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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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시스
작품등록일 :
2018.07.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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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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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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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능력 포식자 - 6

DUMMY

*****


일환과 하르 일행은 트롤들과의 싸움 이후 별 다른 말없이 2시간여를 걷기만 했다. 일환의 능력을 본 오크 일행들은 일환과의 거리를 두고서 걸어 마치 일환만 따로 걷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일환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회전 시키는 것은 파괴력은 확실히 큰데 만들어 내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단 말이지. 다른 방법이 없을까?’


일환은 걷는 내내 트롤과의 싸움을 분석했다. 마지막에 오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죽었을 것이다. 숫자가 많아서 졌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했다. 죽거나 죽이거나 둘 중에 하나인 싸움에서 그런 변명은 필요 없었다. 어차피 트롤들도 필사적이었으니.


일단은 체력 분배를 잘 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마지막에 체력이 빠져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었지 않은가? 하지만 마땅히 그것을 보완할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들 대기!”


앞장서던 하르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의 말에 걷던 일환과 오크 일행들은 멈췄고 주변을 둘러봤다. 일환은 혹시나 다른 무언가가 나타났는가 싶어 잔뜩 긴장을 하였지만 보이는 것은 부서진 건물들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들 앞에는 원래 몇 층 건물이었는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위쪽이 부서진 건물 하나가 있었다. 하르는 그곳을 보고 있었다.


“저 지하가 우리 목적지다. 분명 경계병이 있을테니 내가 먼저 갔다 오지.”


하르는 부서진 건물의 지하로 내려가는 작은 입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일환은 이런 곳에 오크 부족들이 모여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르는 그런 일환의 반응을 보고는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원래라면 지상에 건물을 지어 생활했었지. 그런데 갑자기 인간들이 다른 부족들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이리로 피신해 온거다. 임시 거주지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그런데 넌 여길 어떻게 단번에 알았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오크와 미리 입을 맞춘 표식이 있었으니까. 그것 까지는 말해주지 못하겠지만.”


“뭐, 내가 그런 것 까지 알 필요는 없겠지.”


일환은 그런 표식 따위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빨리 하르에게 받은 의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하르는 천천히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입구 쪽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 하나가 하르 바로 앞 땅에 꽂혔다. 놀란 하르는 등에 메고 있던 자신의 도끼를 손에 들며 주위를 살폈다.


하르에게서 오른쪽 부서진 건물 잔해 위에 활을 든 오크 한 마리가 서 있었다. 그는 재차 화살을 활에 건 뒤 하르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


“방금 그건 경고다. 인간과 동행하는 너희들은 누구냐!”


“난 하르라고 한다. 파시 부족장님의 도움 요청에 이 곳에 온거고. 저 인간은······. 용병이다.”


“분명 부족장님이 다른 부족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어!”


“우리 힘만으로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안 들어서 급하게 데려왔다. 나쁜 인간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르의 말에는 활을 든 오크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일환은 괜히 뒷머리만 손으로 긁었다.


“인간들 때문에 이 고생인데 인간을 데리고 오다니! 정신이 있는건가!”


“뭐, 우리도 여러 사정이 있었지. 파시 부족장님에게 내가 설명 해줄테니 들어가게 해주면 안 되겠나?”


“확실히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자를 어떻게······.”


“그만!”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올라오며 소리쳤다. 왼쪽 어깨에 가죽으로 된 보호 장구를 걸친 오크였다. 그는 하르를 발견하고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하르 부족장. 오랜만이군. 요새 이런 저런 일들이 많다보니 부족원들의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서 그렇다네. 이해 좀 해주게.”


“파시 부족장님. 반갑습니다.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하르는 지하에서 올라와 자신에게 친근하게 말을 거는 오크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오늘 목적지의 부족장인 파시였다. 평소에도 온화한 성품으로 주변 부족에게도 잘 알려져 있던 그는 그간 고생이 많았는지 얼굴이 퀭했다.


“내가 고생할 게 뭐가 있나? 부족원들이 고생했지. 그보다 여기서 얘기할 것이 아니라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세.”


파시는 하르와 그가 데려온 부족원 그리고 일환을 한번 훑어본 뒤 그들과 함께 지하로 내려갔다. 일환에 대한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지하로 내려가려는 파시를 활을 든 오크가 말리려 했지만 파시는 그에게 충고하듯 말하며 지하로 내려갔다.


“멀리서 도와주려고 온 분들을 의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저자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파시의 말에 활을 든 오크는 고개를 숙였고 일환은 그 장면들을 두 눈을 빛내며 보고 있었다. 하르 보다 강해 보이지 않는 파시였지만 통솔력은 그보다 훨씬 뛰어나 보였던 것이다.


파시를 따라 내려온 지하는 군데군데 피워둔 불이 아니었다면 한치 앞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웠을 것 같았다. 기존에 주차장으로 사용되었던 것인지 지하 안쪽에는 자동차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임시 거처로 삼은 곳 치고는 너무 허름했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네. 난 이곳 부족을 맡고 있는 파시라고 한다네. 다들 여기까지 오는데 별다른 일은 없었나?”


“트롤들 습격이 있었지만 무사히 잘 막아낸 것 말고는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호오? 트롤들?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니 다행이구만.”


“다 저 일환이라는 인간의 도움 때문이었습니다.”


하르는 손으로 일환을 가리켰다. 파시는 하르의 말에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일환을 바라보았다.


“저 인간이?”


“저희에게 많은 힘이 되어 줄 인간입니다. 확실한 건 저보다 강하니까요.”


“비쩍 마른 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겪어 보시면 알게 되실 것 같습니다. 저도 말로 설명해드리기 좀 모호해서요.”


일환은 그들의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하르의 말대로 자신의 능력이 모호할지도 모른다. 피를 자유롭게 조종하고 그 피를 흡수한다? 이것을 직접 보지 않는 이상 누군들 쉽게 받아 들이겠는가?


“그보다 이리로 좀 와보게. 자네들한테 보여줄 게 있어.”


일환을 한참동안 쳐다보던 파시는 그들을 데리고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 다가갈수록 그들은 역한 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지하라는 공간이라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더욱 냄새가 짙었다.


“윽!”


“조금만 참게. 곧 적응 될테니.”


파시는 하르의 부족원 중 하나가 피 냄새를 못 이겨 신음 소리를 내자 침착하게 말하며 옆에 있던 나무에 불을 붙여 앞으로 걸어갔다. 지금까지는 어두워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었지만 주변이 밝아지자 냄새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모두들 입을 벌린 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족히 이십여 마리는 넘어 보이는 오크들의 시체가 바닥에 누워 있었다. 머리며 다리, 팔 등이 으깨져 있었고 걔 중에는 신체 중 한 부분이 날카롭게 잘려 나간 오크들도 있었다.


“벌써 쳐들어 온 겁니까?”


하르의 물음에 파시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어제였지. 식량과 물이 부족해 젊은 부족원들을 데리고 근처로 나갔을 때였어. 그 사이 그 놈들이 들이닥친 모양이더군. 여기에 남아 있던 건 어리거나 늙은 오크들 뿐이었지. 그런데 그 놈들은 이렇게 처참하게 죽였지. 거기다가······.”


파시는 한 장의 종이를 하르에게 건넸다. 하르는 얼떨결에 파시에게 종이를 건네받고 거기에 적힌 글의 내용을 보았다. 적힌 글을 읽는 하르의 눈이 부릅떠지며 종이를 든 손이 가볍게 떨렸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


“그 놈들이 남기고 간거지. 어린 애들을 인질로 데리고 갔다는. 내일, 아니 오늘 다시 올 때까지 도망가지 마라는 게 그들의 조건이었고.”


“이들이 원하는 게 정확히 뭔지 알고 계십니까?”


파시와 하르의 대화를 듣던 일환은 바닥에 누워있는 오크들의 시체에 천천히 다가가 살폈다. 그런 일환의 모습을 잠시 쳐다보던 파시는 계속 말을 이었다.


“글세. 그건 나도 모르겠군. 이들은 마치 우리를 죽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 보였으니까. 자네에게 부탁을 하는 것도 많이 망설였다네.”


“아닙니다. 다 돕고 살아야지요. 저희야 산에 은신처가 있으니 다른 부족들보다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저희에게 오지 마라는 법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네.”


그 사이 일환은 대충 오크 시체들을 전부 둘러봤다. 그들의 상처는 무언가로 두들겨 맞은 듯 한 상처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예리하게 잘린 것들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환은 자신의 능력으로 저런 상처를 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 능력으로는 자르는 것은 할 수 있어도 저렇게 두들겨 패지는 못해. 물론 완급 조절을 한다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뭔가 알아냈나?”


골똘히 생각하는 일환에게 파시가 다가오며 물었다. 일환은 파시에게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나와는 틀려.”


“뭐가 틀리다는 건가?”


“상처의 형태 같은 그런 것들.”


하르는 파시에게 존대를 하였지만 일환은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인간과 오크라는 종족의 차이도 있었으니. 그런 일환의 말에도 파시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네가 공격하면 어떤 식으로 상처가 생기나?”


“온 몸에 구멍이 나겠지. 총 맞은 것처럼. 혹시 이렇게 만든 놈이 어떤 식으로 공격하는지는 아나?”


“나도 직접 본건 아니지만 정찰병 말로는 커다란 도끼를 들고 있었다고 하더군. 그것 밖에 모른다네.”


‘도끼라. 잘린 상처는 설명이 되지만 저렇게 무언가에 두들겨 맞은 상처는 설명이 되지 않는데······.’


일환은 생각을 조금 바꿨다. 자신처럼 피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아닌 다른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조금은 납득이 갔다. 물론 어떤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옆에서 듣던 하르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데 파시 족장님.”


“말하게.”


“여기까지 도망쳐 왔는데 그들이 어떻게 알아낸 거죠?”


“나도 그게 의문이네. 어떻게 이리도 쉽게 찾았는지. 우리가 이곳으로 도망칠 때도 따로 추격 받는 느낌은 없었는데 말이지.”


“아까 그 종이 나한테도 보여줘.”


일환은 하르가 들고 있는 종이를 건네 받기를 원했다. 하르는 파시에게 시선을 돌려 그에게 동의 구했고 파시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했다. 하르에게 건네 받은 종이에 써진 글을 일환은 천천히 읽었다.


「오크들은 보거라. 때를 잘못 맞춰 와서 전부다 있을 때 공격을 못해 아쉽구나. 대신에 내일 다시 올 테니 어디 가지 말고 여기에 있길 바란다. 혹시 도망갈 수도 있어 아직 죽이지 않은 어린 오크 놈들을 인질로 데려가니 도망칠 생각은 말아라. 만약 내일 너희들이 여기에 없다면 데리고 가는 오크 놈들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


일환의 표정이 굳었다. 요구 조건은 단 하나였다. 오늘 다른데 가지 말고 여기에 있을 것. 그 외에는 확실히 무언가를 바라는 것 같지는 않았다.


“도망가시죠.”


작가의말

많이 덥습니다

벌써부터 땀은 나지만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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