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버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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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각
작품등록일 :
2018.07.02 21:35
최근연재일 :
2018.08.11 01:09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974
추천수 :
5
글자수 :
187,502

작성
18.08.0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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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소리없이 움직이는 것들

부글부글 버블맨




DUMMY

늘 주변을 살펴야만 했다.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오피스텔이라 그런지 화이트칼라들이 많았다. 아침이면 출근하려고 바삐들 움직였다가 저녁이 되면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그들이었다. 그렇지만 심안구는 갈 곳이 없었다. 버블맨이 된 그를 받아줄 만한 곳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었다. 보이지 않는 실체는 돈을 들고 함부로 밖으로 나다니며 쓸 수도 없었다. 그에게 돈은 하찮은 종잇조각만 같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긴요하게 써야만 했다. 단서가 잡히지 않게 꼭꼭 숨겨두어야만 했다.


더욱더 나쁜 것은 바깥 기온이었다.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날이 따뜻한 한나절에 잠깐 밖에 나가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욕정이 슬슬 발동하는 날에는 여탕에 들러 실컷 눈요기하며 수음도 했지만, 그조차도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좋은 일도 생겼다. 주변을 살피다 보니 자신이 사는 바로 위층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연로하신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었다. 그 노인은 그동안 모아온 재산을 자식들의 뒤 바라지를 위해 다 탕진해버리고 겨우 오피스텔 하나에 의지한 채 간신히 살아가고 있는 독거노인이었다.


그 노인은 습관적으로 하긴 대다수 노인이 다 그렇겠지만, 이것저것 불필요한 물건들을 집 안 구석구석에 꽉꽉 쟁여 놓았다. 일단 버블맨은 그 노인의 집으로 돈더미를 옮기기로 했다. 그는 노인의 오피스텔 문 앞에서 오랫동안 지켜 서 있다가 노인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때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그 노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내고 그 노인이 산책을 간 사이 버블맨은 얼른 아래층으로 내려가 돈이 담긴 사과 상자와 단서가 될 만한 노트북과 여러 가지 물건들을 비상계단을 이용하여 위층으로 옮기고는 잡동사니 물건으로 채워진 벽장 속에 처박아 놓았다. 그리고는 태연하게 식탁에 앉아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꺼내 한 상 차려 먹었다.


노인이 들어왔을 때 그는 소파 위에서 한숨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문 여는 소리에 잠에서 깬 그는 잠깐 넋 나간 것처럼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온 노인은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낮잠을 자려는지 자기 방으로 들어가 이부자리를 펴고는 잠을 청했다. 그러는 동안 버블맨은 태연하게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틀었지만, 평소 가는귀를 먹은 노인은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버블맨은 그 노인의 모든 것을 알기라도 하듯 아니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편안하게 여기저기 채널을 돌려 쇼 프로를 보고 있는데 베란다 창밖으로 밧줄 하나가 기다란 뱀처럼 길게 내려왔다. 화들짝 놀란 그는 베란다로 다가가 건물 위를 올려다보았다. 어떤 한 사내가 밧줄에 의지한 채 위층에서 유리창을 닦고 있었다. 잠시 그 유리 닦기가 슬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버블맨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태연하게 텔레비전에서 하는 복명가왕을 보며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간 사내는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베란다 유리에 착 달라붙어 연장통에서 기계식 유리칼을 꺼내 들었다. 잠시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문손잡이가 있는 통유리가 조그맣게 잘려나가자 사내는 그 구멍을 통해 길게 손을 집을 넣어 문을 열고는 밧줄의 반동을 이용하여 안으로 휙 뛰어 들어갔다. 안으로 메뚜기처럼 뛰어 들어온 그는 재빨리 현관문을 열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철얼굴을 한 검정양복 차림의 두 사내가 시커먼 셰퍼드 두 마리를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황급히 여기저기 집 안 구석구석을 들쑤시고 뒤졌으나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바닥에 수많은 사람 발자국과 개 발자국만이 어지럽게 난무하였지만 그 조차도 고용된 청소부가 말끔하게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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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08.11 59 0 -
60 버블맨(완결본) 18.08.11 23 0 1쪽
59 공허한 메아리 18.08.10 41 0 8쪽
58 서미란 18.08.10 21 0 1쪽
57 움직이는 실체 18.08.07 33 0 11쪽
56 은폐되는 진실 18.08.05 34 0 7쪽
55 방송 18.08.05 20 0 5쪽
54 특종 18.08.05 22 0 11쪽
53 의심 18.08.05 30 0 6쪽
52 특별수사대 18.08.05 34 0 5쪽
51 실체가없는 존재 18.08.05 27 0 5쪽
50 강철얼굴들 18.08.05 34 0 18쪽
49 드러나는 실체 18.08.05 33 0 10쪽
» 소리없이 움직이는 것들 18.08.05 31 0 4쪽
47 보이지 않는 실체 18.08.04 27 0 8쪽
46 조여오는 수사망 18.08.03 55 0 7쪽
45 보이지 않는 힘 18.08.03 38 0 8쪽
44 댓가 18.08.03 25 0 5쪽
43 이 기자 18.08.01 31 0 7쪽
42 강 형사 18.08.01 23 0 12쪽
41 부작용 18.07.31 25 0 8쪽
40 곤지암병원 18.07.29 38 0 10쪽
39 불편한 만남 18.07.29 39 0 8쪽
38 방문자들 18.07.29 38 0 5쪽
37 위험한 거래 18.07.29 42 0 6쪽
36 보이지 않는 거래 18.07.29 35 0 9쪽
35 실종 18.07.29 29 0 5쪽
34 은밀한 유혹 18.07.27 31 0 5쪽
33 현서 18.07.27 35 0 6쪽
32 완전범죄 18.07.27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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