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버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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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각
작품등록일 :
2018.07.02 21:35
최근연재일 :
2018.08.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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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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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부글부글 버블맨




DUMMY

서 미란이 집으로 돌아와 화장실로 들어가려는데 문자가 왔다. 미란은 화장실 문을 황급히 걸어 잠그고는 폰을 열어보았다.


서미란씨 심안구를 체포하는 데 도움을 주시면 1억의 상금을 드리겠습니다.


미란은 일억이라는 숫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억이라, 일억씩이나 그런데 아까는 그런 얘기를 왜 안 한 것일까? 도대체 왜? 혹시 그들도 심안구가 버블맨이라는 사실을 알고 지레 그가 옆에 있을까 봐 그런 말을 안 한 것일까? 사실 특과수 조감마에게 비누 거품 속에서 심안구가 사라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속임수라고 한 것도 혹시나 버블맨이 된 심안구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말한 거였는데······.’


그녀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며 심안구라는 존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비누거품 속에서 사라지는 진짜 버블맨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좀 전에 회사까지 찾아와서 나를 겁주고 위협하려 했던 거고. 예전에 그의 집에서 그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마술처럼 사라져 자신을 놀라게 했던 일, 이종섭이 그의 비밀을 캐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던 것도 사실은 그가 버블맨이 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 불량비누가 하는 그거 그게 심 안구를 그렇게 만든 거였어. 말도 안 되는 절대 있을 수 없는 그 불량비누가···, 이 대리는 불량비누를 찾으려고 눈이 확 뒤집혔던 거고 아니 어쩌면 빼앗으려고 안달이 나 있었겠지. 어쩌면 이 대리는 그걸 빼앗으려다가 심안구한테 당한 거야. 협박했겠지. 심안구 너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조건을 내세웠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심안구가 고스란히 사라지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이 대리가 갖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 분명한 것은 심안구를 함부로 상대하면 안 된다는 거야. 그가 어디서 어느 곳에서든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그나저나 도대체 그 인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왜 자신의 정체를 나타내지 않고 사라진 거품인간으로만 존재하는 거지? 그리고 이 대리의 자가용이 곤지암 병원 큰길가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리고. 분명히 뭔가 복잡한 게 얽히고설켜 있는데······.‘


그즈음 심안구도 그의 집, 정확히 말해 노인 집에 들어와 있었다. 늘 그렇지만 그 노인은 잠자는 일이 주된 일이었다. 낮잠을 즐기고 밤에는 일찍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났다. 아마도 노인들의 생체리듬이 그러한 것 같았다. 조용히 노인의 방으로 들어가 노인을 내려다보았다.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 젊은 한때에는 뭇 남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을 여자였겠지.


이제는 늙고 병든 얼굴, 볼륨있는 탄력 있는 몸은 뼈만 앙상하게 남았고, 자식들을 위해 피를 팔아서라도 다 해주고 싶었겠지. 아니 자식들이 흡혈귀처럼 빨대를 들이대고 노인의 피를 좍좍 빨아 먹었는지도 몰랐다. 이제 그 노인의 머리맡에는 약봉지가 서너 개씩이나 된다. 하루라도 안 먹으면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는 노인, 아! 우리 어머니도 그러셨지. 나 하나만 바라보며 사셨는데. 그러다 결국······. 갑자기 코끝이 찡해서 눈물 한 방울을 떨구었다. 노인의 볼에 눈물이 툭 떨어졌지만, 그냥 모른 채 곤히 주무시고 있다.


그는 거실로 나와 밥을 대충 비벼 먹고 감쪽같이 설거지했다. 진짜 이제는 이런 생활도 지긋지긋하다. 떳떳하지 못하게 숨어 사는 꼴이 되어 버리다니. 잡동사니가 가득한 창고 같은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걸어 잠그고 길게 누웠다. 베란다 창으로 핏빛 구름이 길게 누워있다. 문득 그 핏빛 노을 사이로 경찰서에서 봤던 서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지. 그 인간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분명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도저히 생각해 낼 수가 없다.


‘아, 그리고 이 기자에게 동영상을 준다고 했지. 그걸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 뒷감당은···, 어차피 특과수가 뭔가 하는 놈들이 나를 쫓고 있어.’


심안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 맨 위 노인의 손이 닿지 않는 선반 위에 감추어둔 먼지 낀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저장된 동영상을 켜보았다. 그곳에는 남양주 은밀한 별장에서 벌어지는 난잡한 파티가 화끈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돼지 새끼들 다들 가면을 쓰는 것들 좀 봐봐. 다른 나라들의 권력자들 얼굴을 제멋대로 골라 쓰고 있네. 얼마나 권력에 굶주렸으면 저런 짓거리들을 하나. 비굴하게 비릿하게 웃고 있는 저 개기름 낀 배불뙈기 나체들을 봐봐. 더러운 발정 난 돼지 새끼들···.

아! 그런데 이거 뭐야?! 앗! 저 배불뙈기 쌍라이트 저 인간, 뒤늦게 방으로 들어와 가면을 쓰고 있는 저 인간은 서장! 저 인간이 왜 저기에 있어?! 저 인간······!’


심 안구는 눈이 번쩍 띄는 장면을 정지화면으로 고정시키며 서장의 얼굴을 생각해 보았다. 그가 분명했다. 그 쌍라이트 발정 난 돼지 새끼가. 그렇다면 경찰에서 이번 사건을 손 떼게 한 이유가······. 이런, 한 통속이었어. 백 회장과 서장이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 날까봐 이 사건을 말도 안 되는 사조직 같은 특과수, 특별수사대에 맡긴 거였군. 흠.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한 나라에 있지도 않은 존재하지도 않은 사조직을 만들어 나를 잡으려 하다니. 가소로운 놈들.


그는 비밀스러운 퍼즐 맞추기가 맞춰지자 비릿하고 비굴한 웃음이 저절로 흘러넘쳤다. 하지만 그 웃음은 아무도 볼 수 없었다. 입이 비틀어졌는지 위로 올라갔는지 아니면 가오리 입처럼 귀에 걸렸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거품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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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버블맨(완결본) 18.08.11 23 0 1쪽
59 공허한 메아리 18.08.10 41 0 8쪽
58 서미란 18.08.10 21 0 1쪽
57 움직이는 실체 18.08.07 33 0 11쪽
56 은폐되는 진실 18.08.05 34 0 7쪽
55 방송 18.08.05 20 0 5쪽
54 특종 18.08.05 22 0 11쪽
» 의심 18.08.05 30 0 6쪽
52 특별수사대 18.08.05 34 0 5쪽
51 실체가없는 존재 18.08.05 27 0 5쪽
50 강철얼굴들 18.08.05 34 0 18쪽
49 드러나는 실체 18.08.05 33 0 10쪽
48 소리없이 움직이는 것들 18.08.05 30 0 4쪽
47 보이지 않는 실체 18.08.04 27 0 8쪽
46 조여오는 수사망 18.08.03 55 0 7쪽
45 보이지 않는 힘 18.08.03 38 0 8쪽
44 댓가 18.08.03 25 0 5쪽
43 이 기자 18.08.01 31 0 7쪽
42 강 형사 18.08.01 23 0 12쪽
41 부작용 18.07.31 25 0 8쪽
40 곤지암병원 18.07.29 38 0 10쪽
39 불편한 만남 18.07.29 39 0 8쪽
38 방문자들 18.07.29 38 0 5쪽
37 위험한 거래 18.07.29 42 0 6쪽
36 보이지 않는 거래 18.07.29 35 0 9쪽
35 실종 18.07.29 29 0 5쪽
34 은밀한 유혹 18.07.27 31 0 5쪽
33 현서 18.07.27 35 0 6쪽
32 완전범죄 18.07.27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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