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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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장한샘
그림/삽화
장한샘
작품등록일 :
2018.08.02 18:26
최근연재일 :
2018.08.20 18:35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5,091
추천수 :
3
글자수 :
21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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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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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에이프릴 4회

DUMMY

4회


괴물이 학교에서 큰 사고를 쳤다고


수찬이한테서 연락이 왔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


왜 괴물은 언제나 내 가슴을 철렁하게 하고,


일부러 그러는 건지......


우리 사이가 좀 멀어지면 꼭 사건이 터지니


이젠 걱정보다도 먼저 화가 치밀었다.


이게 사랑의 대가치곤 너무 강담하기 힘들었다.


외면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괴물.


며칠 전 화실 근처 여관에서 그와 사랑의 밤을 보냈다.


내 마음에 이렇게 해서라도 마음을 잡아주고 싶었다.


언제나 제자리를 못 찾고, 이어지는 사고에


또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어서


그동안 그렇게나 거부해왔던 잠자리를


행복한 마음으로 가졌다.


대신 대학시험까지는 열심히 공부해주기를


밤새 부탁하고 약속도 주고 받았다.


그런데 왜 또다시 사고를 치고......


너무 힘들다. 성진이를 받아들이기엔. 사랑하기엔.


- 그래서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을 저지른거야?


최대한 차분하게 말하지만 목소리는 떨린다.


- 응. 성진이가 학교 유리창을,


교무실 유리창을 다 깨버렸어.


학교에서는 경찰에 신고한다하고


담임선생님이 간신히 말렸다고 하더라구......


수찬이는 안타까운 듯이 혀를 차며 결론부터 말한다.


- 그런데 괴물이 왜 그런거야?


왜 교무실 유리창을 깼냐구?


어이가 없었다. 유리창을 왜?


- 응. 아침에 지각했는데 담임선생님한테 엄청 맞았어.


그래서 코피가 나고 화장실에 가서 씻고 왔는데


가방 속에 담배꽁초 한 뭉치가 또 발견 된거야.


아마 지난밤 친구네 집에 가서 자다가


담배꽁초를 버린다는 게 깜빡 잊고 그대로


성진이 가방 속에 들어가 있었나봐.


근데 그 때 담임이 그걸 성진이한테 던지면서


다시 욕을 막하시면서 몽둥이를 막 휘두르니까


성진이가 그걸 막고 욕하면서 뛰쳐 나가 버린거야......


그길로 괴물은 1층 교무실로 내려가


유리창을 다 깨버렸다는 것이다. 눈에 그려진다.


분명 울부짖으며 괴물은 눈에 보이는 대로


때려 부셨을 것이다.


왜 저 애에게 그런 혹독한 일이 일어나는지,


이젠 나도 외면하고 싶었다.


물론 몇 주 동안 괴물은 약속한 대로


화실에도 오지 않았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나도 미술실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그림연습에 온 신경을 쏟아 붓고 있었다.


그러나 가끔씩 힘들 때마다, 잠깐 쉴 때면 생각이 났다.


보고 싶었다.


여럿 남자애들을 만났지만 괴물은 왜 그런지


다른 남자애들과는 사뭇 달랐다.


깊은 밤 눈 감으면, 이른 아침 눈뜨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


성진이의 미소였다.


먼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떠오르고


곧이어 그래서는 안 된다는 도리질이 잇따른다.


잊어야 하는 아이.



그러나 나도 모르게 창가로 가서


길모퉁이 공중전화박스 옆을 바라본다.


오지 말라고 해놓고선 나도 모르게 찾는다.


괴물의 그림자를. 괴물의 흔적을 찾아


나 홀로 공원벤치에 앉아본다.


불과 얼마 전 나와 괴물은 이 자리에 앉아 울고 웃었는데.


돌이켜보면 저 옆 여관에도 이제 우리 얼굴을 알고 있다.


함께 했던 베개 싸움. 함께 했던 시험공부.


괴물은 아는 게 많아서 늘 똑똑하게


설명해주고 가르쳐주었다.


안타까운 사람.


그대로 공부해 나갔으면 아마 못가도


K대, Y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텐데.


지난 봄 풍경84에서 내가 먼저 편지만


건네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괴물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만 같았다.


모두 다 내 잘못. 내가 그 애를 좋아해서,


사랑해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 같아


죄책감에 몸서리칠 정도로 괴로워했다.



지난번 헤어질 때 시험 때까진 만나지 말자고


내가 말했지만, 다시 찾아야한다. 숨어버린 괴물을.


마지막으로 수찬이는 괴물의 그 소식과 함께


더 큰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주었다.


- 성진이는 이제 학교 못 다닐 거 같아.


모든 선생님들이 퇴학을 주장하고 있으시대.


선생님들 계시는 교무실 유리창을 깼으니


이건 말다한거지 뭐.




대학시험을 이틀 앞 둔 예비소집일 전날,


형은 학교에 가서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대신 수험표를 받아왔다.


그리고 나에게 학교 근처에서 나오는 길이라며


근처 커피숖을 전화로 알려주었다.


구두닦기 찍새의 삶에서 다시 대학시험을 앞 둔


학생의 신분으로 커피솦에 들어섰다.


- 모든 선생님들이 너 퇴학시키라고 난리인데


너의 담임이 25년 교직을 걸고 막고 있단다.


너를 꼭 지켜주고 싶다고.


내가 너거 담임샘하고 한 판 붙을 뻔했다.


대학 시험을 며칠 안 남겨놓고


애를 그런 식으로 때리면 어떡하냐고......


멱살잡이까지 했어.


평소 늘 침착한 형이 멱살잡이까지 했단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엄청 분노했었다는 것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착한 아이가 이젠 학교가 거부하는 아이로


전락된 사실만으로도 형은 지금의 이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 형. 미안해. 매번 이렇게 사고만 치고.......


엄마는 어떠셔? 정말 미안해서 엄마한테.....


요즘 몸도 안 좋으시다던데......


- 그러니가 어서 집에 들어와.


얼굴이라도 봐야 뭐 엄마 마음이 놓이실거 아냐.


형한테서 수험표를 받아드니까


이젠 진짜 학생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제 집에 들어오라는 말


그리고 대학교에 가봐야 한다는 말과 함께


형은 먼저 일어나 커피숍을 나갔다.


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미안함과 죄책감에


가슴은 뭉클해지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형. 정말 미안해. 곧 제자리로 돌아 갈거야. 정말.



커피숖에 남아 수찬이를 만나기로 했다.


여러 가지로 미운 놈이지만 학교와 나의 다리역할을 하는,


다방면에 마당발을 가진 수찬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또 무엇보다도 한동안 연락을 끊고 있었던


시현이의 소식을 전해준다는 말에


수업마치는 시간까지 다방에 홀로 앉아


안개속같은 나의 미래, 바로 며칠 앞을 생각해보았다.


이제 이틀 뒤면 대학시험.


그 시험이 끝나면 나는 무엇을 하나.


고교 3년 만에 모든 걸 잃어버렸다.


우수하던 성적도 이제 바닥을 기고 있다.


언제 내가 똑똑한, 학교에서 장담하는 의대진학예정의


학생이었나. 그 학생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여기 앉아 있는


나는 누구인가. 엄마 말씀대로 엄마가 아는 아이.


전성진은 죽어버리고, 사라지고 없단 말인가.


내 앞에, 내 손에 남은 게 이제 하나도 없다.


학교는 퇴학의 위기, 집에서는 이제 내놓은 자식,


친구들과도 크고 작은 마찰.


태어나 처음 사랑했던 여자인 시현이와도


뭔가 자신이 없다.


시험 끝나고 만나자했지만


이젠 그 약속도 못 지킬 것 같다.


이런 사고를 치고 어떻게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시현이에게 너무 가혹한 시련만 주고 있다.


소식을 들었다면 얼마나 놀랐을까.


난 제도권 내에서 튕겨져 버린,


완전한 동그라미에서 빠져버린 이 하나라고 생각하던 중에


수찬이가 내 앞에 앉는다.


- 야. 학교에서 난리야. 너 퇴학 시킨다구.


애들도 난리구. 학교역사상 교무실을 박살내고


사라진 놈은 너밖에 없을거라구.


수찬이는 화를 내면서 나를 몰아부친다.


- 뭔 소리야. 교무실이 아니고 바깥쪽 창문이잖아......


그건 그렇고 왜 연락 한거야?


- 응. 시현이가 이 소식을 듣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


오늘 저녁에 꼭 보자고 하더라. 화양사거리 에이프릴에서.


시현이가 들었다는 말에 쫑긋 귀가 일어선다.


- 저녁에 만나자구?


왜 소식을 전했냐고 면박을 주었지만


오늘 저녁에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는 차라리 고마울 지경이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또 이렇게 사고만 치면 우린 만나고


어찌된 사이인지 얼마나 가슴아픈 사이라고


아플 때마다 나와 시현이는


서로 먼저랄것도 없이 찾아나섰다.


그리고 눈물과 위로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


수많은 약속은 언제 했느냐는 듯이 사라지고


이젠 시현이앞에 서는 것조차 부끄럽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이 머리에 스쳐갔다.


- 야. 수찬아. 시현이 이렇게 만나는 거 마지막이야.


정말 미안해 죽겠어.


수찬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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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에이프릴 6회 18.08.13 100 0 8쪽
35 에이프릴 5회 18.08.10 113 0 9쪽
» 에이프릴 4회 18.08.10 107 0 8쪽
33 에이프릴 3회 18.08.10 108 0 9쪽
32 에이프릴 2회 18.08.10 10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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