / 여유토강(茹柔吐剛)

7. 소속던전 : 탐욕(貪欲) 상회

8. 기본능력 :

- 근력 : 15

- 반사신경 : 15

- 지력 : 30

- 체력 : 20

- 마력 : 15

9. 스킬 :

- 상인의 처세술

- 상인의 직감

- 갑질

- 생존본능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린은 그렇게 라온의 노예가 되었다고 하는데······.

추천과 선호작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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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블랙마켓과 7인의 망나니(1) 18.11.22 222 5 24쪽
44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2) +1 18.11.19 253 4 24쪽
43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1) +2 18.11.11 248 5 16쪽
42 식민지(3) +1 18.11.06 269 5 19쪽
41 식민지(2) +2 18.10.29 267 8 12쪽
40 식민지(1) +1 18.10.22 267 6 14쪽
39 꿩 먹고 알 먹고(3) +1 18.10.21 266 7 18쪽
38 꿩 먹고 알 먹고(2) +1 18.08.21 378 6 19쪽
37 꿩 먹고 알 먹고(1) +1 18.08.14 402 10 21쪽
36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5) 18.08.11 412 10 18쪽
35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4) +4 18.08.08 443 9 24쪽
34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3) +2 18.08.06 419 9 21쪽
33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2) 18.08.03 436 8 16쪽
32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1) +5 18.07.29 481 11 17쪽
31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2) 18.07.26 474 11 14쪽
30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1) +4 18.07.24 467 10 21쪽
29 차원 게이트(2) +2 18.07.22 483 11 13쪽
28 차원 게이트(1) 18.07.21 502 13 17쪽
27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3) +2 18.07.20 462 13 15쪽
26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2) +3 18.07.19 470 12 11쪽
25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1) 18.07.17 448 12 19쪽
24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2) +2 18.07.16 476 12 15쪽
23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1) +2 18.07.15 478 10 13쪽
22 다린과 선물 보따리(2) +1 18.07.14 478 11 13쪽
21 다린과 선물 보따리(1) 18.07.13 458 11 14쪽
20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3) +2 18.07.12 478 15 16쪽
19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2) +3 18.07.12 526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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