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천살성이 사라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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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드
작품등록일 :
2018.07.3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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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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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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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검의 흔적

DUMMY

기사의 축 처진 어깨가 마치 악몽에 짓눌리기라도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삶의 희망도, 자신감도, 그 어떤 열정조차 지니지 못했던 남자의 두 눈이 감기는 것과 동시에, 또다시 주위의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어 간다.


" 마이클. 네 앞으로 물건이 도착했다. "


이번에는, 깔끔하고 정갈한 건물의 안이 시야에 비추어진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전신갑옷을 갖춰입은 사람들이 즐비했고, 그들이 가진 검이나 투구, 그 어떠한 물건도 상당한 고가의 물건이라고 생각되는 것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 물건...말씀입니까? "


꿈의 주인으로 보이는 기사가, 동료로 보이는 기사와 함께 검을 훈련하다가 멈춘다. 그에게로 다가온, 상사로 보이는 인물.


이 상황에서 보이는 기사의 모습은 지금과는 다르게 밝고 활발한 듯 보였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돈독한 듯 싶었고, 그 어디서나 따돌림의 증후나 무시받는 기색이 없다. 그의 상관으로 보이는 남자 또한, 기사를 보는 시선에 기대감과 자랑스러움이 서려있을 정도이다.


...이곳은, 그의 과거일까.


그러한 꿈의 주인에게 주어진, 한가지의 물건.


그것은 붕대처럼 보이는 천으로 둘둘 감겨진 모양새였다. 기사의 신장보다는 조금 작은정도의 크기. 붕대로 감싸듯이 보호한 그 물건은, 그 윤곽선으로써 그것이 어떠한 물건인지 대략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 ...검? "


꿈의 주인이 그 물건을 받아들이자, 그것을 건넨 상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의 눈에는 여전한 신뢰와 믿음이 담겨있지만 그 한켠에는 슬픔과 안쓰러움이 담겨있는 것이 보인다.


" ...흠. "


" 이게 무엇입니까? 대체 누가 제게 검을... "


상관이 잠시 입을 다물고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어떠한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그의 얼굴은, 기사에 대한 배려와 함께 짙은 고민이 담겨있었다.


" 후. 좋은 이야기는 아니니 빠르게 말해주마. 어느 시골마을에 마족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기사단이 그 국가 소속의 기사단과 합동하여 토벌하러 나갔던 것을 기억하나? "


상관의 말을 들은 기사가, 잠시 기억을 되짚어 보는 듯 하더니 곧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 ...예. 저희쪽까지는 발령이 안났지만, 모처럼 너무 확고한 마족의 발자취가 남았다고 약간의 소란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 그곳에서 우리측에 피해가 생겼던 모양이다. 대량의 마물과 함께 그것을 지휘한 마족때문에, 꽤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더군. 그 곳에, 네게 유지를 남긴 인물이 발령되어있던 듯 하다. "


상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빛이 차갑게 식어간 기사가 자신이 들고있던 물건의 붕대를 찢듯이 풀어제꼈다. 양팔에 가득 든 힘이, 손가락 한가닥 핏줄이 올라간 손이 붕대를 거칠게 풀어낸다. 그 안에서 보이는, 한자루의 검.


" ...프라우. 이건... "


" ...애도를 표하지. 하지만, 그 기사는 분명 신의 위대한 인도에 따랐을 것이다. "


" 이건, 이건 말도안됩니다. 그녀석이 그럴리가 없습니다! 어째서, 어째서 그녀석이...! "


기사가 검을 품에 안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발작하는 것과 같은 태도로, 그의 목이 찢어질듯이, 영혼을 토해내듯한 외침을 반복한다.


" 그 빌어먹을 국가의 개들이 함정에 빠트리기라도 한 것 아닙니까! 이 친구는 절대로 그런 시골에서 죽을리가 없는 친구입니다! 분명히, 분명히 무슨 일이...! "


" ...진정해라. 네 발언은 범접하면 안되는 영역에 닿을 수 도 있다. "


상관의 날붙이처럼 차가운 말과는 반대로, 그의 손은 다독이듯 기사의 어깨 위로 올라간다. 그러길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듯이 잠깐 얼굴을 찡그린 상관이 속삭이듯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 이건, 사실 떠돌면 안되는 이야기 이긴 하지만... "


낮은 상관의 목소리에 맞춰, 순식간에 날카로워지는 기사의 눈. 그는 이것이 상관의 배려임과, 원래라면 그가 알 지 못해야 할 실마리의 일종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듯 했다.


" 이번 일에 대해 전체적인 함구령이 내려졌다. 정확한 원인은, 내 귓가에도 확연히 들려오지 않더구나. 그나마, 내가 아는 사람을 동원해 들은 이야기로는... "


상관의 꿀꺽 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마저, 기사의 귀에는 천둥소리와 같이 들려왔다. 그의 꿈이라서 그런걸까, 그의 감정, 그의 느낌, 그의 체감이 마치 우리의 것 처럼 하나하나 생생하게 느껴진다.


" ...이번일에, 용사가 끼어있다고 들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함구령에 대한 발안의 근원도 그 용사라고 하더군. "


" 그게 무슨... 용사는 분명, 마룡과의 싸움에서 죽었다고... "


남자의 눈이 차갑게 식으며,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처럼 공허한 눈으로 상관을 쳐다봤다. 그러한 그의 시선이 닿은 상관은, 자신의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음을 깨달았다는 듯이 손을 약간 저으며 다시 그 입을 연다.


" 아니, 세간에서 말하는 "두번째 용사"말이다. "


" ...용사의 동료 말입니까? 모험가 출신의, 말도안되는 힘의 소유자라는 그? "


상관이 고개를 끄덕임과 함께, 오히려 더 깊은 의문을 품게된 듯 한 기사.


" 대체 그게 무슨 연관인겁니까? 오히려 어째서, 용사란 존재가 있었는데도 프라우는... "


" ...나도 함구령이 떨어져있어서 제대로된 정보를 듣지 못했다. 단지, 그들은 마족에게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만을 전해왔을 뿐. 오히려, 나는 그 상황이 기이하더구나. 사건 전체에 대한 이야기에는 함구령이 떨어졌음에도, '마족에게 성기사가 죽었다는 이야기'만큼은 전해도 되는 건지. "


말을 하는 상관의 얼굴에도, 대체 어느부분 부터 의심을 해야 하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 듯한 표정이 드러나 있었다.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


그런 상관을 향해, 무엇 하나라도 더 알아야 겠다는 의지를 가진 기사가 입을 연다.


" 함구령은, 그럼 용사에 관해서 떨어진 겁니까? "


" ...그래. 정확히 말하면, 용사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함구하도록 되었다. 전투에서 누가 어떻게 죽었고, 용사가 어떻게 마족을 퇴치했는지 등의 이야기는 모두. 나도 따로 알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알아 낼 수 없더구나. "


기사의 얼굴에 불안과 초조, 슬픔이 떠올라간다. 더이상 빛으로 밝힐 수 없는 어둠을 만난 것 같은, 답답한 표정.


그런 기사의 귓가로, 아주 미약하게 상관의 목소리가 한번 더 울렸다.


" 마지막으로, 내가 알고있는 것을 한가지만 더 들려주마. 위쪽을 파고들려고 하지 말아라. 그들은, 오히려 우리 성기사들의 죽음을 감추고 싶은 듯 한 눈치였으니까. 조금 엿들은 바로는, 안그래도 그들이 함구령을 내렸을 터 인데 용사가 '은혜'를 써가며 함구령을 부탁했다면서 좋아하고 있었으니. "


" ...'은혜'라. 성검 반환의 빚 말입니까. "


기사의 말을 들은 상관의 고개가 작게 끄덕인다.


" 조심해라. 어쩌면, 이번 함구령에 대해 사람들 사이에 질낮은 소문이 퍼질 수 있다. 그들의 죽음이 위쪽의 관계자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다는 점에서, 그들의 명예가 더렵혀지는 소문이 흐를지도 모르겠구나. "


그러고는, 더 이상의 볼일은 없다는 듯이 조용하게 일어나서 자리를 뜨려는 그.


" ...단장님. "


떠나려던 상관의 발걸음을, 작지만 확고한 기사의 목소리가 붙잡는다.


상관을 쳐다보는 기사의 눈에는, 폭발할듯한 열기와 함께 강렬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그의 강철같은 각오와, 신념. 모든것을 불사르더라도 자신의 목적을 수행하겠다는 강렬한 열망이 그 속에 용솟음 치듯 꿈틀거린다.


" ...저. 성검의 주인에 도전하겠습니다. "


순간적으로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것만 같은 표정을 지은 상관이,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진심이냐? "


아까보다 더 차갑고 냉혹해진것만 같은 상관의 목소리였지만, 그에 굴하지 않는 목소리가 다시금 상관의 귀에 울려퍼진다.


" 예. 저는, 알아야 겠습니다. 제 모든 것을 걸더라도. 모든 진리를 밝히는 '용사의 검'에. "


굳센 기사의 얼굴을 바라본 상관의 표정이 일그러질 듯이 굳는다. 기사의 입에서 방금의 발언에 대한 부정이 튀어나오기를 절실히 바라는 얼굴이지만, 끝내 기사의 신념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 ...알겠다. 댓가는, 알고 있겠지? "


" ...예. 물론입니다. 제 모든것을 걸고. "


잠시후, 곧바로 주변의 시야가 뒤틀리듯이 변한다. 기사의 주변 풍경이 휩쓸리듯 변화하는 것과 동시에, 수많은 동작과 수많은 물건들이 스치듯이 그의 몸을 지나쳤다.


그것이 천천하게 흐르는 일은 없었지만, 그간에 벌어지는 일들이 어떠한 내용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모습들.


기사는 당당하게 성검에 도전했다. 자신이 용사의 검의 주인이 될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을 가진 채.


하지만, 그는 결국 성검을 검집에서 뽑아내지 못하였고 그는 댓가로써 모든것을 잃었다. 너무나 빨리 스쳐가는 풍경과 행동에 그 댓가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그가 모든 것을 잃고 비참해 지는 것은 명확히 보였다.


그는 술자리에서 친구의 죽음을 욕되게 표현하는 다른 성기사와 싸움이 붙었고, 나날이 그에 대한 소문과 시비는 늘어났으며, 그 모든것이 그를 좌절하고 절망하도록 만들었다. 그를 성검에 도전하도록 허가를 내린 상관이 그를 찾아왔지만, 그는 이미 회생불가의 상태.


그는 마음을 닫았고, 그로써 그는 살아있는 인형이 되었다. 그저, 시키는 것을 따르고 수행하는 인형이.


하지만, 그것도 고장난 인형.


이미 신념과 의지, 자존감을 비롯한 모든것을 잃은 그에게, 당당하게 신을 찬양하며 이단을 베어갈 용기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에게 남은 생명은, 그저 친우의 죽음에 대한 허물일뿐.


순식간에, 그가 주저앉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과거의 풍경을 보여주기 직전의 주저앉은 자세 그대로.


...


...방금, 성검에 대한 엄청난 증거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것 같은데.


기사의 꿈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흑마법사에게 말을 걸어본다.


" 야 이거, 방금 장면을 다시보기 같은거 못하냐? "


" 예? 아니 이게 무슨 공연도 아니고... 이거, 저희가 개입은 가능한데 꿈의 주도권 같은건 저희한테 없어요. 대체 뭘 바라는거예요. "


아니 이게. 조금 기대정도는 품어 볼 수 있는거잖아. 지가 무능할 뿐인거 아냐?


" 아니 근데, 성검이 뭐길래 갑자기 도전한다고 한거지. 솔직히 너무 뜬금없었는데. "


" 예? 무슨말씀이세요. 알지 못하는 비밀이 생겼으니까, 성기사의 입장에서 성검에 도전해본거겠죠. 그건 '모든 진리를 밝히는' 용사의 검이니까. "


그건 또 무슨소리야. 성검에 무슨 기능같은게 있나? 꽤나 힘이 깃들어있는 신물이라고는 알고있지만, 마왕의 검은 같은 신물이면서 그냥 쓰잘데기 없는 쓰레기같았는데.


- 뭐라고 꼬맹아?!


어라-.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세요!


댓글은 언제나 힘이됩니다! 감사합니다!

저번주 작가의 말은 삭제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모르고 보시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다 밝혀진 후에 재조명시키는게 더 역동적일것 같지 않나요...?

그리고... 댓글을 비밀설정하는건 어떻게 하는거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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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2 +1 19.07.22 56 1 11쪽
201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1 +1 19.07.16 59 1 11쪽
200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 +1 19.07.11 85 2 11쪽
199 마탑의 마법서-1 +1 19.07.08 61 1 12쪽
198 마탑의 마법서 +1 19.07.05 65 1 11쪽
197 마룡의 피 +1 19.07.03 61 1 11쪽
196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3 +1 19.07.02 95 0 12쪽
195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2 +1 19.07.01 68 1 12쪽
194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1 +1 19.06.04 88 1 12쪽
193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 +1 19.06.02 80 1 12쪽
192 성검-10 +1 19.06.01 134 2 12쪽
191 성검-9 +1 19.05.31 73 1 11쪽
190 성검-8 +1 19.05.30 89 1 11쪽
189 성검-7 +1 19.05.29 81 1 12쪽
188 성검-6 +4 19.05.23 105 1 12쪽
187 성검-5 +1 19.05.22 86 1 11쪽
186 성검-4 +1 19.05.21 96 1 11쪽
185 성검-3 +1 19.05.20 100 1 12쪽
184 성검-2 +1 19.05.19 90 0 11쪽
183 성검-1 +1 19.05.18 98 1 12쪽
182 성검 +1 19.05.15 8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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