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부활해서 방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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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작품등록일 :
2018.07.0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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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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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3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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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1)

DUMMY

마음을 바꾼 듯한 호레시오가 둘에게 말했다. 괴력의 소드익스퍼트 중급과 메이븐의 조합이라면 쉬운 적이 아닌 건 맞지만, 그에게 왠지 그 이상의 이유가 있을 듯 싶었다.


메이븐이 입안에 머금었던 피를 뱉고 대꾸했다.


"어, 내가 운이 좀 억세게 세다. 이제 말해봐. 일리오네는 누가 죽였지?"


호레시오가 부러진 피에라브라스의 나머지 반쪽 조각을 들잔디밭에서 집어들며 답했다.


"흉수는 황태자가 고용한 검객이었다. 세로로 갈라진 금빛 동공이 섬뜩했지. 일대일 승부였고, 상대는 피에라브라스의 소드오러를 그대로 잠재워버렸다. 놈의 키는 3m가량이었고 인간이었는지 아인종인지 모르겠다. 그 외에는 알지 못한다. 제2기사단이 핼버디아 공작가와 함께 조사중이다."


"...베르질 핼버디아 대공이 반왕당파의 구심점이 된 건 일리오네의 죽음 때문인가?"


"그렇다. 그리고 제2기사단도 반왕당파에 참여하기로 했다."


"단순히 제1황녀 밑으로 몸을 피한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귀족들의 편에 서게 되다니, 흐름이 야속하군. 그렇다해도 귀족들의 사병은 거진 해산되어 있어. 대부분의 기사는 황실소속이니 소드익스퍼트의 수로 보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이지 않아? 설마 외국을..."


'설마 외국을 불러들인건가'라고 물으려던 메이븐의 말을 호레시오가 잘랐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말해 줄 수 없다."


호레시오가 부러진 피에라브라스를 메이븐에게 던졌다. 검날의 중앙이 부러져 정확하게 반으로 나뉘어진 시미터를 메이븐은 허공에서 조심스럽게 잡아챘다.


일리오네의 유품은 놀라울 정도로 가벼웠고, 예전의 눈부시던 소드마스터의 광휘도 잃어버렸다.


"메이븐, 당신이 아니었으면 일리오네 단장님이 마지막 몇 주를 그렇게 우울하게 보내시지 않았을 거다. 곁에 있어 달라는 그런 사소한 부탁도 못들어 주었나?"


"..."


"옛 정을 생각해 해주는 마지막 조언이다. 일리오네님께는 의자매들이 있다. 그분들은 당신이 보이는데로 잡아 가두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 괜히 황도로 오지는 마라. 그래도 만일 황도로 와야 한다면, 접대부 엘리나 트루러브. 속칭 앤 트루러브 양에게 가보기 바란다. 그녀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


떠나가는 호레시오를 뒤로 하고 메이븐이 말을 잃은 채 붉그스름한 미스릴 검의 잔해를 손 안에 끌어안은 채 밀려오는 죄책감과 슬픔을 견디며 서있었다. 눈가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그의 워커화 위로 쏟아졌다.


그 틈에 묶었던 머리도 풀리고 호레시오의 시미터에 맞아 땅을 구르며 흙과 풀잎이 묻어 엉망이 된 베카가 조용히 일리오네의 흙무덤으로 걸어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베카는 그녀의 품에서 검은빛으로 변한 물방울 모양 귀걸이의 잔해를 일리오네의 흙무덤 앞에 놓았다.


'일리오네 경, 미안해요.'



*



일리오네의 무덤 앞에 쪼그려 앉아, 메이븐은 석상처럼 굳어있었다. 베카는 뭐라 말을 거는 대신 호레시오와의 격전을 거치며 어지러워진 언덕 주변을 살피며 배회했다.

메이븐과 일리오네의 추억이 어린 언덕이라고 한다.


그녀는 봄들판과 수풀에서 하얀 들꽃들을 꺾어 직경 30cm 가량의 화환을 만들었다. 그리고 메이븐이 말을 잃고 멍하니 앉아있는 일리오네의 흙무덤에 걸어와 그 화환을 바쳤다. 그리고 목을 가다듬어 다정하게 노래불렀다.



오월이 오면 파란방울꽃들이 피어요

그러면 처음 신부가 되던 날처럼 나의 얼굴 붉어지지요

오월이 오면 나이팅게일 노래불러요

그러면 나는 알게 되지요, 전쟁터로 떠난 그이가 돌아오는 것을



아름다운 노을이 저물고 있었다.

꽤 긴 시간이 흘렀다. 베카는 곁에서 정신이 없는 듯 한 메이븐을 기다려주었다. 죽은 듯 미동도 없이 일리오네의 무덤가에 앉아있던 메이븐이 마침내 엉덩이의 흙을 털고 일어났다.


그의 앞에 힘없이 두동강 난 불그스름한 미스릴 검이 있었다.


"바바, 피에라브라스는..."


"응, 들었잖아. 딘 알샤마리인가 아흐메드 던가 너를 불쌍히 여겨 전장에서 검도 줄만큼 목숨을 살려준 상대방으로부터, 은혜도 잊고 그를 끌어들여 죽여버린 뒤 빼앗은 전리품이라며."


"아니, 넌 표현을 해도 꼭 그렇게 해야곘냐."


"사실관계는 그대로잖아."


"휴... 그래 내가 나쁜놈이야. 그럼 이만 가보자."


"레이크웰, 어디로?"


"내 행운을 시험해보러."


메이븐이 에스토크와 쓰로잉나이프를 다시 검집에 넣고, 호레시오에게 받은 피에라브라스의 부러진 날은 천으로 감싸 말의 등짐에 실었다.


붉은 미스릴 시미터의 손잡이가 있는, 나머지 반쪽을 메이븐은 애정어린 손길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메이븐은 그저 행운을 시험해 본다고 말했을 뿐이지만 베카는 메이븐의 행동에서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좋아, 그래서 황궁에는 어떻게 잠입할건데? 황태자를 어떻게 처치할 거야? 소드마스터의 손에서 미스릴 검을 부러뜨린 검객은 어디서 찾고?"


"머리 밀고 자원입대다."


"시발, 뭐라고?"


이마에 혈관이 솟아오른 베카가 저도 모르게 무덤가에서 욕을 내뱉으며 물었다. 척수가 중추가 된 무조건 반사처럼 튀어나온 욕설에 베카 스스로도 당황하는 사이 메이븐이 차분한 얼굴로 설명했다.


"앞으로 우리는 왕당파가 내건 '절대군주 아래 만민의 평등'에 감명을 받아, 평등사회 추구에 목숨을 내던지는 검객이다. 황태자의 최측근 부대까지 잠입해서 암살한다."


"아니, 난 그런... 뭔가 내 개인의 인생보다 커야 하는 가치나 이상에는 태생적으로 관심이 없는데."


베카가 군주니 평등이니 하는 말에 당황해서 중얼거렸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현재 반왕당파의 군사력으로는 외국의 힘을 빌려오지 않는 한 황태자와 왕당파를 마주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온 국토가 전쟁터가 되고 빗물이 아닌 농민군들의 피가 고랑을 적신 뒤에야 황태자를 마주할 수 있겠지. 결국 상처뿐인 승리야. 차라리 왕당파에 스파이처럼 잠입해, 개전 초부터 믿음을 얻어 황태자의 뒤를 노리는 게 나은 선택이다.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황태자의 뒤에 다가가 목을 벤다."


"나도 목숨을 걸라는 거야 지금? 난 그냥 조금 도와주다 도망갈건데?"


"당연히 아니지. 황태자를 베는 건 내가 할 일이고 너는 언제든 위험하다 싶으면 날 버리고 그리미어 숲으로 돌아가."


"말 안해도 그럴 거야. 하, 그래도 평소처럼 당당하게 배신할 계획을 주절대는 거 보니, 레이크웰 너 정신차렸구나."


"야! 평소처럼 이라니!"


평소처럼이라는 소리에 발끈한 메이븐이 베카에게 소리쳤다. 베카는 코웃음치며 그녀의 짐과 역시 피에라브라스처럼 두동강난 투핸디드소드를 챙겼다.


"좋아, 기운 차린 것 같으니까. 이제 한동안 바빠서 못했던 검술지도 좀 다시 해줘."


이제 소드마스터가 아니라 언제 전장 한복판에서 그랜드마스터를 마주칠지 모르는 상황이니, 메이븐도 자신과 함께 간다고 정한 베카가 살아남기 위해서 실력을 올려야 함을 알고 있었다.


한동안 헤이스팅스 경비대에 붙잡히고 호레시오와 싸우며 잊고 있었던 검술지도가 그제야 메이븐의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


"아, 맞다. 늦었지만 소드익스퍼트 중급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스승님은 네가 자랑스럽고 뿌듯하구나."


"굉장히 뒤늦었고, 부자연스러워."


"반성할께. 정신이 없었어."


감각적으로 검술을 펼치며 소드익스퍼트 하급에 오른 베카였기에 메이븐이 체계적으로 지도하자 금방 소드익스퍼트 중급으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소드익스퍼트 상급은 그렇게 쉽게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베카에게 앞으로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스승다운 경고를 남기려는 메이븐이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베카가 눈을 반짝였다.


"그래, 그래. 반성한다면 그 기술 가르쳐줘!"


"무슨 기술?"


"그거! 네가 쓰는 가속기술. 소드오러도 아닌데 소드오러처럼 빨리 움직이고 갑옷을 넘어 충격을 준다며."


"순간가속 기술? 그거 소드마스터 급에 올라야 제대로 쓸 수 있는 기술이다. 오러없이 오러효과를 내는데 대신에 근육과 인대, 뼈에 무리가 가거든. 어, 너라면 괜찮겠네. 그 힘과 통뼈라면 어쩌면..."


베카가 메이븐에게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태클을 걸었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서너바퀴 뒹군 메이븐이 퉤하고 입에서 풀잎을 뱉어내자, 만족한 듯 베카가 의기양양하게 양 허리에 손을 짚고 볼품없이 땅을 뒹군 그를 비웃었다.


"아무튼 매를 벌어. 차라리 돈을 벌라니까 매는 벌어서 어디쓰게? 세계제일의 방탕아가 아니라 피학성애자가 되려고?"


세계제일의 피학성애자라는 폭언을 들은 메이븐이 메마른 풀잎이 묻은 머리카락을 장갑을 낀 두 손으로 휘저어 털어내며 마주 쏘아붙였다.


"생각이 바뀌었다. 그 기술 안 가르쳐준다."


"스승님, 잠깐 제 이성이 가출하고 혀가 미쳤습니다. 이 나쁜 주둥이, 나쁜 어깨. 요놈! 단단히 혼냈으니 앞으로 스승님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추호도 없을 것입니다."


베카가 과장된 몸짓으로 왼손바닥을 이용해 자기 입술과 방금전 메이븐에게 태클을 넣었던 오른쪽 어깨를 때렸다.


"꺼져."


메이븐은 간단하게 베카를 무시하고 옷에 묻은 풀을 마저 털었다.


어차피 순간가속기술은 베카가 배우기에 위험한 기술이었다. 소드마스터에 오르고 난 뒤, 스스로의 육체에 대해 이해하고, 그 한계를 파악하면 그 지점까지만 아슬아슬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아앙! 가르쳐 줘."


"순간가속기술은 지금은 멸족한 그레이트 에스페란사 사막의 대부족이 남긴 기술이다. 그 후예에게 전수받았는데 정식명칭은 [에스트레야 브리얀테]라고 한다. 지금 배운다면 너의 성격과 실력을 고려하면 사용하기에 위험하다."


"빛나는 별?"


"뭐, 그런 이름이야. 낭만적이지만 실제 사용해보면 효과는 살벌해."


메이븐이 시범을 보이려는 듯 터벅터벅 방금 전 호레시오에게 전해 받은 반만 남은 미스릴제 시미터, 피에라브라스를 들고 근처 바위로 다가갔다.


"네 몸에 어디에 무슨 근육이 있는지, 인대와 결합된 부분은 어디이며 휘두르는 동작에 관여하는 부위가 어디인지 하나씩 의식하는 게 시작이다. 대부분의 팔동작은 단순히 팔의 움직임만 아니라 복근과 등배근의 힘까지, 나아가 발목의 회전력까지 영향을 받는다. 결국 발끝의 근육부터 손끝의 근육까지 순차적으로 긴장시키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연습해서 눈 깜빢일 사이에 뿜어내는 것이다."


"그게 어려운 거야?"


"생각보다 어렵지. 그리고 지나친 힘을 가하면 인대나 뼈, 근육에 손상이 가해지거든.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신관의 치료를 받아야 하고, 최소 일주일 간 요양해야 한다."


"리스크가 크잖아?"


"그래서 소드마스터에 올라서 자신의 신체를 이해하기 전에는 안 가르쳐줄려고 한거다."


메이븐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피에라브라스를 두어번 허공에 휘저어 균형을 잡았다. 부러지며 미묘하게 균형이 어긋났지만 괜히 명검이 아닌지 부드럽고 매섭게 공기를 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커다란 황금빛 눈망울을 가진 일리오네의 얼굴이 떠올라서 울컥한 메이븐이 바위를 내리쳤다.


캉!


짧은 금속성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그러자 마치 바위 속에 결이 숨어있었던 것처럼 매끈하게 메이븐의 무릎까지 오는 바위의 왼쪽 측면이 사선으로 갈려 미끄러졌다.


"우와."


소드오러를 일으키면 베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소드 오러가 없을 때 두드려서 힘으로 바위를 부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저렇게 사선으로 미끄러져 내려올만큼 예리하게 가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떻게 한 거야?"


"말한 것처럼 온 몸의 근육을 발끝부터 차례로 긴장시켜 바위와 접촉하는 순간 최대의 속도와 힘을 내게 만든다."


베카가 감탄해서 방금 전 메이븐이 했던 동작을 발딛기 부터 차례로 따라해 보았다. 피에라브라스처럼 반만 남은 베카의 투핸디드 소드가 왼쪽 위편에서 오른쪽 아래를 향해 사선으로 힘있게 내리그어졌다.


그러나 하나의 연계동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어색하게 팔과 다리, 몸통의 움직임이 따로 놀고 있었다.


콰앙.


메이븐이 내리쳤던 같은 바위를 내리치자 바위의 반대편 표면만 워해머에 맞은 것처럼 터져나가고 돌가루와 먼지가 비산했다.


"쿨럭! 그게 아니야. 바바, 너 그러다 손목 나간다. 괜찮냐?"


"...아파."


베카가 오른쪽 손목이 시큰거리는지 검자루를 놓고 왼손으로 붙잡아 마사지했다. 그녀가 사용하던 투핸디드 소드도 메이븐이 받아들어 만져보니 크로스가드에 이격이 생겨 덜컥거리고 있었다.


"더 크게 안 다친 게 다행이네. 이건 지금 배우기에는 위험해. 일단 방금 말한 기초원리만 알아두고 혼자 연습해. 소드익스퍼트 상급에 오르며 몸을 이해하는 게 선행되어야 해."


"그런 거야?"


"그보다 지금 막 포르테와 포이블의 용법을 배운 네게 걸맞는 기술은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해서 반격하는 역습이다."


"상대방의 힘을 이용한 역습?"


"그래, 역습. 간단한 거야. 너보다 덩치가 크거나 장창류의 병기를 사용해 내리찍는 상대를 만나면 그 힘을 흘리고, 포르테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어. 그 때 오히려 상대방의 넘치는 힘을 역이용해 베는 거다."


검-성애자인 메이븐이기에 베카가 검술지도를 요청하자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것으로 보였다. 메이븐이 그가 들고있던 베카의 반만 남은 은색 투핸디드소드를 도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 걸로 나를 때려봐."


"진짜? 두 말하기 없기다"


때려보라는 말에 손목을 붙잡고 마사지하던 베카의 눈이 번뜩였다. 먹이를 마주한 살쾡이의 눈빛에 메이븐이 저도 모르게 잠깐 움찔거렸다.


"아니, 내 말은 칼을 적당한 힘과 스피드로 내질러 베어보라는 거야."


"레이크웰, 내 사전에 힘조절이란 없다!"


베카가 방금 전 바위의 한쪽 면을 터뜨린 일격과 크게 다름 없는 빠르기와 힘으로 그녀의 반토막난 투핸디드소드를 내리질렀다.


"야!"


메이븐이 식겁하며 곧장 좌측 상단에서 베어 들어오는 검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리고 피에라브라스를 들어 슬쩍 뒤로 당기듯 베카의 검격을 받아내더니, 목을 숙이고 돌려 베카의 검이 지나간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이게 빈틈이란 거다."


베카의 검은 이미 좌측 상단에서 내리찍어오던 기세 그대로 우측으로 빠져나갔고 메이븐은 비어버린 좌측으로 한 발을 내딛어 다가섰다.

그리고 방금 전 베카의 검을 막아내며 그 힘에 튕겨나가 뒤로 밀린 자신의 검, 피에라브라스를 손목을 이용해 한바퀴 크게 돌려 베카의 비어버린 좌측 옆구리를 베었다.


"꺅!"


"만일 피에라브라스가 부러지지 않은 원상태였다면 방금전에 너는 옆구리를 베이고 죽었을 거야."


"뭐야. 귀신인 줄 알았네. 내가 내리찍은 힘을 이용해 손목으로 검을 한바퀴 회전시킨 거야?"


피에라브라스가 섬찟하게 가르고 지나간 옆구리의 앞을 보며 베카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내리찍은 힘에 그의 검이 튕겨나가자 그는 손목을 이용해 그의 검을 한바퀴 회전시켜 튕겨나온 힘을 살려 옆구리를 베어버린 것이다.


"그래, 그리고 검의 회전반경에 너의 옆구리나 목이 들어오도록 발을 내딛으며 거리를 좁혔지. 전장에서라면 이대로 적을 베고 달려서 지나쳐 그 너머의 상대방을 죽이거나 등에 추가 일격을 노릴 수도 있지."


"이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바바, 큰 동작에는 큰 허점이 따른다. 특히 검술에 능숙한 상대일수록 이 허점을 놓치지 않지. 기억하고 앞으로 큰 동작을 할 때는 상대방의 가능한 반격을 미리 예상해 몸을 틀어 회피하는 연습도 해야한다."


말이 쉽지 실제 몸으로 익히기에는 무리가 있는 말이었다.

지나치게 움츠러 들면 베카의 특기인 강한 힘을 살린 일격을 날리지 못하게 될 것이며, 무턱대고 공격하기에는 지금처럼 상대방이 그녀의 힘을 역이용해 반격할 때 대응이 늦게 된다.


"어떻게?"


"스승님한테 두들겨 맞다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메이븐이 사악하게 웃었다.


"손끝 하나 대기만 해봐. 죽는다."


녹색 머리의 미녀, 베카도 지지않고 마주 웃었다. 메이븐과 열걸음 정도 거리에서 부러진 투핸디드소드를 들고 자세를 잡던 베카에게 갑자기 독심술에서 비롯된 여자의 직감이 경종을 울렸다.


지금까지 좀처럼 빗나간 적 없는, 어딘가 싸한 느낌을 받은 베카가 메이븐을 의심스럽다는 듯 흘겨보았다.


"야, 레이크웰. 근데 하나만 물어보자."


"뭔데?"


"순간가속기술 가르쳐줬다는 멸족한 사막의 대부족 후예... 혹시 미혼의 젊은 여자였냐?"


"응, 어떻게 알았어? 아는 사람이야?"


"아니, 모르는 사람이고요. 이제 그딴 기술 됐고요. 그리고 당신은 뒈졌어요."


바위를 부수던 순간보다 더 묵직하고 매섭게, 베카가 휘두른 분노의 횡베기가 연속해서 메이븐의 정면으로 짓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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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중세 검의 종류와 검술 참고자료 목록 +1 18.07.19 120 0 -
37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2) 18.08.10 57 0 18쪽
36 [외전] M. T.의 기사 임용 면접 후기 18.08.09 58 0 15쪽
35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1) 18.08.06 76 0 17쪽
34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3) 18.08.05 74 0 18쪽
33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2) 18.08.04 68 0 18쪽
32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1) 18.08.03 101 0 19쪽
31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3) 18.08.02 101 0 18쪽
30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2) 18.08.01 121 1 18쪽
»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1) 18.07.31 117 1 17쪽
28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8) 18.07.30 108 0 18쪽
27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7) 18.07.29 101 0 19쪽
26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6) 18.07.28 101 1 18쪽
25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5) 18.07.27 107 0 19쪽
24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4) 18.07.26 90 0 17쪽
23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3) 18.07.25 129 0 17쪽
22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2) 18.07.24 109 0 17쪽
21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1) 18.07.23 127 1 19쪽
20 헤이스팅스 영지로 (4) 18.07.22 125 1 18쪽
19 헤이스팅스 영지로 (3) 18.07.21 151 1 19쪽
18 헤이스팅스 영지로 (2) 18.07.20 161 1 17쪽
17 헤이스팅스 영지로 (1) 18.07.19 154 0 19쪽
16 죄수의 딜레마 (4) 18.07.17 161 0 19쪽
15 죄수의 딜레마 (3) 18.07.16 146 0 18쪽
14 죄수의 딜레마 (2) 18.07.15 175 0 18쪽
13 죄수의 딜레마 (1) 18.07.14 193 0 20쪽
12 황도의 비밀결사 (4) 18.07.13 176 1 19쪽
11 황도의 비밀결사 (3) 18.07.12 200 1 19쪽
10 황도의 비밀결사 (2) 18.07.11 254 1 19쪽
9 황도의 비밀결사 (1) 18.07.10 307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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