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천살성이 사라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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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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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3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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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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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DUMMY

하엘른이 길을 잃은 아이처럼 묻는다. 무슨일을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그 무엇도 모르겠다는 모습. 혼란스러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당황하는 입에서는 끝없이 답을 갈구한다.


하지만... 그건 나도 모르는 일. 내가 아는것도 별로없고, 정작 내가 해야할 일 도 모르겠다.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이미 1년전에 들었다. 그리고, 내가 잠든사이에 그것은 이미 기정사실화 되있다고 봐야겠지. 그리고 지금, 그것을 어떻게 해줄 가능성 또한 이미 멸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바로 세상이 멸망할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미래가 없을 뿐. 구원할 수단이 없을 뿐.


아니, 정말로 그런걸까?


아직 세상은 멀쩡하고, 나는 살아있다. 그리고 전생의 경험상, 살아만 있으면 무언가 길은 생긴다. 적어도, 무언가 행동하고, 무언가 변화시킬 기회가 있는거니까.


그렇다면, 지금은 우선 알아가야 한다. 무엇이 이 세상을, 그 세상에 포함된 내 생명을 노리고 있는지. 무엇이 우리의 적인지를 알아야 한다.


" 일단, 바르델은 놓고 일어나. 하엘른, 이라고 불러도 되겠지? "


" ... 더러운 마족의 입으로 불릴 이름은 없다. "


방금까지 울며 도움을 요청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인질을 풀어주라고 이야기 하자마자 바로 다시 경계를 갖춘다. 그리고, 더 심하게 꺾이는 바르델의 팔.


" 아아아-! 악! 아파, 아프다고! "


아니, 진짜 여기까지 와서 이럴껀가? 그리고 이녀석, 내 기운은 마족의 것이라기 보다는 무슨 정령과 가깝다고 하지 않았나? 타락한 정령?


그리고 도와달라 해놓고, 이름도 못부르게 하는건 무슨 심보야 대체.


무언가 원망하고 싶은 대상이 필요하다는건 알겠는데, 제발 그 대상으로 나는 좀 제외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저쪽 부족을 좀 괴롭히긴 했고, 그게 원인은 아닌것 같지만 저쪽 부족은 이미 모든걸 내팽겨친듯한 모습이고. 그 중요한 때에 쟤는 나한테 잡혀있었고...


...아니, 그래도 따라가겠다고 하긴 했잖아? 물론 반 강제였지만...


...생각해보면 원망할만 하긴 하네.


" 알겠어, 알겠으니까. 이제 조금 미래를 생각해 보도록 할까. "


" 아니아니, 잠깐만... 아파. 나 이제 슬슬 팔에 감각이 없다고?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거냐 꼬맹이! 나좀 구해줘! "


이제 슬슬 지쳐간다. 이해할 수 없는 정보가 쌓인다는건, 이렇게 피곤한 일인가.


...아니 내 피곤의 원흉은 전부 눈앞에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저녀석이 혼란스러워 하며, 이리저리 말과 행동이 오락가락 하니까, 그에 따라 내 정신도 같이 오락가락 하는것 같다. 적어도 적대할지 도움을 요청할지는 명확히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내가 인간이라고 좀 믿어줘. 나도 못믿겠다고.


그래도 내 말을 듣고는 있는지, 하엘른이 침묵에 잠기며 고뇌한다. 자신이 어떻게 할지, 무엇을 해야 할 지. 그 방향성을 잡고있는 거겠지.


" ...일단 그쪽의 인간들을 따라가겠다. 목적은 인간의 신전. 신계가 멸망했다고 하는 이상... 그에 따른 다른 종족들의 행동을 지켜보겠다. 그리고 잘하면,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 "


결국 이야기는 원점인가. 결국은 처음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신전으로 향하는 목적은 바뀌는게 없는 것 같다.


대체 그놈의 신전은 아는것도 많고 할 수 있는것도 많은 만능인가. 사람들이 괜히 신에게 매달리는게 아닌가 보다.


" ...후, 이제 이야기 해도 될까? "


우리의 이야기가 끝난걸 보자, 대장이 입을 연다. 그에따라, 하엘른의 시선이 대장을 향했다.


" 아니, 그쪽도 엘프로써 혼자 움직이는건 상당히 불리할텐데 말이지. 신분을 증명하거나 하는데 있어서 인간은 의심이 많거든. "


이제껏 말을 무시당한 경험때문일까. 일단 하엘른이 들어는 주는 것 같자, 대장이 빠르게 말을 이어붙인다.


" 그래서, 일단은 우리 용병대에 들어오는게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 "


목적은, 용병대에 하엘른을 합류시키는 건가.


대장의 말에 하엘른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글쎄, 이것 외에 그다지 좋은 방법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혼자 여행한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것도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다. 물론, 그녀가 다루는 마나의 양을 보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지만...


" ...알겠다. 따라가기로 하지. 대신... "


하엘른이, 대장의 말에 '대답'을 했다. 글쎄, 또 언제 엘프 특유의 기이한 자존심이 발동해서 말을 무시할지는 모르겠지만...


" 아니, 잠깐. "


갑자기 하엘른의 말을 끊고, 부대장이 입을 열었다.


" 저기, 미안한데. 우리 용병대도 아무나 들일수는 없는 노릇이거든? 가뜩이나 대화조차 하기 싫어하는 까탈스러운 녀석은 말이야. "


부대장이 약간 비꼬는 듯 한 말투로, 하엘른을 쳐다본다. 그러자, 기분이 나빠진듯 인상을 구기며 다시 조용해지는 하엘른.


...왠지 나도 모르게 하엘른 말고 바르델에게 시선이 갔지만, 조용히 있기로 했다. 까탈스러움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는데.


" 이해해달라고. 우리도 놀러다니는게 아니라, 자칫하면 적보다 동료가 더 위험할수도 있거든. "


부대장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처럼,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턱짓으로 바르델을 제압하고 있는 하엘른의 모습을 가르키는게, 어째선지 강제적으로 상대방에게 적의를 끌어올리려는 듯 한 모습이다.


...왠지 자꾸 바르델에게 시선이 갈것 같다. 아니, 그건 셀리가 문제였나? 어라?


거의 도발에 가까운 말투에, 점점 더 하엘른의 얼굴이 사나워진다. 그리고는, 바르델의 팔을 꺾던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 아! 아악! 아?! 어째서?! 잠깐, 그만. 그만둬! 팔 부러진다고!아악! "


바르델의 비명이 울려퍼진다. 하엘른이 부대장의 도발로 상당히 열이 받은건 확실한듯, 그에 걸맞은 비명이 바르델의 입으로부터 울려퍼진다.


" 봐. 훨씬 위험하잖아. "


부대장이 마치, 사나운 들짐승을 쳐다보는 것 처럼 바라본다. 보기만해도 화가나는, 얄미운 표정. 뭘 하려고 저러는 거지.


그러자, 하엘른이 움찔하면서 바르델의 팔을 꺾던 손에 힘을 약간 풀기 시작했다.


조금은 안도한듯, 억울한듯, 제압당해 있는 바르델.


" 우리도 말이야, 같이 행동하는 사람을 받으려면 그에 걸맞은 테스트가 필요하거든. 물론, 네가 가진 마나량을 보면 그런것쯤이야 간단하겠지. "


부대장이 약간 하엘른을 치켜올리는 듯 한 말을 했다. 부대장의 말에 따라, 순식간에 구겨졌다 펴졌다 하는 하엘른의 표정이, 어째선지 부대장의 의도를 조금은 알게될 것 같다.


"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야. 우리와 함께 어울려 지낼 수 없다면, 안타깝게도 우리 용병대에 받아들일 수 없어. "


" ... 그렇다면, 혼자 가면 그만이다. 우매한 인간들따위. 여럿이 떼로 있어도 도움도, 위협도 되지 않는다. "


닫혀있던 하엘른의 입이 열린다. 상당히 속이 뒤틀린 듯, 입에서는 적대적인 말들이 튀어나왔다.


" 아니아니, 정말 그래도 되겠어? "


부대장이 겁없는 어린아이를 쳐다보는 것 처럼,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 이봐. 네가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해. 하지만, 과연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사람, 모든 몬스터, 모든 마족들을 적으로 돌리고도 살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거야? "


마치 연극을 하는 것 처럼, 부대장은 과장되게 행동하며 하엘른에게 질문을 던져간다.


" 그리고, 그렇게 적대해서 살아가면 뭘 할건데? 에초에 목적은 따로 있지 않나? '혼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게 목적은 아니잖아? "


하엘른이 다시 혼란에 잠겨가는게 눈에 보인다. 부대장의 말은, 모두 사실. 말하는것이 조금 얄밉기는 하지만, 틀린말은 없다. 어쩌면, 사실을 말하기에 더 아니꼬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 ...적당히 해라 인간. 그래서, 내게 바라는것이 뭐지? "


잠시 후 생각을 정리한 듯 한 하엘른이 부대장의 도발에서 정신을 차린 것 처럼, 침착한 목소리로 부대장에게 되묻는다.


그에따라, 부대장 또한 지금껏 처럼 연극하는 듯한 과장된 행동을 모두 멈춘 채 낮고 진중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 우선. 인간을 무시하는 태도를 감춰. 버리라는게 아냐. 마음껏 무시해도 돼. 하지만, 그걸 굳이 표현해서 적을 만들지 말것. 적어도 그러면, 네가 인간 사회에서 정보를 얻는데에 있어 배척받을 일은 없을거다. "


요구보다는, 충고에 가까운 말. 그것도 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닌, 하엘른 자체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말이다.


부대장의 말을 듣고, 하엘른이 약간 놀란 듯 한 표정을 지었다.


" 그리고, 적어도 대답은 해. 굳이 물어오는 것을 말할 필요는 없다. 감추는게 이득일 경우가 많지. 하지만, 그것과 '대답을 안하는 것'은 달라. 상대방에게 적대감을 줄 수 있을 뿐더러, 필요 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


" ...참고하도록 하지. 그 외에는? "


하엘른에게서, 적극적인 대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부대장의 말을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모습. 어쩌면, 부대장은 검술 실력보다 화술 실력이 더 뛰어난 것 아닐까.


" ...음, 글쎄. 나는 이 두개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 굳이 부탁하자면 아름다움 담당? 세상에, 이런 외모를 일하면서 볼 수 있다니. 이거, 엄청난 행운을 떠안은거 아냐?! "


순식간에 부대장의 태도가 유들유들하게 변한다. 방금까지 진지하게 충고를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연극을 하는 것 같은 장난스러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진지할때 지적이었던 모습과, 지금처럼 가벼운 모습이 격하게 괴리된다. 이것도,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행동인걸까...


" ...호오, 파울로씨? 이야기가 조금 샌거 같은데. "


" 흐음...? 우리에겐 아름다움이 부족하다 이건가...? "


그에 따라, 동료 여성진들이 갑작스럽게 부대장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 ...어? 아니, 잠깐. 이게 아닌데...? "


...그러고보니, 우리 용병대는 나름 여성의 비율이 높았지.


부대장이 여성들에게 끌려간다. 순식간에 여성진들 사이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된 그의 모습. 들려오는 것은, 구타소리와 비명뿐이다.


" ...크흠, 그래. 그래서, 어떻게 우리 용병대에 들어올 생각은 있는가? "


부대장이 자리에서 사라지자, 그 역할을 대신하듯이 대장이 하엘른에게 질문을 던진다.


" ...부탁하지. "


하엘른의 손에서 바르델이 풀려난다. 그동안 많이 괴로웠는지, 풀리자 마자 일어설 힘을 갖지 못한채 땅에 쓰러졌다.


...기절한거 아냐 저거? 어쩐지 조금 조용했던 것 같은데.


" 하하, 그래! 잘 부탁하지! 아, 이제 내가 대장이니 알아서 모시도록! "


끝내 가벼움을 감추지 못하며, 대장이 하엘른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다.


짝-


" ...? "


" ... 아, 미안하군. 아무래도 아직 거부감이 좀 있어서. "


경쾌한 소리를 내며, 대장의 손이 하엘른의 손에 의해서 쳐내어진다. 대장의 손이 돌아가고, 두명의

표정에 순간적으로 당황이 깃든다. 순식간에 어색해 지는 분위기.


...이거 어쩔꺼야.


" ...큼큼. 아니. 내가 미안하네. 그럼, 이제 출발 해볼까? "


대장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 손을 등뒤로 감춘채 이야기한다. 살짝 쳐다본 손은, 생각보다 쎄게 얻어맞았는지 빨갛게 부어올라있었다.


...많이 아플 것 같은데.


조용히 등을 돌려 걸어가는 대장의 모습을, 아무말 없이 하엘른이 따라간다.


...무서운것.


툭툭-


" 이카노스. "


누가 옆에서 건드리는게 느껴져서 쳐다보자, 그곳에는 언제 왔는지 셀리가 서 있었다.


" 저거, 살아는 있는 거야? "


셀리가 가르키는 손가락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바르델을 향하고 있었다. 어느새에, 모두에게 잊혀진 바르델의 모습.


마치 죽은 개구리처럼 땅에 얼굴을 박고 쓰러져있는 모습이, 보는이로 하여금 애처로움을 불러일으켰다.


더 불쌍한건, 봐주는 사람 조차 없다는 것 일까...


그래도 나름 생명의 은인이라고, 챙기는건 셀리밖에 없구나.


...


...아니, '저거'라고 불린 시점에서 이미 그른거 아닌가?



우리는 쓰러진 바르델을 깨웠다. 그의 눈가에 어린, 슬픈 눈물자국을 못본것으로 한 채.


작가의말

 이제 일정이 다시 조금 정상적으로 돌아올 듯 싶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호가 200을 찍는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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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차원의 틈-1 +1 19.08.14 53 0 12쪽
204 차원의 틈 +1 19.08.03 53 0 11쪽
203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3 +2 19.08.01 74 1 12쪽
202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2 +1 19.07.22 56 1 11쪽
201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1 +1 19.07.16 59 1 11쪽
200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 +1 19.07.11 85 2 11쪽
199 마탑의 마법서-1 +1 19.07.08 61 1 12쪽
198 마탑의 마법서 +1 19.07.05 65 1 11쪽
197 마룡의 피 +1 19.07.03 61 1 11쪽
196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3 +1 19.07.02 95 0 12쪽
195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2 +1 19.07.01 69 1 12쪽
194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1 +1 19.06.04 88 1 12쪽
193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 +1 19.06.02 80 1 12쪽
192 성검-10 +1 19.06.01 134 2 12쪽
191 성검-9 +1 19.05.31 73 1 11쪽
190 성검-8 +1 19.05.30 89 1 11쪽
189 성검-7 +1 19.05.29 81 1 12쪽
188 성검-6 +4 19.05.23 105 1 12쪽
187 성검-5 +1 19.05.22 86 1 11쪽
186 성검-4 +1 19.05.21 96 1 11쪽
185 성검-3 +1 19.05.20 100 1 12쪽
184 성검-2 +1 19.05.19 90 0 11쪽
183 성검-1 +1 19.05.18 98 1 12쪽
182 성검 +1 19.05.15 8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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