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천살성이 사라지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니드
작품등록일 :
2018.07.30 01:19
최근연재일 :
2019.10.09 22:32
연재수 :
207 회
조회수 :
166,426
추천수 :
2,436
글자수 :
1,062,755

작성
18.10.29 11:00
조회
823
추천
11
글자
11쪽

오비이락

DUMMY

쓰러진 바르델을, 다시 추스려서 침대에 눕혔다. 마지막까지 목에 핏대를 세운 채, 마치 그대로 절명한 것 만 같은 얼굴의 바르델은, 눈을 뜬 채 기절해 있었다.


정말 죽은것 같아서 오싹한걸.


보기 껄끄러워서 일단 눈을 감겼다. 마치 눈뜨고 죽은 시신의 눈을 감겨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살아있으니 알아서 일어나겠지.


" 후우, 뭐 별일이 아닌것 같으니 이만 돌아가서 자야겠다. 혹시라도 밤중에 무슨일 있으면 소리지르고. 알았지? "


무언가 바르델에게 안좋은 의심의 눈초리가 씌워진 채로, 대장과 레이나 누나가 방을 떠나갔다. 아무래도 방 밖에는, 들어오진 않았지만 다른 동료들도 서 있었던 듯, 복도를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 여럿이다.


다들 걱정은 했나보네.


바르델이 정말 무슨 의도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별일은 아니겠지.


나도 잠에 들기 위해, 나머지 침대에 누웠다. 셀리의 침대와 붙어있는, 비어있는 침대.


침대에 눕자, 셀리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응?


내 눈이 잘못된건가. 어두컴컴한 방이라 앞이 이상하게 보이는 걸까.


아슴푸레 창가로 비치는 달빛 속에서,


...셀리와 눈이 마주쳤다.


...얘, 방금 깨어있었던 걸까?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마주친 눈동자 때문에 약간 소름이 돋았지만, 그보다 바르델이 셀리를 건드리고 있을때 얘가 깨어있었는지 궁금해졌다.


눈이 마주친 후에, 아무말 없이 셀리의 눈이 다시 감긴다.


...


뭐지.


뭐였던 거지.


뭔데.


...결국 그날밤, 나는 혼란한 상태에서 잠을 설칠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몇일간의 행군을 통해 일찍일어나는게 익숙해졌는지 침대에서 잤음에도 해가 미처 다 뜨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되었다.


눈을 뜨니, 맞은편에서 아직 자고있는 셀리의 모습이 보였다. 일어날 기색이 없는 셀리를 가만히 둔 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반대쪽 침대에 바르델이 없는게 눈에 띈다.


이미 일어난걸까.


문득, 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방안까지 들려왔다. 무슨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화난 것 같은 음성.


이불을 개고 1층으로 내려가자, 여러개의 식탁을 둘러싸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이 보인다. 나와 셀리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인원이 이미 일어나 있었다.


" 아니...! 그러니까! 오해라니까! "


쾅-


"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아무도 너의 취향을 뭐라고 하지 않아. 괜찮아. "


" 이런 씨발...! "


아까의 큰 소리는, 아무래도 바르델이 지른 소리였던 것 같다. 식탁을 부술듯이 내려찍은 바르델은, 반대편에서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놀리고 있는 대장과 부대장을 향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무언가를 부정하고 있었다.


" 어, 뭐야. 이카노스 일어났냐? "


대장이 1층으로 내려온 나를 발견했는지, 자리에 앉도록 의자를 하나 빼주었다.


" 이봐, 꼬맹이. 나는 절대로 억울하다고. 나는 그 성질머리 더러운 꼬맹이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려 했을 뿐이야...! "


내가 자리에 앉자, 바르델이 어제 기절한 표정과 똑같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아무래도 이들은 어제 바르델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던 것 같은데.


뭐, 어찌되었든 내가 상관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르델이 실제로 어린애 취향이든, 그렇지 않든 내가 무슨상관인가.


귀찮아 보이는 일에는, 그냥 신경을 꺼버리는게 최고다. 어젯밤 잠을 설친 내 자신이 후회스럽다. 괜히 걔는 사람 심란하게 눈이나 마주쳐가지고.


" ...! 이봐! 꼬맹이! 내 말을 무시하지 마! "


쓸데없는 일에 관심을 끄자, 바르델이 내 모습을 보며 화를 낸다. 아니 대체, 내가 뭘 어쨌다고 나한테 그러는걸까. 내가 바르델의 행동이 어떻다고 생각한다 해서, 뭐가 달라지는건 아닐텐데.


" 네네, 알겠구요. 그래서 드레이크 아저씨,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꺼예요? "


" 이익...! "


옆에서 얼굴이 터질 것 처럼 빨개지는 바르델의 모습이 흘깃 보였지만, 더 이상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저러다가 또 쓰러지면, 뭐, 자기잘못이지.


" 쿡, 쿠흡... 아니, 뭐... 일단 이 마을을 나가야 겠지... 글쎄, 엘프들이 왜 그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


대장이 바르델의 얼굴을 보고 숨죽여 웃다가, 점짓 진지한 표정을 연기하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꺼낸다.


바르델을 놀리는건 이제 그만두고, 조금 영양가 있는 이야기를 하자구요.


" 에에, 대장. 우리 하루이틀만 더 쉬고 나가죠. 숲이 어떻게 되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체력으로 다시 거길 나갔다간 분명 말라죽을거라고요. "


허리춤에 단궁을 매고있는 누나가, 대장을 향해 투정을 부린다. 이름이... 아르프였나? 기억이 가물가물 하군.


확실히 저사람이 하는 말은 틀린게 아니다. 괜히 멋모르고 나갔다간, 언제 어떤 일로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이 마을에 오기까지만 해도, 숲이 확장되서 거기에 삼켜질 거라곤 상상도 못했으니까.


어떤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새로운 길을 떠난다는 것은 항상 만전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의미에서, 솔직히 나도 더 쉬고싶고. 여기가 평화로웠다면, 마음같아서는 그냥 다 포기하고 눌러앉고 싶다. 여기까지 오는것만 해도 귀찮고 번거로웠는데, 이걸 일상처럼 산다니. 난 그런거 못해.


역시 나는 농부가 되었어야 했어.


" 물론 바로 떠난다는건 아니지. 잘못 나갔다간 엘프들의 화살에 벌집이 될지도 모르니까. 문제는, 우리가 현 상황에 대해서 아는게 너무 없다는 건데... 일단, 지금 당장 못나가는 이상 천천히 기다려 보는 수 밖에 없겠군. 다른 수가 생길 때 까지 말이야. "


결국 아는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 도 없다는 것이다. 뭐야, 우리 무능해...


" 어쩌피 부상자도 있고. 쉬긴 해야해. 단지, 그냥 쉬지만 말고 각자 이것저것 정보좀 알아오자고. 다들 해가 지면 여기서 정보를 종합하도록 하는게 어때? "


부대장이 대장의 말을 이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흠. 여관 주인이 해줬던 이야기는, 오늘 밤에 하면 되겠군. 그럼 난 한건 한 셈이다. 오늘 하루는 그냥 쉬어야지.


어쩌피 별 다른 의견이 없어서, 부대장의 말대로 각자 재량껏 쉬면서 정보를 캐오기로 결정이 났다. 적어도 엘프란게 이 마을을 왜 공격하고 있는지만 알아도 좋을텐데.


아침식사를 곁들인 이야기가 끝나고, 다들 정보를 알아오자는 약속이 무색하게 모든사람이 2층으로 올라갔다. 마치 사전에 그러기로 합의라도 한 것 처럼. 방금 계획을 세워놓고, 지키려는 사람이 한명도 보이질 않는다.


...다들, 그냥 일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뭐, 내가 할말은 아닌가.


내 방으로 올라가자, 아직 잠을 자고 있는 셀리가 보였다. 많이 피곤했나.


" 이봐 꼬맹이, 일 생기면 알아서 깨워라. 필요 없어보이면 나 없다고 하고. "


어쩌다보니 같은 방을 쓰게된 바르델이 자연스럽게 내게 명령한다.


아니, 이사람. 나한테 구해졌다는 자각은 있는걸까...? 말 그대로 생명의 은인인데, 태도가 상당한데. 어쩌면 그 당시 상황을 기억 못하는 걸까.


바르델은 내게 그 말을 던진 채, 답변은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이 침대에 드러누워 자버린다.


...뭐, 상관 없겠지.


바르델을 구하면서 뭘 기대한 것 도 아니었는데.


괜히 그냥 허탈해진 듯 한 기분을 느끼며, 나도 그냥 침대에 누워 잠에 빠져들었다.



...



" --! ----! -- ---! "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서 잠이 깬다. 대체 누가, 2층에 있는 방까지 울릴정도로 큰 소리를 질러대는 걸까.


덜컥-


" 다들-! 괜찮아-!? "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레이나 누나가 들어온다. 무언가, 상당히 급하고 당황한 것 같은 표정.


" 뭐야? "


시끄러운 소리에 나만 깬게 아닌지, 반대편 침대에서 바르델이 일어나는게 보였다.


" 다들 무사한거 맞지-?! 일단 복도로 나와! 위험해! "


아,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상황인데.


왜 나는 잠에만 들면 항상 무슨일이 벌어지는 걸까. 마을에서 잘땐 새벽애 몬스터가 침공하질 않나, 마을 밖에 나와선 자다가 숲속에 삼켜지고. 이젠 새로운 마을에서 잠드니까 또 뭔일이 벌어진 것 같다.


제발 그만했으면.


" 우응... 언니...? "


일단 상황이 좋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 아직 잠이 덜깨 정신을 못차리는 셀리를 잡아다 이끌고 복도로 나섰다. 바르델은 알아서 하겠지.


복도로 나가자, 심각해 보이는 표정을 한 대장과 동료들이 보인다.


" ...바르델은? 설마 화살에 맞기라도 한건가? "


대장이 둘이서 나오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화살?


" 아뇨. 바로 나올거예요. "


레이나 누나가 대신해 말을 함과 동시에, 바르델이 우리의 뒤에서 나타났다.


" ... 부상자는 없는 것 같군. 아직 이야기를 못들은 사람이 있는 것 같으니,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현재, 마을을 둘러싸고 엘프들이 일제히 활을 쏘는 중이다. 이유는 불문. 대화할 수 도 없다. 그냥 일방적으로 화살을 쏘아대고 있으니까. "


...아무래도, 전에 들었던 대로 엘프들이 문답무용으로 마을을 공격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떻게, 정보를 모으기도 전에 일이 발생하냐. 이 용병단에는 마가 낀게 틀림없다.


타다다닥-


" 다들-! 괜찮아요? 이런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왜그러지...?! "


아래층에서 급격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여관 주인이 2층으로 올라오며 소리쳤다.


'이런적은 없었다'고? 무언가 오늘은 이제까지와 다르다는 걸까.


" 그...! 원래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을에다가 화살을 쏘는 경우는 없었는데...! 마을밖으로 사람이 오가려면 활을 쏴서 공격하기는 했지만...! "


요컨데 이제껏 마을을 둘러싸고 출입자만을 공격했지만, 이제는 아예 마을 자체를 향해서 화살을 쏘고있다 이건가.


여관 주인이 상당히 당황해 하는게 눈에 보인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에초에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면, 엘프쪽에서 무언가 행동을 바꿀만한 일이 발생했다고 보는게 맞겠지.


아니면 단순하게 지금까지 간만 보다가 총공격을 실시했다던가.


" ...그런데, 이거 분위기상 영 좋지 않은데. "


갑자기 부대장이 입을 열었다. 대장이 그러한 부대장을 향해 무슨말이냐는 듯이 쳐다보자, 부대장이 이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아니 그럴게, 우리가 온 타이밍이랑, 엘프들이 갑자기 마을에다가 화살을 쏘는거랑 이상하게 겹쳐버려서 말이죠. "


부대장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한쪽 손으로 자신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 이거, 우리 입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마치 우리가 들어온 것 때문에 엘프들이 마을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 것 같잖아요? 적어도... 마을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 "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항상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0 세메크
    작성일
    18.10.29 19:54
    No. 1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n8******..
    작성일
    19.01.15 09:20
    No. 2

    혹시 잘되서 리메이크 하시게 되면 꼭 셀리 좀... 발암 케릭에서 각성하는것으로 바꿔주세요..
    마을에서부터 자신의 성급한 행동으로 크게 사람들이 다치고 했는데 변하는게 없네요.. 자책하고 힘들어했는데..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어서도 천살성이 사라지지 않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세계관입니다. 설정오류 발견/문의는 이곳에 댓글로 남겨주세요.(2018/12/25 갱신) 18.12.25 450 0 -
207 차원의 틈-3 +2 19.10.09 55 1 14쪽
206 차원의 틈-2 +1 19.09.03 48 1 12쪽
205 차원의 틈-1 +1 19.08.14 53 0 12쪽
204 차원의 틈 +1 19.08.03 53 0 11쪽
203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3 +2 19.08.01 73 1 12쪽
202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2 +1 19.07.22 56 1 11쪽
201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1 +1 19.07.16 59 1 11쪽
200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 +1 19.07.11 85 2 11쪽
199 마탑의 마법서-1 +1 19.07.08 61 1 12쪽
198 마탑의 마법서 +1 19.07.05 65 1 11쪽
197 마룡의 피 +1 19.07.03 61 1 11쪽
196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3 +1 19.07.02 95 0 12쪽
195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2 +1 19.07.01 68 1 12쪽
194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1 +1 19.06.04 88 1 12쪽
193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 +1 19.06.02 80 1 12쪽
192 성검-10 +1 19.06.01 134 2 12쪽
191 성검-9 +1 19.05.31 73 1 11쪽
190 성검-8 +1 19.05.30 89 1 11쪽
189 성검-7 +1 19.05.29 81 1 12쪽
188 성검-6 +4 19.05.23 105 1 12쪽
187 성검-5 +1 19.05.22 86 1 11쪽
186 성검-4 +1 19.05.21 96 1 11쪽
185 성검-3 +1 19.05.20 100 1 12쪽
184 성검-2 +1 19.05.19 90 0 11쪽
183 성검-1 +1 19.05.18 98 1 12쪽
182 성검 +1 19.05.15 89 1 11쪽
181 강탈-2 +2 19.05.14 110 1 12쪽
180 강탈-1 +1 19.05.12 110 1 11쪽
179 강탈 +1 19.05.11 112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