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원의 이세계 골목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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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유진
작품등록일 :
2018.08.01 23:55
최근연재일 :
2018.09.0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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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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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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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26화 두 동강

DUMMY

조용히 입을 다문 벤담을 뒤로 하고 심사위원들이 자기들끼리 회의에 들어갔다.

“역시······.”

“음······.”

눈빛만 보고 서로 몇 마디의 대화만 나누고 합의를 해버린 심사위원들.

‘뭐지······.’

그 모습을 보고 벤담은 불안해졌다.

“결과를 발표하겠다.”

세르마 영지의 영주가 나섰다.

‘우리 영주가 아니라 세르마 영지의 영주가??’

박종원은 살짝 불안해졌다.

“결과는 박종원 승!!”

“이겼다!!”

“만세!!”

그와 동시에 졸진과 가로타가 박종원을 들고 헹가래쳤다.

“사, 사람 살려!! 그만 던져유!!”

그러자 기겁하는 박종원. 보통 헹가래란 것은 의외로 여러 사람이 해도 힘든 법이지만, 이 둘은 인간이 아니라 각각 트롤과 오크라 힘이 워낙 세서 박종원은 거의 붕붕 날았다.

“휴우, 죽는 줄 알았네. 공중부양하는 줄 알았잖아유.”

“오버하기는. 어쨌든 축하한다, 꾸익!!.”

가로타가 박수를 탁탁 치고 졸진도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했다.

“고맙다, 박종원. 덕분에 내 가게가 망할 뻔한 한을 풀었다, 츄럴!!”

“고맙기는 뭐가 고마워유. 내가 더 고맙지. 솔직히 여러분들이 일취월장해서 실력도 올리고 가게도 유지한 게 내겐 더 감동이에유.”

특이한 재료들을 다뤘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특히 인간 손님들에게 외면을 받았던 가로타의 식당은 이제 영지 최고의 명소로 거듭나 있었다.

연한 가고일 구이와 입맛을 돋우는 모둠 야채피자는 빼놓을 수 없는 가로타 식당의 명물.

감칠맛 넘치는 가고일 구이와 질릴 때쯤 입 안에 산미와 신선함을 불어넣어주는 야채 모둠이 끊임없이 음식과 맥주를 들이키게 했다.

한편 졸진의 가게는 한때 손님을 가장한 고블린 블랙컨슈머들과 그에 부화뇌동한 기레기들의 보도로 인해 망했지만, 어느새 사정이 알려지고 동정의 발걸음으로 단골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부활했다.

다시 한 번 가게를 살린 졸진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크라켄 다리 튀김과 돌돔 스튜, 머리까지 바삭하게 튀긴 새우튀김을 주 메뉴로 삼는 졸진의 가게는 다시 한 번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원래 크라켄 다리의 구하기 힘듬으로 인해 갑오징어로 대체했던 졸진이었지만, 최근 한 무리의 모험가들이 크라켄을 퇴치함으로 인해서 대량의 크라켄 고기가 들어왔다.

그래서 졸진의 가게는 다시 크라켄을 요리하는 가게라는 특이함으로 인해 명성을 찾은 것이다. 박종원도 이를 칭찬했다.

“어찌되었든 간에 한번 망한 가게를 살린 것은 당신의 실력이에유. 손님들은 한번 망한 가게에 어지간하면 다시 찾아가지 않아유. 그걸 되살린 것은 손님들의 고마움도 있지만 어쨌든 당신의 실력과 열정을 빼놓을 수 없겠쥬. 그런 상황에서도 이런 대회까지 나와 준 당신에게 감사할 뿐이에유.”

“뭘, 나는 네가 가르쳐준 레시피대로 아란치니를 만든 것밖에 없다, 츄럴!! 공로는 다 너의 것이다, 츄럴!!”

어떻게 보면 그 말 대로였다. 이들은 각자 한 요리씩 맡아서 했는데, 바냐 카우다를 만든 것은 가로타였고, 아란치니를 만든 것은 졸진이었다.

마지막으로 박종원은 복분자 감자아이스크림. 그 이유는 각자 그 요리들을 맡는 것이 가장 적절했기 때문이었다.

가로타는 평소 야채가 잔뜩 들어간 모둠 야채 샐러드를 만들고 있었기에 야채가 대량으로 들어가는 바냐 카우다를 만들기 적합했다.

반대로 졸진은 크라켄 다리나 갑오징어, 새우 등을 수도 없이 튀겼기 때문에 튀김 요리의 마스터가 된 상황.

이제는 온도를 일일이 재보지 않아도 올라오는 기포나 색깔만 보고도 온도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미트 소스와 치즈, 완두콩이 들어간 밥 튀김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처음엔 대량의 아란치니를 일일이 만드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몇 번 해보자 금방 익숙해졌다.

박종원도 신이 아니라 이런 상황까지는 예측하지 못했지만, 불시의 대회에 이 둘의 능력은 정말로 요긴하게 쓰였다. 이제 이 둘은 각각 야채 요리와 튀김 요리의 마스터가 돼있었다.

‘여러 가지 요리를 동시에 가르쳐줬으면 오히려 습득률이 떨어졌을 텐데 두, 세 가지 요리에 집중함으로써 회전률도 잡고 이 둘은 각각 그 요리의 마스터가 되었어. 정말 다행이다.’

휴, 하고 박종원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말로 이 세상엔 우연이란 게 없었다. 다 필연이었다.

‘어찌 보면 내가 이 세상에 온 것도 필연인지도······.’

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이 세상에 옴으로 인해서 구원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구원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분명히 감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였다.

“나는 이 대결에 승복 못해!!”

“이익, 우리도다!!”

“?!”

갑자기 벤담과 베텔로, 카슨이 웃옷을 벗었다. 그러자 그 몸에 가득 둘러져 있는 건 폭탄.

“뭐, 뭐야, 저거?!”

“미친놈들!!”

박종원의 암멜 영지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르마 영지의 사람들도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표정을 보니 이 상황은 전혀 합의가 된 상황이 아님이 분명했다.

만약 합의됐다면 절대로 그런 표정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런 짓을 할 이유도 없고.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벤담!!”

“시끄러, 이 망할 자식!! 감히 나의 재능도 못 알아보고 저런 촌뜨기 요리사에게 넘어가 나를 홀대하다니!! 너에게 식사를 해준 게 얼마인데!! 나는 정성을 다해 네 식사를 만들었어!!”

“마치 네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 듯이 얘기하는군!! 우리 관계는 그저 계약이었다!! 내가 돈을 지불하고 넌 요리를 만드는!! 박종원이 왔다고 해서 네 요리를 전혀 먹지 않은 것도 아닌데 이런 행패를 저지른단 말이냐!!”

도람프 남작과 벤담이 서로 설전을 벌였다. 그런데 벤담은 서운해 했지만 확실히 두 사람의 관계는 계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도람프 남작의 말대로 남작이 봉급을 지불하면 벤담은 전속 요리사로서 요리를 만들었는데, 사실 이런 관계는 공무원이나 귀족, 군인들 사이에서 흔한 것이었다.

심지어 군함의 함장들도 사비를 지불하고 개인 요리사 겸 배의 식사를 책임질 사람을 고용했는데, 뭘.

만약 그러지 않으면 항해 내내 자기들끼리 짜디짠 염장고기나 쉽비스킷만을 먹어야하는데, 그건 고문에 가까웠다.

그 두 음식은 너무 짜서 한때 괴혈병의 원인이 그런 짠 음식에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바닷물에 씻어먹는 게 덜 짤 정도였으니······.

그래서 장기 항해를 하는 사람인데 만약 전속 요리사가 없으면 군인이든 해적이든 거의 고문에 가까운 식사를 해야 하는 건 필수였다.

똑같이 짜디짠 고기와 비스킷이라도 분명 요리사가 하는 것과 일반인이 조리하는 건 다른 법······.

다만 요리사가 귀찮다는 이유로 염장고기와 쉽비스킷의 염분을 빼지 않거나 그 염분 뺀 물로 다시 조리를 해버리면 대참사가 일어났다.

대항해시대에는 그걸 먹은 선원들이 요리사와 염장고기를 저주하는 노래를 불렀을 정도였다.

어쨌든 도람프 남작의 말을 들은 벤담이 부들부들하며 폭탄 심지에 불을 가까이 가져갔다.

“이 자식!! 너 때문에 내 자존심은 갈기갈기 찢어졌어!! 본국에서부터 요리를 하며 나는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다!! 쥐꼬리만한 봉급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개척이라는 본국의 목적에 이바지하기 위해 너 같은 맛도 모르는 인간의 요리사를 해줬건만!! 이 배은망덕한 자식!!”

“뭐라고??”

도람프 남작은 어처구니없어서 이젠 헛웃음까지 흘렸다.

도람프 남작과 그의 관계는 실제로 그저 갑을관계, 비즈니스 관계에 불과했는데 벤담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웃음마저 나올 지경이었다.

심지어 무슨 인간적으로 실망한 것도 아닌 그저 자신의 실력을 홀대 받아서 이 짓을 하고 있다니. 그때 박종원이 나섰다.

“터트려봐유.”

“엉??”

“터트려보라구유.”

“박종원!!”

경비대장은 물론 도람프 남작, 졸진, 가로타 등 박종원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외쳤다.

그러나 박종원은 벤담 등이 만든 피자를 집어먹으며 천천히 벤담에게로 걸어가고 있었다.

“실력도 없어, 그렇다고 인성도 없어. 대체 당신은 할 줄 아는 게 뭐에유?? 요리사면 요리로 승부해야지 져놓고 뻔뻔하게 자폭하겠다고 협박이나 해. 당신이 그러고도 요리사에유?? 당신은 요리사가 아니에유. 그저 알량한 실력에 도취된 유사 요리사일뿐이지.”

“유, 유사 요리사?!”

벤담이 부들부들했다.

“내 말 틀려유?? 나와 같이 요리를 만든 졸진과 가로타라는 이 두 사람도 처음부터 요리를 잘한 건 아니었어유. 심지어 식당을 이미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력은 아마추어에 가까웠쥬. 하지만 언뜻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내 지적을 그들은 모두 다 받아들여 이제는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일류 요리사가 됬어유. 물론 아직은 멀지만 적어도 그들이 만드는 요리에 있어서만큼은 일류가 됐쥬. 그게 쉬운 줄 알아유?? 불과 두, 세 가지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그 짧은 시간에 내가 만든 요리를 수도 없이 만들어보며 달인이 됐쥬. 심지어 식당에서 주문이 들어올 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 아슬아슬하게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로 별도로 재료를 사서 그걸 전부 다 요리하며 연습했어유. 덕분에 이들은 자기 요리에 신물이 날 정도로 요리하고, 또 먹었어유. 그게 거짓말 같아유?? 졸진, 가로타, 말해봐유.”

“으으, 솔직히 말하면 평소에도 입에서 크라켄 비린내가 난다, 츄럴.”

“난 이제 가고일 고기는 안 먹을 것 같애······. 야채라면 몰라도.”

“봤쥬?? 요리를 하고 싶으면 이 정도로는 해야되는거에유!! 칼을 하도 잡아 손에는 굳은살이 배기고, 무거운 냄비를 하도 들어서 뼈 모양이 바뀌고,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진정한 요리사는 그 정도가 되는거에유.”

“굳은살이 배기고 뼈 모양이 바뀐다고?? 그렇게 된다고 무조건 요리사가 된다고 할 수 있냐!!”

“휴우, 잘 봐유.”

박종원은 웃옷을 벗었다.

“헉!!”

그러자 나타난 것은 배불뚝이인줄 알았던 겉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탄탄한 근육질 체형의 몸매.

“내 몸 보이쥬?? 근육은 둘째 치고 잘 보면 흉터, 굳은살, 그리고 온갖 상처와 뼈까지 뒤틀려있어유. 이게 요리사들의 숙명이에유. 하루 종일 뜨거운 불과 기름 앞에서 날카로운 칼, 무거운 냄비를 들고 수없이 웍질을 한 결과. 이 상처는 내 훈장이에유. 오래된 요리사라면 다들 이런 상처를 가지고 있어유. 당신은 그런 게 있어유??”

“그, 그건 네 미숙함의 증거다!! 상처가 있다고 해서 모두 훌륭한 요리사는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쥬. 하지만 이건 내 지나간 세월들의 기록이에유. 여기 새겨진 하나하나의 흉터가 다 나의 노력을 증명하는 거에유. 물론, 흉터가 있다고 해서 당신 말대로 훌륭한 요리사는 아니쥬. 하지만 난 적어도 당신처럼 노력도 하지 않고 재능도 없으면서 입만 나불거리지는 않아유. 당신 경력이 어떻게 되유?? 3년? 5년?? 적어도 10년 이상 일하지 않고서는 실력에 대해 논하지 말았어야지!!”

버럭!! 박종원은 진심으로 분노해서 외쳤다. 재능이 있다면 몇 년 일하지 않고도 자기가 아는 몇 개의 요리에서는 정말로 달인에 가까워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런 요리사는 매우 드물다.

요리학교만 몇 달 다녀도 수십 가지의 요리는 배우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속 많은 요리만 배우려고 하지 그 하나하나를 집중적으로 탐구하진 않았다.

만약 어떤 요리든 하나라도 제대로 한다면, 그 집은 순식간에 맛집이 될 것이다.

손님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10년 넘게 요리한 요리사들도 하루하루 요리를 하며 새로운 걸 깨닫는데!! 고작 몇 년 요리하지도 않은 요리사가!! 건방지게! 실력을 논해!!”

사실 식당의 주방이란 20년, 30년 요리한 요리사들도 적지 않았다. 진짜로 20살부터 시작해서 한 4, 50년 해야 ‘아 이제 좀 요리한다고 말할 수 있겠구나’하고 과장 좀 보태서 겸손하게 말하는 요리사들도 있었다. 그 정도로 요리란 힘들었다.

아니, 요리를 떠나서 모든 게 그렇다. 그 정도가 되면 그 어떤 것이든 이제는 도(道)의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러나 박종원이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벤담은 깨닫지 못했다.

“개소리하지마라, 이 자식!! 모두 다 길동무로 삼아주겠다!!”

그러나 쾅!!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 벤담을 두 동강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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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33화 소멸 18.09.04 191 3 13쪽
33 제32화 Time is up 18.09.02 145 3 13쪽
32 제31화 명예이사 18.09.01 158 3 13쪽
31 제30화 피범벅 18.08.31 169 4 14쪽
30 제29화 만들 것 18.08.30 147 3 12쪽
29 제28화 악마 같은 자식 18.08.29 138 2 11쪽
28 제27화 식량 18.08.28 156 3 12쪽
» 제26화 두 동강 18.08.27 156 2 13쪽
26 제25화 스토리 18.08.26 149 4 15쪽
25 제24화 온도의 맛 18.08.25 150 4 12쪽
24 제23화 전류 18.08.24 168 3 12쪽
23 제22화 분노 18.08.23 179 3 13쪽
22 제21화 벤담 18.08.22 197 4 14쪽
21 제20화 지적 18.08.21 201 4 14쪽
20 제19화 치명적인 약점 18.08.20 203 4 11쪽
19 제18화 요리대결 18.08.19 193 4 12쪽
18 제17화 사기꾼 18.08.19 168 4 12쪽
17 제16화 거상 18.08.17 212 4 13쪽
16 제15화 킹 스콜피온 요리 18.08.16 212 5 12쪽
15 제14화 근육맨 18.08.15 194 2 12쪽
14 제13화 으아악!!! 18.08.14 221 4 13쪽
13 제12화 새로운 제안과 보상 +2 18.08.14 238 3 13쪽
12 제11화 츄럴과 바다 18.08.13 243 3 11쪽
11 제10화 바다를 사랑한 츄럴 18.08.12 239 3 11쪽
10 제9화 츄럴 18.08.10 261 3 12쪽
9 제8화 조화 +1 18.08.09 291 4 13쪽
8 제7화 신 메뉴 18.08.08 339 7 13쪽
7 제6화 어처구니 18.08.07 354 6 13쪽
6 제5화 최종단계 18.08.06 427 6 14쪽
5 제4화 끝났다 18.08.05 428 8 12쪽
4 제3화 근로계약서 18.08.04 494 7 15쪽
3 제2화 참 쉽쥬?? +1 18.08.03 585 6 12쪽
2 제1화 사냥 18.08.02 744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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