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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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시스
작품등록일 :
2018.07.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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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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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능력 포식자 - 16

DUMMY

*****


3일이라는 시간은 매우 빨리 흘러갔다. 비라도 쏟아지려는 듯 해가 뜰 시간임에도 주변은 아직 어두웠다.


"시계가 없어서 시간을 안 정했더니 이런 불상사가 생길 줄이야."


일환은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올려다 보고는 낡은 우산 하나를 꺼내왔다. 비가 언제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미리 준비해둔 것이었다.


"붙임성 좋은 그 놈이 어떤 걸 들고 오려나?"


허벅지 상처가 아물기에는 짧은 기간이었기에 일환은 아직도 다리를 절고 있었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일환은 아픈 다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자 내려 가볼까?"


3일간 일환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요근래 이렇게 무엇인가에 열심인적도 없었다. 그가 3일간 한 일은 단 두 가지. 집 주변 정리와 갑자기 사용할 수 있게 된 순간 이동 능력의 단련이었다.


말이 단련이지 그가 한 것은 이 능력에 대한 장단점 분석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았다. 좋은 줄만 알았던 일환의 새로운 능력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두 가지나 있었다.


하나는 순간 이동 가능 거리였다. 눈에 보이는 장소에 한해서 이동이 가능했고 아무리 멀리 보인다고 한들 최대 거리는 500m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두 번째 단점은 순간 이동을 사용한 뒤 급격하게 떨어지는 체력이 문제였다. 이동한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정도는 심했는데 최대 거리를 이동한 뒤 일환은 땅에 누워 제대로 일어설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원래 체력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피로감이 상상 이상이었다.


산을 내려가는 일은 다리에 많은 힘을 요구한다. 다리를 다친 일환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일. 하지만 그는 걸어 내려가지 않았다.


"확실히 좋은 능력이야. 좀 피곤해지는 것만 빼면."


일환의 몸이 사라졌다가 한참 밑에서 나타났다. 그것을 반복할 때였다.


- 쾅!


산 위에서 어마어마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움찔한 일환은 고개를 돌려 산 위를 올려다봤다. 하지만 보이는 건 나무들 뿐이었다.


'이상한데? 이 정도로 큰 소리가 들릴만한 것이 없는데?'


정상 부근에 자신이 사는 집이 있고 그 위에는 바위들 뿐이었다. 2년간 이곳에 살았지만 이런 큰 소리가 들린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누군가 있다!'


일반적인 동물들이 이런 소리를 낼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몬스터나 인간일 것이다. 요즘 같은 때에 이 산 정상까지 올라올 인간은 없을 것이다.


'설마 집에서 들린 소리는 아니겠지?'


인간이 아니라면 몬스터 뿐. 충분히 가능했다. 집에는 켈베로스 고기와 멧돼지 고기가 있다. 그것들이 고기 냄새를 맡고 온 것이라면 곤란한 상황이었다.


'조짐이 안 좋네.'


일환은 산을 내려가는 것을 멈추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걸어서가 아닌 순간 이동 능력을 사용해서.


산을 내려오던 만큼의 횟수로 순간 이동을 하자 멀리서 자신의 집이 보였다. 짧은 시간에 순간 이동을 많이 사용해서인지 숨이 차올랐고 피로감이 몰려왔다.


"뭐야 저건?"


일환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집의 형태에 이상함을 느꼈다. 검은색 천으로 덮어둔 지붕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떤 놈들이냐!"


집이 공격 당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일환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순간 이동을 사용하는 것도 잊고 다친 다리로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다리의 통증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집 근처까지 온 일환의 눈에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람도 일환을 발견했다.


"여어~."


놀랍게도 일환의 집엔 무석이가 서 있었다. 자신의 몸보다 최소한 2배 이상 큰 바위를 든 채. 도저히 인간이 들 수 없을 것 같은 바위를 들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일환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이곳에 무석이가 있다는 것이 놀랄 뿐. 무석은 일환이 나타나자 반가운 듯 미소를 지으며 아는 체를 했다. 하지만 일환은 그가 전혀 반갑지 않았다.


"네놈이 어떻게?"


"도망가면 끝날 줄 알았냐?"


무석은 들고 있던 바위를 집 쪽으로 던지며 말했다. 집과 바위가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나마 형태는 유지하고 있던 일환의 집이 부서져 이제는 형태마저 잃었다. 일환은 자신의 눈앞에서 집이 산산 조각 나는 모습을 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아아 쏘리! 여기서 너 오기 기다리는게 너무 지루해서 말야. 리모델링 중인데 마음에 들어?"


"리모델링? 개 같은 소리!"


"개 같은 소리라고? 멍멍! 크크큭!"


분명 무석은 일환의 반응을 보며 즐기고 있었다. 마치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재미난 장난이라는 듯이.


"아~. 저 사람이야? 생각보다 젊은 사람이네?"


일환은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얼굴의 반을 덮을만한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여자 한명과 무기를 든 채 서 있는 남자들이 있었다.


"젊기는 뭐가 젊어? 나보다 많아 보이는구만."


"야야. 솔직히 그건 아니다."


"우씨."


일환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달려 들기에는 자신의 몸 상태도 좋지 못했고 저쪽 인원들도 제법 많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자, 너에게 선택권을 주겠어."


"선택권?"


"그래. 잘 듣고 골라봐라."


무석은 자신이 방금 전 집어 던진 바위 위로 올라가 앉은 뒤 일환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첫번째는 순순히 우리를 따라 갈 것."


"말도 안되는 소리하고 있네."


"그 놈 성격 급하네. 아직 하나 더 있으니까 마저 들으라고. 두번째는 나에게 죽도록 맞은 뒤 끌려갈 것. 살려 오라고 하지 않았다면 죽이는 게 더 편하지만 말야. 어떻게 할래?"


'뭐 이런 선택지가 다 있어?'


"개인적으론 두번째를 골라줬으면 해. 이곳까지 오는데 꽤나 힘들었거든. 경숙이 고생시킨 값도 치뤄야 하니까."


"네 취미 생활에 나를 갖다 붙이지는 말지?"


선글라스 여자가 무석의 말에 반문했다. 그러자 무석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었다.


"경숙아, 너무 그러지 마라. 가슴 아프잖냐?"


"개뿔!"


"저 놈 찾는다고 네가 쉬지도 못하고 왔잖아. 그 대가는 치뤄야지?"


일환은 무석과 경숙이라 불린 여자가 친근한 사이일 것이라 예상했다. 무석의 힘은 자신의 몸으로 겪어 봤으니 잘못 걸리면 한 방에 제압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상이 저 여자라면?


'저 여자가 날 찾는데 도움을 준 거 같은데 정확히 어떤 능력인지 모르니 섣불리 움직이기도 그렇고 어쩐다?'


일환은 생각을 하면서 손톱으로 손바닥을 세게 긁었다. 쓰린 통증이 몰려왔다. 눈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손가락에서 미끈거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빨리 선택해. 비 오겠다."


무석은 분명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언제까지 네 놈이 웃을 수 있나 보자.'


일환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경숙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자신의 옆에서 나타난 일환을 보고 경숙은 몸을 크게 움찔했다.


일환은 경숙의 옆으로 순간 이동을 한 뒤 한쪽 팔로 그녀의 목을 감았다. 그리곤 다른 손을 들어 경숙의 얼굴 근처까지 들었다. 방금 전 손톱으로 상처를 낸 손이었다.


"뭐야!"


무석은 일환이 경숙의 옆에서 나타나자 다급히 앉아있던 바위 위에서 일어났다. 이건 자신이 예상한 일이 아니었다. 경숙의 얼굴 근처로 들어 올려진 일환의 손바닥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 피는 조금씩 모이더니 날카로운 비수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이건 세번째 선택지다. 여자를 살리고 싶으면 당장 꺼져!"


"하~. 골치 아픈 놈이네.'


무석은 바위에서 내려와 일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너 말야. 건들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있다는 거 알아?"


"무슨 말이지?"


"보호해줘야 할 대상을 건드는 건 좋지 않다는 말이지."


일환을 보는 무석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까지처럼 장난과 농담을 하는 것과는 틀리게 그의 몸에선 무서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근육 돼지야. 누가 누굴 보호해 준다고 하냐?"


"그야 내가 너를 보호 해준다는거지. 당연한 걸 왜 물어?"


"하~. 저 돼지 새끼."


경숙은 일환에게 제압당한 채였지만 그다지 겁을 먹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점은 일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 다가오면 여자는 죽는다."


비수처럼 만들어낸 피를 경숙의 얼굴 가까이로 들이댄 일환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무석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경고에도 무석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안 멈추면 진짜 찌른다?"


"찔러봐. 그 전에 네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테니까."


일환과 무석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일환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머뭇거리기는 해야할 것 아닌가?


'작은 상처 정도는 괜찮겠지?'


여자의 얼굴에 상처를 내는 게 그리 달갑진 않았으나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무석을 보니 어느 정도의 경고는 해야 할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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