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마왕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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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한
작품등록일 :
2018.07.26 22:35
최근연재일 :
2018.12.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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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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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개시

DUMMY

탕, 탕, 탕, 탕. 반복되는 경쾌한 리듬에 콜은 벽에 등을 기댄 채로 손가락을 두드렸다.

탕, 탕, 탕, 탕.

반복되는 리듬,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전체적인 상황 파악과 관리. 그게 그가 하는 일이었다. 말이 그렇지 그냥 한 마디로 말하자면.

“놀지만 말고 일 좀 하란 말입니다!”

“이것도 엄연한 일이네 이밀군. 흠, 못질이 영 시원찮군, 더 열정을 담아서 못 두드리나?”

이밀이 땀 때문에 벗어둔 안경을 쓰고서는 어디 회사의 사장 느낌을 낸 그는 가게의 간판이 될 나무 판때기를 보며 불만을 표했다.

“아 못질 좀 제대로 하란 말이야. 이렇게 비뚤어져 있는 게 많으면 나중에 페인트 칠 할 때 튀어나오는 부분이 생겨서 예쁘지가 않단 말이야.”

“그럼 댁이 하시렵니까?”

“아, 갑자기 손목이 아프네, 아이고 나 죽는다!”

두 사람의 촌극을 바라보던 타비는 길게 하품을 했다. 아직도 이게 꿈인지 사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아주 긴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진짜하려는 건가.”

무단침입에 모자라 가게를 세우겠다고 주장, 거기다 멋대로 마왕성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어제만 해도 메테오를 떨어트린다니, 그걸 막기 위해 노력했다니 이야기를 해도 현실감이 없게 느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마왕님, 간판 디자인에 대해 의견이 있습니다.”

“흠, 그래. 이밀보다는 네르디가 디자인에는 센스가 있겠지. 보석 같은 것도 자주 모았었지?”

“네,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 게. 저희 가게가 마왕님을 죽이는 물건을 파는 곳이죠?”

“그래, 그런 무기들을 파는 곳이지.”

“그럼 그 부분을 강조해야하지 않을까요?”

타당하고 논리적인 말이야. 그는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강조하면 좋지.”

“그럼 관련된 걸 붙이는 거에요.”

“붙여? 좋은 생각이다! 뭔가 간판에 붙여두면 눈에 띄겠지?”

“그래서 마왕님의 머리를 붙이는 거에요.”

“음음, 그래. 내 머리를 붙이면 확실히 눈에······어, 어?”

“페인트는 필요 없어요 마왕님의 피로 칠해질 테니.”

뭔가 점점 이상해져가는 문장을 보며 그는 꿀꺽 침을 삼켰다.

“마왕 죽이는 무기 파는 곳에서 죽은 마왕의 머리를 간판에 붙여 놓는다! 홍보 효과가 확실하고 신빙성도 올라가겠죠?”

“어, 응. 그, 그렇겠지?”

“그럼 지금 당장 땁시다!”

“어?”

그대로 그의 목을 따기 위해 달려드는 그녀, 그 앞을 이밀이 막아섰다.

“멈춰라 네르디!”

“이, 이밀? 역시 내 부하다! 역시 사람은 인망이 있어야······.”

그 다음으로 이어진 이밀의 말은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솔직히 같이 일 해온지가 얼마나 됐는데, 반반씩 따는 것 정도는 제안해주는 게 도리 아니냐!”

“반반? 좋아. 양 옆에서 도끼로 치자.”

“도끼는 무거워서 반반씩 되기가 힘들 거다. 차라리 장검은 어떠냐?”

“아, 그러면 힘만 있어도 되니까 간단하게 단검 정도로만······.”

“그만! 그만 해 이 하극상에 미친 놈들아!”

오늘도 평화롭구나. 타비는 그리 생각하며 눈을 비볐다.

남들 눈에는 하극상으로 보일지언정 어제처럼 메테오가 떨어지지는 않으니까 평화로운 거다.

“라, 젠, 티브라, 아함, 일크!”

“야, 이 미친 마왕아!”

“이밀! 해제 주문!”

아, 아니. 아니다. 타비는 방금 전에 했던 말을 취소했다.

카아아아아!

콜이 만든 마법진에서 기괴한 모습의 마수가 튀어나왔고 두 사람은 또 그걸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역시 평화롭지 않다. 아니, 그런데 매일 반복된다면 결국 평화인 건가?

뭐라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한 타비는 다시 잠을 청하로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완성!”

거대한 간판을 들어 올린 콜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왕 죽이는 무기 파는 곳.

네이밍센스가 구리다고 지적당한 이름이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간판에는 그의 얼굴이 동글동글하게 그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바로 똑같은 얼굴이 목이 따여 표정이 X자로 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좋아! 이제 물품 진열하자!”

1층에 있는 가구는 모두 집주인의 허락 없이 다 빼내고 진열장들로 도배해 놓은 상태였다.

물품만 집어넣으면 된다는 뜻! 그는 지금까지 만들어 왔던 모든 장비들을 그것들에 안에 차곡차곡 집어넣기 시작했다.




“여깁니다.”

여왕 마우샤의 측근, 키룰은 어느 한 집 앞에 서 여왕의 딸인 메이트에게 그리 말했다.

“여기가요?”

“네, 사악한 존재가 사는 곳이 분명합니다. 제 부족한 능력으로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키룰은 그 집은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이런 강대한 존재가 이런 곳에서 살고 있었다니. 대체 언제부터?

빠르게 알아채지 못한 불찰이 존재했다.

“메테오 마법. 아주 강력한 마법으로서 저 같은 마법사들도 쉽게 사용하지 못할 마법입니다.”

“그게 여기서 감지되었다는 거군요.”

“네. 어제 마법이 시전 되고, 그것들이 불어나는 것까지 감지했습니다. 여왕님께 비상경보를 내려야함을 알리러 가는 순간. 그게 소멸한 것까지도.”

“누군가가 그걸 막았다는 건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이 악한 존재에게 대항하는 사람이겠죠.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사를 표하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일단은 이 집에 무언가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메이트는 손을 뻗었다. 두 사람의 뒤에는 여왕의 휘하에 있는 특급 기사들이 여섯이나 있었다.

“전원 돌격 준비.”

그녀가 손을 내리는 순간 이들은 모두 저 집의 안으로 돌격하리라.

“돌격!”

을 외치는 순간이었다.

콰아앙!

부수고 들어가야 할 문짝이 먼저 날아가 버렸다.




“아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이밀, 그쪽 조금만 더 올려봐, 균형이 안 맞아.”

“이 정도면 됩니까?”

“어, 그래. 됐다.”

이밀과 콜, 두 사람은 가게의 간판을 옮기고 있던 도중 한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제대로 세우는 것까지는 되었다. 그런데 이게 크기가 너무 커서 이 집의 문을 통해서 나갈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창문도 문들보다 더 작은 것들뿐이었고, 결국에 그들이 택한 방법은.

“벼, 벽이 부서지다니.”

너무 놀라고 어이가 없는 마음에 말을 더듬으며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본 메이트는 기사들에게 돌격하라는 명령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응?”

그대로 굳어 있는 메이트와 키룰, 그리고 그 뒤에 기사들. 그들의 시선을 의식한 콜은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 하하하. 기사님들 순찰 도시는데 방해 했나보네. 죄송합니다! 간판 좀 옮기느라 벽 좀 부쉈어요.”

그렇게 간단히 행할 일은 아니었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인간은 이게 뭐 대수라는 듯 말하면서 다시 간판을 옮기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이 어이없는 사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은 키룰은 고개를 양옆으로 세차게 휘저으며 정신을 다잡고는 그에게 물었다.

“자, 잠깐. 우린 누구를 찾으러 왔는데······.”

“아 남편감은 저기 사람 많은 광장에서나 찾으시고요.”

“나, 남편감? 그 무슨 무례한 소릴!”

그 말에 그는 검지를 들어보였다.

“자, 그대의 나이는?”

“알려줄 이유는 없다!”

“음, 삼십대.”

그는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아, 아니. 절대로 아니다! 이 얼굴이 어떻게!”

“걸려들었군. 앞자리는 이십이지만 조금만 있으면 삼십으로 바뀔 거야.”

그의 말에 이밀이 덧붙이기 시작했다.

“거기다 차여본 적이 꽤 있나 보군요. 왜인지 모르게 먼저 돌격했다가 차일 스타일입니다. 가만히 기다리면 그래도 꽤 성공률이 높아질 것 같은데. 원하는 타입은 우직하고 자신만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그런 사람. 아 물론 예상입니다.”

“그, 무, 무슨! 메이트님, 뭐라 이야기 좀······.”

“마, 맞췄어요.”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메이트의 옆에서 소리를 지르는 그녀를 보며 그는 귀를 후벼 파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대충 찍어 맞춘 건데 어떻게든 들어맞았네. 역시 사람이 오래 살면 별의별 능력이 다 생겨요.”

“아무튼! 우리는 사악한 존재를 찾아서 여기에 왔다.”

“사악한 존재?”

“어제 이곳에서 메테오 마법의 사용이 감지되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이 마을을 향해서 떨어졌지. 아는 거 없나?”

“아, 그거?”

저번에 술에 취해서 잠꼬대로 사용한 세계 파괴용 무한 복제 메테오 마법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이름이 길고 네이밍센스가 구린 이유는 당연히 그가 만들어서 그렇다. 던전 내부에서 너무 할 짓이 없어 세계를 파괴할 만한 마법을 창조했다만, 써버리면 자기 자신도 죽어버리니 아예 쓰지 않을 거라 다짐한 67번째 마법이었다.

“그거 내가 막았어.”

“정말인가? 그거 고맙군. 미처 대처하지 못했었는데.”

“그렇다면 혹시 그것에 대해 아시는 게 있나요? 누가 사용했다던지.”

“아, 알아. 내가 썼거든.”

그의 말에 두 사람은 동시에 의문을 표출했다.

“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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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크리스마스 외전-붉은 산타 VS 마왕 (2) 18.12.11 49 0 7쪽
21 크리스마스 외전-붉은 산타 VS 마왕 18.12.02 52 0 7쪽
20 님아 그 돈을 쓰지 마오 (2) 18.11.11 8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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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소풍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18.10.15 97 1 8쪽
15 아이는 어떻게 생기나요. +2 18.10.07 194 3 9쪽
14 회색 소녀 (2) 18.09.30 212 2 8쪽
13 회색 소녀 18.09.24 121 1 7쪽
12 회색 소녀는 배가 고프다. 18.09.17 126 2 8쪽
11 다른 방법을 써 보자. 18.09.09 136 2 8쪽
10 소녀를 용사로. 18.09.02 187 2 10쪽
9 성스러운 짱돌을 들어라 (2) 18.08.26 167 3 9쪽
8 성스러운 짱돌을 들어라 18.08.19 171 2 7쪽
» 장사 개시 18.08.12 224 4 10쪽
6 마왕의 잠꼬대는 세상을 부순다 (2) 18.08.05 246 8 8쪽
5 마왕의 잠꼬대는 세상을 부순다. 18.07.30 254 4 10쪽
4 강제 침입 (2) 18.07.28 275 6 7쪽
3 강제 침입 18.07.27 320 6 13쪽
2 장사 준비 18.07.26 509 9 11쪽
1 프롤로그 18.07.26 623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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