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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킴
작품등록일 :
2018.08.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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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0 16:29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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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9.2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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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5화. 보고있었다.

DUMMY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아침이었다. 방을 가득 채우는 알람소리에 억지로 눈을 뜨며 달달한 시리얼로 간단한 아침을 먹었고 아이돌들의 신나는 노래를 벗 삼아 느긋하게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평상시와 너무나도 다른지 않은 아침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찬수를 바라보는 수많은 아이들의 시선은 왕따의 한심함이 아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또라이 미친놈으로 변해있었다.

찬수는 수십 명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듯 이어폰의 볼륨을 높이며 정문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렇게 학교는 또 다시 찬수에게 가기 싫은 장소가 되어 있었다.

어쩌다 눈을 마주치면 질겁하며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솔직히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차라리 지금의 이런 상황이 왕따일 때 보단 괜찮다고 애써 자기위로를 하는 찬수였다.


“형!”


그렇게 또 다시 혼자라는 어둠속으로 들어가려는 찬수에게 단 하나의 순수한 목소리가 불쑥 들어왔다.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그 목소리에 찬수역시 천천히 돌아보며 그 부름에 응답했다.


“어, 규찬아.”

“형! 어제... 사실이에요?”

“어어...”


하지만 눈치 없이 정곳을 깊숙하게 파고드는 규찬이의 저돌적인 화법은 언제라도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솔직히 평생 익숙해지지 않을 거 같았다.

찬수와 대화하는 규찬이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역시 그리 곱진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규찬 역시 한 때 사람들의 편견 가득한 시선 속에서 살아봤었기에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형 관장님한테도 말씀하실...”

“그러게... 말씀 안 드려도 알게 되실 거 같은데...”

“관장님이 진짜 싫어하실 거 같은데요...”

“하...”

“아! 형! 오늘 스파링 해주 실... 수?”

“글쎄... 오늘 운동 안 갈수도 있어서...”

“아... 형 그래도 체육관에 오셔서 풀고 그러는 게 좋아요...”

“글쎄...”


규찬이의 긍정에너지도 지금 당장의 찬수에겐 소귀에 경 읽기 같아 보였다.


“형 그럼! 있다 체육관에서 봐요~”

“어, 어?”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저 태도와 긍정에너지가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부러운 찬수였다. 4층에 올라오자 꽤나 조용한 분위기에 절로 핸드폰속의 시간을 확인한 찬수였다.


“설마? 휴...”


규찬이와 함께 등교한 날은 어김없이 지각이거나 1교시 수업 중일 때의 시간이었다. 그랬었기에 찬수는 황급히 시간을 확인한 것이었다.

앞문을 열자 언제나 1등으로 와서 공부중인 반장과 그 뒤로 보이는 몇몇의 아이들이 찬수와 눈이 마주쳤다.

찬수의 등장으로 교실은 얼음장처럼 적막감이 감돌았다.


“괜찮냐?”


앞자리에 앉아있는 반장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교실의 적막함을 깨트렸다. 찬수는 의자를 빼며 자리에 앉았다.


“어... 뭐...”

“의외네, 존나 맞을 줄 알았는데.”

“맞다보니...”


왜 물어보는 건지 모를 질문과 대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반장과 찬수가 대화 할 때만큼은 반에서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아이들 모두가 그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한 증거였다.


“따 당해서 자살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네... 새끼.”


반장은 문제를 풀며 관심 없는 척 말을 내뱉었다. 츤데레 같은 반장의 말에 몇몇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했다.


“그래도 적당히 나대고 공부해라. 결국은 좋은 대학가는 새끼가 다 재끼는 거니까.”


문제를 풀던 샤프소리가 멈추자 찬수를 포함한 반 아이들의 시선이 반장에게로 향했다.

반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뒤쪽의 서랍에서 교과서를 꺼내기 위해 뒤로 걸어갔다. 그리곤 찬수 옆으로 다가가다 걸음을 멈췄다.


“시발 그 상황에서 올3이면 넌 괴물인거야 병신아.”


의외성발언에 찬수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무 말도 안 했다는 듯이 쿨하게 서랍에서 교과서를 꺼내는 반장을 바라보며 찬수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뭐?”

“하...”


서랍에서 교과서를 꺼내던 반장의 한숨에 모든 아이들의 귀가 집중되고 있었다. 마지막 수업인 국사교과서를 꺼내들며 반장은 다시 말을 내뱉었다.


“올3이면 가능성 있다고 이 새끼야.”


차가운 표정과 함께 반장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곤 서랍에서 꺼내온 교과서를 펴며 언제 그랬냐는 듯 샤프를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자 찬수라인 앞자리에 앉아있던 학생이 몰래 엄지를 치켜세웠다. 찬수는 헛기침을 하며 애써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영어선생님은 손수 들고 오신 자그마한 라디오를 중지시켰다. 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께 경례를 외쳤다.

아이들은 교실을 박차며 급식실로 미친 듯이 뛰쳐나갔다.

반 아이들의 반 이상이 교실에서 나갔을 즈음 영어선생님이 찬수를 불러냈다.


“선생님 역시 너의 행동을 옳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워낙에 네가 한 짓이 임팩트가 강해서. 하지만 이거 하나는 인정한다. 너처럼 끈질기게 잘 버틴 놈은 처음 봤다.”


교과서를 바라보던 반장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희미하게 번졌다. 선생님은 찬수의 어깨를 수고했다는 것처럼 두드려주었다.

부끄러운지 찬수는 서둘러 시끄러워진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생님의 말씀에 몇몇 아이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였다.

얼떨떨한 기분과 함께 자리로 돌아가려던 찬수의 시선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반장과 눈이 마주쳤다.

반장의 옅은 미소에 찬수 역시 옅은 미소로 화답해주며 급식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


“전치 몇 주가 나왔는지 아니?”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꽤나 격양되어 있었다. 찬수의 등에는 가방이 메어져 있었고 시계는 4시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너... 걔네 아버지가... 하...”


답답함에 한숨만을 연거푸 내뱉던 담임 선생님은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곤 라이트를 긁어대며 당장이라도 불을 피우려했다.


“죄송합니다...”


알고 있었지만 현재상황의 분위기에서 찬수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한마디밖에 없는 것 같았다. 입에서 담배를 빼며 다시금 입을 연 담임 선생님은 의외의 말을 건넸다.


“네가 그 뭐더라... 게시판에 올린 거 알아. 그거 더 있니?”

“네...? 네? 저 아니... 아닌데요...”

“야 지금 내가 네가 싼 똥 치우려고 하는 거야 임마!”

“진짜 저... 아닌...”

“찬수야. 내가 널 이용해먹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니까?”


담임 선생님의 더욱 격양되는 목소리에 다른 선생님들의 시선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 선생님~”

“네? 네?”

“조금만~ 목소리 조금만 부탁드려요.”

“네...”


선생님은 라이터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한 톤 낮아진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끊겼던 대화를 이어나갔다.


“네가 그렇게 당하면서 있었을 애가 아니란 건 내가 담임으로서 가장 잘 안다.”

“진짠데... 요...”

“선생님을 이렇게까지 믿지 못하는 이유가 뭐니?”


본질적 질문에 찬수는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을 멈췄다. 선생님 역시 꺼졌던 컴퓨터를 다시 켜며 찬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둘 간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덩달아 교무실이 조용해진 듯 했다. 약 1분간의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나서야 굳게 닫혔던 찬수의 입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럼 왜 저를 안도와 주셨어요?”


꽤나 길었던 1분여간의 시간만큼 찬수의 질문은 담임 선생님을 충분히 당혹스럽게 만드는 질문이었다.


“어... 뭐라고 답해야 네가 나를 이해할까...”


여전히 조용한 교무실은 찬수의 질문에 담임 선생님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궁금해 하는 다른 선생님들의 감정이 투영된 듯 했다.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던 담임 선생님은 그때서야 쥐죽은 듯 조용해진 교무실분위기를 알아차렸다.


“흠.... 선생님들!”


담임 선생님의 한 마디와 함께 쥐 죽은 듯이 조용하던 교무실은 다시금 문서작업과 키보드소리들로 가득 채워졌다.

선생님들의 키보드가 담임 선생님의 작은 말소리를 완전히 집어삼키게 되어서야 담임 선생님은 입을 열었다.


“선생님은 여기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직장을 잃는 거야.”


당연했지만 너무나도 뻔한 대답이었지만 이것을 딱히 받아칠만한 것이 마땅치 않은 찬수였다.


“그럼... 지금... 이건 괜찮... 은 거 고요?”

“그래서 그 열쇠가 될 수 있는 네 녹음을 달라는 거잖아 찬수야. 선생님이 도와주겠다니까...”


선생님의 계속된 질문에 찬수는 마지못하며 이메일을 통해서 녹음파일들을 보내드리겠다고 말을 했다.

당장에 파일들을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래도 찬수의 한 발짝 더 나아간 태도에 선생님은 알았다며 찬수를 보내줬다.


선생님과의 담판 아닌 담판을 미룬 뒤 교무실에서 나왔을 땐 의외의 인물이 찬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속 시원하냐?”


너무도 의외의 인물에 찬수는 당황하며 다시 교무실 문을 열었다. 동시에 담임 선생님을 포함한 여럿 선생님들의 시선이 찬수에게로 향했다.

찬수는 하동주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거리를 뒀다. 찬수의 연이은 등장에 담임 선생님은 혹시나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지금 주려고?”

“아...아니요.... 죄송합니다.”


갑자기 달라진 자신감 있는 목소리에 의아한 선생님이었지만 할 일이 태산이었기에 선생님은 다시 자리에 앉아 문서작업을 시작했다.


“갑자기... 뭐야?”


연하게 남은 파란 멍들과 아직도 완전히 빠지지 않은 붓기가 하주찬의 얼굴 상태를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하주찬의 얼굴엔 화나 분노 같은 감정이 비춰지진 않았다. 그러나 강하게 쥐어 잡은 주먹이 찬수로 하여금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찬수는 자신이 있었다. 바로 회색의 눈동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날씨가 오락가락하네요... 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4 상처엔후시딘
    작성일
    19.01.22 20:52
    No. 1

    왕따에 맨날 얻어맞고 다니는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안하다가 이제와서 잘버텼다고하는 선생님이나 그걸 또 고맙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이나 제정신인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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