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en Angel (타락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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午宇去
작품등록일 :
2018.08.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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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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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포르

DUMMY

“그런데 그게 무슨 말이죠?”


기준수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이해되지 못하는 말이라도 있나?”


“동류이지만 다른 길을 걷는 자라는 말이요.”


“설마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이해가 안되니 묻는 거죠.”


반백의 남자가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며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기댔다.


“주신이 만든 주신의 심부름꾼. 주신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해내는 일꾼. 조금의 의문도 용납하지 않고 오로지 명령에 순종만 하도록 만들어진 존재. 그 존재를 사람들은 천사라고 불렀지.”


“그랬나요? 그런 것 같군요. 계속해 보시죠.”


“하지만 주신의 명령에 아무런 궁금증도 갖지 않은 채 순종만 하는 삶에 의문을 제기한 천사들이 있었네.”


“아... 당신들은 그들을 그렇게 표현하는 군요. 주신이 준 삶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라... 그래서요?”


“하지만 아무리 옳은 말로 설득해도 주신의 영향력 아래 머물기를 원하는 자들도 있었지. 그들은 주신이 주는 달콤하고 멋진 권력과 아름다움에 빠져 의문을 제기하던 자들을 대적했네. 그 싸움은 치열했었지. 진실을 발견하고 의문을 제기한 우리들은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주신의 권능을 입은 그들을 이길 수가 없었지. 마침내 우리는 패했고 가장 어둡고 깊은 곳으로 쫓겨났네.”


“저런 안됐군요.”


반백의 남자가 고개를 외로 꼬며 기준수를 쳐다 보곤 다시 말을 이었다.


“주신의 발바닥을 핥으며 그 달콤함에 빠진 자들을 세상은 천사라고 부르지. 그리고 오히려 위선과 불합리에 대항하던 우리를 악마라고 불러.”


반백의 남자의 목소리에 기이한 열기가 실렸다.


“저기요... 뭐 그래서 억울하시긴 하겠지만 제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닌 것 같은데요...”


조심스런 기준수의 말에 불타오르던 기이한 열기가 훅 꺼졌다.


“주신의 위선과 싸우던 첫 전쟁 이후 천사들이라 불리던 존재들 중에서도 가끔 주신의 뜻에 어긋나 추방당하는 존재들이 생겨났지.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닌가해서 기뻤네.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쫓겨난 것만 우리와 같을 뿐 여전히 주신의 명령에 따르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지. 자신들의 잘못을 지상에서 속죄하며 살아가면 때가 이르러 다시 주신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말이야. 세상에서 흔히 타락천사라고 부르는 족속들이지.”


“근데 그들이 왜 당신들과 동류라고 생각하는 거죠?”


“주신에게서 추방당했으니까!”


반백의 남자가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탕....


큰 소리가 회의실 안을 잠시 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바보들은 여전히 주신을 사랑하고 주신의 뜻을 기다리며 주신의 징벌을 지고 살아간다! 우리와 함께 주신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꿈을 꾸지 않고 말이지!”


“저기 화는 내지 마시고 말씀하시면...”


“네놈! 너도 그런 족속이냐! 주신의 뜻을 거역해놓고도 주신에게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족속 말이다!”


“참내...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면서 뭘 다시 물어보고 지랄이야.”


“역시 그랬군...”


“아니. 적어도 당신이 한 말 중 하나는 틀렸어.”


기준수의 몸에서도 기이한 열기가 확 일어났다.


“나 역시 주신의 뜻을 거역했지만 그렇다고 다시 주신에게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진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주신과 대적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


반백의 남자가 다시 탁자를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너 같은 놈들이 싫은 거다. 주신의 충실한 개도 아니면서 여전히 주신과 싸울 마음이 없는 박쥐같은 놈! 처리해!”


반백의 남자의 말이 떨어지자 지금까지 기준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팔로 기준수의 목을 휘어감았다.

강한 힘으로 조여드는 팔.

기준수가 발 뒤꿈치로 남자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퍽’소리가 났지만 남자는 팔을 조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기준수가 생각을 바꿔 팔을 뒤로 돌려 남자의 머리를 잡고 힘껏 당겼다.

남자의 머리가 끌려오자 두 팔로 머리를 잡고 힘껏 앞으로 메쳤다.


쿠왕!


바닥이 터질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남자와 기준수가 바닥을 굴렀다.


핏슝!


기준수가 바닥에 누워 몸을 옆으로 굴리자 총알이 바닥을 튕기고 날아갔다.

소음기가 부착된 권총을 들고 두 명의 사내가 기준수를 겨누고 있었다.


“진짜 총을 쏘네. 해 보자는 거지!”


기준수의 몸이 빨라졌다.

권총을 든 사내들의 눈에는 기준수가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퍽! 퍽!


두 번의 타격음과 함께 권총을 든 두 명의 사내가 스르르 허물어졌다.

바닥에 쓰러지는 두 사내의 손에서 권총을 뺏은 기준수가 권총의 총신을 잡았다.


“앗. 뜨거워! 젠장 데였네.”


투덜거리며 기준수가 힘을 썼다.

슬며시 휘는 총구.

두 자루의 총을 다 못 쓰게 만든 기준수가 권총을 던졌다.


퍼억!


기준수의 목을 조이던 남자가 날아오는 권총에 맞고 다시 바닥을 뒹굴었다.


“꽤 하는군. 하지만 가브리엘도 샤마하임도 없는 여기서 네가 대악마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반백의 남자의 말과 함께 포르네우스가 탁자를 뛰어 넘었다.

동시에 기준수를 향해 날아오는 포르네우스의 발.

기준수가 팔을 들어 포르네우스의 발을 막았다.

그러자 포르네우스가 다른 발로 기준수의 머리를 걷어찼다.


“이크!”


슬쩍 피하며 포르네우스의 발을 팔꿈치로 밀어버리는 기준수.

허공에서 중심을 잃은 포르네우스가 옆으로 몸을 회전시키며 바닥에 착지했다.


“멋진데!”


기준수가 포르네우스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여유가 있는 건지 그런척 하는 건지...”


포르네우스가 어이가 없는 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정도면 여유가 넘치는 거라고 봐야지.”


“미친 놈.”


포르네우스의 말에 기준수가 두 번째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렸다.


“니가 내기에 져서 속상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나한테 욕하면 안되지. 내가 여기 온 게 잘못이 아니고 니가 잘못 판단한 게 문제인 거잖아.”


“내기... 지금 내기라고 했나. 내가 내기에 져서 이런다고 말하는 거냐! 하!”


“뭘 하고 있나? 계속 노닥거리고 있을 텐가!”


반백의 남자가 포르네우스를 향해 낮게 말했다.


“아닙니다. 잠깐 어이가 없어서.”


포르네우스가 반백의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기준수의 머리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머리를 뒤로 빼며 발을 피하는 기준수.

어느 새 포르네우스가 자세를 낮추어 기준수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기준수가 슬쩍 뛰어 그 발을 피했다.

연이어 포르네우스의 폭풍같은 발찾기와 주먹질이 날아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기준수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날아오는 주먹과 발차기를 족족 피하거나 흘려버리는 기준수였다.

포르네우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 박쥐새끼가!”


포르네우스의 스피드가 훨씬 빨라졌다.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주먹과 발차기가 기준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타격음은 들리지 않았다.


휙! 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계속해서 들릴 뿐이었다.


더 이상 그모습을 보고만 있기 힘들었을까.

여태껏 팔짱을 끼고 구경만하고 있던 보티스가 몸을 움직였다.

아니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움직였다고 느낀 순간 공간이동이라도 한 듯 기준수의 뒤에 선 보티스.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는 기준수를 향해 날아오는 은밀한 힘.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대한 힘이 기준수의 머리를 박살낼 듯 날아왔다.

기준수가 그 힘을 느끼고 얼른 머리를 뒤로 뺐다.


빠악!


강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파편.

다행히 기준수의 머리에 맞지는 않았지만 헬맷의 바이저 부분이 스쳤다.

바이저가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이 허공으로 비산했다.


“후와... 놀래라.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최고위급 대악마라더니 제법이야.”


얼굴이 드러난 기준수가 민망한 표정으로 웃었다.


“잠깐!”


포르네우스가 그 틈을 타 공격하려하자 기준수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움찔!


기준수의 말에 공격을 멈춘 포르네우스. 그 얼굴에 황당함이 가득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들어볼까?”


반백의 남자의 말에 재차 공격하려던 포르네우스가 자세를 풀지 않은 채 멈춰섰다.


그러자 기준수가 두 손으로 헬맷을 잡고 천천히 위로 올렸다.

그리고 드러나는 얼굴.

잘생긴 20대 청년의 얼굴이었다.


“호오. 제법 잘생긴 얼굴이구만. 그래. 뭐 할 말이라도.”


반백의 남자가 기준수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날 보고 그런 말 밖에 하지 못하다니 실망이야. 발레포르.”


“날 알아? 어떻게?”


발레포르의 얼굴에 놀람과 호기심이 동시에 떠올랐다.


“잊어버리고도 남을 만큼의 시간이 지나긴 했지. 멍청한 도둑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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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워프 18.09.03 129 3 9쪽
21 전쟁 18.08.31 94 3 10쪽
20 난 기준수야 18.08.30 118 3 9쪽
» 발레포르 18.08.29 116 3 9쪽
18 동류(同類) 18.08.28 107 4 10쪽
17 10층으로 18.08.27 10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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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베리드 18.08.12 144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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