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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태수
작품등록일 :
2018.07.26 18:57
최근연재일 :
2018.08.17 19:17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8,946
추천수 :
182
글자수 :
101,613

작성
18.07.3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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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9쪽

4장. 거지 같은 새끼들.

DUMMY

대걸레 건조대 옆에 5명의 남학생이 보였다.

놈들은 체육복 바지를 접어 올리고, 와이셔츠를 풀어헤친 채, 한 손에 대걸레 자루를 들고 있었다.


“지수야.”


지수는 배를 움켜잡고 고통스럽게 숨만 몰아쉬었다.


“뭐야?”


한 놈이 대뜸 물었다.


“······.”


영재는 대답도 없이 지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쓰러진 지수는 배를 잡고 소리 없이 숨만 토하고 있었다.

절로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친구끼리 장난도 못 쳐요?”


장난이란다.

영재는 거침없이 녀석들에게 걸어갔다.

개자식들. 조금도 표정에 죄책감이 없었다.


“최병욱.”


분명 최병욱이 괴롭힘을 주도한다고 했다. 영재가 씹어뱉듯 그 자식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녀석들은 실실 웃으며 서로 눈치만 주고받았다.

놈들에게 영재는 마냥 우습게 보였다.


자신들이 눈 한번 부라리면 고개를 픽 숙이는 어른, 말 한마디 똑바로 못하는 한심한 꼰대로만 보였다.


“누가, 최병욱이야?”


영재는 힘을 줘서 다시 말했다.

여전히 놈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영재는 핸드폰을 꺼내 최병욱의 번호를 찍었다.


띵~ 띠딩~ 띵~.


덩치가 산만한 녀석의 벨소리가 울렸다.

놈이 의아한 표정으로 핸드폰과 영재를 번갈아 봤다.

영재는 이를 갈았다.


저 새끼다.

저 개새끼가 최병욱인 거다!


영재는 화살같이 튀어나갔다.

그리고 복싱 자세를 취하며 힘차게 오른손을 뻗었다.

주먹이 최병욱의 얼굴을 확 스쳤다.

주먹은 철제 건조대에 투포환처럼 박혔다.


콰앙!


철제 건조대는 오함마로 후려친 듯 우그러졌다.


“헉!”


먼저 최병욱의 얼굴이 굳었고, 나머지도 놀란 얼굴이 되었다.

경악에 찬 얼굴이다.


빡! 우지지직!


영재는 말뚝처럼 박힌 주먹을 빼냈다.

철제 건조대가 허물어지며 쓰러졌다.

영재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난? 나도 장난 좋아한다.”

“······.”


놈들은 뒤로 주춤거렸다.

지수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영재를 올려봤다.

솔직히 영재도 놀랐다.

형사의 반지 하나 꼈다고 초인이 된 거다.


꿀꺽.


마른 침이 저절로 넘어갔다.

화를 못 참고 최병욱을 때렸다면······.

원 펀치 쓰리 강냉이가 아니라 옥수수밭이 통으로 날아갔을 거다.


“지수야. 일어나.”


영재는 주저앉아 있는 지수에게 손을 건넸다.

저 녀석들이 덤벼들면 곤란했다.

형사의 반지가 몸에 익지 않아 힘 조절을 할 자신이 없었다.


꽉!


지수가 영재에게 손을 내밀 때였다.

최병욱이 가녀린 팔뚝을 움켜잡았다.

지수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누구 마음대로?”


최병욱이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표정을 보면 안다.

이 자식, 대장흉내를 내는 거다.

주변 놈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게 보였다. 놈은 이 와중에도 체면을 챙겼다.

영재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당신 형사지? 어제 강의하는 거 봤어.”


최병욱은 이죽거렸다. 형사라고 하는데도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개자식. 미쳤거나 믿는 구석이 있는 게 분명했다.


꽉!


최병욱이 손톱을 세워 지수의 하얀 팔을 찍어 눌렀다.

지수는 입을 크게 벌리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후우.”


영재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셨다.

다시 올려 진 영재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덥석!


영재는 최병욱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믿는 구석이 뭔지 모르겠다.

너는 선을 넘었어.


“그냥 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어? 어어!”


말릴 틈도 없었다.

영재는 거침없이 최병욱의 뺨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


쫘악!


최병욱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짝! 짝! 짝!


“크윽!”


손바닥이 최병욱의 뺨에 꽂힐 때마다 신음이 터져 나왔다.

복날의 개도 이렇게 맞지는 않을 거다.

활력의 성수로 만들어진 최상의 컨디션!

형사의 반지로 강화된 근력!

게다가 행운의 네잎클로버의 영향으로 싸다구는 정확하게 뺨에 꽂혔다.

최병욱의 뺨이 찐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크아악! 이 미친놈아 네가 형사야?”

“학생이란!”


짝!


“새끼가!”


짝! 짝!


“같은 학생을 괴롭혀!”


짝! 짝! 짝! 짝! 짝!


최병욱의 뺨과 영재의 손바닥이 박수를 쳐댔다.

소리 한 번 우렁찼다.


“말려! 이 미친놈 말렷-!”


주춤 거리던 놈들이 최병욱의 비명에 정신을 차렸다.

영재는 눈을 부릅뜨며 놈들을 노려봤다.


“움직이면.”


짝!


영재는 말을 하는 중에도 최병욱의 뺨을 갈겼다.

최병욱을 따르는 놈들이 크게 움찔 거렸다.


“죽는다.”


영재는 독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녀석들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철철 넘쳤다. 누구하나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푸후! 푸후!


최병욱은 반항도 못하고 거칠게 숨만 몰아쉬었다.

물 풍선 같은 게 콕! 찌르면 뻥! 터질 것 같았다.


“후!”


영재는 그제야 멱살을 움켜쥔 손을 놓았다.


털푸덕.


최병욱이 바닥에 쓰러졌다.

영재는 놈을 내려 보며 손을 탁탁 털었다.


“정의의 응징이다! 자식아.”


그리고는 지수를 향해 슬쩍 웃어 보였다.


“맞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하지 않으면 맞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영재는 씩 웃고는 지수를 일으켜 세웠다.

최병욱은 쓰러져 있고, 패거리는 굳어버렸다.

지수도 놀란 얼굴로 영재만 올려볼 뿐이다.


“가자. 지수야.”


영재는 지수를 앞세웠다.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려 할 때, 등 뒤에서 한 놈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형사님 맞으세요?”


형사가 최병욱을 두들겨 패는 걸 봤으니 의심스러울 거다.

영재는 무심히 말했다.


“형사 맞다.”


이럴 때는 뒤돌아보지 않아야 멋이 난다.




영재와 지수는 학교 구석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멀리서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동떨어진 세상 같았다.

지수는 고개를 떨어트린 채 자신의 신발 끝자락만 보고 있었다.

영재는 애꿎은 담뱃갑의 뚜껑만 계속 열고 닫았다.

학교만 아니었다면 담배를 태워도 한 보루를 태웠을 거다.


“지수야.”


영재가 담뱃갑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말했다.


웅.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노크하듯 울렸다.


[네. 아저씨.]

“괜찮니? 많이 놀라지는 않았어?”

[괜찮아요.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액정에는 곰돌이가 양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지수가 보내온 이모티콘에 영재는 작게 미소 지었다.

확실히 강한 아이다.


나이도 어린데 걸맞지 않게 우뚝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영재는 가슴이 아팠다.

방금까지 폭행을 당했는데 괜찮다고 한다.

차라리 울고, 영재에게 최병욱을 더 때려달라고 했다면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말이다.


“형사님!”


멀리서 교감이 달려왔다.

교감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옆에서 나란히 최병욱 패거리들이 달려왔다.

학교 뒤편에서 지수를 때렸던 놈들이었다.

교감이 대뜸 물어왔다.


“최병욱 학생을 때렸다는데 정말입니까?”


영재는 대답대신 교감 옆의 학생들을 보았다.

새끼들이! 고자질한 게 분명했다.

녀석들이 찔끔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교감은 영재와 학생들을 번갈아 보고는 소리쳤다.


“대답하세요!”

“맞습니다.”


영재는 당당하게 말했다.

교감은 황당한 얼굴로 영재를 올려봤다.

학교폭력예방에 대해 강의하러 온 형사가 학교에서 폭력을 휘둘렀단다.

그것도 학생을!


“아이고.”


교감이 다리가 풀린 듯 비틀거렸다.

영재가 깜작 놀라며 교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교감은 영재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단번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상황을 보고 있던 지수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냈다.

영재를 변호해 줄 생각이었다.


웅!


그때, 지수의 핸드폰이 울리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말하면 죽는다.]


지수는 퍼뜩 고개를 치켜 올렸다.

최병욱 패거리 중 한 명이 매섭게 쏘아보고 있었다.

흥분한 교감은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병욱이 아버지가 누군지나 압니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요!”


교감은 영재에게 삿대질을 했다.

영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게 중요합니까?”

“뭐라고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영재는 지수를 돌려봤다.

핸드폰을 들고 있던 지수가 흠칫 놀랐다.

작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때 영재는 거북한 흐름을 눈치챘다.

진실을 말하고 싶은 영재, 영재를 추궁하는 교감.

교감 옆에서 지수를 압박하는 학생들, 학생들에게 겁을 먹은 지수.


쯧.


복잡한 상황에 영재는 작게 혀를 찼다.


“최병욱 아버지가 검사에요. 그것도 부장검사에요. 당신! 지금 부장검사 아들을······.”

“검사면 답니까!”


영재가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최병욱! 그 자식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세요?”


영재는 최병욱 패거리를 쏘아봤다.

놈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거지 같은 새끼들!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니까 저러는 거다.


“네 입으로 똑똑하게 말해라. 거짓말하지 말고.”


놈들이 영재의 시선에 부들거렸다. 교감은 의심스러운 시선을 녀석들에게 던졌다.

그때 한 놈이 고개를 번뜩 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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