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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백작가 도련님은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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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랭2
작품등록일 :
2018.08.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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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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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DUMMY

마지막 일격은 사람의 머리쯤은 우습게 짓이겨버릴 파괴력을 가졌기에 곧이곧대로 얼굴에 들이댈 수는 없었다.


대결의 승리.

애초에 목적한 바는 이뤘으니 자신의 든든한 우군을 죽여야 하겠는가. 크리스의 마지막 마법은 그로 하여금 본능을 충동질하였지만 말이다.


둘은 대결을 통해 각자 깨달은 바가 많았고, 크리스는 벤자민의 상처가 치료되고 나서 자신의 연구실로 기어들어가 전투에서 얻은 교훈을 녹여내기 위해 곧바로 연구에 착수했다. 벤자민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힘에 적응하며 수속성의 견문을 넓힐 찰나.


한 통의 편지. 루소의 전언이 적힌 편지가 그의 앞에 도착했다.


편지에 발이라도 달렸는지 기숙사의 창문을 통해 날아든 편지에는 특정인만이 독해할 수 있도록 연금술로 제작되어 편지보단 밀서에 가까웠다. 전해진 방식과는 사뭇 다르게 내용 자체는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 내가 감기가 심해서 그러니 보고는 저택에서 듣도록 하겠네, 언제든 좋으니 방문해주게.


5서클 마스터의 대마법사가 감기라. 두 단어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사료됐지만 상급자가 그리 원하는데 거부할 명분도 없거니와 보고를 굳이 마탑에서 받아야 할 의무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반쪽짜리 의심을 품고선 루소의 저택에 도착한 그.


제물에 관심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탑주보다도 소탈하다고 알려진 그답게, 저택의 크기 자체는 거대했으나 외관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후작가의 위엄이 고스란히 베어나는 모양새였다.


4인승의 마차도 거뜬히 통과할 너비의 정문.

그 뒤로 펼쳐진 녹색의 물결이 인상적인 정원과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수목들.


작위적이지 않게 자연의 법칙에 맞춰 자란 나무들은 난잡하다고 치부하기엔 미묘한 질서가 느껴졌다. 정문의 뒤편으로 이어진 루소의 저택을 감상하던 그는 정원을 지나쳐 다가오는 메이드 복장의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갈색 머리를 길게 기르고, 하얀색 앞치마와 검은색 반팔 와이셔츠. 머리를 뒤로 넘겨 묶은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사용인의 모습이었다.


어딘가 기묘한 기운을 뿜어내는 하녀. 적진의 한복판이니 조금의 여지도 남겨두기 싫었던 벤자민은 안구에 마나를 주입했다.


‘흐름이... 없어?’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마나는 흘러나오기 마련인데, 하녀의 몸에서는 마나의 파편조차도 전혀 흘러나오지 않았다. 마치 꽁꽁 싸매어 감춘 것처럼.


‘마나를 조금 더 사용해서 확인해 볼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여인이 자신에게 시선을 두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어서 섣불리 행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칼날이 목 뒤를 스치는 긴장감을 경험한 벤자민과는 달리 여인의 걸음걸이와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벤자민 드라크님 되십니까?”


지척에 다가와 입을 연 그녀의 목소리는 평범한 여인의 것이었고 가까이서 본 얼굴도 어디에서도 볼 수 있을 평범한 얼굴의 소유자였다.


“예, 프라우드 후작님께서는 안에 계십니까?”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겉치레에 가까운 대화가 오가고 그녀는 철제문의 걸쇠를 풀어 그를 정원의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아무래도 루소는 내가 이곳에 온 사실을 이미 아는 듯싶었다.


용안을 이용해 정원이 심어진 나무들을 살펴보았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마법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그 와중에 느껴지는 사나운 살기. 인간의 기세와는 다르게 조금도 절제되지 않은 생생한 기운이 뒤통수를 때렸다.


존재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당당함에 따가운 시선이 날라 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자, 여섯 개의 눈동자가 정원의 깊숙한 공간에서 그를 노려보았다.


“저 아이들은 주인님의 경비견입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무관심에 가까운 딱딱한 어조. 그녀의 말투와 행동은 모두 나무와 못으로 만들어진 목각 인형을 떠올리게 하였다. 하릴없이 그녀를 따라 정원을 지나는 와중에도 좀 전의 살기를 여럿 받을 수 있었다.


머리가 두개 달린 늑대부터 팔이 8개 달린 원숭이 괴수, 20cm나 되는 발톱을 가진 고양이까지.


‘도대체 키메라를 몇 마리나 사육하는 거야.’


그가 전공하는 조합 마법은 생물의 신체를 변화시키는 키메라 마법으로 일찍이 전장에서도 수십 마리의 키메라로 흑마법사를 찢어발기며 그 위세를 떨쳤었다.


루소 프라우드의 마법 속성은 대지와 물 그리고 번개이며 세 속성은 모두 생물의 근원에 한 축을 이루며 생물 마법의 기초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말하길 4서클의 성취는 속성의 극을 맛보는 위치라고들 한다. 실제로 따지자면 그렇진 않지만 호사가의 입방정은 무구한 역사가 말하듯 무가치한 지껄임에 불과하다.


속성의 끝이란 잡히지 않을 뜬구름이어서 7서클의 거벽을 넘어선 이들도 무결한 마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속성의 극을 깨닫지 못함에도 대마법사라 불리는 5서클의 마법사들은 서로 다른 속성의 특징을 얽어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음유시인이나 사교계의 골빈 자들은 이를 ‘혁명의 첫 단추'라 칭하며 엄지를 들어주었지만, 정작 연구의 주체는 고달픈 쓰디쓴 뒷맛을 삼켰을 뿐이다.


곧바른 도로를 벗어나 삽과 곡괭이를 등에 짊어지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이들은 어떠한 사고를 끝으로 정도를 벗어났을까.


염증과 좌절. 방황의 종점에서 그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으로 발을 디디는 행위. 어느 대마법사의 탄식이 담긴 넋두리로 아직 그의 입장이 되지 못했음에도 벤자민은 얼추 그의 심정이 짐작이 갔다.


루소의 키메라 마법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몸부림에 불과할 터.


진득한 살기가 에워싸는 정원을 지나자 곧바로 저택의 현관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님께서는 작업실에 계시니 잠시 기다려...”


- 손님은 그냥 작업실로 보내고, 너는 일전에 말한 물건을 가져오너라.


마나를 타고 들려오는 루소의 목소리.

보통 성대에 마나를 불어넣어 소리를 내면 포효와 비슷한 소리가 나오건만 조용하게 깔리는 음성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경지였기에 루소의 마나 제어술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루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을감았다 뜬 그녀는 나긋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작업실은 후원에 있으니 저택을 끼고 돌아서 가시면 어렵지 않게 찾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정중하게 90도 인사를 올린 그녀가 부탁받은 물건을 찾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물건이라, 걱정이 스물스물 올라오지만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이곳이 그의 마당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왕도의 외성, 헛된 짓거리를 하기엔 장소의 선택이 썩 올바르지 못하다. 빈민가나 평민의 거주지라면 몰라도 부호와 귀족들의 저택이 즐비한 구역에서 수상한 기운이 포착된다면 즉각 왕도 수비대가 움직일 터였다.


‘게다가 별 대단한 마법진은 안 보이네.’


조경용으로 설치한 마법을 제외하곤 어떠한 마법적 기물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 그는 금세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저택을 돌아서...’


하녀의 말대로, 작은 샛길을 따라 걷는 와중에도 벤자민은 만에 하나 주변을 경계하며 루소의 정보를 되뇌었다.


탑주의 전우로 오래전 흑마법사를 해치운 누아르의 영웅. 전쟁이 끝나고 친왕실파로 자리매김한 탑주와 다르게 루소는 귀족들의 세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며 탑주와는 다른 행보를 이어나갔다.


루소가 탑주가 되지 못한 이유도 그의 행보와 연관이 깊다고 볼 수 있었는데, 왕실의 눈에 난 귀족을 왕국 최고 무력기관의 수장으로 둘 왕이 있을 리가.


다만 귀족파의 우두머리를 왕실에서 찍어 누르는 모습은 외부에서 왕실의 무능함을 증명하는 증거이기에 꼴 보기 싫다 하더라도, 국가의 영웅이라는 명성과 귀족들의 지지를 교묘히 이용한 그의 처세가 그를 후작의 신분에서 낙마하지 않도록 붙잡아주었다.


일 년의 대부분을 마탑의 밖에서 지내는 탑주와 달리 마탑의 주요 인사를 장악한 부탑주는 이미 마탑의 엘리트를 휘하로 두었으며 영지를 가진 귀족 중에서도 그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가족의 구성원은 딸 한 명이 전부이고 그마저도 후작령의 본가 안에서만 생활한다고 전해진다. 애초에 본가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서 이 정도의 정보만 모아도 충분했다.


이게 그의 인적사항과 관련된 전부로 벤자민이 따로 조사한 정보였다.


‘평소에 처신을 잘하는지 쓸모 있는 정보는 별로 없지만.’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로울 게 없다는 속담도 있으니, 작은 정보라도 놓쳐선 곤란했다. 특히나 상대는 구렁이가 백 마리쯤 섞여진 괴물이니까.


“안 들어오고 무엇 하나?”


정신없이 걷다 보니 루소의 작업실에 도착했던 벤자민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작업실의 겉모습은 딱히 특별해 보이는 게 없는 건물이었다. 끔찍한 악취가 콧속을 파고드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실례하겠습니다.”


끼익.

문 밖에서 맡았던 냄새는 닭발의 피와 같았음을 단번에 깨달은 벤자민은 들어오던 상체를 잠시 뒤로 물렸다. 그의 엉성한 행동에 안쪽에서 무언가의 고기를 썰고 있던 루소가 실없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수백의 오크를 지져서 죽인 마법사의 비위가 약할 줄은 몰랐네.”


그리 말하는 사람의 행색이란, 빨갛게 얼룩진 앞치마를 두르고 두 손에 낀 장갑은 조금 전 묻혔는지 신선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지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의 연구는 항상 피로 시작해서 피로 끝난다고 듣긴 했으나. 이토록 끔찍할 줄이야.


“...실례를 범했습니다.”


목위로 솟아오르는 토사물을 꾹 참아내며 대답하자 그는 웃으며 안으로 들어오길 권했다. 그의 권유를 마지못해 받아들여 안으로 들어서자 수많은 철창에 갇힌 채, 최후를 기다리는 동물들이 가여운 눈빛으로 살려달라고 아우성쳤다.


“조용!”


그의 조용한 외침에 쥐 죽은 듯이 낑낑거리는 동물들. 그 중에는 동물의 모습을 한 괴수들도 끼어있었다.


“너무 그런 눈으로 쳐다보진 말게,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 지는 충분히 알고 있으니.”


벤자민의 연민을 간파했는지 그는 무시무시한 행동을 진행 중이던 팔을 멈추었다. 다양한 동물을 가둔 우리들로 둘러싸인 작업실의 중앙에는 그의 앞치마보다도 새빨갛게 염색된 테이블이 있었다. 그 위에는 늑대로 보이는 커다란 괴수가 혀를 늘어뜨린 채로 죽어있었다.


“디바이딩 산맥에서 서식하는 늑대형 괴수인데... 들어보니 아직 학계에 보고된 사례가 없다고 하더군.”

“그렇군요. 그래서 ...해부해 보시는 중이셨습니까?”

“제법 신기한 기관이 있어서 참을 수가 없었네, 보통 늑대형의 괴수는 독을 품지 않는 법인데, 이 괴수의 경우에는 여기...”


그가 늑대의 배로 쑤욱 손을 집어넣더니 있는 힘껏 배를 휘저었다. 테이블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창자의 행렬에 정신이 달아나려는 느낌을 받았다. 전생에서도 이런 광경은 보기 힘들었는데 귀족의 집에서 보다니.


외관은 영락없는 모법생의 모습을 취하고서 늑대의 내장을 휘젓는 꼴이라니, 기겁하는 벤자민의 눈치를 본 루소는 늑대의 배로 쑤셔 넣었던 팔을 꺼내며 멋쩍게 말했다.


“미안하네, 이게 내 일이다보니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아.”

“괜...찮습니다. 그보다 보고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면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신 겁니까.”


서둘러 화제를 돌린 벤자민의 질문이 제법 정곡을 찔렀는지 루소는 잠시 그를 지긋이 쳐다봤다. 이윽고 입을 여는 루소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일 만큼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나와.”


나와?


“같은 배를.”


배를?


“타지 않겠나?”


작가의말

흑마법사: 아... 이건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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