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탈출 후의 불사전기 가가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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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도
그림/삽화
신성도
작품등록일 :
2018.07.13 18:56
최근연재일 :
2018.09.08 23:49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7,686
추천수 :
192
글자수 :
218,388

작성
18.07.22 19:01
조회
277
추천
3
글자
7쪽

적영(赤影)의 사왕(死王) - 19

DUMMY

맛없고 형편없는 식사를 마친 후, 가가멜은 더 이상 피곤함을 견디기 힘들어서 바로 잠자리에 든다. 차원의 가방 안에는 다행히 담요나 소형 텐트 같은 야영도구들이 있어서 잠자리는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다.


“이 곳도 운명의 탑에서 전개 된 결계 안에 있는 지역이니, 언데드 같은 매우 위험한 몬스터는 나오지 않겠지?”


가가멜은 야영할 자리를 잡은 나무 밑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는 원래 세계에서도 그다지 감상적인 면은 없었지만, 그리노아의 어두운 밤하늘 위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별의 파도를 바라보니, 그 아름다움에 빠져 정신적인 피로가 다소 누그러드는 듯 했다.


어느새 눈이 저절로 감겨지자, 가가멜은 혹시나 모를 야생동물들의 습격을 대비하기 위해 탐지와 은폐 마법으로 결계를 설치한 후 피곤에 지쳐 쓰러져서 바로 잠들어버린다.


“후아암~ 오랜만에 인간의 몸으로 잠자리에 드니, 수면을 취하는 행위가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완전 잠이 보약이로군.”


다소 늦은 아침에 일어난 가가멜은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한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마력은 어제보다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계속해서 셰이프 체인지(형체변신) 마법을 유지하느라, 마력의 대부분이 소모되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설마, 세면도구 같은 물건들도 가방 안에 들어있나?”


가가멜은 차원의 가방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보관되어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만져본다. 차원의 가방 안에서 손으로 집은 물건은 그 정보가 자동적으로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에 어떤 물건이던 손에 닿기만 해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오오...있다. 있어~!”


원하는 물건을 확인한 가가멜은 기쁨의 환호와 함께 그것들을 차원의 가방 밖으로 빼내온다. 그가 꺼낸 것들은 칫솔과 비슷한 물건과 소형 원통에 들어있는 푸른색의 크림, 그리고 손으로 쥘 수 있는 작은 박스였다. 가가멜은 그 물건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냄새를 맡아보며 확인한다.


“이건 누가 봐도 칫솔이고, 이 통 안에 들어있는 건 냄새로 추측해볼 때 치약 같은 것인가? 그리고 이 작은 상자 안에 있는 사각형의 덩어리는 왠지 비누와 비슷한 향기가 나는군.”


이것도 설마 나미루가 미리 챙겨준 것들인가? 그 녀석은 생각보다 의외로 세심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다지 필수적인 물건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나미루는 생각보다 더러운 것을 매우 싫어하는 성격이니, 어떻게 보면 인간의 몸으로 계속 여행할 수밖에 없는 가가멜의 청결유지를 위해 각별히 신경써준 거라 볼 수도 있겠다.


“가르르르르르...카악~ 퉤엣~!”


가가멜은 작은 원통에 들어있는 치약과 비슷한 크림을 칫솔에 묻히고 양치질을 한다. 그가 어제 크리에이트 워터(자애의 샘물) 주문으로 만들어낸 샘물에서는 더 이상 물줄기가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상당한 양의 물이 고여 있어서 작은 웅덩이 같은 형태가 되어있었다.


“오랜만의 양치질이라니, 이거 적응이 안 되서 입안이 얼얼 하구만. 그리고 이 작은 덩어리는 진짜 비누 같으니까, 세수도 할 겸, 머리도 한번 감아볼까?”


이 그리노아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 비누나 칫솔, 치약 같은 물건들이 있어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샴푸 같은 것도 있으면 좋을 텐데, 지금은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니, 일단 이 비누를 사용해서 해결해야겠다.


“그나저나, 이 비누 굉장히 좋은 향기가 나네?”


비누로 거품을 낸 후 세수를 시작하는 가가멜은 그리노아에서 만들어진 비누의 향기에 감탄한다. 그 향기는 마치 허브의 일종은 라벤더와 비슷했는데, 예상치 못할 정도로 기분 좋은 향기에 가가멜은 세수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씻는 샤워라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당장이라도 저 작은 웅덩이에 몸을 담은 후 목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근처에 개울이 없는 이 숲에 사는 동물들이 이 웅덩이의 물을 마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단념하고 물통에 물을 담은 후 웅덩이와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세안 및 머리를 감았다.


“아직도 나미루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는 건가?”


가가멜은 간단하게 세면을 마친 후, 텔레파시를 이용해 나미루와 다시 한 번 교신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도 응답이 없어서 초조해진다. 설마, 진짜로 나미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 괜한 생각은 하지 말자. 애초에 나보다 몇 배나 강한 그 녀석이 아무런 말도 없이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


어제 밤에 야영한 자리를 정리한 가가멜은 아직 남아있던 그 맛없는 빵을 조금만 먹은 후 다시 길을 걷는다. 그래도 아침에는 식욕이 없어서 다행이다. 이런 상태로는 은혜의 성찬 주문을 사용하는 것도 부담이 되니, 남아있는 식량과 물은 최대한 아끼는 것이 현명하다.


“일단은 운명의 탑에서 전개하고 있는 결계 밖으로 나가서 외부 상황을 확인해봐야겠어. 도중에 마을사람이나 성도로 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지만, 결계 밖이나 성도 시스티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은 분위기가 매우 흉흉하니,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가가멜은 결계 외부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서 길을 걷는다. 하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쉽게 지치자, 가가멜은 자신의 저질 체력을 한탄하며 근처에 있는 나무 밑으로 다가간 후 털썩 주저앉는다. 이거, 완전 어제하고 똑같은 상황이잖아.


“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말보다 느린 당나귀나 노새라도 있었으면...”


이대로 거북이같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면 어느 세월에 성도로 갈까? 말이나 당나귀, 노새가 없으면 마법으로 용아병(dragon tooth warrior)라도 만든 후 조금 개조를 해서 타고 다니면 낫지 않을까? 그래도 그건 아니다. 용아병을 만들어내는 주문은 촉매도 제법 귀하고 기껏 만들었다가 성도 근처로 가면 어쩔 수 없이 처분해야하니까, 완전 돈 낭비, 시간낭비겠지.


“내가 그 성녀보다 강했으면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야. 나미루 녀석, 언제는 내가 무적, 무패, 최강의 존재. 그 누구도 쓰러뜨릴 수 없는 불사의 왕이라고 추켜세웠으면서, 정작 성녀 와 그 똘마니 성기사들에게는 다 쓴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하게 얻어터지는 조무래기 밖에 안 되잖아~!”


가가멜은 지친나머지 정신줄을 놓은 듯, 이런 상황에 처한 자신과 나미루를 한탄한다. 그 모습은 마치 하기 싫은 일을 내팽개치는 무능력자가 때만 쓰는 것 같이 보여서 매우 찌질해보였다.


작가의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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