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버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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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각
작품등록일 :
2018.07.02 21:35
최근연재일 :
2018.08.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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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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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는 힘

부글부글 버블맨




DUMMY

집으로 겨우 돌아왔지만, 온통 집안이 난장판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이런 집구석에 가져갈 게 뭐가 있다고.’ 하지만 전광석화처럼 스치는 생각


‘아! 불량비누?’


다행히 냉장고에 넣어둔 불량비누는 그대로였다. 혹시 불량비누의 성분이 바뀔까봐 넣어둔 건데 그걸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외 다른 건 가져갈 만한 값어치도 없었다.


‘누굴까? 이 대리···? 설마 이 대리가? 하지만 그 놈 아니면 그럴 사람이 누가 있겠어. 회사에서 나올 때부터 그놈 눈 꼬리가 잔뜩 올라가 있었다고. 그나저나 갑자기 깔끔이에 경찰들이 들이 닥친 것도 이 대리? 설마 거기까지 이 대리의 손길이 미칠 리는 없는데. 뭔가 일이 잔뜩 꼬여가고 있군.’


안구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상 전체를 거품비누로 부글부글 거품을 내서 사라져버리게 하고 싶어졌다. 세상을 없애버릴 것처럼 물을 세게 틀었다. 바닥은 질퍽질퍽하니 개울물 같다. 살갗에 떨어진 물은 온몸에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흘러내리는 물줄기 속에서 보드라운 피부색이 느껴졌다.


온몸을 구석구석 닦고 벽에 붙은 큼직한 붙박이 거울을 바라보았다. 다시 제 모습을 되찾기는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변해있었다. 막연한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피곤해서일까? 부들부들했던 살결이 백지장처럼 생기를 좀 잃어버린 것 같다. 낯빛이 창백하고 두 눈은 흰 눈동자가 검은 눈동자를 뒤덮고 있는 듯하다. 피곤에 지쳐서일까? 오늘 하루 너무 놀라고 힘든 일들만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는 방으로 나와 대충 어질러진 집 안 청소를 하고 먹다 남은 식은 밥에 반찬을 비벼 먹었다. 배가 부르자 미친 듯이 졸음이 쏟아져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데 폰이 울려왔다. 폰을 귀에 갖다 댔다.


“여보세요.”


졸음이 잔뜩 섞인 목소리였다.


“혹시 심안구씨 폰 맞습니까?”

“예. 전, 전데요”

“여기 경찰서입니다.”

“경찰서요?!”


안구는 놀란 기색으로 대답했다.


“혹시 도시공원에 백색경차 넘버 4001차 주인 되십니까?”

“예. 맞습니다만···.”

“저희가 불법주차로 견인해 놓고 있습니다.”

“에?”

“와서 벌금 내시고 차량 가져가시면 됩니다.”

“아···. 예.”

“지금 오실 수 있겠습니까?”

“예. 그렇게 하죠.”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경찰은 편안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안구는 뭔가 낌새가 좋지 않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자신이 한참 깔끔이에 잠입해 있을 시간 때여서 뒤가 켕겼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특별히 차에 문제가 될 만한 물건이 없었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애마를 잠깐 까맣게 잊고 지냈던 건 참 의외였다. 그만큼 오늘은 정신없는 하루였다. 안구는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다 문득 불량비누가 생각났다.


‘이런 내가 없는 새에 불량비누를 가져가면. 그 비누를 호시탐탐 노리는 놈이 있어. 이 대리. 그 놈이 그걸 알고 있다고 아님 서미란···?’


안구는 방으로 도로 들어가 냉동실에 넣어둔 불량비누를 종이에 잘 싸서 속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나왔다. 집 앞 큰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경찰서 안에 들어가 문 쪽에 앉아 있는 젊은 여경에게 견인 당한 차 때문에 왔다고 하자 안쪽에 앉아있는 덩치가 장난이 아닌 형사에게 가보라고 했다. 그에게 가서 견인 당한 자동차 주인이라고 하자 그가 안구를 한번 쓱 훑어보더니 앞에 앉으라고 했다.


“차량 소유자 심안구씨 맞죠?”

“예.”


안구는 괜스레 죄지은 사람처럼 주눅이 들어있었다.


“운전면허증 갖고 계시죠.”

“예. 여기 있습니다.”


안구는 운전면허증을 그에게 내주었다. 그는 운전면허증을 훑어보고 안구의 얼굴을 대조해 보고는 의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진과 동일인 맞아요?”

“예.”

“언제 찍었죠.”

“갱신한 지 2년 밖에 안됐습니다.”

“흠, 얼굴 사진이 잘 안 나온 것 같네요.


그가 한참 동안 얼굴 사진을 대조해보다가 안구에게 운전면허증을 도로 건네주었다.


“사실은 이 차량을 누군가가 제보해서 저희가 견인해왔습니다.”

“제보요?”

“예. 오늘 낮 3시간 전에 있었던 일 아십니까?”

“무슨 일을······.”


안구는 시침을 뚝 뗐지만, 낯빛이 속이 훤히 비치는 습자지처럼 창백하게 변해있었다.


“어, 얼굴이···. 어디 아프십니까?”


대뜸 형사가 안구의 얼굴을 예사롭지 않게 훑어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좀 신경이 예민해서요.”


안구는 대충 둘러댔지만 자신의 얼굴을 따로 볼 수 없어서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흠, 실은 4시간 전 쯤에 깔끔이 연구소에 폭발물이 설치되었다는 장난 제보가 들어왔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폭발물 전담반을 긴급히 출동시켰지만, 사실이 아니었죠. 그런데 이상한 점은 거짓 제보를 한 사람이 4001번 차량 소유자의 경차를 지목하며 무언가 단서가 있다는 말을 건넸단 말입니다.”


그가 궁금증투성이가 된 얼굴로 말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안구는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자신의 애마와는 전혀 상관없음을 증명해야만 했다.


“흠, 그런데 형사님 그게 내 차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입니까. 어떤 미친놈이 그런 제보를 했는지 모르지만···. 그래 제 차를 조사해보니까 도시를 확 쓸어버릴 만한 폭발물이라도 나왔습니까?! 저 세금 꼬박꼬박 내고 사는 성실한 싹싹이 주식회사 직원입니다요. 에.”


안구는 큰소리를 떵떵 쳤다. 하긴 이제는 이 세상이 두렵지 않았다. 늘 변신할 수 있는 막강한 불량비누가 있으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심안구씨, 다니는 회사가 싹싹이 비누회사라고요?”


그는 안구의 떵떵거리는 말보다도 싹싹이 비누회사 직원이라는 말에서 무언가 단서를 찾아내려 했다. 심안구도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했다.


“예. 싹싹이 비누 주식회사에 다닙니다. 저 회사 일 때문에 잠시 출장 갔다가 머리가 복잡해서 잠깐 공원에서 바람 좀 쐬고 오는 길인데 갑자기 차가 견인되어 저도 애먹었다고요. 민중의 지팡이 경찰 나리들이 그러시면 됩니까. 예고도 말도 없이 무고한 시민차를 그냥 확 쓸어가 버리면 전 어쩌자는 겁니까?! 에.”


그는 눈에 핏발까지 세우고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흠, 내가 누군데. 거품인간이다.’


그러자 그가 잠시 표정을 부드럽게 펴며 말을 꺼냈다.


“일단 그 점은 사과드립니다. 용의 차량을 면밀히 조사해봤지만 아무런 혐의점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흠, 그런데 이번 사건 참 이상합니다. 깔끔이 연구실에 누군가가 있었던 것도 같았고 제보자는 도시공원 듬직한 언덕 잔디밭에 있는 공중전화기를 이용한 게 분명한데······.”


그가 혼잣말처럼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전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철저하게 조사해서 저 같은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보지 않게 해주세요. 아셨습니까?”

“알겠습니다. 참 이번 사건은 희생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제보자가 영 마음에 걸려서.”

“그 제보자를 잡아서 혼내셔야죠. 바쁜 사람 불러다 놓고 이게 뭡니까.”

“그렇죠. 이번 사건의 핵심은 제보자죠. 언론에는 발표 안 됐지만 우리에게도 깔끔이 연구실을 조사할 때 믿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죠. 하긴 연구실 안이라서 위험한 것들이 수두룩하겠지만, 과학적으로 따로 그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고.”


그가 말끝을 흐리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현실에 난감해하는 눈치였다. 안구는 대번 눈치 챘지만 딴소리로 얼버무렸다.


“무언지 몰라도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으면 된 거죠. 일단 제보한 또라이나 잘 잡으세요. 무고한 저까지 피해가 가지 않습니까.”

“사실 우리도 이런 잡다한 일에 얽매이고 싶겠어요. 우리가 슈퍼맨도 아니고 그런 짜잘 한 것 때문에 큰 건은 손도 못되고 있습니다. 젠장.”


그가 툴툴거리고 있을 때, 문 쪽에서 색 바랜 청바지에 뒤로 머리를 질끈 동여맨 선남자 타입의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강 형사가 그녀를 보자 갑자기 얼굴이 확 펴지며 일어나 반겼다.


“어! 이 기자!”


그녀가 가볍게 인사를 하며 강 형사에게 다가왔다.


“강 형사님. 많이 바쁘시죠.”

“보면 몰라. 차량소유자분은 가셔도 됩니다.”


그가 안구에게 서둘러 말하며 가볍게 인사를 했다.


“그럼 따로 조사할 건 없고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예. 아직까진 없습니다. 아. 그리고 벌금은 내셔야 합니다. 따로 고지서가 날아갈 겁니다.”

“에. 예. 어련하시겠습니까.”


안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기다렸다는 듯 그 여 기자가 강 형사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강 형사님 그 남한강변 별장 건 소스 안 주실 거예요.”

“그거 큰 건인데···, 이기자 맨 입으로 되겠어.”


안구는 나가려 하다가 그 앞에 있는 민원 담당 경찰에게 말을 거는 척했다.


“저기 이번 벌금 말이죠. 어느 부서에서 처리하는 거죠.”

“아, 그게 우리 과 소관이 아니고.”


그러는 사이에도 강 형사와 여기자는 계속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별장에서 모 기업체가 성 상납을 한다면서요?”

“쉿! 조용히 해. 이 기자. 워낙 큰 건이라. 함부로 달려들었다간 우리가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고.”

“예. 알았어요. 거기가 북한강 변 어느 쪽이죠?”

“음, 가평 근처에 있는 산이야. 아, 근데······.”


그가 저만치 안구를 넌지시 턱으로 가리키며 말을 흐렸다. 여기자가 금세 눈치를 채고는 조용히 소곤거렸다. 그 바람에 괜히 안구는 교통과 소관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로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오자 경찰서에서 젊은 경관이 친절하게 따라 나와 주차장에 견인한 차가 있다고 알려주며 거수경례를 붙이고 들어갔다.


주차장에는 견인 당한 애마가 엎드려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앞에 사륜구동 지프 뒤에 GCB방송이라고 쓰인 지프가 주차해 있었다. 그 여기자 차가 분명해보였다. 그는 디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다가 운전대 앞 유리 안쪽에 명함 한 장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명함에는 GCB방송 이미숙 기자 010-8282-XXXX와 주소가 새겨져 있었다. 안구는 대충 그 여기자의 번호를 외워 자신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볼펜을 꺼내 메모해두었다. 옆자리에는 아웃도어 복장과 햇볕 가리개, 황사마스크가 그대로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젠장, 쟤들이 뭔가 조사를 하긴 했겠지. 조사하면 뭐하겠어? 나온 게 없는데. 흠, 일단 별 볼일 없는 의심은 풀렸고 아까 그 형사 얘기로는 뭔가 어마어마한 특종이 있는 모양인데.


북한강변 부근에 있는 별장이라. 뭔가가 있어. 이 연놈들이 꿍짝꿍짝인 게 어마어마한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해. GCB 이미숙 기자라······.’


안구는 시동을 걸어 애마를 움직였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문득 스치는 생각에 입 꼬리가 살짝 비틀어지며 회반죽을 한 것 같은 희뿌연 그의 얼굴이 햇살의 각도에 따라 명암이 교차되어갔다. 집으로 돌아온 안구는 먼저 거울부터 들여다보았다. 얼굴은 집 나갈 때처럼 낯빛이 창백한 그대로였다. ‘혹시 백혈병?’ 문득 스치는 생각에 시내로 나가 병원에 가보았지만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다고 의사가 검진 소견을 말해주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무슨 병에 걸리겠어. 너무 과민한 탓이야.’


배가 고팠다. 배가 고프다는 것은 온몸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신호였다. 그는 간단하게 국밥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집으로 돌아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늘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정말 지긋지긋한 하루였다. 그러고 보니 컴퓨터 메일을 열어보지 않았다.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열었다. 낮에 깔끔이 연구소에서 손수 보낸 자료가 그대로 들어와 있었다.


‘다행이네. 메일이 들어와 있어서······.’


메일에는 신 박사의 여러 자료가 들어와 있었다. 비누 성분과 관련된 논문, 일기···. 그리고 회사의 조직도라고 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에는 사원들의 성함과 주소, 전화번호가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그렇지만 신제품과 관련된 정보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갖고 다니는 USB에 담겨있는 모양이었다. 그 중 신 박사가 쓴 일기 일부가 눈길을 끌었다.


2015년. X월 X일 맑음.


나는 겨우겨우 밤잠을 설쳐대며 페르몬 비누를 발명해 놓았지만, 고스란히 해킹 당해버렸다. 그 뒤로 백 회장은 나를 믿어주질 않는다. 내가 발명한 비누를 경쟁회사 싹싹이에 뒷거래로 팔아넘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더러운 노망난 노인네. 내가 지금 아들 때문에 엄청난 돈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어떻게 그렇게 날 의심할 수가 있단 말인가. 하루, 이틀··· 이 회사에서 일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나를···. 하긴 그 심술 맞은 노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언젠가는 그 늙은인 내가 신제품을 개발해내지 못하면 내 목을 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신제품을 하루아침에 도깨비 방망이를 두드리듯 뚝딱 만들어 낼 수도 없는 일이고. 아! 그나저나 뇌성마비 환자인 아들의 수술비는 어떻게 마련한담···.


2015년 X월 X일 맑음


백 회장이 손을 쓴 것 같다. 갑자기 페르몬 비누의 부작용에 대해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것을 보면 백 회장 그라면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백 회장 그는 정관계 인사들과 통하고 있는 것 같다. 골프장에 자주 가는 그 미모의 여인과 연결되어 있는 것도 같고. 그 인간 속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닿고 닿은 노인네. 그나저나 어떻게 내가 발명한 페르몬 비누가 경쟁사인 싹싹이에 들어갔을까?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누구였을까? 감쪽같이 그 회사로 넘어가게 한 인간이? 그 인간 때문에 공든 탑이 삽시간에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안구는 무거운 얼굴로 일기장을 엿보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백 회장은 경쟁사 싹싹이의 영업실적을 땅에 떨어뜨리기 위해 정관계 관료들을 이용하여 신제품 페르몬 비누의 있지도 않은 부작용을 붙잡고 늘어졌던 게 분명하다. 안구의 입 꼬리가 여우 입처럼 교묘하게 비틀어지고 있을 때 왕 회장한테 폰이 왔다.


“허허, 심 팀장 어때? 연구는 잘 되어가고 있소?”

“아, 예. 회장님,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 팀장 지금 어디냐?”

“지방에 내려와 있습니다.”

“지방에··· 지방엔 왜?”

“자연조건이 좋은 곳에서 비누 재료를 구해 볼 생각입니다.”

“그래. 그으래. 난 심 팀장만 믿어요. 회사 걱정은 너무하지 말고 꼭 큰 걸로 한 건 알았죠. 내 부담 주는 게 아니고 꼭 그렇게만 되면 내 분명히 약속한 대로 해주겠소. 그럼 수고해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안구는 폰을 “탁!” 끄고는 인상을 북 썼다.


“성질 급한 노친네. 언제까지 저런 노친네 손아귀에서 놀아날 거야.”


문을 열고 들어와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생각하기 싫은 인간들의 얼굴들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

‘진작에 내 알아봤지. 뭐 도통한 사람. 꼴값 떨고 있네. 걔 완전 사기꾼이야. 안구씨 그럴 수 있어요.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농락해요. 자네 같은 사람은 우리 회사에 필요 없습니다. 당장 짐 싸세요. 짐 싸! 해고야. 자넨······!’


“알았다고. 이 징그러운 인간들아. 관두면 될 거 아냐! 그래 까짓 거 관두지. 관둬!”


안구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경찰서에서 여기자와 형사가 한 말을 되새겨 보았다.


‘그래, 이번에는 다른 걸로 큰 건 한번 터지면 그만이다. 어차피 신제품비누는 힘들게 생겼어. 깔끔이가 보안시스템을 한층 강화했을 테고. 경찰들도 만만치 않은 상대야. 거기다 내부의 적 이 대리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차라리 그럴 바에는 회사를 확 관둬버려. 왕 회장이고 뭐고 내가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직장 생활할 것 같아. 내가 누군데. 나 부글부글 버블맨 이라고. 그렇지만 비누는 사라지고 있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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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08.11 59 0 -
60 버블맨(완결본) 18.08.11 23 0 1쪽
59 공허한 메아리 18.08.10 41 0 8쪽
58 서미란 18.08.10 21 0 1쪽
57 움직이는 실체 18.08.07 33 0 11쪽
56 은폐되는 진실 18.08.05 34 0 7쪽
55 방송 18.08.05 20 0 5쪽
54 특종 18.08.05 22 0 11쪽
53 의심 18.08.05 29 0 6쪽
52 특별수사대 18.08.05 34 0 5쪽
51 실체가없는 존재 18.08.05 27 0 5쪽
50 강철얼굴들 18.08.05 34 0 18쪽
49 드러나는 실체 18.08.05 33 0 10쪽
48 소리없이 움직이는 것들 18.08.05 30 0 4쪽
47 보이지 않는 실체 18.08.04 27 0 8쪽
46 조여오는 수사망 18.08.03 55 0 7쪽
45 보이지 않는 힘 18.08.03 38 0 8쪽
44 댓가 18.08.03 25 0 5쪽
43 이 기자 18.08.01 31 0 7쪽
42 강 형사 18.08.01 23 0 12쪽
41 부작용 18.07.31 25 0 8쪽
40 곤지암병원 18.07.29 38 0 10쪽
39 불편한 만남 18.07.29 39 0 8쪽
38 방문자들 18.07.29 38 0 5쪽
37 위험한 거래 18.07.29 42 0 6쪽
36 보이지 않는 거래 18.07.29 35 0 9쪽
35 실종 18.07.29 29 0 5쪽
34 은밀한 유혹 18.07.27 31 0 5쪽
33 현서 18.07.27 35 0 6쪽
32 완전범죄 18.07.27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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