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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일천무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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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화s
작품등록일 :
2018.08.06 12:11
최근연재일 :
2018.10.0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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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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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천화와 신영비의 결승

DUMMY

풀숲에 앉아있는 한 남자. 그는 상의를 벗고 정자세(貞姿勢)로 눈을 감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닌 곳곳에 조각을 해놓은 것 같은 잔근육은 그가 무림인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또 눈에 띄는 점이라면 가슴에 긴 흉터가 있었다.


제3의 시각(視角)으로 바라봤을 때, 흉터가 생길 당시 끔찍한 고통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否定)하지 못할 것이다.


천화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마치 사람이 아닌 조각상인 것처럼.

그의 주위로 인위적인 바람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은 자연스레 소멸하였다.

천화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비쳤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이 정도의 내공도 상상했던 것 이상이고'


일천무심법은 자연의 기를 모으는 속도가 여타 내공심법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자연의 기를 흡수한다는 게 맞는 표현이랄까?

흡사 흡기공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일천무심법을 운용할 때마다 천화의 주위로 바람이 이는 것은 기의 흐름이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까지 매끄럽게 흐르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단전만의 기를 느낄 때는 눈에 보일 만큼 큰 회오리가 천화의 주변으로 형성됐었다.

최근 들어 중단전의 기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회오리가 아닌 바람으로 그친 것이다. 새로운 경지에 한 발짝 다가선 셈.

천화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지개를 쭉 켰다.


우두둑.

오랜시간 자세를 바로잡고 있었기에 관절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자, 이제 가볼까"


풀숲에 고이 개어진 상의를 입고선 천살문으로 걷기 시작하는 천화였다.


&


공터에는 천살문의 모든이가 구경이라도 하러온것인지, 어제와는 모인 인파(人波)가 달랐다.

상석에 문주 구천악을 비롯해 사대장로와 호위들이 도열(堵列)하고 있는 모습은 큰 행사가 아니고선 볼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만큼 이 대회가 가지는 무게감이 크다는것을 나타내리라. 거기에 천살문내에서도 유명인사인 신영비의 실력을 불수 있는 기회인데 오죽할까.


천화와 신영비가 서로 마주보며 공터 중앙으로 걸어갔다. 두사람의 거리가 차츰씩 좁혀졌다.

일장이었던 거리가 반장, 그리고 어느새 세걸음, 두걸음까지 가까워졌다. 그들의 걸음걸이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흑의인이 두 사람을 가로막아섰다.


"보는 눈들이 많다. 서로 최선을 다해라"


매번 대결의 시작만 알려주던 흑의인의 입에서 다른얘기가 나왔다. 아마 결승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실력을 보여주란 뜻이면서 곧, 실력차가 아무리 나더라도 물러서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시작!"


흑의인의 입에서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나왔지만 두 사람은 가만히 서로를 쳐다만 볼뿐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천화와 신영비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먼저 움직인 쪽은 신영비였다. 왼손에 들고 있던 검집에서 뽑힌 새하얀검.

검을 들고있는 신영비의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했다.


'먼저 인사나 한번 나눠볼까?'


쓔아아악.

흑월이 어느샌가 천화의 손에 들려있었다.

신영비는 재빨리 자신이 있는 곳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천화의 검이 얼굴로 날아들었기에 그것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자신이 다급하게 물러나야 할만큼의 빠른 발검(拔劍).

신영비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전에는 차가운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얼어버릴 만큼 시릴 정도.


"진지하게 임해주마"

신영비는 천화의 발검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눈치챘다. 분명 어제와는 전혀 다른 속도였다. "내 실력이 이 정도니 방심하지마" 라는 듯한 경고. 재차 공격이 이어지질 않았으니 틀림없었다.


'서너 걸음은 물러날 줄 알았는데 겨우 한 걸음 이라니'


천화는 신영비가 한걸음 물러난 곳을 바라보며 실망의 기색을 비쳤다.


파앙.

신영비가 딛고 있던 땅을 찼다. 땅을 찼던 자리가 움푹패이고, 신영비의 신영이 천화에게 쏜살같이 도약했다. 그에 실린 힘과 함께 대지를 갈라버릴 것 같은 일검.

천화는 피할 생각 따윈 없었다.

천화의 검과 신영비의 검이 맞닥뜨렸다.


채앵!

도약한 힘을 그대로 이용해 휘둘러진 일검이었지만 천화도 불과 한걸음 정도 밖에 밀려나지 않았다.

신영비는 검과 검끼리 부딪히자마자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땅으로 내려왔다.

아직도 떨림이 멈추지 않고 있는 검을 쳐다보는 천화.


'뭐야. 월상이형과 처음 조우했을 때랑 비슷하잖아'


자신의 오만함을 깨워줄 만큼의 강함을 보여줬던 혁월상. 신영비가 보여준 일검은 혁월상과 견주었을 때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강렬한 것이었다.

천화는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었지만, 의지와는 다르게 물러선 한걸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자신의 내력과 필적할 수준이었기에.


'이자의 내력이 이 정도라니, 탁은찬 장로님이 잘못 판단하고 있었군'


신영비도 천화와 검을 한번 섞어보니 천화는 전력을 다해야 할 상대임을 깨달았다.


천화와 신영비의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對照的)이었다.

천화의 검은 어둠을 집어 삼킨듯한 흑색(黑色).

신영비의 검은 투명할 정도로 맑은 백색(白色).

그 모습은 서로의 무기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것만 같았다.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달려나갔다.


챙!

공터 중앙에서 서로의 검이 교차(交叉)되었다.

둘의 검이 충돌하면서 근처로 후폭풍이 몰아쳤다.


휘이이이잉.

강력한 바람과 함께 공터의 흙과 자갈들이 구경하는 사람들을 덮쳤다.

내력과 내력의 싸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을 것 같이 교차 돼 있던 검이 동시에 떨어지더니, 어느새 둘은 원래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천화는 두 번의 충돌로 상대의 내력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가설(假說)을 확신했다.


'확실해, 이자의 내력은 나와 비슷하다'


긴장감이 몸 전체에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렵거나 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호승심(好勝心)이 천화를 지배했다. 그건 신영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혁월상이 떠난 후 가장 아쉬웠던 점은 그와의 비무였다. 그와는 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검을 맞대보면서 알게 모르게 서로의 단점이나 장점을 파악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신영비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없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알고 싶었다. 신영비는 혁월상에 필적(匹敵)할 고수였기에.


천화는 신영비의 목을 베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고개를 젖힌 것만으로 피한 신영비.


'기회'


신영비는 일격을 피하고 반격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천화가 가로로 크게 휘두른 검은, 멈추지 않았고 신영이 한 바퀴 회전하며 각(脚)이 날아들었다.

검에 이은 각으로의 전환. 그 기세는 검의 예기처럼 날카로운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 강한 힘을 담고 있었다.


팡!

신영비가 왼손에 들고 있던 검집을 들어서 막았다. 그렇지만 좀처럼 천화의 공격은 꺾일 줄 몰랐다.

사방으로 쏟아지는 천화의 검.

순간, 신영비의 눈이 빛났다


쒜에에엑.

신영비의 검이 천화의 목을 뚫어버릴 목적인 듯, 직선으로 곧장 뻗어 나가는 쾌속(快速) 같은 찌르기.


'흐읍'


천화는 빠르게 신영비에게서 떨어졌다.

목에서 느껴지는 통증. 미처 다 피해내지 못했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더라면 그대로 목이 뚫렸을 것이다.

천화는 손을 들어 목을 만졌다.

손가락에 묻은 새빨간 혈흔(血痕).


'대단하다. 피를 본 게 얼마 만이지?'


죽음의 문턱을 느낀 사람이라면 보통,

진이 빠지고 살았다는 안도감에 취할 것이다.

하지만 천화의 표정엔 오히려 미소가 지어졌다.


소름이 돋을 정도의 날카로운 일격이 그를 더 흥분시키게 만든 것이다.

신영비 역시 온전치 않아 보였다. 군데군데 천화의 검에 의해 옷이 베여 있었고 적색 끈으로 묶인 뒷머리는 어느샌가 풀려 그의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있었기 때문에.

천화의 미소를 보는 신영비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자신은 의식하지 못한 미소였지만.


그 후로도 둘의 공수(攻守)는 계속되었다.

천화가 우위(優位)라고, 신영비가 우위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둘은 대등했다.


'이런 상태로 계속해봐야 승부는 나질 않는다'


천화도 신영비도 너무 많은 내력을 소모했다.


"휴우우. 힘들지 않아요?"


"뭐 하는 짓이지?"


갑작스러운 천화의 말에 신영비는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제가 제안을 하나 하죠"


"...."


"이런식으로 계속해봐야 서로 승부가 나지 않는다는 건 그쪽도 동의하시죠?"


천화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신영비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지?"


"솔직히 저는 그쪽을 제압할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죽일 수 없는 건 아니에요"


"그게 무슨 궤변이냐. 이기지는 못하는데 죽이지는 못한다?"


"이긴다고는 안 했어요. 다만 제압하지 못한다고 했죠"


"...."


"이렇게하죠. 그쪽이 제 마지막 공격을 피한다면 저의 패배를 인정하죠"


"내가 그 제안에 왜 응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군"


"가까운 길을 놔두고 일부러 멀리 돌아갈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 나쁜 제안이 아니라고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굳이 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신영비였다. 하지만 그 뒤의 말에 신영비는 생각을 달리했다.


"왜요? 피할 자신이 없으시나 봐요?"


신영비를 자극하는 천화의 말.


"좋아. 네 제안에 응하지. 준비해둔 비장의 수라도 있나 보지?"


"그건 보면 알죠"


갑자기 천화는 그 말을 끝으로 들고 있던 검을 검집에 넣었다.

신영비는 천화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갑니다. 준비되면 말해주세요"


'발검인가? 여태 보여준 속도가 다가 아니었나 보군"


수십합을 겪어본 신영비였다. 그가 생각했을 땐 그보다 빠른 속도라도 피할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와라"


바람이 천화의 몸을 감싸듯 불었다.


휘이이이잉.

천화의 눈이 잠시 빛이 나는 것 처럼보였다. 그의 오른손이 하늘을 향해 뻗어지자 그의 소매에서 백색 비수와 흑색 비수 10개 모두가 하늘로 자취를 감췄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10개의 비수.

그것을 본 순간 신영비는 두 눈을 부릅떴다.

고작 10개지만 하늘을 뒤덮어버린 듯한 착각을 만들어내는 기이한 현상.



신영을 움직여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몸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움직이면 죽는다"고.

그렇다고 막을 수도 없었다. 하나하나 쳐 낼 수도 없거니와 비수에 담긴 내력이 그조차도 허락하지 않아 보였다.

할 수 있는 건 멍하니 바라볼 뿐.


퍽퍽퍽!

비수가 신영비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어느 하나 몸을 관통하진 않았다.

처음 천화가 자신에게 한 말뜻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제압하진 못하지만 죽일 수는 있다'


"이름이 뭐지...?"


힘이 실려있지 않고 체념한 듯한 목소리가 신영비의 입에서 나왔다.


"십비천지멸(十匕天地滅)"


"십비천지멸...10개의 비수면 모든 걸 멸한다 라는건가..."


대답대신 천화는 환하게 웃었다.


"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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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혁월상의 위기 +1 18.09.12 3,915 5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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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정사학관내(內) 악습(2) +1 18.09.11 3,968 66 13쪽
12 정사학관내(內) 악습 +1 18.09.11 4,172 68 12쪽
11 여행의 시작 +1 18.09.11 4,331 67 14쪽
» 천화와 신영비의 결승 +2 18.09.11 4,279 76 11쪽
9 대회의 시작(2) +2 18.09.11 4,344 65 11쪽
8 대회의 시작 +2 18.09.11 4,504 66 11쪽
7 새로운 길을 찾다 +1 18.09.11 4,809 71 12쪽
6 상대를 알아보지 못한 결과 +2 18.09.11 4,951 80 10쪽
5 가치관의 확립 +2 18.09.11 5,361 70 12쪽
4 천화와 혁월상과의 조우 +4 18.09.11 5,653 76 8쪽
3 천살문과 천화의 시작(2) +2 18.09.11 6,520 7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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