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탈출 후의 불사전기 가가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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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도
그림/삽화
신성도
작품등록일 :
2018.07.13 18:56
최근연재일 :
2018.09.08 23:49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7,684
추천수 :
192
글자수 :
218,388

작성
18.07.27 21:34
조회
262
추천
3
글자
7쪽

천령의 인도 - 3

DUMMY

자신도 언데드로 변한 존재라서, 다른 언데드나 시체 같은 것들은 익숙할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불사의 왕이라고 일컬어지는 리치인 상태로 존재했을 때에도 언데드들과 마주쳤을 때나, 살려둘 필요조차 없는 극악무도한 강도들을 산산조각 내버려도 마음의 동요 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언데드가 아닌, 원래 세계에서 살아왔던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비참하게 죽은 아이들의 시체를 볼 줄은 몰랐으니까...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건가? 그리노아에서는 인간들이 멸망해가는 것이 현실이니까, 이런 일들은 흔히 벌어질 거라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했는데, 실제로 마주하는 게 이렇게도 괴로울 줄이야.”


가가멜은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너무 괴로운 나머지 셰이프 체인지(형체변신) 주문을 해제할 생각까지 해본다. 언데드인 리치로 되돌아가면 적어도 인간인 상태에서 겪는 트라우마나 정신적인 괴로움이 다소 완화될 테니 말이다.


“변신을 풀고 언데드인 리치로 되돌아가도 이 감정을 완전히 억누르는 건 무리일 거야. 애초에 처음부터 인간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채 전생의 계약을 맺었으니까.”


한동안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가가멜은 목재를 운반하기 위해 이곳을 떠난 좀비들이 되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곳의 좀비들이 벌목작업을 하고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무언가를 설치하기 시작한다.


“그 성녀가 사용했던 퇴마의 의식(엑소시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 정도라면 그들을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을 거야.”


가가멜이 설치한 것은 어떠한 의식을 위한 거대한 원형의 진처럼 보였다. 그 원형의 진 주변에 그가 설치한 무언가는 수청처럼 보였는데, 총 8개가 원형의 진과 팔각형 형태로 겹쳐진 채 설치되어 있었고 가가멜이 마지막 수정을 배치하자 차례차례로 하얗고 밝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조금 저렴한 크리스탈이라 천도(薦度)의 진을 설치하는 게 약간 불안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이제 남은 건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군.”


천도의 진을 설치한 가가멜은 혹시나 좀비들을 지배하는 녀석이 올까봐 노심초사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녀석이 도착하기 전에 나머지 좀비들이 돌아온다.


“하늘의 자비에 닿지 않는 자는 없나니,

안식할 수 없는 자 한 사람도 없도다...”


가가멜이 천도의 진을 발동시킬 준비를 하자, 천도의 진 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좀비들의 움직임이 하나, 둘 멈추기 시작한다.


“구천을 떠돌며 고통에 속박된 자는

저주로부터 구원받으리니

죄로 물든 영혼이여

짊어진 모든 무게를 내려놓고

하늘의 손길에 인도되리라...”


누군가에게 억울하게 살해당하고 죽은 후에도 저주로 속박당해 있는 언데드들을 성불시키기 위해 가가멜이 천도의식을 실행하자, 움직임을 멈춘 주변의 좀비들과 그 좀비들의 자녀들로 보이는 아이들의 시체더미에서 천도의 진에 배치한 크리스탈과 같은 하얗고 밝은 빛이 흘러나온다.


“헤즌즈 가이든스(천령의 인도)...”


가가멜이 천도의식을 끝마치자, 주변의 좀비들과 오두막 내부에 있는 아이들의 시체더미가 하얀 재로 변하며 마치 그들의 영혼처럼 보이는 새하얀 빛들이 하늘을 향해 빠져나간다.


좀비들이 나무를 베고 있던 벌목장 주변은 짙은 안개로 둘러싸여 있어서 어두웠지만, 가가멜이 천도의식을 실행한 장소만큼은 마치 태풍의 눈처럼 하늘이 맑게 개어있어서 좀비 상태에서 해방되고 자유를 얻은 영혼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을 항해 뻗어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고마워요...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


해당된 영혼들에게서 마치 속삭이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녕...아저씨...’


언뜻 아이들로 보이는 목소리도 가가멜의 귓가에 울려 퍼진다.


“그저 게임같이 농담 같은 세계인 줄 알았는데...”


가가멜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언데드인 리치였다면 결코 흐를 리가 없는 눈물. 후에 변신을 해제하고 리치인 상태로 되돌아간다면 이 감정을 계속 간직할 수 있을까?


전생의 계약을 맺었을 때 인간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어도 일단은 언데드인 상태니까, 지금보다 느끼는 감정이 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잊지는 않는다.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해.


“이런 장소가 이곳 말고 더 존재할지도 몰라.”


무언가 규모가 매우 큰 작업을 위해 목재를 대량으로 사용한다면 30명 정도의 노동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런 장소는 이곳 말고도 몇 개나 더 존재한다는 뜻이 된다.


“루미나리아의 빛이여, 죽은 자들과 마주할 수 있는 기백을...디텍트 언데드(불사자 탐지)”


가가멜이 1페이즈 성법술인 디텍트 언데드를 사용하자 탐지 범위의 제일 가장자리에서 희미한 언데드의 기운이 감지된다. 그는 감지능력을 더 높이기 위해 남아있는 마력을 최대한으로 사용한다.


마력이 부족해진다면 이동하는 도중에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자, 적어도 이런 장소가 계속 존재한다면 불쾌감과 역겨운 감정이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일단 이 상태로 계속 걷는 건 힘드니까, 지팡이라도 꺼내서 가져가자.”


원래 세계에서 주변에 있는 작은 산을 오를 때도 맨손으로 올라가는 건 힘에 겨워서 금방 지쳐버린 기억이 난다. 그 후에는 등산용 스틱 같은 물건을 지팡이 대용으로 사용했는데, 그것을 사용하고 나니 체중이 분산되어서 비교적 제법 먼 거리를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나미루가 건네준 이 이상한 지팡이가 제격이겠군.”


차원의 가방에서 나미루가 자신에게 준 지팡이를 꺼낸 가가멜은 그것을 손에 잡고 이리저리 휘둘러본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이 지팡이는 생각보다 의외로 가볍단 말이야. 그런데 잠깐, 지팡이 가운데 무언가 글씨 같은 게 새겨져 있잖아...”


지팡이의 가운데 부분에 작게 새겨져 있는 문자를 확인한 가가멜은 그것을 천천히 읽어본다. 그 문자는 자나두의 반지에 새겨진 다른 차원의 문자와는 달리 그리노아에서 사용되는 문자여서 다행히 가가멜도 읽을 수 있었다.


“너는 잡고만 있어. 휘두르는 건 내가 할게?”


가가멜은 지팡이에 새겨진 문자를 읽고 도저히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너는 잡고만 있고, 내가 휘두르겠다니, 대체 이게 무슨 의미일까?


작가의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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