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 총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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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타워
작품등록일 :
2018.07.15 19:51
최근연재일 :
2023.07.2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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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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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66회 - 언젠가 할 일

DUMMY

저 앞에서 연방보안관이 하수인들과 함께 다급히 바깥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두 남자는 은근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군중들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 와중에 하딘은 카드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본부로 돌아가서 레오포드를 꺼내와. 바로 현장으로 데려오고.]




그게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였다. 하딘이 인상을 쓰면서 히콕에게 말을 걸었다.




“방금 레오포드를 꺼내오라는 소리를 하던데. 이게 뭐지?”




히콕은 바로 짐작이 가는 눈치다.




“조 레오포드. 어디로 갔나했더니 연방보안관이 데리고 있었나. 아까 들었던 ‘수집’이 뭔지도 알거 같아.”




“무슨 뜻인데?”




“레오포드는 수집 당한 거야. ‘데려와’가 아니라 ‘꺼내와’라고 했잖아. 대체 무슨 수로 그 사람을 붙잡았는지는 나도 모르겠군. 보안관이 그럴만한 능력을 가진 놈은 아닌데.”




“그런데 조 레오포드는 분명 핑커튼 최고의 추격꾼이라고 했었지?”




“으흠.”




이제부터 자신들이 어떤 위기를 겪게 될지 하딘은 바로 깨달았다. 인상을 한순간 강하게 찌푸리고 그가 말했다.




“여기서 갈라지지. 나는 부하들을 만나러가겠어. 자네는 저 일행들을 계속 주시하고.”




“보기만 하면 되나?”




그 말에 대답하면서 히콕이 한쪽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신 있으면 이번에는 붙잡아보던지. 저녁에 사무소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딘은 모자를 붙잡아서 인사를 하고 힘껏 뛰었다.








한편 상인길드 2층에서는 단테와 샤카자이아가 용무를 마치고 있었다.




“생각보다 모피 값을 잘 쳐줬군.”




가방에 동전과 지폐를 집어넣는 단테를 보면서 샤카자이아가 말을 걸었다. 그가 대답했다.




“요즘은 다들 총으로만 사냥을 하니까 품질 좋은 가죽이 드물어졌거든요. 활과 원시적인 올무만으로 손상 없이 얻은 가죽이라 상처도 거의 없고. 전질도 깔끔하고. 무두질도 훌륭하고.”




전질이란 가죽 밑에 남아있는 지방을 제거하는 작업을 말한다. 일생을 자연에서 얻어가는 원주민들의 작품이니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희들은 우리보다 기술이 좋잖아?”




“우리는 명반이나 크롬으로 대량 생산을 하죠. 하지만 여러분들은 타닌 무두질을 쓰잖아요.”




19세기에 크롬 광석을 이용하여 대량으로 간편하게 무두질하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가죽에 중금속 성분이 남아서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있었다. 타닌 무두질은 나무의 뿌리나 껍질, 열매에서 추출한 물질을 쓰는 기술로 친환경적이며 가죽의 질도 최고급으로 나온다. 단점은 손이 많이 간다는 점이다. 기술이 발전된 지금 시대에도 명품을 다루는 가죽장인들은 모두 타닌으로 무두질된 가죽만을 사용한다.




단테가 말을 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사라지지 않는 가치도 있는 법이죠.”




샤카자이아가 살짝 코웃음을 쳤다.




“그 말을 들으니 기운이 나는군.”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바깥세상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둘은 계속 걸었다. 단테가 앞장서서 말했다.




“일단 숙소로 돌아갑시다.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잡아먹혔어요.”




“맞아.”




샤카자이아도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향한 힐끔거리는 시선이 계속 거슬리던 참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덮은 후드를 고쳐 잡고 그의 뒤를 따랐다. 둘은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갔다.




히콕은 티 나지 않게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주변에 연방보안관의 부하는 없군. 묘한 곳에서 운이 좋은 놈들이야.’




하기야 갱단 하나가 한 순간에 괴멸해버린 대사건이니 여기에 부하를 놓고 올 여유도 없겠지. 그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샤카자이아와 단테는 자신들의 대화로 돌아왔다. 단테가 먼저 운을 떼었다.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고향사람들은 문명을 천박하다고 여긴다. 주어진 것에 만족 못하고 자연을 무한히 파괴하는 족속들이라고. 나도 그랬지. 그렇지만 직접 보니 단순하지가 않아.”




단테는 고개만 끄덕여줬다.




“본질적으로 내 부족 또한 자연을 파괴하고 다른 생명을 죽이면서 살아가는 족속이다. 문명에 사는 자들과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만일 서로 조건이 바뀌었어도 우리가 여전히 자연을 지키면서 점잖게 살았을까? 정말?”




“그건... 아무도 모르죠.”




심각한 얼굴로 잠깐 뜸을 들이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내 부족의 신념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야. 자연은 우리의 형제다. 물과 하늘은 사람이 소유할 수 없는 거룩한 것들이지. 하지만 문명 속에 있으면 사냥을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 물을 길러오지 않아도 따듯한 물로 목욕을 할 수 있어. 우리들의 ‘티피’ 천막보다 여관의 침대가 훨씬 아늑해. 문명은... 우월해. 이제는 인정할 수 있어. 이런 곳에서 태어난 사람은 우리와는 달리 전사 외에 다른 운명을 고를 수 있으니까.”




입구 근처에 멈춰서 단테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샤카자이아는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리멸렬한 소리지. 돌이 철을 이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야. 다만 마음이 혼란스러워. 내 존재가 너무 보잘 것 없게 느껴져서.”




“제 눈에는 누구보다 믿음직한 동료만 보이는데요.”




진부한 말로 들릴 수도 있었지만 단테의 진심어린 목소리에 샤카자이아는 살짝 숨이 멎었다. 그가 말했다.




“결국에는 다들 깨달을 겁니다. 사람이 없어도 자연은 살아남지만 자연 없이 사람은 살 수 없다는 걸. 아까도 말했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도 있는 겁니다.”




“그래.”




그녀가 기운을 차리고 움직이자 단테도 다시 움직였다. 히콕은 그 뒤를 따라 조용히 미행했다. 방금 전의 대화를 엿듣고 그의 표정은 복잡해져있었다.
















빈센트 피에르 중위는 루나에게 커피를 내밀면서 말을 걸었다.




“이걸 마시기보다는 한숨 주무시고 오시는 게 어떻습니까?”




김이 오르는 잔을 받으면서 그녀가 힘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괜찮아요. 철야해본 경험이 하루 이틀도 아니니까.”




두 사람은 주둔지의 텐트 안에 있었다. 루나는 안색이 창백하고 눈은 토끼처럼 붉었으나 자기 말대로 피로를 견디는 일은 익숙한지 몸짓과 표정은 태연하였다. 피에르는 피 묻은 앞치마를 벗고 말했다.




“다행히 국경의 통행제한이 풀려서 조만간 물자보급이 온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무전이 왔나요?”




“아뇨, 조랑말 속달우편 기수가 죽어라 달려왔습니다. 원래는 전화선이 땅에 매설되어 있었는데 그렉커 무리가 이동하면서 손상시켰는지 불통이더군요.”




“혹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끊었거나. 철도가 부서진 것처럼.”




마냥 순진하고 착한 여자인 줄만 알았는데 방금 그 말을 듣고 피에르는 티 안 나게 속으로 감탄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텐트 바깥에는 아직도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들로 가득하지만 둘은 너무 지쳐서 잠시 그들로부터 신경을 돌리고 쉴 수밖에 없었다. 이러고 가만히 있으니 루나는 기분이 심란해졌다.




“대학에서 전쟁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시험관 청소나 하는 동안에 어딘가에는 청춘이 참호 속에서 인생을 묻고 있겠구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시기의 비율이 10%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군의관인 피에르가 세상의 이치를 모르고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 마족과 인간의 전쟁이 끝나면 나중에 우리들끼리 싸울 테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태연히 살아가고요. 우리들이 텐트 속에 있는 것만으로 바깥세상을 잊을 수 있듯이. 평민들이 병사로 끌려가서 힘없는 원주민과 소수민족들을 향해 전쟁을 치러도 저희 같은 백인들은 풍요롭게 살아가겠죠.”




양심 있는 제국의 시민들은 다들 품고 있는 고민들이었다. 피에르는 일단 루나의 기분부터 어떻게든 달래주고 싶었다.




“마법사님은 자신을 너무 깎아내리시는 것 같습니다.”




위로는 안 됐지만 의도는 알고 있어서 루나는 애써 슬픈 미소를 지었다.




“예전부터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생각해보니 그래서 원정에 자원했나 봐요. 참정권하고 투표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기 싫었어요.”




피에르는 알아들었다는 시늉으로 고개만 움찔거리고 커피를 들이켰다. 루나는 잔에 들어있는 음료를 비우고 묻고 싶은 게 생겼다.




“그러고 보니 하딘 대위님의 나이를 아시나요?”




평소 사적인 내용을 말하는 건 기피하는 편이지만 피에르는 이미 루나에게 흠뻑 빠져 있었다. 고민 없이 그는 바로 대답했다.




“헨리는 올해로 43살입니다.”




“왜 대위님은 출세를 안 하시죠? 영관급으로 진급할 수 있었는데 거절했다고 들었어요.”




“소령부터는 현장에서 직접 싸우지 않고 뒷전으로 빠지니까요.”




간격을 두고 얼이 빠진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전쟁터를 떠나지 않으려고 출세를 포기하셨다고요?”




“자신의 위치는 여기가 최선이라고 누누이 말하곤 하지요.”




“세상에.”




루나는 넋 나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분명 끔찍한 일도 많이 겪으셨을 텐데 어떻게 견디시는 거죠?”




굳은 얼굴로 그가 말했다.




“그냥 생존하는 거죠. 텐트 바깥의 우리 환자들도 비결 없이 고통을 견디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가 똑같죠.”




“그렇긴 하죠.”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대화를 멈추고 조용한 시간 속에서 쉬었다. 하지만 얼마 못가서 바깥에서 소란이 났다. 피카니의 목소리였다.




“마법사님! 마법사님!”




그 말을 듣고 텐트 바깥으로 나온 루나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로 쳐다보고 깜짝 놀랐다. 피카니와 카르델 그리고 아비투스는 각자 몸에 뭔가 가득 들어있는 가방을 매고 모여 있었다. 오는 길에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다들 외투를 갈아입은 것 같으나 셔츠는 피로 젖어서 검붉었다. 다들 입고 있는 셔츠에 구멍까지 나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세 남자는 가지고 온 가방들을 땅으로 내려놓았다. 아비투스가 말했다.




“말씀하신 재료들을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가방에 들어있는 내용물들을 하나씩 살폈다. 이상한 보랏빛이 도는 주먹만 한 크기의 결정, 걸쭉한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 종이끈에 묶인 마른 약초다발, 이상하게 생긴 짐승의 해골. 그것 말고도 마법에 사용하는 온갖 재료들이 가방에 그득했다.




루나는 당연히 뭐라 말하려 했지만. 피카니가 루나의 말문을 미리 막겠다는 듯 먼저 말했다.




“어서 그 공작원을 살리러 갑시다.”




솔직히 굳이 안 물어봐도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루나는 대강 짐작이 갔다. 그녀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움직였다.
















방금 얼굴이 알려진 레스 대신에 아자리가 음식을 사오기로 했다. 아자리도 정체가 들통 나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보다는 변장이 잘 된 편이어서 이쪽이 그나마 낫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아직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인적 없는 길가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별 일 없이 아자리가 먹을 걸 갖고 돌아왔다. 레스는 난생 처음 보는 모습의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한입 물었다. 그가 씹는 모습을 보면서 아자리가 말했다.




“햄버거라고 부르더라고요. 여기 사람들은 대중적으로 많이 먹는 거 같아요.”




“맛있네.”




그는 체하는 걸 면할 정도로만 서둘러서 식사를 때우고 원래 하던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 가면 쓴 녀석. 파스낙이라고 했었지. 사람 됨됨이는 어때?”




“사적으로 아는 바는 없지만 그놈이 지배하고 있는 도시의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친구감은 아닌 거 같아요.”




“눈앞에서 직접 본 바로는. 비슷한 생각이야.”




방금 먹은 밥으로 매인 목 안을 콜라로 게우고 그가 다시 물었다.




“사람 됨됨이는 집어치우고. 성향은 어때? 널 도와줄만한 세력에 있는 놈이야?”




“그건 더욱 모르겠어요. 손잡기는 싫지만 같은 편이 되어준다면 우리들의 모험은 순풍을 받겠죠. 하지만, 글쎄요.”




레스도 눈썹을 씰룩거리며 아자리하고 같은 말투로 맞장구쳤다.




“나도 딱히 기대는 안 해.”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오른손을 들어서 움켜쥐고 피기를 반복했다. 손위의 허공으로 불꽃이 춤을 추더니 별빛처럼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보아하니 이제 마법 능력을 회복한 듯하다. 굳이 그 사실을 자기 앞에서 보여주는 이유를 몰라서 레스가 물었다.




“혹시 지금 그러는 까닭이 앞으로 한판 붙을 예정이라고 말하려는 거니?”




“필요하다면. 저는 그놈하고 담판을 지어봐야겠어요. 어떤 형태로든요.”




“그냥 조용히 마차가 완성될 때까지 숨었다가 떠나는 방법도 있어.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레스. 이미 제 수배서가 도시에 퍼져있어요. 이미 다 눈치챘을 거라고요. 숨는다고 능사가 아니에요. 어쩌면 결투장에서 당신 얼굴을 보고 전부 꿰뚫어봤을지도 모르죠. 당신하고 제 수배서가 나란히 붙어있을 테니.”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그가 말했다.




“만일 그렇다고 치자면. 우리들 정도는 바로 붙잡을 수 있을 텐데 왜 내버려두겠어?”




“만일 그렇다고 치자면. 오늘 영화관으로 가보세요. 분명 그는 당신에게 거래를 청할 거예요.”




“무슨 거래?”




“그는 당신을 원해요.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 한다고요. 당신도 느꼈잖아요. 내가 그놈 입장이었어도 당신은 놓치기 싫었을 거예요. 무슨 제안을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내가 영화관에 가지 않겠다면 너는 어쩔 거야?”




“홀로 싸우겠어요.”




다시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 그가 이마에 손을 대며 물었다.




“또 묻겠는데. 그럴만한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거야?”




“있죠.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어느새 바람은 멎었지만 공기는 더욱 싸늘해지고 있었다. 아자리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레스는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녀가 목을 가다듬고 설명을 시작했다.




“언젠가는 놈들하고 싸워야만 하는 날이 와요. 놈이 갖고 있는 정보가 필요해요. 파스낙이라면 분명 정보망이 엄청날 거예요. 비자금 장부나 마왕군들의 진지 위치, 아니면 믿을 수 있는 세력들. 무엇보다 붙잡힌 우리 가족에 대한 정보도 있을 거고요.”




“과연.”




거기까지 듣고 레스는 아자리가 왜 이리 필사적인지 이해했다.




“어차피 마왕 세력들과 싸워야할 운명이라면 먼저 공격하고 말겠어요. 저희 가족은 맞서 싸우지 않고 도망만 치다가 이 꼴이 됐어요.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는 하지 않겠어요.”




대화는 거기서 끊어졌다. 레스는 시선을 아무도 없는 길거리에 두고 고장 난 기계처럼 가만히 있었다. 아자리는 양손을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그가 생각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바람이 다시 분다. 죽은 낙엽이 방랑하고 메마른 가을의 영혼은 휘파람에 날렸다. 도중에 낙엽 하나가 아자리의 얼굴로 날아오자 레스는 잔상이 보일 정도로 잽싸게 그것을 붙잡았다.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았어도 그가 손끝으로 잡은 낙엽을 둘은 같이 바라보았다.




레스가 말했다.




“너하고 같이 여행을 하면서 나도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




그녀는 긴장해서 그하고 작별할 것까지 각오했다. 아무리 레스가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라지만 이건 그하고 관계없는 싸움이니까. 하지만 레스는 평소대로 말했다.




“내가 너한테 바다위윤의 세 가지 맹세에 대해서 말해준 적 있던가?”




“아뇨.”




아자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아무렴 어때. 나한테 이렇게 말해봐. 나나와떼.”




“나나와떼.”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라는 대로 하자 레스가 말했다.




“그럼 됐어.”




아직도 영문을 모르는 아자리에게 그가 마저 설명을 해주었다.




“가만히 있어봐야 그녀석이 나를 내버려둘 리도 없겠지. 피카니의 말을 빌리자면 다른 사람이 부르는 콜만 쫓아가면 호구가 된다고 하더라. 불리할수록 과감한 레이즈도 필요하다고 했지. 네 말대로 맞서 싸울 때가 됐어. 네가 제대로 판단한 거야 아자리.”




“레스...”




“난 다 같이 모험의 결말을 볼 거야. 포기하지 않아.”




다정하게 말하며 레스는 자기도 모르게 아자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곧 레스는 자기가 아자리를 아이취급을 하는 바람에 그녀의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걱정됐다. 하지만 아자리는 부드럽게 머리에 놓인 그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볼로 쓸어내렸다. 그 손을 꽉 붙잡고는 아자리가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상냥한 말투로 물었다.




“괜찮다면 아까 무슨 생각으로 고민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권총에 넣을 총알이 4개 밖에 없어서 고민했던 거야.”




아자리는 피식 웃고는 손을 놓았다.




“그거라면 걱정마세요.”




방금 놓은 손으로 주먹을 움켜쥐자 벼락불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와 짧은 섬광이 터졌다. 자신감으로 가득한 얼굴로 그녀가 말했다.




“이젠 제 차례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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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2 울온
    작성일
    18.11.23 13:24
    No. 1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불평등 문제나 환경문제 등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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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236회 - 결말이 보이는 이야기 23.03.03 29 3 14쪽
235 235회 - 배틀 로얄 23.02.08 41 3 14쪽
234 234회 - 몰락과 각성 +2 23.01.29 45 3 14쪽
233 233회 - 공명정대한 방해 23.01.17 30 2 19쪽
232 232회 - 야생에서의 공성전 22.12.28 57 1 13쪽
231 231회 - 또 작전 시간 22.12.07 27 1 16쪽
230 230회 - 유물과 현재 사이 22.11.29 28 2 23쪽
229 229회 - 상담센터 22.11.09 118 1 14쪽
228 228회 - 그 진실 +1 22.11.01 32 2 14쪽
227 227회 - 솔직하지 못 한 친구들 22.10.24 81 2 21쪽
226 226회 - 패자부활전 22.10.10 54 1 15쪽
225 225회 - 기아스 22.09.29 70 2 17쪽
224 224회 - 즐거운 면담 22.09.23 3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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