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원의 이세계 골목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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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유진
작품등록일 :
2018.08.01 23:55
최근연재일 :
2018.09.0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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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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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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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31화 명예이사

DUMMY

“뺏어갔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두 번에 걸쳐서 나눠 보낸 식사가 있지 않습니까?”

“음······. 그랬지.”

당연히 최전방은 아니더라도 경계를 위해 후방에도 진을 치고 있으므로, 박종원과 요리사들은 전방은 물론 후방에도 식사를 보내준 상태였다.

만약 한 번에 다 보내버리면 그게 영지를 수비하고 있는 경비병들에게 한 바퀴 다도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니까. 그런데 후방에 보내준 식사가 털린 것이다.

“후방에 보냈던 식사를 고스란히 뺏겼어요. 그 덕분에 다시 식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식사 만드는 건 그렇다 치고, 피해 상황이 어떤데유??”

“운반을 하던 요리사가 모두 죽었습니다. 저만 빼고······.”

“제기랄!!”

쾅!!

박종원이 눈앞에 있던 도마를 내리쳤다. 분노로 인해 좋은 나무로 만든 단단한 도마가 단번에 박살나버렸다.

쩍!!

그러나 박종원은 신경도 쓰지 않고 말했다.

“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거에유??”

“처음 공격을 받자마자 쓰러진 후 죽은 척해서······. 눈도 가늘게 뜨지 않았습니다. 놈들은 식사를 강탈하자마자 부리나케 사라지더군요.”

“하긴······. 아무리 제롬이라고 해도 적지에서의 지나친 행동은 부담스러웠겠쥬······.”

아무래도 제롬은 지난번에도 쓴 밤의 위장을 써서 들어온 것 같았다. 살기만 내뿜지 않으면 들키지 않는 고급 은폐기술.

물론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제약이 있지만 조건만 맞추면 너무나 좋은 기술이었다. 암살기술 중 그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그리고 소수의 병력만을 이끌고 후방으로 들어왔겠쥬······. 그와 혈기사단이 전면적으로 빠지면 전방이 반대로 비어버릴 테니까······.”

지금까지 혈기사단은 역시 일반 부대처럼 반씩 나뉘어 교대로 공격해왔다.

그러나 오늘은 웬일인지 평소보다 그 수가 약간 적어보였는데 그래서 그랬던 것이다.

제롬은 혈기사단 전체 1/3에서 1/4의 병력만을 이끌고 후방을 공격해 식량을 빼앗아갔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박종원.

“이상한데······.”

“뭐가, 츄럴??”

졸진이 물었다.

“놈들의 사정이 그렇게 안 좋은 걸까유?? 아님 단순히 우리들에게 타격을 주려고?? 그런데 나나 영주님, 혹은 경비대장 정도를 죽이면 몰라도 요리사들 몇 명을 죽이고 식사를 강탈해간 거 가지곤 지나친 타격은 아닌데?? 흠······. 조사를 해봐야겠어유.”

박종원은 뭔가를 꾸몄다.


한편 세르마 영지에서 빼앗아 온 식사를 풀어헤치는 제롬.

“식사시간이다. 모두 먹자.”

“하지만 단장님. 이 정도의 식량으로는 임시방편밖에 되지 않습니다.”

“알아!! 제기랄!!”

제롬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지금 세르마 영지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말하자면, 박종원의 짐작대로 보급이 좋지 않았다.

본국에서 단번에 타 영지를 정복할거라고 온 건 좋은데,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일개 영지 급의 중소 식민지라고 하더라도 일단 신대륙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그들은 적응한 상태였다.

반대로 제롬과 혈기사단은 신대륙의 새로운 지리, 문물, 풍토에 적응하는 것도 시간이 좀 걸리는 상태였다. 신대륙의 새로운 종족과 몬스터.

농사나 채집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어 몬스터들을 통해 식량을 보급하고 이종족들을 이용해야 신대륙의 패권을 잡을 수 있는데, 그런 건 공부를 해야 되서 힘만 쓰던 혈기사단원들은 골치가 아파진 것이다.

게다가 보급. 제롬은 세르마의 영주를 죽인 걸 후회했다.

“망할 개자식! 죽이는 게 아니었는데!!”

정작 죽인 개자식이 죽은 사람을 개자식이라 하고 있었다. 암멜의 영주 도람프나 죽은 세르마의 영주나 모두 전투형은 아니었다.

전투는 경비대장이나 제롬 등 전투담당이 하면 되는 법······.

그러나 그들의 진가는 행정, 내치, 내정, 보급에 있었다. 말하자면 전형적인 행정관.

영지를 관리하는데 그들의 능력은 극대화 돼있었는데, 그런 살림꾼을 제롬은 죽여 버리고 만 것이다.

“망할 본국 놈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죽이라고 하니까!!”

사실 본국이나 교단에서도 딱히 무조건 전 세르마 영주를 죽이라고 하진 않았다.

다만 정복 사업에 방해가 되거나 능력이 별로다 싶으면 갈아치우고 새로 세우라고 했는데, 그만한 인재가 없었다. 즉, 전 세르마 영주는 초한지로 치면 소하 같은 인물.

뒤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도맡아 하는 1등 공신이었다.

그런 인물은 제롬은 별로다 싶고 자신의 권위와 영향력을 내세우고 싶으니까 단번에 죽여 버린 건데, 이제와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쩌면 죽은 세르마의 영주가 저승에서 웃고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물론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한편 다른 혈기사단 하나가 물었다.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몰라!! 나도 이제 생각중이야!!”

그들은 살육에 관해서는 스페셜리스트지만, 행정에 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었다.

행정과 보급이라는 것이 단순히 노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필요한 물자를 생산지시하고 그걸 또 적재적소에 보급하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 어려운 일이었다.

군대만 해도 방산비리가 속출하니까······. 방산비리가 없어도 개개인에게 필요한 물자가 정확히 가는 경우는 드문데, 이걸 보면 얼마나 보급이 어려운 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 인망 있었던 영주를 뜨내기 제롬이 단번에 죽여 버리자, 영지민들의 마음은 혐오감과 함께 언제 나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 그리고 반발심이 가득해져 물자의 생산과 보급에 극도로 차질이 생겼다.

덕망 높은 지도자 밑에 있으면 요순 시절처럼 고민할 게 없지만, 폭군 밑에 있으면 공포밖에 나오지 않는 법······.

그렇게 보급에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게 된 제롬과 혈기사단 일동이 계속해서 당분간은 식사를 강탈하고자 하고 있는데, 박종원은 큰 결단을 내렸다.

“취사병들을 네 팀으로 나눌거에유. 동, 서, 남, 북, 영지의 주요 관문 및 수비대 바로 뒤에 식당을 만들고, 오늘부터 거기서 숙식하며 식사를 만듭니다.”

“그, 그렇게 하면 효율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누군가의 물음에 박종원이 답했다.

“상황이 바뀌었어유.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안전했을 때의 얘기고, 지금은 밤의 위장으로 적들이 자유롭게 후방을 왔다갔다하는 상황인데 그러면 지금처럼 또 식량을 뺐기고 요리사들이 죽을 수 있어유. 그래도 좋아유??”

“아니, 사양하지······.”

“원래 전쟁이 일어나도 취사병들이 위험한 건 당연한 거에유. 지금까진 전방과 후방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게 아니니 모두 짐 싸서 배치한대로 네 조로 나눠유. 목공, 석공들도 네 조로 나눠서 새롭게 식당을 짓습니다. 이 식당은 용도폐기!!”

“네!!”

목공, 석공들이 잽싸게 요리사들이 요리기구들을 들고 나가 휑해진 식당을 해체했다.

이 식당의 건축과 해체에도 박종원의 지식이 쓰였는데, 왜냐하면 그는 전에 목조주택 사업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식당을 만들 때부터 해체를 염두에 두고 만든 박종원.

“설계도 작성했으니까······. 모두 와서 이거 보고 만들어유.”

“자네가 설계도를 만들었다고?? 응? 이게 뭐야??”

와서 설계도를 본 목공들은 당황했다. 그들 역시 밥 먹듯이 집을 만들었기 때문에 설계도와 실제 건축은 숨 쉬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그들이 보고 만들던 설계도보다 박종원의 설계도는 한층 더 치밀했고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마법사들이 난무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본국이라면 모를까, 소규모로 작업하는 목공 무리들이 봤을 때 건축기술이 발달한 지구에서 목조주택 사업을 한 박종원이 만든 설계도는 충격적일 정도였다.

물론 이곳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 기본적인 것은 되어있지만, 이곳 목공들이 발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하중분할이나 재료선택, 설계방법이 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고 해야 하나??

“뭐, 뭔가 이건??”

떨리는 손으로 설계도를 잡고 물어보는 목공들.

“아, 이건 우리 세계의 설계도에유.”

“우리 세계라고??”

“내가 다른 세계에서 온 것은 알고 있쥬?? 뭐 감탄은 나중에 하시고······. 일단 그 도면대로 식당부터 만들어유. 그리고 나중에 해체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으니 그 점 참고하시고.”

“저, 저기??”

“예??”

“이 설계도 가져도 되나?? 이 일이 끝나면 말이야.”

기술은 기술자의 보물. 프리메이슨은 석공 조합이었지만 현대도 그렇듯이 고대의 석공이란 수학과 과학을 모두 깨달아야 할 수 있는 지식인들이었다.

그들은 그 기술을 통해 음지에서 암약하며 자신들을 깔보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귀족들을 능멸하고, 농락했다. 세계적인 상류층들의 사교 클럽.

물론 지금에 와서는 유명한 상류층들만 받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들에게 있어 돈과 기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도를 보고 목공은 물론이고 석공들도 탐내하고 있는데, 박종원은 담담히 말했다.

“가져유.”

“응??”

“이렇게 쉽게 준다고??”

반신반의 하는 기술자들.

“어차피 지금은 전시라 여러분들이 당연히 징집되어 일해야 하는 건 맞지만, 보상이 없으면 능률이 안 살겠쥬. 솔직히 그 설계도 토대로 신식 건물을 만들어 사업하는 것도 쏠쏠할 것 같긴 한데······. 문제는 난 자본금이 없고 지금은 공무에 임하는 중이라 대놓고 이권을 노리는 그런 사업은 하기 힘들어유. 음식점도 안하는데 뭘.”

솔직히 이 세계의 상황은 귀족도 당연히 대부업 등 돈놀이를 하거나 음식점, 상점 등을 하기 때문에 그런 도덕적 굴레는 없었으나, 박종원 성격에 그건 아니었다.

‘공직에 있는데 사업까지 하는 건 아니지······. 이 자리에 있으면서 얻은 정보가 몇 개인데.’

박종원은 지금 행정과 보급을 모두 담당하고 있어서 사실상 영주인 도람프 남작 바로 다음이었다.

그런 그가 주택 사업이나 요식업을 하면 정말로 이 영지 자체가 그 없이는 안 돌아갈 수가 있었다.

‘내가 살던 세계야 내 회사가 대기업도 아니고 많이 부족했지만 여기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영주 자리까지도 노릴 수 있다. 근데 그건 아니야······.’

처음 박종원이 왔을 때 도람프 남작은 그를 살려주고 영지의 침체된 식당들을 살릴 수 있도록 직책과 월급까지 주었다.

그가 없었으면 살벌한 식민지 전쟁의 분위기 속에서 그는 스파이로 몰려 처형됐을 수도 있었다.

물론 사냥꾼 특성을 가지고 있는 그라 쉽게는 죽지 않고 나름 저항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영지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대장이나 그 밑의 경비대는 핫바지가 아니다.

만일 살아서 도망쳤더라도 계속 추적에 쫓기거나 부랑자로 신대륙을 방황했을지도 모른다.

‘살아서 가족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그런 건 안 되지······. 난 결심했다. 이곳에 있는 동안은 이 영지에 모든 것을 바치기로.’

그런데 설계도를 주지만 자본금이 없어서 사업을 못한다는 말에 석공들이 다시 물었다.

“이봐, 그러면 우리가 자본금을 대주지. 아니, 아예 우리가 모여서 회사를 설립하면 어떻겠나?? 그건 괜찮겠지??”

“아뇨, 흠······. 제 말뜻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은데 자본이 있더라도 전 욕심이 없어유. 지금 이 세계에서는. 다만 여러분들이 회사, 즉 조합을 만드는 건 좋네유. 서로 기술도 공유하고 작업 능률이 올라가겠쥬. 그러면 제가 기술고문 정도는 해드릴게유. 물론 무급으로.”

“아니, 자네를 우리 대표로 삼겠네.”

“예?? 아니, 그러니까 나는?!”

“그럼 아무런 권한과 대가가 없는 명예이사 정도면 괜찮겠지?? 이 정도 기술을 제공해줬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 할 것 같네······.”

“하아······. 맘대로 해유.”

그 결과 얼떨결에 박종원은 암멜 영지 석공 조합의 명예이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명예뿐인 직급은 둘째치고서라도, 어쨌든 목공과 석공들이 힘을 합친 전문적인 조합이 생김으로서 그들은 전쟁터에도 도움이 되었다.

아예 박종원은 임시로 전쟁동안에는 그들을 공병으로 임명하고 이름을 암멜 공병으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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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에필로그 18.09.04 325 4 13쪽
34 제33화 소멸 18.09.04 191 3 13쪽
33 제32화 Time is up 18.09.02 145 3 13쪽
» 제31화 명예이사 18.09.01 159 3 13쪽
31 제30화 피범벅 18.08.31 169 4 14쪽
30 제29화 만들 것 18.08.30 147 3 12쪽
29 제28화 악마 같은 자식 18.08.29 138 2 11쪽
28 제27화 식량 18.08.28 156 3 12쪽
27 제26화 두 동강 18.08.27 156 2 13쪽
26 제25화 스토리 18.08.26 149 4 15쪽
25 제24화 온도의 맛 18.08.25 150 4 12쪽
24 제23화 전류 18.08.24 168 3 12쪽
23 제22화 분노 18.08.23 179 3 13쪽
22 제21화 벤담 18.08.22 197 4 14쪽
21 제20화 지적 18.08.21 201 4 14쪽
20 제19화 치명적인 약점 18.08.20 203 4 11쪽
19 제18화 요리대결 18.08.19 193 4 12쪽
18 제17화 사기꾼 18.08.19 168 4 12쪽
17 제16화 거상 18.08.17 212 4 13쪽
16 제15화 킹 스콜피온 요리 18.08.16 212 5 12쪽
15 제14화 근육맨 18.08.15 194 2 12쪽
14 제13화 으아악!!! 18.08.14 221 4 13쪽
13 제12화 새로운 제안과 보상 +2 18.08.14 238 3 13쪽
12 제11화 츄럴과 바다 18.08.13 243 3 11쪽
11 제10화 바다를 사랑한 츄럴 18.08.12 239 3 11쪽
10 제9화 츄럴 18.08.10 261 3 12쪽
9 제8화 조화 +1 18.08.09 291 4 13쪽
8 제7화 신 메뉴 18.08.08 339 7 13쪽
7 제6화 어처구니 18.08.07 354 6 13쪽
6 제5화 최종단계 18.08.06 427 6 14쪽
5 제4화 끝났다 18.08.05 428 8 12쪽
4 제3화 근로계약서 18.08.04 494 7 15쪽
3 제2화 참 쉽쥬?? +1 18.08.03 585 6 12쪽
2 제1화 사냥 18.08.02 744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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