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였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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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18.07.09 16:53
최근연재일 :
2018.08.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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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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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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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흡혈귀

DUMMY

나 역시 그 뒤를 쫓으려고 허리를 약간 굽히고 뻗어 나가려는 그 때.

“나도, 나도 데려 가거라 용사여. 화, 확인······.크윽······.”

아까 그 소녀의 공격을 맞은 게 아직까지 고통으로 남아 있는지 마왕은 말을 다 내뱉지 못한다. 신음을 말에 섞으며 괴로워한다.

이런 상태에서 가는 건 무리다. 숲 속에 혼자 남겨두는 편 역시 불안하기는 하지만, 소리가 난 쪽이 위험하고 아마 이쪽이 상대적으로 안전 할 테다.

“괜찮아. 여기서 쉬고 있어.”

“착각 하지 마라, 용사여.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 그러는 거뿐이다. 설마 하니 이 몸이 너를 돕고자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마왕은 혹여나 내가 오해 했을 까봐, 그런 말을 하며 내 손을 붙든다.

“이 몸이 너 따위를 도울 거라 여겼으면 큰 오산이니 일찍 접어 두거라.”

인상을 찡그린 채 마왕은 신음을 섞어가며 말한다.

“걱정 마, 그런 오해 안했어.”

잠깐 한 건 안타깝게도 사실이지만. 혹시라도 나와 다니면서 조금은 선한 마음이 생긴 건가 싶었던 건 약간 있는 바 있다. 그런 걸 이 녀석에게 들켜 봤자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하여 부정해 본다.

“그러니 걱정 말고 업혀. 순식간에 갈 거니까.”

적이라고 생각하여 치부를 보이고 싶지 않은지 부정의 말을 한 번 더 해본다. 여동생의 몸이니까 조심히 대하는 거라며 이유까지 붙인다.

그걸 입 밖으로 꺼내고 나서야 거기까지 한 건 스스로를 더욱 추하게 만든다는 걸 깨닫는다.

* * * * * * *


나보다 빠른 녀석들은 존재 했었다. 동료들 중에서도 몇 명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결코 빠르지 않은 내 속도를 늘리기 위해, 나보다 빠른 존재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해오고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익힌 속보가 자연히 베어들어 지금까지도 금방 튀어 나온다.

마왕을 뒤에 업고서도 소리가 난 방향인 마을에 금방 도착한다.

속보로 도달한 그곳에는 터무니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다.

내가 숲으로 떠나기 전에도 마을 사람들은 광분해서, 자신과 같은 마을 사람을 의심하고 죽이려고 들고 있었다. 그 현장만 해도 엄청났는데 지금 달려와 본 마을에 모습은 조금 전과 같다. 단언하건데 그 이상이다.

한 남자가 한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마을 중앙에서 날 뛰고 있다. 그 비명이, 공포에 질려 있던 그 음성이 저 여성이 낸 게 틀림없음을 입증한다.

“요, 용사님! 사, 살려 주세요! 제발 저희를 살려 주세요!”

겁에 울먹이는 모습을 하고서 한 여성이 내게 달려와 바지 부분을 잡고 매달린다.

“제길, 용사 양반 역시 우리 추측이 맞았잖아!”

“이제 이 사태를 어쩔 거야, 어쩔 거냐고!”

그에 반면 내 모습을 발견한 몇 몇은 내게 분노의 말을 담아 큰 소리로 외친다.

그 말에 나는 여성의 머리를 쥐고 마을 중앙에서 일을 벌이고 있는 남자를 본다. 그리고 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 남성은 다름 아닌, 아까 마을 사람들이 횃불과 삽을 들고 흡혈귀라며 죽이려 했던 남자다. 모습이 아까랑 사뭇 다르고 분위기 역시 대조적으로 달라 나는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못했지만 지금 보니 분명 그가 맞다.

“정말 흡혈귀였던 거야?”

그 물음은 혼자 말이자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조금 전 숲에 들어가지 전까지만 해도 그 남자는 기력이라고 없어 보였다. 사내로서 어울리지 않게 참으로 병약하고 연약해 보였다. 허나, 지금은 핏발 선 눈에 입술 틈으로 송곳니가 보이고, 마른 체격은 실종되고 어깨는 벌어지고 전신의 근육이 다부진 모습이다.

“아니, 저 녀석은 권속에 지나지 않아. 흡혈귀 본인이 아니다.”

내 뒤에 업혀 있던 마왕은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럼 본체는 어디 있는 건데?”

내가 묻는 질문에 답한 건 마왕이 아니다. 아까 그 소녀다.

“이 근처 어디선가 숨어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겠지. 비열하게도 즐기면서 말이야.”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그보다 아저씨 빠른데? 어떻게 나보다 먼저 도착한 거냐며 묻는다. 그 질문에 적당히 얼버무리며 그 사내를 본다.

흡혈귀가 아니라는 말은 곧 흡혈귀의 권속인 시인귀라는 말이 된다.

저 사내의 모습이 조금 전과 달리 변한 건, 흡혈귀가 투여한 그 피가 폭주해서다. 시인귀가 돼버린 인간은 이처럼 주인이 된 흡혈귀의 의지로 그 본성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주인과 마찬가지로 그렇지 않을 때에는 인간과 구분이 가지 않는 실로 성가신 존재다.

조금 전에 직접 확인을 했을 적에 알아 볼 수 없던 건 그 때문일지 모른다.

“크케케케야!!!”

그 사내는 나를 발견하고는 알 수 없는 괴성을, 사람의 목에서 나오는 게 맞나 싶은 음성을 내지른다.

그 붉은 눈으로 나를 경계하는 듯싶더니 여성의 머리채를 잡은 채 도망치려한다.

“그렇게는 두지 않아!”

이대로 놓치면 희생이 늘어난다. 그렇게는 둘 수 없다.

나는 업고 있던 마왕을 내려놓고 허리에 차고 있는 애검에 손을 얹는다.

왼손도 덧대어 다부진 자세로 검을 쥐고, 이동하고 속보를 활용하여 베어 버린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베어 버린다. 불필요한 부분은 없이 깔끔하게 잘라 버린다.

시인귀는 팔이 잘려 나가자 여성의 머리를 잡았던 손을 강제적으로 놓게 된다.

“캬야캬야야오!!!!”

시인귀는 잘려 나간 부분을 공중으로 향하게 하고는 뒤로 물러나며 비명을 내지른다. 비명 소리와 무관하게 고통은 끝이 나지 않고 내게 잘려 나간 한 쪽 팔에서는 피가 철철 흐른다.

“괜찮으십니까?”

잘려나간 손을 던져 버리고, 그 손에 붙잡혀 있던 여성을 향해 묻는다.

하지만 나는 그 답을 여유 있게 듣지 못한다. 시인귀인 남성은 짐승처럼 포효하며 내게 달려든다.

한 번 시인귀가 돼버리면 다시는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죽어서 흡혈귀에게 조종당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이제 더는 사람이 아닌 그런 존재로 전락해 버린다.

설령 본래의 사람의 모습이 될 수 있다 해도 이미 늦은 거다. 저 남자가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다 해도 이곳에서는 살 수 없다. 이 마을은 물론이며 어느 곳에서 정착하며 다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할 거다. 그걸 알지만 서도 나는 한 순간 망설여진다. 이미 그의 팔을 베어버린 거와 별개로 이번에 그걸 해버리면 끝이 날 테니까.

“아저씨 다 잡아 놓고서는 갑자기 멈추는 건 뭐하는 짓이야!”

덤벼드는 시인귀를 향해서 소녀는 겁도 없는지 돌격한다. 그리고는 목을 단검으로 단 칼에 베어버린다.

비록 목은 떨어졌지만, 시인귀는 주인인 흡혈귀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다. 고로 계속해서 움직인다.

그 모습은 실로 잔혹하기 그지없다. 나에 의해서 잘려 나간 팔에서, 그리고 소녀에 의해서 잘린 목에서 짙붉은 피가 철철 넘쳐 흘러난다. 그런데도 여전히 공격성을 품은 채 움직인다. 폭주하며 공격을 퍼붓는다.

“꺄야야야!!”

시인귀에게 잡혀 있던 여성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몸을 뒤로 물린다. 그 광경에 놀라 소리치며 마을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도망친다.

“거참 성가시네!”

소녀는 볼수록 재 나이 또래 같지 않다는 감을 내게 준다. 비록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어엿한 성인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신체적으로는 많이 어려서 그런 감이 난다.

소녀는 내 나이 또래의 어른도 어려울 걸 해 보인다. 끔찍하다고 두려움에 떨면서 주저하거나 발을 물릴 상황에서 말이다. 또래 나잇대 같은 모습은 한 점 보이지 않고, 식인귀에 목을 벤 단검을 휘두르며 돌진한다.

또 언뜻 누군가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건 단순히 기분 탓임이 틀림없다. 소녀의 돌격은 시인귀의 가슴 한 복 판에 꽂혀지는 걸로 이어진다.

“에잇!”

그런 상황에 알맞지 않은 귀여운 신음을 내며 소녀는 단 검을 꽃은 채, 시인귀에게 발길질을 먹이고 쓰러뜨린다.

“후우.”

그대로 쓰러진 시인귀는 몇 번을 꿈틀, 꿈틀 거리며 움직이려는 기세를 보였지만. 이내 곧 멈춘다.

“아저씨 정말 뭐하는 거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어설픈 동정은 더 괴롭게 하는 거 몰라? 죽은 사람도 고통 받는 사람도, 모두에게 민폐라고.”

소녀의 꾸지람에 뭐라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마을 사람들이 내게 야유를 보낸다.

“맞는 말이야, 당신 뭐하는 거야! 당신이 말리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없잖아!”

“옳소, 옳소! 멋대로 도와준다면서 설치더니 지금도 다 저 소녀가 끝낸 거잖아?”

맞는 말이라는 생각에 어떤 말도 쉽게 꺼낼 수 없다.

“자, 자, 다들 진정들 하시고. 지금은 그런 거 보다 더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흡혈귀를 찾는 게 우선이잖아요?”

소녀는 그들을 말린다. 아우성을 치면서 내게 야유를 보내는 마을 사람들을 말이다.

“쳇, 아가씨가 없었다면 당신도 가만 안 뒀어!”

“잘난 척은 퍽이나, 온갖 위선을 펼치더니.”

“저런 게 그 소문의? 아니야, 가짜야. 가짜 맞을 거야.”

하지만 그들은 몇 마디를 더 덧붙인다. 이내 소녀가 거참 그만들 해요, 라고 말을 해서야 잠잠해진다.

“그보다도 너, 언제까지 사람인 척 거기서 묻어 갈 속셈이지?”

소녀는 광분한 사람들을 진정 시키고는 그런 말을 흘린다.

그 말에 놀라는 건 이 자리에 있는 모두다. 시인귀의 일에 놀라 있는 마을 사람들도, 그 사태를 진정 시켜 보려 했던 나도 마찬 가지다.

그리고 소녀가 가리킨 인물도 마차간지였다.

“흡혈귀 주제에 말이야.”

몇 걸음 걸어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가더니,

“그만 사람인 척 해, 역겨워. 가증스럽다고, 흡혈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 대상을 내리 깔본다.

“잠깐,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소녀에게 묻는다. 소녀는 듣지 않고 시인귀를 찌른 단검으로 그 대상을 덮친다. 흡혈귀라고 단정 짓고 지목 한 대상을 향해서 휘두르려고 한다.

“멈춰, 멈춰 그 손!”

나는 단숨에 이동해서 소녀와 소녀가 흡혈귀라고 대상을 지목 한 인물 사이로 자리 잡는다. 그러고는 그 손을 붙잡고 말린다.

“무슨 짓이야, 아저씨!”

그 윽박에 나는 도리어 언성을 높여 반박한다.

“너야 말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놔, 그건 틀림없는 흡혈귀야! 아저씨 동료 때랑 다르게 이번에는 틀리 지 않았어!”

그런 외침에 나는 믿을 수 없다고 소리치는데, 소녀 역시 같은 입장인 듯 싶다.

“설마, 지금 내가 성공해서 보수를 나만 받을 까봐 그래? 아저씨 아까 돈 필요 없다며?”

소녀는 어이없다며 말을 이어간다. 그 발언에 나는 아니라고, 일단 이쪽의 사정을 듣기를 청한다. 흡혈귀라고 지목을 당한 사람의 입장을 들어 보자고 말을 하려 한다.

했었다. 했었는데······.

“쿠, 쿠럭!!”

등 뒤에서 서늘한 감촉이 피부와 닿는가 싶더니, 이내 묵직한 무언가가 내 등을 관통한다.

고통을 부여잡고 시선을 뒤로 돌리는데.

“쳇, 완전히 숨을 못 끊은 건가?”

거기서는 소녀가 흡혈귀라고 지목한 인물이 혀를 차며, 성공하지 못한 공격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 모습은 살기가 가득한 모습이지, 내가 아는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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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공지 18.07.10 91 0 -
47 왕도(完) +1 18.08.22 215 3 13쪽
46 왕도 18.08.21 76 1 16쪽
45 왕도 18.08.20 68 1 10쪽
44 란스 랜스 형제 18.08.16 72 1 10쪽
43 란스 랜스 형제 18.08.15 72 1 10쪽
42 란스 랜스 형제 18.08.14 63 1 12쪽
41 란스 랜스 형제 18.08.13 56 1 12쪽
40 란스 랜스 형제 18.08.12 87 2 12쪽
39 란스 랜스 형제 18.08.11 78 2 14쪽
38 란스 랜스 형제 18.08.10 82 2 15쪽
37 란스 랜스 형제 18.08.09 73 2 15쪽
36 새로운 마왕 18.08.08 87 2 20쪽
35 새로운 마왕 18.08.07 77 2 14쪽
34 새로운 마왕 18.08.06 68 2 14쪽
33 새로운 마왕 18.08.05 78 2 15쪽
32 새로운 마왕 18.08.04 90 2 15쪽
31 새로운 마왕 18.08.03 116 2 14쪽
30 새로운 마왕 18.08.02 85 2 17쪽
29 새로운 마왕 18.08.01 91 2 15쪽
28 새로운 마왕 18.07.31 118 2 16쪽
27 이단(異端) 18.07.30 86 2 15쪽
26 이단(異端) 18.07.29 76 2 16쪽
25 이단(異端) 18.07.28 81 2 10쪽
24 이단(異端) +2 18.07.27 85 2 10쪽
23 이단(異端) 18.07.26 85 2 10쪽
22 이단(異端) 18.07.25 99 2 10쪽
21 이단(異端) 18.07.24 137 2 10쪽
20 이단(異端) 18.07.23 103 2 16쪽
19 쉐브닉 18.07.22 10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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