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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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시스
작품등록일 :
2018.07.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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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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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포식자 - 48

DUMMY

"그런 멍청해 보이는 눈으로 날 보지 마. 네 능력의 힘을 어디까지 깨우쳤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좋은 걸 가르쳐 주지."


노인은 내게 대체 뭘 원하는 걸까? 왜 내게 가르쳐 준다는 표현을 하는 걸까? 노인이 무엇을 원하든 현재의 나는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을 뿐더러 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고작 인간 한 놈에게 겁을 먹어서 공격을 멈추다니. 쓸모 없는 것들!"


노인은 고개를 돌려 몬스터를 보며 호통을 쳤다. 그의 말에 몬스터들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으나 거기까지 였다.


"한심한 것들. 좋다. 네 놈들이 계속 겁낸다면 나도 방법이 있지."


노인은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 그의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은 불안한 눈으로 그의 동작을 바라볼 뿐이었다. 조용하던 주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크아악!"


노인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던 오우거 한 마리가 큰 비명소리를 내며 자리에 주저 앉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왼쪽 가슴을 움켜 쥐며 잔뜩 인상을 구기는 것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 외견상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이상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컥!"


오우거는 숨 쉬기가 어려운지 거칠게 숨을 내쉬다 검붉은 무언가를 입 밖으로 뱉어 냈다. 아니, 뱉어 냈다기 보다는 쏟아져 나왔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듯 했다. 멀리서 봐도 저건 피가 분명했다.


오우거의 입에서 나온 피는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낯익은 장면이었다. 피가 중력에 상관없이 움직이는 그 장면으로 나의 능력이 저 노인의 능력과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공중에 떠 오른 피는 공 모양으로 뭉치며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입에서 피를 쏟아낸 오우거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덩치가 큰 만큼 나온 피의 양도 상당했다.


'저게 우리한테 날아오면······.'


끔찍한 상상이었다. 매번 피를 이용해서 공격만 해봤지 같은 방식으로 내가 공격 당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작은 방울로 나뉘어져 나를 향해 날아온다면 막을 방법은 없었다.


"어라?"


회전하고 있는 핏덩어리가 우리를 향해 날아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회전하면서 흩날리는 핏방울들이 노인의 근처에 있던 몬스터들에게로 향한 것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노인의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일 것이다. 작은 핏방울들이 그들의 몸을 뚫고 들어가기 시작하자 곧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비명 소리와 함께 그곳에서 도망치려고 자신의 동료를 밟고 도망치는 모습도 보였다. 별다른 고통 없이 즉사 한 몬스터들이 오히려 다행으로 보일 정도였다.


곧 노인의 주변에는 멀쩡히 서있는 몬스터들은 없었다. 그저 태연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노인만 있을 뿐이었다. 짧은 시간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수십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몰살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노인은 별로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오른 손에 있던 물건을 왼손으로 옮긴 것처럼 태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경고는 여기까지. 어차피 네 놈들에겐 되돌아갈 길이 없다. 전진만 있을 뿐. 지금처럼 겁먹고 도망가는 놈이 있다면 친히 내가 그 놈을 요리해주지."


노인의 말에 몬스터들이 동요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로서는 이러나저러나 우리들에게 달려 들어야만 했다. 그나마 우리들에게 덤비는 것이 자신들이 살아남을 아주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것이니까.


쓰러진 몬스터들에게서 흘러 나온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그 것을 본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피라는 것이 달가운 것은 아니지만 전투에서는 쓸모가 많았고 다량의 피를 흡수함으로써 더 원활하게 능력들을 사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다만 거리가 꽤 된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


"온다!"


아무 말없이 몬스터들을 보던 하파엘이 소리쳤다. 그의 말처럼 동요하던 몬스터들이 결심을 한 것인지 다시 우리들에게 달려 들었다. 제 2라운드였다.


몬스터들은 조금 전처럼 막무가내로 달려들진 않았다. 나와 하파엘 그리고 라그가 없는 곳을 노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없는 곳은 그들이 공략하기 편했으니까. 우리가 몬스터들이 달려드는 곳으로 향하면 그들은 마치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이 되자 숫자가 줄어드는 쪽은 당연히 우리였다. 무의미하게 몬스터들을 쫓다보니 자연히 많은 체력도 소모되는 것은 당연했다.


엘프들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지친 몸과 짜증으로 인해 기분이 다운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입에서 욕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살기 위해 안 돌아가는 머리 굴리는 것은 귀엽군."


라그가 어느새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어린 아이들 장난이라고 생각 되는걸까? 라그가 날 보며 씨익 웃었다. 그 미소가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기분 탓일까?


"왜 웃어?"


"너도 저 마법사 놈처럼 해봐. 저 놈이랑 같은 능력이라며?"


"뭐?"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난데없이 이런 말이라니. 물론 못할 일은 아니었다. 다만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기에 좀 더 다가갈 필요성이 있었을 뿐.


"가까이 가야 하는건가? 그건 내가 도와주지."


날 시험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 전 노인의 피를 이용한 공격이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 것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몬스터들을 쫓아가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해지려고 하던 상황이니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겸사겸사 체력 회복도 좀 하고.


"네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거리까지 도달하면 말해."


라그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라그가 가는 곳 근처에 있던 몇몇 몬스터들은 그의 눈에서 나온 밝은 빛에 의해 머리가 박살이 났다.


'니미. 너 혼자 몬스터들 다 상대할 수 있겠구만.'


아직도 난 라그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 손이라도 갖다 댄다면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러고 싶지 않았다.


라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준 덕분에 난 별다른 힘도 들이지 않고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쓰러져 있는 곳 근처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 그만 가도 될 것 같아."


내가 말하자 라그는 더 이상 걷지 않았다. 바통이 내게 넘어 왔으니 이제는 내가 일할 차례.


양 손을 뻗어 앞으로 내밀었다. 잠깐 정신을 집중하자 내뻗은 양 손으로 바닥에 흥건하던 피가 빨려 들어왔다. 흡수된 피가 내 몸을 돌며 후끈한 느낌이 들었다. 자연히 지친 몸이 회복되는 것은 당연했다. 추가로 주체 못할 정도로 넘치는 힘까지 말이다.


흡수하고도 남은 피는 아직 많았다. 노인처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하게라도 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피들을 조종해 하늘로 띄웠다. 붉은 피가 넓은 막처럼 하늘로 떠오른 광경에 주변에 있던 엘프와 몬스터들의 눈이 부릅 떠졌다. 그들로써는 달갑지 않은 장면임에는 분명할 터.


'이제 이것들을 잘게 나눠서 공격만 하면 되는데.'


말은 쉽지만 상당한 양의 피를 원하는 크기로 나눠서 제각기 조종하는 것이 쉬울리 없었다. 하지만 되든 안 되든 할 수 밖에는 없었기에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넓게 펴진 피의 막이 일렁거리다니 큰 핏방울들로 나뉘기 시작했다. 큰 핏방울들은 또 제각기 나누어지며 점점 그 크기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두어 번 더 같은 식으로 조종을 하자 핏방울들 숫자가 어마해져서 더 이상 조종을 하기가 힘들었다.


'이 정도로만 나눠도 충분하겠지.'


남은 건 핏방울들을 이용해 몬스터들을 공격하는 것. 아직 저렇게 많은 핏방울들을 동시에 제어하기에는 무리라 나눠서 공격하기로 생각했다. 목표는 나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는 몬스터 무리들.


그들은 내가 무엇을 할지 감이 오지 않는 듯 그저 멍하니 만들어낸 핏방울들만 응시하고 있었다. 곧 그들의 머리 위로 내가 조종하는 핏방울들이 날아갔다.


"쿠엑!"


"크악!"


여기저기서 몬스터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간은 다소 걸리기는 했지만 노인과 비슷하게나마 능력을 사용한 것이었다.


"쓸만해. 피를 이용해서 이런 식으로 공격한다면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어."


라그가 내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로써는 내가 이렇게 피를 조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리가 없었다. 그는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 볼 뿐이었으니까.


"마음대로 생각해. 그보다 날 너희들의 무기 따위로 생각은 안 해줬으면 좋겠어."

내 말에 라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놈이었다.


"크하하하! 곧잘 따라하는 구나! 그럼 이것도 따라할 수 있는지 볼까?"


노인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노인과 잠깐 눈이 마주친 순간 나의 온 몸에 닭살이 돋아났다.


'빌어먹을 노인네가 또 뭘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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