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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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시스
작품등록일 :
2018.07.15 08:52
최근연재일 :
2019.03.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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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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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포식자 - 56

DUMMY

바위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준 뒤 목표물을 향해 집어 던졌다. 손을 떠난 바위는 약간의 오차가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 원했던 목표였던 바위와 부딪혔고 그 충격으로 인해 큰 소리가 났다. 부딪힌 바위 역시 땅 속에 그리 깊게 박힌 것이 아니었던지 쉽게 쓰러졌다.


"오호?"


바위가 쓰러지고 나자 세 개의 바위 가운데에서 희끗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볼 정도로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희끗한 그것은 분명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내 생각이 맞군.'


세 개의 바위에 무언가 장치를 해둬서 저 곳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한 듯 했다. 바위 중 한 개를 쓰러트린 지금 그 장치에 문제가 생겨 희끗하지만 보이게 된 것이었다.


"웬 놈이냐!"


바위끼리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역시 엘프였다. 활을 든 채로 나타난 그는 나를 발견하곤 그대로 자리에 얼어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간 우린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침묵을 깬 것은 그를 따라 나온 다른 엘프들의 소란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야?"


나타난 그들 역시 나를 발견하고는 동작을 멈추었다. 저들의 저런 반응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어떻게 네 놈이 여기에······."


그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들로서는 나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리가 없었다. 같이 한 시간은 적었지만 확실히 임팩트가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그들의 동료들을 죽인 장본인 아닌가?


"하파엘 어디 있나?"


"그건 네 놈이 알 필요 없다!"


"여기 있단 말이군. 좋은 말로 할 때 나오라 그래. 아니면 강제로라도 나오게 만들어주지."


지금 밖으로 나와 있는 엘프들은 어찌어찌 상대가 가능할 것 같았다. 다만 더 많은 수의 엘프가 나온다면 골치 아파 지겠지만. 어차피 저들은 나의 상태를 알지 못할터.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었다.


"그럴 필요 없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유일하게 얼굴을 기억하는 엘프가 보였다. 하파엘이었다.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날 찾았지? 네 몸에 흐르는 또 그 기운은 뭐고? 짧은 시간 안에 뭔가 일이 있었던 것 같군."


"뭐, 말하자면 길지만 굳이 말하고 싶진 않군."


"크게 궁금하진 않다. 다만 네 녀석이 이곳으로 왔다는게 거슬릴 뿐."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엘프들 숫자는 꽤나 늘어나 있었다. 하파엘 녀석이 이것을 노린건가?


"피를 다루는 능력을 잃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전처럼 우리가 당할리도 없겠지. 공격 준비!"


대화 도중에 다짜고짜 공격 준비라니? 하파엘의 외침에 엘프들은 자신의 활에 화살을 채워 나를 향해 겨눴다. 피하는 것이야 순간이동을 하면 되니 문제될 것은 없지만 라그가 시킨 일을 수행하려면 꽤나 신경 써야만 했다.


"그건 네 생각 아닐까? 몰살 당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여차하면 순간 이동을 할 생각이었지만 그들의 기세에 기가 죽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강하게 나가자 하파엘은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호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건가?"


"글세? 그건 차차 확인하면 될 것 아냐? 주인을 깨문 똥강아지 같은 놈아!"


"뭐, 뭐라고?"


하파엘의 하얀 얼굴이 붉어졌다. 효과 만점인 도발이라고 할 수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잖아? 새 주인인 그 노인은 잘해줘?"


"감히 인간 주제에 건방지구나!"


하파엘은 크게 소리를 치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의 신호만 기다리고 있던 엘프들은 화살을 채운 활을 일제히 들어 나를 겨눴다. 그들과 거리는 멀지 않았다. 화살을 날리는 순간 잘 도망가야만 했다.


엘프들은 나를 겨냥한 화살을 일제히 쏘아 보냈다. 그 순간 나는 하파엘의 뒤로 순간 이동을 했다. 쏘아 보낸 화살들은 허무하게 내가 있던 곳을 지나갔고 난 손톱을 길게 만들어 하파엘의 목에 가져다 댔다. 생각보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오히려 불안할 정도로.


"잡았다. 요놈."


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하파엘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하파엘의 뒤에 있기에 그의 표정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아직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하파엘의 목소리는 예상 밖으로 침착했다.


"너 하나 잡을 정도로는 충분하지."


"과연 그럴까?"


하파엘은 자신의 목에 날카로운 손톱이 닿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향해 머뭇거림 없이 몸을 돌렸다.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것은 오히려 나였다.


"내가 모르는 것이 너에게 적용된 듯 하군. 능력을 회수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무슨 말이야?"


하파엘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히죽거렸다. 내가 손에 힘만 준다면 손톱이 그의 연약한 목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음에도 무서울 정도로 태연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뭔가 꺼림칙했다.


"둘 중에 하나는 이곳으로 올 줄 알았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답은 무엇이겠는가?"


하파엘의 얼굴이 묘하게 움직였다. 얼굴에 있는 근육이란 근육들이 모두 움직이듯이 기괴하게 얼굴이 움직였다. 그의 얼굴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순간 난 머뭇거림 없이 그에게서 떨어졌다. 내가 그에게서 떨어진 순간 그의 몸에서 밝은 빛이 번쩍였다.


"용케도 피했군. 그냥 죽이기에는 뭔가 아쉽단 말이지. 크크."


밝은 빛이 사라지자 하파엘이 있던 곳에는 노인이 날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서 있던 곳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이 가득했다. 밝은 빛이 대충 무엇이었는지 짐작 가능했다. 피하지 않았다면? 생각하기도 싫었다.


"날 기다린 건가?"


"딱히 기다렸다고 볼 순 없지. 그저 이들을 데리고 같이 있었을 뿐. 하지만 언젠가 우리에게 올 줄은 알았지."


"크······. 함정이었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파엘이면 몰라도 노인과 마주친다는 것은 계획에 없었다. 그와 싸워서 이길리 없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능력을 빼앗기지 않았더라면 해볼만한 싸움이었을까?


아니, 그것도 아니었다. 노인과 나는 힘의 차이가 어마어마 했으니까. 도망가야 했다. 라그의 계획 따윈 지금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죽는다면 계획은 어차피 물거품이 될테니.


"잔머리 굴리지 마. 도마뱀 새끼는 어디에 있나? 주변에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너 혼자 온 것 같은데?"


"알면서 뭘 물어?"


난 노인의 말에 대답 하면서도 연신 어떻게 하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순간 이동이라는 좋은 능력이 있지만 섣불리 사용할 수는 없었다.


"전에는 그런 식으로 도망갈 수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었지. 많은 공부가 됐어.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


난 뜨끔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게 있어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뿐이었으니까.


"어떻게든 도망가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쉽게는 안될거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단숨에 널 죽이는 것이겠지."


노인이 히죽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발 아래 땅이 들썩였다. 마치 땅 속에 무언가 있는듯이. 난 경계하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노인이 무언가를 하려 하지만 무엇을 하려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럴 땐 무조건 경계하는 수밖에.


들썩이던 땅이 이윽고 갈라졌다. 그리고 갈라진 틈 사이로 붉은 색을 띄는 액체가 흘러 나왔다.


'피?'


검붉은 액체. 마땅히 피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올려진 노인의 손을 향해 붉은 액체가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망했다.'


저게 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노인은 내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땅에서 나온 붉은 액체를 그냥 만들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망가야 했다. 하지만 어디로? 황급히 주변을 둘러 보았다. 노인의 뒤 편에 멀리 떨어진 산이 보였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피를 잔뜩 흡수한 상태였다면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태가 아니지 않는가?


"흐흐. 잔머리 굴리지 말거라. 네 놈이 가지고 있던 예전 능력으로 죽는 것도 나쁘진 않지 않은가?"


'아니, 나빠!'


죽는 것에 나쁘고 나쁘지 않은 일이 어디 있는가? 죽는다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인데 말이다.


노인의 속으로 떠오른 붉은 액체가 아주 작은 크기로 서서히 나뉘어졌다. 노인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자주 사용했던 것이니까. 마음이 급해졌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고 손바닥에는 땀이 배여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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