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버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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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각
작품등록일 :
2018.07.0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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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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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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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만남

부글부글 버블맨




DUMMY

괴기하고 을씨년스러운 폐허가 된 곤지암 정신병원에서 계획된 모든 준비를 마친 심안구는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볼품없이 변한 자신의 얼굴을 거울 속에 들여다보고 있다. 백지장처럼 창백해져 가는 얼굴, 두 손을 뜨겁게 비벼 얼굴을 어루만져 보았지만 옛날의 그 얼굴을 되찾을 수 없었다. 모두가 불량비누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그는 불량비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무런 무게감도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는 불량비누 고작 한 번 정도 쓸까 말까 “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옷도 벗지 않는 채 샤워기의 물을 세게 틀었다. 거침없이 물이 쏟아져 온몸에 옷이 착 달라붙고 머리카락이 납작하게 쓸려 내려갔다. 그는 꺼이꺼이 울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이제는 불량비누도 다 닳아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가 세면장에서 나오자 인터폰이 요란하게 울려왔다. 마른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며 외부와 통하는 인터폰 영상을 들여다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갑자기 그가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다. 음성인식 단추를 눌렀다.


“누구세요?”

“안구씨 집 맞죠?”

“예. 누구시죠?”

“나, 빈 부장이요.”

“빈, 빈 부장님···.”


순간 안구는 아찔한 무언가가 머릿속을 휙 스쳐 지나갔다.


‘이런 빈대가 여긴 어쩐 일로······.’


“나 안으로 들어갈 수 없소?”


그가 예전과 달리 위엄이 서린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 빈 부장.”


안구는 순간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안이 어질러져 있다. 소파 보조탁자 위에는 노트북이 그대로 있고 바닥도 물기가 뚝뚝 떨어져 있다.


“안, 안돼요!”

“심안구씨, 나, 미스 서하고 같이 병 문환 왔어요. 많이 불편한 거 잘 알고 있어요. 한번 얼굴이나 보도록 해요.”


그가 그답지 않게 동정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그 옆에 미란의 얼굴이 불쑥 끼어들었다.


“안구 씨 잠깐이면 되요.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설마 그냥 보내시려고요.”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순간 안구는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듯


“좋아요. 하지만 집안이 엉망이라··· 잠깐 기다려요. 제가 나갈게요.”


안구는 인터폰을 뚝 꺼버렸다. 서둘러 머리를 말리고 대충 옷을 걸쳐 입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승강장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 유리문이 스륵 열리고 심안구가 나왔다.


“안구씨···!”


미란이 반갑게 맞았다. 안구는 어지 웃음을 지어보였다.


“잘 지냈어요.”


빈 부장이 먼저 길게 손을 내밀었다. 안구도 그의 손을 맞잡았다 손을 놓으며


“어쩐 일로 여기까지······.”


하고 난처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일단 여기까지 왔는데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나 합시다.”


빈 부장이 말하자 미란이 눈치 빠르게 안구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들은 밖으로 나와 근방에 있는 빌딩 숲, 널따란 현대식 커피숍에 들어갔다. 커피를 주문하고 서미란이 준비해온 과일바구니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거 그냥 오기 뭐해서 들고 왔어요.”

“뭐 이런 것까지 미안하게······.”


안구가 겸연쩍게 받아들며 말했다.


“심안구씨 몸은 괜찮아요.”


빈 부장이 안구를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야 뭐··· 날 받아놓고 사는 사람이나 마찬가진데 괜찮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가 불편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래도 아직 젊은데 운동도 좀 하고 좋은 생각 많이 해봐요. 세상에는 항상 기적이 있으니까······. 용기 잃지 말고···.”


그가 예전과 달리 안구를 위해주는 척했다. 미란이 거침없이 끼어들었다.

“그래요. 안구씨. 얼굴 보니까 많이 안 좋아 보여요. 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건강 회복할 수 있어요. 안구씨 보통 강단 있는 사람 아니잖아요. 전 믿어요, 심안구씨의 능력을······.”


미란은 동정어린 얼굴로 진짜 그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안구는 그들 앞에 마주 앉아있자 자신이 진짜 죽을병에 걸린 것처럼 온몸에서 피가 쫙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그들은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다. 먼저 빈 부장이 말을 꺼냈다.


“심안구씨 혹시 직장에서 나하고 있었던 안 좋은 감정은 싹 잊어버려요. 나야 뭐 일이 그러니까 심안구씨한테 그랬더거구 솔직히 내가 심안구씨한테 좀 심하긴 했지. 하지만 그땐 인생 선배로서 심안구씨 자극 좀 주려고 그랬던 거예요. 암튼 미안해요. 회사에서 있던 일들은 내가 정식으로 사과하겠습니다.”


그가 겸손하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는 그 앞에 안구는 갑자기 세상이 뒤바뀐 것만 같아 자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동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지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는 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미란이 눈치를 보며 커피를 홀짝 거리다가 말문을 열었다.


“안구씨 혹시 이 대리하고 연락해요?”


이 대리라는 말에 안구의 낯빛이 새하얗다 못해 새파랗게 변하고 있었다.


“어, 안구씨 몸이 많이 불편해요?”


빈 부장이 놀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아, 아니에요. 근데 이 대리는 왜, 왜 물어요. 저 직장 떠난 사람입니다. 이 대리를 왜 만나겠어요?!”


심안구가 당혹한 기색으로 서둘러 말했다.


“실은 일주일이 넘게 이대리가 회사에 연락도 없이 무단결근이에요.”


미란이 말했다.


“일주일 넘게 무단결근이라고요?!”


안구는 일부러 놀란 기색으로 되물었다.


“그래요. 혹시 심안구씨 뭐 짚이는 거 없습니까. 그래도 예전에는 이 대리와 가장 친했잖소. 좀 불편하더라도 얘기 좀 해줘 봐요. 부탁합니다.”

빈 부장이 애원조로 말했다.

안구는 마시던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기는 척하다가 말을 꺼냈다.


“뭐, 이 대리, 이종섭이 회사 떠난 나한테 보고하면서 어디 가진 않죠. 이종섭 원래 성격이 그래요. 회사 입사하기 전에 원래 말없이 생판 모르는 오지여행 패키지 없이 떠나는 그런 애였어요. 자기 말로는 예전에 무비자로 밀항도 한 적 있다고 술자리에서 자랑삼아 얘기하더라고요. 하긴 이제는 직장 생활하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갑자기 옛날 병이 도진 건가 잘 모르겠네요. 예전처럼 내가 옆에 있었으면 말렸을 텐데. 내가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암튼 괜히 주변 사람들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그러다가 나타나던지 아니면 뭐 어떻게 되겠죠.”


심안구는 이 대리의 뱃속까지 아는 투로 말하며 딱 잡아뗐다. 빈 부장은 그의 말을 신중하게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아, 그렇다고 말도 없이 여행을 떠나는 건 직장인이 말도 안 되잖아. 그럼 이 대리 회사 관두려고 작정하고 간 거네요. 그렇죠. 심안구씨.”


“그거까지 제가 알 순 없지요. 그리고 심문하듯 그런 질문 받는 거 저 질색입니다. 내 몸도 가누기 힘든데 이 대리까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암튼 제가 아는 얘긴 다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부장님한테 옛날 나쁜 감정 다 잊었으니까 앞으로는 회사 일로 서로 만나는 일 없도록 해요.”


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안구씨 미안했어요. 괜히 찾아와서 심문하듯 캐물어서.”


빈 부장이 길게 악수를 청했다. 안구는 건성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놓고는


“괜찮습니다. 부장님 건강하십시요.”


안구는 미란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서로 손을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손이었다.


“서미란씨 과일바구니 고마워요. 그리고 지난번에 전화 받을 때 틱틱 거렸던 거 미안하고 나중에 좋은 소식 있으면 그땐 연락주세요. 하긴 그때까지 제가 살지는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안구는 쓸쓸한 감정이 치밀어 올라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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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버블맨(완결본) 18.08.11 23 0 1쪽
59 공허한 메아리 18.08.10 41 0 8쪽
58 서미란 18.08.10 21 0 1쪽
57 움직이는 실체 18.08.07 33 0 11쪽
56 은폐되는 진실 18.08.05 34 0 7쪽
55 방송 18.08.05 20 0 5쪽
54 특종 18.08.05 22 0 11쪽
53 의심 18.08.05 29 0 6쪽
52 특별수사대 18.08.05 34 0 5쪽
51 실체가없는 존재 18.08.05 27 0 5쪽
50 강철얼굴들 18.08.05 34 0 18쪽
49 드러나는 실체 18.08.05 33 0 10쪽
48 소리없이 움직이는 것들 18.08.05 30 0 4쪽
47 보이지 않는 실체 18.08.04 27 0 8쪽
46 조여오는 수사망 18.08.03 55 0 7쪽
45 보이지 않는 힘 18.08.03 38 0 8쪽
44 댓가 18.08.03 25 0 5쪽
43 이 기자 18.08.01 31 0 7쪽
42 강 형사 18.08.01 23 0 12쪽
41 부작용 18.07.31 25 0 8쪽
40 곤지암병원 18.07.29 38 0 10쪽
» 불편한 만남 18.07.29 39 0 8쪽
38 방문자들 18.07.29 38 0 5쪽
37 위험한 거래 18.07.29 42 0 6쪽
36 보이지 않는 거래 18.07.29 35 0 9쪽
35 실종 18.07.29 29 0 5쪽
34 은밀한 유혹 18.07.27 31 0 5쪽
33 현서 18.07.27 35 0 6쪽
32 완전범죄 18.07.27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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