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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일천무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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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화s
작품등록일 :
2018.08.0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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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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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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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가치관의 확립

DUMMY

천살문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 늪에 빠진 발을 빼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래선 담도 못 넘겠는데”


천살문을 빙 둘러쌓고 있는 담벼락. 내상을 입은 자신이 넘기엔 그 높이가 무리가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정면으로 들어가야겠네’


담벼락에 기댄 손을 떼면서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멈춰라!”


생소한 목소리. 경고하는듯한 위협적인 목소리였다. 아마 정문을 지키는 자인 듯싶었다.

천화는 매일 담을 넘어 나갔기 때문에 처음 듣는 목소리일 수밖에.


“탁은찬 장로가 제 스승님이십니다”


잠깐의 침묵.

지금쯤 안에선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분주할 것이다.


“천살문 밖을 나간 기록이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음... 사실 잠깐 나갔다가 오려고 정문을 지나지 않고 담을 넘었습니다...”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하는 천화의 목소리가 뒤쪽으로 갈수록 작아졌다. 언젠가 탁은찬이 주의하라고 경고하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들키지 않으면 상관이 없다만, 만약 들키거나 정문으로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아마 정찰조나 천살문 내부를 지키는 자들에게 피해가 생길 수가 있다. 되도록 보고를 하고 나가거라”


하지만 천화는 매번 보고하고 나가는 번거로움보다는 자신 마음대로 드나드는 게 편했기에 탁은찬의 말을 무시했었다.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이가 피해를 본다면 억울하지 않겠느냐?”


탁은찬의 말이 떠올라 한순간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에. 천화의 양쪽으로 무장한 두 사람이 나타났다.

물론 이미 수풀에 위장하고 있던 기척을 파악하고 있었다.


“기다리시죠. 확인이 끝날 때까지”


생각보다 나이가 어려 보였다. 살수문파 특성상 정찰조는 습격이라든지 싸움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죽기 때문에 인원이 가장 많이 바뀌는 직책 중 하나였다.

천화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를 보는 것이 정말 오랜 만이였기에 반가웠다.


“저는 천화라고 합니다”


천화는 이름을 가르쳐 달라는 무언의 압박인 듯 자신을 밝혔다.

두 사람 중 덩치가 큰 한 사내가 소개를 했다.


“저는 초시헌이고 이쪽은 소인중입니다”


짧게 이름만 밝히고 다시 기다리란 말만 남기고 대화는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쉬고 싶은 마음이 강한 천화였지만 절차가 그렇다니 어쩔 수 없었다.

괜히 바닥에 돌멩이를 차던 천화의 시야로 느릿느릿 걸어오는 한 남자가 보였다.

걸음걸이에서부터 이미 오만함이 잔뜩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남자는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도착하자마자 손이 올라가나 싶더니 초시헌과 소인중의 뺨을 들어 올렸다.


짜악


“멍청한 자식들 같으니 천살문 내부로 누가 나갔는지도 확인을 못 해?”

무시하고 경멸하는 듯한 눈빛과 목소리.

초신헌과 소인중은 아무 말도 못하고 맞은 뺨을 두 손으로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천화는 괜히 자기 때문에 난처해진 두 사람을 빨리 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저..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여기 두 사람은 잘못이 없습니다”


탁은찬 장로의 제자라고 해도 천화는 천살문 내부에서 받은 직급과 서열이 없었다.


“흥! 내부에서 누가 나갔는지도 모르는 게 잘못이 아니라고? 정말 그리 생각하나?”

자신이 봤을 때 초신헌과 소인중보다 강하긴 하지만 자신과 비교하기엔 너무도 약자였다.


‘네가 있었더라도 내가 담 넘어 나가는 것을 발견 못했을 텐데...’


천화는 입 밖으로 발버둥 치는 자신의 생각을 꾹 참았다.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남자는 천화를 스윽 보더니 다시 두 사람에게 시선을 옮겼다.


“엇!”


천화는 눈을 부릅 떴다.

앞에 사내가 소인중의 목을 베어버렸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행동이었기에 천화는 막지 못했다.

덜덜 떨고 있는 초신헌의 앞을 가로막으며.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지금 그쪽은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천살문 내부에 법규로 다스리고 있는 중인데 방해하는 건가? 비키는 게 신상에 좋을 텐데”


천화를 지나쳐 초신헌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천화의 손이 남자의 어깨를 붙잡았다.


“멈춰”


“뭐? 이 자식이 내가 누군 줄 알고 반말을 지껄이느냐?”


남자는 어깨를 잡고 있는 손을 치우려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다. 어째서인지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손에 힘을 더 주어 천화의 손을 치우려고 하자 더 큰 힘이 어깨를 짓눌러왔다.


“아악!”


남자는 결국 천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지금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줄 아느냐!”


“.....”


천화는 대답 대신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악! 이거 놔라!”


거의 울부짖는 목소리.

천화의 몸에서 섬뜩한 기운이 넘실대기 시작했다.


“천화야 손 치우거라”


익숙한 목소리. 탁은천이였다.


“스승님...하지만...”


탁은찬의 눈엔 어떠한 흔들림도 없었다.

결국, 천화는 남자의 어깨에서 손을 떼었다.

남자의 얼굴은 터질 듯 시뻘게져서는 고함치듯 말했다


“이 자식 가만두지 않을 테다!”


남자도 탁은찬의 존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 화만 씩씩 냈다.


“방광염(膀胱炎) 부대장. 나를 봐서 이쯤 넘어갔으면 좋겠구려”

방광염이라는 사내. 정찰조 부대장이 그의 직급이었다. 탁은찬의 말에 방광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탁은찬 장로님을 봐서 넘어가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하극상입니다.”


“허허허. 내 잘 타일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게”


천화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소인중의 시체를 쳐다보았다.


‘나 때문에...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이 죽었다.’


자책감. 겨우 이런 일로 사람이 죽을 거란 생각 따윈 애초에 상상도 하질 못했다.

어머니 이후로 처음 보는 타인의 죽음.


‘스승님의 말을 새겨들었더라면...’


뒤늦은 후회였다.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결과.


“가자 천화야”


천화는 묵묵히 탁은찬의 뒤를 따랐다.


“행동에 대한 책임이 항상 뒤따르는 법이다. 네가 저지른 일 때문에 다른 이가 죽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지만! 겨우 그런 일로 사람을 죽일..”


탁은찬이 천화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네가 있는 이곳은 살수문파이다! 너는 청부가 들어오면 아무 죄도 없는 자를 죽여야 하는 살수이고!”


탁은찬의 말에 천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네 어머니도 어떤 큰 죄를 지어서 죽었느냐?”


“아닙니다...”


“너는 살수이니라. 너의 처지를 잘 생각해 보아라”


“하지만... 스승님도 어떠한 명분 없는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 또한 그럴 것입니다.”


탁은찬은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천화의 심성이 여렸음을.

명분이 있는 살인이더라도 천화는 살수의 길을 걷지 않았으면 싶었다.

천화는 내상을 입은 상처 따윈 잊은 지 오래였다.

죽음. 그것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살수... 내가 걸어야 하는 이 길이...’


&


약간의 시원함을 느낄 만큼 불던 바람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강해지기 시작하더니,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 만큼 거대해져 갔다.

흙먼지와 작은 돌멩이가 소용돌이의 영향으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채 허공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광경(光景).

중심에는 한 청년이 있었다. 소용돌이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그는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 듯싶었다.

입고 있는 의복과 머리카락만이 약간 흩날리는 정도.

소용돌이가 점차 소멸(消滅)되어 가고 날리던 흙먼지와 돌멩이도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갔다.

천천히 청년의 눈이 떠졌다. 마치 눈꺼풀에 무거운 족쇄(足鎖)라도 달린 듯 아주 천천히...

청년의 눈은 맑고 투명했으며 그의 표정에선 어떠한 고뇌(苦惱)와 번민(煩悶) 따윈 없었다.

천화는 생각을 정리한 듯 보였다.


'내가 걸어야 할 길이 살수의 길이라도 무의미한 살생 따윈 있어선 안돼'


자신을 구해준 문주 구천악. 그리고 스승 탁은찬.

결초보은(結草報恩). 큰 빚을 지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천화였다.

비록 천살문이 청부에 의해 살인을 하는 문파이지만, 자신 또한 그 소속의 일원이란 건 지울 수 없는 사실이었다.


'죽여야 할 상대에겐 한치의 망설임도 느껴선 안돼. 방심은 한 번이면 충분해'

얼마 전 혁월상과의 대결에서 처음부터 전력으로 부딪혔다면, 내상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

그로 인한 한 사람의 죽음. 하루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은 천화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며칠 후 천화와 혁월상은 다시 만났다.

첫 만남 이후, 두 사람의 시선은 많이 달라져있었다.


"왜 다시 만나자고 했죠?"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웃으며 말하는 혁월상에게 밉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난 사실 처음에 그쪽을 죽일 수 있었는데 한번 봐줬는데요? 고맙단 인사는 내가 받아야죠"


"하하하. 그럼 서로 비겼다고 하지"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두죠"


죽이기 위해 싸웠던 기억은 서로 목숨을 살려준 것으로 눈 녹듯 잊힌 듯싶었다.


슈우웅

상쾌한 바람 소리를 연상케하는 소리.

혁월상의 검이 천화의 허리에서부터 가슴까지 한순간에 베어버릴 기세로 휘둘러졌다.

검은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천화가 서있던 자리를 지나쳤다.


"음.. 다시 절 죽여보겠다는 건가요?"


"이 정도로는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할 걸 아는데 엄살이 심하군"


천화도 알고 있었다.

혁월상이 전력으로 휘둘렀던 검의 속도를.

그에 비한다면 가볍게 휘둘러진 정도였으니.


"쳇! 말을 하고 시작하던가. 그럼 이쪽도 갑니다"


천화의 소매에서 백색 비수가 혁월상의 어깨로 향했다.


팅!

혁월상의 검이 검면으로 비수를 튕겨낸 것이 하늘로 튕겨 나갔다. 튕겨나간 비수를 보고 움직인 건지,

미리 예상이라도 했던 건지 천화의 신영이 그것을 공중에서 낚아챘다. 그리곤 재차 혁월상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

천화의 움직임은 가벼우면서도 신속했다.

혁월상도 천화의 보법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싶은 듯, 천화의 등 뒤로 나타났다.

곧장 목을 노리는 검.

이때 혁월상은 처음 깨달았다.

천화가 가지고 있는 비수가 백색뿐 아니라 흑색도 있었다는 것을.

자신의 검을 흑색 비수가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특이하구나. 흑색 비수라..."


"한 가지 색이라 단정 짓지 마시죠. 이래 봬도 미적 감각이 뛰어납니다"


한차례 경합을 마친 뒤 서로를 향해 웃었다.

마치 오래도록 같이 지내온 벗같이.

항상 같은 시간에 천화는 혁월상과 비무를 했고.

마치 장난 같아 보이지만 최선을 다했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 이기거나 지기를 반복했다.


&


천살문 정문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전각 안.

우락부락하게 생긴 한 사내가 그보다 몸집이 더 큰 사내에게 뭔가를 고하고 있었다.

그 사내는 무언가에 화가 난 듯 열변(熱辯)을 토하듯 말하고 있었다.


"형님 그 자식 그대로 둘 겁니까? 저희를 우습게 보는듯한 행동이지 않습니까!"


몸집이 큰 사내는 깊이 생각하다가 생각을 끝마친 듯, 턱에 괴고 있던 손을 치우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둬선 안되지.

아무리 탁은찬 장로님의 제자라 해도 어디 서열도 없는 자식이"


"잘 생각하셨습니다. 형님 당장 가서 본때를 보여줍시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는 얼마 전 천화에게 굴욕을 당한 방광염(膀胱炎 )이었다.

그는 친형인, 정찰조 대장 요도염(尿道炎)에게 찾아와 자신의 복수를 부탁했던 것이었다.


"가자. 건방진 자식, 어디 한군데 분질러 놔야 자기 분수를 알지"


방광염과 요도염은 천화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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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교주의 자리를 놓고 +1 18.09.19 3,962 5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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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혁월상의 위기(3) +5 18.09.15 4,039 54 12쪽
17 혁월상의 위기(2) +6 18.09.13 4,057 71 12쪽
16 혁월상의 위기 +1 18.09.12 4,033 58 11쪽
15 유소홍과 나예지(2) 18.09.11 4,151 63 11쪽
14 유소홍과 나예지 +2 18.09.11 4,151 67 13쪽
13 정사학관내(內) 악습(2) +1 18.09.11 4,094 66 13쪽
12 정사학관내(內) 악습 +1 18.09.11 4,294 68 12쪽
11 여행의 시작 +1 18.09.11 4,467 67 14쪽
10 천화와 신영비의 결승 +2 18.09.11 4,418 76 11쪽
9 대회의 시작(2) +2 18.09.11 4,480 65 11쪽
8 대회의 시작 +2 18.09.11 4,645 66 11쪽
7 새로운 길을 찾다 +1 18.09.11 4,951 71 12쪽
6 상대를 알아보지 못한 결과 +2 18.09.11 5,100 81 10쪽
» 가치관의 확립 +2 18.09.11 5,526 70 12쪽
4 천화와 혁월상과의 조우 +4 18.09.11 5,835 76 8쪽
3 천살문과 천화의 시작(2) +2 18.09.11 6,721 7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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