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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킴
작품등록일 :
2018.08.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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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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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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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8화. 나아가는 일상.

DUMMY

제법 쌀쌀해진 새벽의 기운이 채 모습을 감추기도 전부터 찬수는 츄리닝 차림으로 동네산책길을 내달리고 있었다.

몸이 꽤나 달아올랐는지 호흡을 내뱉을 때마다 허연 입김이 서서히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들고 있던 핸드폰을 터치하며 화면을 켜자 그동안의 기록들이 떠올랐다.


2018년 9월1일, 4km 25분 25초

2018년 9월2일, 4km 25분 30초

2018년 9월3일, 4km 26분 15초

:

:

2018년 10월1일, 4km 23분 5초


목표로 잡고 있던 4km 22분대가 눈앞인 것을 확인한 찬수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신명나는 아이돌 노래에 맞춰 뼈다귀 같은 삐걱거림의 댄스를 선보였다.

역시나 유연성하나는 1도 없는 몸이라는 게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상관없었다.

새벽인데 설마 누가 있을까 또는 누가 보면 어떠냐는 안일한 생각으로 더욱 삐걱거리며 괴상한 몸놀림을 선보이는 찬수였다.

그리고 이 차마 눈 뜨고 못 봐줄 삐걱거림이 나도 나쁘지 않잖아 라는 잘못된 허세로 넘어갈 즈음 찬수는 동네에 살고 있는 다른 학교 여학생에게 이를 들켰다.


“으왓!”


뒤늦게 여학생을 발견한 찬수는 깜짝 놀라는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복싱포즈를 취했다.

더불어 ‘뭐지 이 병신은?’ 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여학생 역시 찬수의 반응에 덩달아 놀라고 말았다.


“깜짝이야!”


순간 그대로 행동을 멈춰서며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에서 긴장감이 뿜어졌다.

그리고 긴장감으로 인해 몸이 굳어지려는 찰나 찬수의 손목에서 강렬한 비트의 알람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웠다.


“으아악!!”

“키약!!”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찬수와 여자는 서로에게 기겁하듯 놀래며 좁디좁은 골목길을 빠르게 뛰쳐나갔다. 순식간에 집 앞에 도착한 찬수는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며 잠시 숨을 골랐다.

하지만 정작 찬수의 신경을 건드린 것은 가쁜 숨도 아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휘되고 있는 능력이었다.


‘후... 침착하자 침착!’


심장에 손을 얹은 채 숨을 크게 내쉬는 찬수의 눈알이 천천히 회색에서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능력의 여파인 현기증이 어김없이 찬수의 균형감각을 빼앗았다.

익숙해지지 않는 현기증에 찬수는 머리를 감싼 채 비틀거리며 용케도 집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로 들어가면서 얼떨결에 시간을 확인한 찬수는 따뜻한 물을 틀며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평범하지 않은 하루를 시작했다.


**


“이 부분에서 이렇게 해석하면 그대로 한 문제 날아가 버려 그러니까 조심해서 앞 뒤 단어를 봐가면서 해석해야 할 거야.”

“아... 대박이네... 이거 완전 함정이네...”

“그리고 넌 그 함정에 제대로 걸린 거고.”


역시나 반1등이자 서울대생 형을 두고 있는 반장은 달라도 뭐가 달랐다.


‘전교1등은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반장의 기가 막힌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편으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반장이 선생님보다 잘 가리킨다고 생각이 든 찬수였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찬수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반장은 문제를 풀려고 집어 들었던 샤프를 내려놓았다.


“또 뭔데?”

“어? 아니, 그냥 신기해서.”

“뭐가?”

“아니, 넌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데 안 힘들어?”

“안 힘들겠냐?”

“그치?”

“당연하지, 나도 수능 끝나면 아니, 대학교 가면 미친 듯이 놀 거야.”

“대단하다. 그 집념이랄까... 목표가... 대박이네.”

“어차피 학생은 공부해서 대학을 가는 게 전부인 거야. 꿈은 대학교가서 찾아도 늦지 않아.

그리고 너도 새끼야 너무 복싱만 하지 말고 좀 더 공부에 집중하라고.”


할 말은 다 했다는 듯이 반장은 귀마개를 귓속으로 집어넣으며 그 위로 뒤덮게 헤드셋을 뒤집어썼다.


“그래 찬수야, 근데 지금 자습시간이거든? 이제 그만 공부하자?”


찬수와 반장의 대화목소리가 꽤나 크게 들렸는지 아니면 맨 앞자리라 그랬던 것인지 담임 선생님은 어느 샌가 다가와 이들의 대화를 안 드는 척 엿듣고 있었다.


“네. 죄송합니다.”

“그래, 알면 얼른 공부나 해라, 살 뺀 것도 좋고 열심히 복싱 하는 것도 좋지만 너희 부모님이 가장 바라는 건 찬모가 말 한 것 일거다.”


담임 선생님은 얇고 기다란 회초리로 찬수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뒤쪽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이에 찬수는 집에서 가져온 누구나 한번쯤은 봤다던 수학의 정석에 눈을 고정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반장은 찬수의 모습을 바라보며 덩달아 더욱 문제에 집중했다.



20여분 뒤.



학교를 다녀봤다면 누구나 한 번쯤 기다려봤을 점심시간 종소리가 학교건물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찬수는 잡고 있던 샤프를 던져 놓으며 뻣뻣하게 굳어가던 목을 풀었다.

옆자리의 반장은 종이 울리건 말건 여전히 문제를 풀고 있었다. 이에 찬수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급식실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뭐 보면서 밥 먹지...”


익숙한 혼자만의 점심시간이었기에 찬수는 항상 영상을 보면서 밥을 먹었다. 최근에는 대회를 준비할 겸 스파링 영상을 보며 점심밥을 먹고 있었다.


“형~ 오늘은 또 뭐 보시면서 가세요?”


물론 규찬이는 같은 학년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급식실까지 같이 가는 고맙고도 귀여운 녀석이었다.


“어, 그냥... 대회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뭐...”

“형은 그냥 우승이시죠!”

“그러면 좋겠는데...”


혼자인 찬수와는 달리 규찬이는 체육관에서처럼 학교에서도 좋은 성격을 바탕으로 많은 친구를 사귄 듯 했다.


“야! 조규찬! 축구 안 해?”

“어~ 갈게, 형! 그럼 있다가 체육관에서 봐요~”


찬수는 손짓하며 급식실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퍽!


급식실에 들어가자마자 순식간에 날아온 축구공을 얻어맞은 찬수는 그대로 얼굴을 감싸며 비틀거렸다. 그리고 잊을만했던 목소리가 다시금 귓속으로 때려 박듯 들려왔다.


“여~ 괜찮냐?”


빨갛게 부어오른 찬수의 뺨이 축구공의 위력을 많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찬수는 뺨을 감싸듯 쥐어 잡은 채 천천히 축구공을 집어 들었다.


“왜? 던지게? 어?”

“여전... 하구나...”

“뭐라냐 병신아.”


시선이 마주친 김동수의 얼굴은 아직까지도 완전한 치료가 끝나지 않은 듯 눈과 뺨 위로 붕대와 안대가 큼지막하게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찬수는 강하게 쥐어 잡았던 주먹을 펴며 시선을 피했다.


“지겹다 지겨워...”


찬수는 곧 바로 잡고 있던 축구공을 그대로 창밖의 운동을 향해 집어던졌다. 너무나도 예상치 못했던 찬수의 반응에 수많은 아이들의 시선은 절로 김동수에게로 향했다.

역시나 김동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찬수에게 달려와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찬수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그 찌질 하던 최찬수가 아니었다.

찬수는 눈 하나 내리깔지 않은 채 김동수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자 김동수는 분에 이기지 못하며 찬수의 뺨을 후려갈겼다. 짝! 하며 강렬한 소리가 급식실에 울려 퍼졌다.

아니나 다를까 계단 쪽에서 남자 선생님의 굵직한 목소리가 급식실에 울려 퍼졌다.


“야!! 김동수!! 이 새끼가!! 너 일로와!”


때마침 학생식당을 살피러 나오셨던 학생주임선생님의 눈에 이 장면이 그대로 들어왔던 것이었다. 찬수는 빨개진 뺨을 감싼 채 벽에 기대어 있었다.

김동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대로 선생님과 함께 급식실을 나갔다. 아니, 실상 끌려 나갔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었다.

김동수가 선생님에게 끌려 나가자마자 찬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뺨을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식판을 받아들었다.

찬수의 행동에 학생들 역시 아무렇지 않은 듯 원래의 왁자지껄 했던 분위기를 형성했다.


“의외다?”


찬수의 뒤에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반장이 식판을 든 채 서 있었다.


“그냥... 들어오면서 운 좋게 선생님을 봤을 뿐이야,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던 거고...”

“그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았네. 3등급이.”

“야 갑자기 3등급이 여기서 왜 나오냐?”


그 순간 반장은 고개를 까닥이며 찬수에게 앞을 바라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에 찬수는 반장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하주찬이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다.


“쟤도 지쳤나 보지... 나처럼...”


찬수는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어느 샌가 자기 차례로 다가온 배식순서에 식판을 내밀며 반찬을 받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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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7화. 한국 챔피언4. +2 19.02.18 317 4 14쪽
107 106화. 한국 챔피언3. +1 19.02.15 318 8 11쪽
106 105화. 한국 챔피언2. +1 19.02.13 345 7 9쪽
105 104화. 한국챔피언. +1 19.02.12 328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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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2화. 정상을 향하여8. +2 19.02.08 355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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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8화. 정상을 향하여4. +3 19.02.01 36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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