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버블맨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칼각
작품등록일 :
2018.07.02 21:35
최근연재일 :
2018.08.11 01:09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970
추천수 :
5
글자수 :
187,502

작성
18.07.12 22:13
조회
39
추천
0
글자
13쪽

눈치 백단 이 대리

부글부글 버블맨




DUMMY

다급해진 왕 회장은 심 팀장을 불러들였다. 그들은 서로 마주 앉아 차를 마셨다.


“심 팀장 어때요. 제품 개발과로 자릴 옮기니까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예. 물론이죠.”

“심 팀장 늘 시원시원해서 좋아요. 이번에 진짜 멋진 놈 하나 만들어야 합니다.”

“회장님 마음 훤히 압니다. 깔끔이 회장님 때문에 그러시죠.”

“허!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심 팀장이.”

“부하직원이 그 정도는 꿰고 있어야죠.”

“심 팀장 대단하네. 나 오직 심 팀장만 믿어요. 일만 잘 성사시키면 페르몬 비누 건 싹 잊고 다시 큰 자리로 만들어 줄게요. 잘 좀 해봅시다. 혹시 제품 개발하다 힘든 거 있으면 서슴없이 늘 얘길 하시고요. 내친 김에 지금 얘기해도 좋아요.”

“아, 얘. 회장님 그럼 며칠 동안 출장 좀 내주십시오. 자료 좀 수집할 일이 생겨서요.”

“그래요. 며칠이 아니라 한 달이라도 출장을 내달라면 그렇게 해야지. 그깟 며칠 출장이 대순가. 거 연구 아무나 하는 거 아닌 거 잘 압니다. 심 팀장처럼 유능하고 오직 일에만 미쳐 사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좋아요. 얼마든지 시간은 내 드리지. 그 대신 조속한 시일 안에 한 건 큰 걸로 꼭 올리셔야 합니다.”

"예. 회장님 한 건 확실한 걸로 크게 올려드리겠습니다.”


심 팀장은 말은 청산유수처럼 잘했지만 내심 고민이 되었다.


‘음, 시간은 벌었고 깔끔이가 신제품을 개발하는 일만 남았어. 그쪽에서 그것만 개발한다면 만사 오케이인데. 일단 깔끔이 연구소부터 들러봐야 하겠어. 벌써 신제품을 개발해서 특허신청을 했다면 일이 그릇 칠 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흠, 시간이 촉박하군. 지난번처럼 일이 잘되어야 할 텐데.’


심 팀장이 출장준비를 서두르고 있을 때 “똑! 똑!” 노크 소리와 동시에 이대리가 용감무쌍하게 들이닥쳤다.


“어! 이 대리 자네가 웬일이야. 내 방에······.”

“팀장님한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뭐가 궁금한데?”

“솔직히 우리 계급장 떼고 동기로서 솔직하게 얘기해봅시다요.”

“뭔데 그래? 갑자기 다짜고짜 들이대고.”

“그 불량비누 말입니다. 거품 내서 바르면 사람이 사라진다는 그거 진짭니까?”

“이 친구 실성을 했나. 아직도 그런 말 같지 않은 소릴 해. 그렇게 혼나고서도 세상에 그딴 게 어딨어?! 지금 나 자네하고 말싸움 할 기분 아니야. 비켜!”

“흠, 또 순간을 모면하려 하는군. 심안구 너 어젯밤 서미란한테 못할 짓 했지. 너 도대체 뭐하는 녀석이야!”

“됐어. 마! 나 미란이한테 관심 없어. 꺼져!”

“못 비키겠다면.”

“너 진짜 죽을래. 내가 누군지 알고.”


이 대리가 문 앞에서 앞을 가로막자, 심안구는 그의 멱살을 움켜쥐고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내 말 똑바로 들어. 너 내가 위로 다시 올라가면 국물도 없어. 그냥 아웃이야!”


그가 이 대리의 멱살을 놓으며 황급히 나가자, 이 대리도 정신을 차려 재빨리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 서랍에서 자동차 키를 꺼내 들었다. 그때 영문도 모르는 빈 부장이 이 대리에게 대뜸 캐물었다.


“자네 말도 없이 어딜 갔다 오는 거야?”

“죄송합니다. 빈 부장님,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가 문 쪽으로 황급히 빠져나가려 하자


“이 사람이 업무 중에 어딜···, 야! 또, 또 어딜 가?! 이 대리! 너 잘리고 싶어?!


이 대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재빨리 회사 주차장 쪽으로 뛰어 달아났다. 이미 저만치 안구의 경차가 급커브를 돌며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런 개자식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이 대리도 얼른 자신의 애마를 움직여 그를 뒤 쫓았다.


도로는 차들로 꽉꽉 막혀있었지만, 햇볕이 쨍쨍하였다. 거품인간으로 변신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변신은 번거로운 일이었다. 좀 더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그때 아웃도어 매장이 즐비한 도로가에 들어서자 안구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그 앞에 차를 세웠다. 이 대리도 저만치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그를 지켜보았다.


‘쟤, 뭐하는 거야? 갑자기 저 인간이 왜 저기에 들어가는 거지······?’


이 대리는 차 안에서 좀 더 그를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잠시 뒤, 그가 아웃도어 매장에서 큼직한 쇼핑백을 들고 나왔다. 그가 다시 차를 움직이자 이 대리도 차를 움직여 그의 뒤를 멀지 감치에서 뒤쫓아 갔다.


안구는 얼굴 전면으로 햇볕이 내리쬐자 선글라스를 썼다. 얼굴의 반쪽을 가린 큼직한 번들거리는 선글라스 굳게 상기된 얼굴로 햇살의 각도에 따라 각진 턱 선과 오뚝한 콧날 선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그가 차를 멈춰 선 곳은, 그저 그런 동네 쉽게 말해 별 볼 일 없는 뜨내기들이 사는 원룸 촌이었다. 그가 자신의 원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놓고 큼직한 쇼핑백을 들고 차에서 내려 자신의 원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대리는 좁은 골목길에서 차를 천천히 움직이며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원룸과 좀 떨어진 좁은 담벼락 사이에 간신히 차를 끼워 박았다. 이 대리는 차 안에서 그를 좀 더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설마하니 집안에만 처박히려고 온 건 아니겠지. 분명히 사람이 사라지게 하는 불량비누가 저 집에 존재하고 있겠지. 어젯밤 안구는 저 집에서 거품인간이 된 채 서 미란을 농락했던 거야. 아니지, 아니야. 서로 재미 좀 봤겠는걸. 엉큼한 한 쌍의 바퀴벌레들.’


이 대리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생각들을 억누르며 원룸 주차장에 꼼짝 않고 있는 경차를 노려보았다. 한참 뒤 정체불명의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뭐야? 쟤, 누구야? 이 더위에···. 땀복으로 온몸을 무장했네. 땡볕에 땀 뺄 일 있나?’


그 사내가 헐렁헐렁한 땀복 차림에 꾹 눌러 쓴 야구 모자와 얼굴 마스크를 하고 선글라스를 쓴 채 자신의 애마에 올라타자, 이 대리는 그가 심안구라고 확신을 했다. 차를 움직여 핸들을 움켜쥔 녹색 스포츠 장갑이 얼핏 눈에 들어왔다. 안구의 차가 움직이자 이 대리도 천천히 차를 빼냈다. 안구의 차가 크고 작은 차들로 빈틈없이 주차되어있는 큰길가로 들어서자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이 대리도 달려오는 다른 차들과 뒤섞이며 그를 쫓기 위해 속력을 더 냈다. 이 대리의 얼굴은 아직도 궁금증 투성이 도저히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었으나 문득 스치는 생각에 웃지 못 할 미소를 흘렸다.


‘아! 이런···. 심안구 지금 투명인간이야. 그래서 자기 몸이 안 보일까 봐 온몸을 온통 땀복으로 감싼 거야. 그래서 아웃도어 점에 들렀다 온 거였군. 아주 기발한 녀석이야. 쟤가 내 동기 심안구가 맞긴 맞는 거야. 멍청한 놈인 줄 알았는데. 귀신 귀싸대기라도 날릴 놈이었어. 진짜 무서운 놈이야.’


안구의 차가 큰 대로변에서 도시공원 쪽으로 차를 돌리며 서서히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 대리도 따라 속력을 줄이며 안구 차를 뒤쫓아 갔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이쪽은······. 아! 깔끔이 연구소! 그렇다면 그곳에서 신제품을 훔쳐온다. 어쩐지. 그 인간이 무슨 용빼는 재주로 신제품을 만들어. 지난번 것도 깔끔이 것을 훔쳐온 게 분명했던 거야. 투명인간이라면 무슨 짓인들 못 하겠어.’


이 대리는 금세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는 사이 안구의 경차가 천천히 속력을 줄이며 한적한 공원 갓길에 주차되었다. 이 대리도 차를 멈춰 세우고는 차 안을 살피다가 지난 번 읽다가 만 옆자리에 놓아둔 구문을 바스락거리며 활짝 펼쳐 들고는 그의 경차를 훔쳐보았다.


그즈음 차 안에 있는 안구도 주위를 조심스레 살피고 있었다. 앞쪽은 나무 그늘이 두텁게 드리워진 듬직한 언덕이었고 백미러 뒤편으로 검정 아반떼 한 대가 수상수레 서 있었지만 운전석에서 한가롭게 신문지를 펼쳐 읽고 있는 폼이 한눈에 봐도 별 볼 일 없는 놈팽이로 보였다. 그 외 저만치 파란 잔디밭이 보이는 붉은 보도블록이 깔린 길가에서 간간히 체육복 차림의 늙은이들이 느릿하게 왔다 갔다 하며 세월을 죽이고 있었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특이할 것 하나 없는 한가한 오후였다.


안구는 몸을 의자 밑으로 최대한 비스듬히 낮게 내려앉아 무릎을 잔뜩 구부린 채 신발과 옷을 벗었다. 잠시 뒤, 땅바닥에 낮게 엎드려 있던 경차가 조금씩 흔들흔들하더니 차 문이 슬그머니 열리다가 닫혀버렸다. 이 대리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화들짝 놀란 얼굴로 변해버렸다.


“아! 이런 진짜였어! 심안구가 투명인간이었어!”


이 대리는 자기의 예상이 맞아 떨어지자 쾌재를 부르며, 도시공원 반대편 건너 높고 낮은 빌딩 숲에 눈길을 돌렸다. 그 중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 빌딩이 바로 그 유명한 깔끔이 비누주식회사였다. 분명히 안구는 그곳으로 갈 것이다. 바람처럼 공기처럼 귀신도 모르게 그들이 발명한 신제품을 감쪽같이 훔쳐올 것이 뻔했다. 이 대리는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14시 16분 10초.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하겠군. 안구는 지금쯤 당당하게 깔끔이 회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겠지.’


이 대리는 팽팽한 긴장감을 만끽하며 차에서 내려 조심조심 안구의 경차로 다가갔다. 차창 안이 한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 운전석에서 허물처럼 훌러덩 벗은 옷가지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그 옷의 주인은 비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깔끔이 유리 빌딩 안에 있을 것이다.


이 대리는 초조한 마음에 주위를 살폈다. 당장 서둘러야만 했다. 그가 기세등등하게 회사에 나타나 높은 자리에 앉는 날에는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이 대리는 할 일없이 스마트 폰을 불안스레 만지작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공원 벤치 앞에 오래된 과거처럼 전화 부스가 한눈에 딸려 들어왔다. 그 부스는 게으른 행정당국의 불찰로 철거되지 않은 공중전화 부스에 불과하겠지만 지금 당장 이 대리에게는 긴요하고도 절실했다. 얼른 그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오래 전에 느껴졌던 묵직한 수화기가 손안에 꽉 잡혔다. 다행히 호주머니 속에는 백동전 서너 개가 남아있었다. 담배를 사고 남은 잔돈이었다. 동전을 넣자 덜거덕거리며 통화음이 흘러나왔다. 먼저 114로 다이얼을 꾹꾹 눌러 깔끔이 주식회사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그쪽으로 다시 전화를 연결했다. 신호음이 가고 젊고 상냥한 여자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안녕하십니까. 깔끔이 비누 주식회사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지금 깔끔이 회사 연구동이 통째로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난전화 하시면 안 됩니다.”

“저, 장난전화나 하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순전히 깔끔이를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

“진짜 장난하시면 안 되는데······.”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말끝을 흐렸다.


“이봐요! 아가씨, 제 말을 그렇게 못 믿어요. 그럼 당신네 회사 백 회장한테 직접 물어보시던지. 지난번에 페르몬 비누 발명해놓고 다른 회사로 감쪽같이 넘어간 적 없느냐고 한번 물어보세요. 지금 폭발물 설치한 것도 그놈들 소관이에요. 알겠어요. 내가 할 일 없이 장난 전활 왜 합니까? 아가씨는 위에다가 보고만 하면 됩니다. 알겠어요. 제 말을 무조건 믿으세요. 그곳 연구동에 강력한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요.”

“여보세요. 진짜죠. 진짜 장난전화 아니죠?”

“이, 아가씨가 정말···. 속고만 살았나. 중요한 단서를 하나 더 드릴까. 깔끔이 회사 건너편 도시공원 나무숲 언덕 밑에 주차된 흰색 경차를 잘 조사해 보세요. 꽤 좋은 단서가 나올 겁니다. 내 말 허튼 소리로 듣던 말든 나 상관하고 싶진 않은 데 내 말 무시했다가는 당신들 회사 깔끔이 통째로 꽝하고 날아가요. 꽝하고 말이야!”

“여보세···.”

“덜그럭!”


이 대리는 불안감을 떨쳐버리듯 수화기를 황급히 내려놓았다. 잔뜩 긴장한 체 말을 꾸며댔더니 숨이 가쁘고 가슴이 북을 치듯 쿵쾅거렸다. 그는 얼른 자신의 승용차로 뛰어 들어갔다. 재빨리 시동을 걸고 운전대를 잡았지만,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심호흡을 크게 들이쉬고 재빨리 차를 움직여 큰 도로가로 빠져나오자 사이렌 소리가 앵앵거리며 여러 대의 경찰차가 급히 달려가고 있었다. 이 대리가 가속기를 밟고 앞으로 쭉 내달리다가 사거리에서 차를 돌리려 할 때 저만치에서 경찰차가 서서 차들을 검문하고 있었다. 잔뜩 긴장했지만, 다행히 음주단속 중인 모양이었다.




거품인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부글부글 버블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8.08.11 59 0 -
60 버블맨(완결본) 18.08.11 23 0 1쪽
59 공허한 메아리 18.08.10 41 0 8쪽
58 서미란 18.08.10 21 0 1쪽
57 움직이는 실체 18.08.07 33 0 11쪽
56 은폐되는 진실 18.08.05 34 0 7쪽
55 방송 18.08.05 20 0 5쪽
54 특종 18.08.05 22 0 11쪽
53 의심 18.08.05 29 0 6쪽
52 특별수사대 18.08.05 34 0 5쪽
51 실체가없는 존재 18.08.05 27 0 5쪽
50 강철얼굴들 18.08.05 34 0 18쪽
49 드러나는 실체 18.08.05 33 0 10쪽
48 소리없이 움직이는 것들 18.08.05 30 0 4쪽
47 보이지 않는 실체 18.08.04 27 0 8쪽
46 조여오는 수사망 18.08.03 55 0 7쪽
45 보이지 않는 힘 18.08.03 38 0 8쪽
44 댓가 18.08.03 25 0 5쪽
43 이 기자 18.08.01 31 0 7쪽
42 강 형사 18.08.01 23 0 12쪽
41 부작용 18.07.31 25 0 8쪽
40 곤지암병원 18.07.29 38 0 10쪽
39 불편한 만남 18.07.29 38 0 8쪽
38 방문자들 18.07.29 38 0 5쪽
37 위험한 거래 18.07.29 42 0 6쪽
36 보이지 않는 거래 18.07.29 35 0 9쪽
35 실종 18.07.29 29 0 5쪽
34 은밀한 유혹 18.07.27 31 0 5쪽
33 현서 18.07.27 35 0 6쪽
32 완전범죄 18.07.27 36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