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침
부글부글 버블맨
옥상 위-
“퉤······!”
누군가가 길게 침을 뱉었다.
빈 부장의 반들반들한 머리 위에 끈적끈적한 진한 액체가 뚝 떨어졌다.
“음······?”
그가 위를 올려다보았지만, 옥상 위에는 아무도 없다.
“퉤! 퉤···!!!”
‘마른하늘에 비가 오려나?’
“퉤! 퉤······!!!”
빈 부장은 침이 떨어질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문득 스치는 생각에 사무실로 후다닥 뛰어 올라갔다. 빈 부장이 씩씩거리며 사무실 구석구석을 훑어보았다. 마침 심 대리 자리가 비어있자 그 앞을 서성거렸다.
‘어쭈, 여기 심 대리 어디 갔어? 이 자식 이거 어디 가서 또 농땡이군.’
“이 대리 혹시 심 대리 어디 갔는지 몰라?”
“잘 모르겠습니다. 좀 전까지도 있었던 것 같은데.”
“흠, 심 대리 정말 잘리려고 환장을 했군. 환장을···. 그렇지 않아도 회장님이 정리 해고할 사람 명단을 제출하라고 안달복달인데 잘됐네.”
그때 문 쪽에서 심 대리가 태연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어, 이것 봐라. 어···이, 심 대리!”
“예. 저 말입니까?”
심 대리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말했다.
“그래 너 말이야. 업무시간에 어딜 갔다 왔어?”
“화장실 좀 갔다 왔습니다.”
“화장실?”
“예. 비누성분을 알아보려고 세면 좀 했습니다.”
“음···, 그래.”
그가 심 대리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어! 그러고 보니 말끔히 세면을 하고 왔구먼 하지만 말이야. 업무 중에 용무보고 일은 언제 할 건데. 그러니까 자네보고 불량품이라고 하는 거지. 정, 자신 없으면 딴 일을 알아보던지.”
빈 부장이 심 대리의 배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댔다.
“죄···죄송합니다.”
“죄송! 죄송이면 다야. 이번에 말이야. 우리 회사 벼락 건으로 실적이 꽝이야. 그럼 뭐겠어. 누군가 정리해고 당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럼 그 뒤는 뻔한 비디오지. 누군가 잘려야 되는 거고. 그 영순위가 자네같은 불량품일 테고.”
빈 부장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부장님 그렇다고 그런 말씀은 너무 하지 않습니까. 저도 나름 회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량비누 성분도 알아보려고 수시로 얼굴에 세수도 해보고요. 잘 부탁합니다. 과장님.”
“허! 자네가, 하긴 그 불량품 면상에 불량비누 성분이나 잘 분석해봐. 그게 자네만이 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일거야. 그 다음은 나도 잘 모르겠어.”
빈 부장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휴! 정말 짱 나네. 이거 맨 날 뭐이래.”
심 대리가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러자 일에만 파묻혀있는 것처럼 보였던 이 대리가 파티션 너머로 얼굴을 삐죽이 내밀었다.
“야, 정말 가관이다. 너 진짜 불량품이네.”
“뭐 불량품, 너까지······.”
“야! 동기간에 농담도 못 하냐. 그러지 말고 이따 술이나 한잔 빨러 가자. 인생 별거 있냐. 하긴 네가 한방에 훅 가면 인생 별거지만.”
“야! 진짜 너 자꾸 짜증나게 그럴래. 나 만만한 사람 아니다. 빈대 내가 한 방에 훅 보낼 수도 있어.”
“뭐야? 네가 빈대를···, 그러다가 네가 훅 가. 인마.”
“아···, 이 자식이 이거 정말 날 우습게 아네. 관두자. 관둬. 분명 좋긴 좋은데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이거 뭐야? 너 광고 찍냐.”
“광고?! 그래. 나 광고모델이야. 안 보이는···.”
“짜식 안 뵈긴, 하긴 네가 훅 가면 안 뵈지. 지가 용가리 통뼈냐.”
“됐다. 됐어. 좋긴 좋은데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없어.”
“너 진짜 자꾸 미친놈처럼 그럴래.”
“미친놈이고 저친 놈이고 앞으로 너도 나 함부로 못 할 거다.”
“이게 진짜 미쳤나. 죽으려고.”
이 대리가 손으로 심 대리를 한 대 칠 기세를 했다.
거품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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