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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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킴
작품등록일 :
2018.08.06 13:00
최근연재일 :
2019.02.20 16:2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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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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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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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72화. 절실함4.

DUMMY

찬수의 태생적 한계인 이도 저도 아닌 위력의 펀치를 좀 더 위협적인 펀치로 상승시키기 위해선 체력 그리고 순발력과 하체에 집중된 운동들을 뜯어 고쳐내야 했다.


“으아!”


항상 해오던 익숙한 자세와 익숙한 강도의 팔굽혀펴기였으나 문제는 말도 안 되는 할당량이었다. 평상시에도 100개쯤은 매일 해오던 것이었기에 얼마나 힘들까 생각을 하며 시작한 찬수였다.

하지만 정작 300개를 하려고 하니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100개까진 괜찮았다. 항상 해오던 것이었기에. 그러나 문제는 130개를 돌파하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전면삼각근의 뻑뻑한 통증과 함께 가슴 위쪽 부분이 서서히 아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도 찬수는 25개씩 끊어가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팔과 어깨 그리고 가슴이 보내는 한계의 신호를 계속해서 무시했다.

200개를 돌파하자 가슴과 어깨 그리고 팔에서부터 느껴지는 통증은 더 이상의 통증이 아닌 고통 그 자체였다.


“으아악! 흡!”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300개를 간신히 채운 찬수는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는 두 팔을 재빨리 이리저리 휘저어주며 힘겹게 일어났다. 그리고 찬수는 3분간의 짧지만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그래도 당장 다음 주에 참가할 대회 때문에 무게를 올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 이 정도는 기본적인 것이니까.”


관장의 말에 찬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굵은 땀방울들을 닦아냈다.

이미 걸레가 된 두 팔을 하늘로 올린 찬수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괜찮은 상태인 하체를 이용해 살짝 점프하며 은색의 철봉에 매달렸다.

빨래처럼 늘어지듯 매달려있는 찬수를 바라보던 관장은 운동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얼른 시작하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긴 손짓의 신호를 보냈다.

이에 찬수는 불평없이 가슴을 철봉 쪽으로 끌어당겼다.


“흡! 흡! 흡!”


1개를 더해 갈수록 눈에 띄게 느려지는 찬수의 움직임에 관장은 계속해서 올라가라는 냉소적인 목소리만을 반복적으로 내뱉었다.

이에 찬수는 잠깐만요라는 말로 계속해서 잠깐의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결국은 어쩔 수 없이 75개의 턱걸이를 간신히 채웠다.

걸레가 되어버린 두 팔을 철봉으로부터 때어내자 몇 분 전의 움직임으로 인해 뻑뻑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던 앞가슴의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는 찬수였다.

그 이유는 바로 등과 어깨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이어주는 광배근 전체에서 극악의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팔굽혀펴기와는 차원이 다른, 말 그대로 등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하... 하... 하...“

“할만 해?”

“아니요... 하... 하...”

“이 정도는 해야 기본이 잡힌다.”

“...그래요...?”

“네 펀치가 솜방망이 같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세다고도 못하겠지만.”

“......”

“저번에도 말했지만 하드펀치는 정말 소수의 사람들이 타고나는 거야. 그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너는 그걸 웃도는 걸 가지고 있잖아.”

“???”

“눈 말이야. 눈.”


천천히 양 팔을 벌리며 쫙쫙 늘려주는 찬수를 바라보며 관장은 답답하다는 듯이 찬수의 눈을 가리켰다.


“아...”

“뭘 아... 야. 복싱은 원래 안 맞으면서 하는 게 복싱이야. 근데 넌 거기에 부합하는 그 눈이 있잖아.”

“......”

“근데 눈이 있음 뭐하냐. 나머지가 그지 같으면 소용이 없는데.”

“하긴... 그렇긴 하죠.”


관장의 말에 가슴깊이 공감하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찬수는 자신의 두 눈으로 거울에서 반사되고 있는 자신의 땀에 젖은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자 관장은 조용한 체육관을 둘러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 나도 원래는 이런 몸이 아니었어.”


자신의 광배를 한 것 뽐내듯 등 근육을 펼쳐보이던 관장 다시 찬수를 바라봤다.


“원래는 겁나 말랐었지. 물론! 운동신경은 좋았지. 20살이 되면서 너처럼 펀치의 한계를 느껴 근육을 늘려야 했고. 뭐 나는 그 소수의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이지만.”


가끔 저렇게 말 할 때마다 정말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찬수였다.


“하지만... 그때 어떻게 해서 그렇게 할 수 있었냐고 한다면... 뭐라고 할 까...”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듯 생각이 많은 눈빛을 내보이며 관장은 이어나가던 말을 잠시 멈췄다 천천히 이어나갔다.


“...절실했어. 존나게 절실했지. 하... 할 줄 아는 건 이 운동밖에 없었고, 운동이라고 해도 하필이면 축구나 농구같이 대중성이 높은 종목이 아닌 철지난 운동인 복싱이었고. 집은 가난하고... 하... 하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할 여력도 없었던 것 같아.”


넓은 체육관에서 찬수와 관장은 서로의 말과 목소리에 집중했다.


“왜요?”

“음... 할 게 많았거든.”


관장의 말에 찬수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제껏 천재이며 로얄로더의 길 만을 밟아왔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었기 때문이었다.


“네?”

“할 게 존나 많았다고. 동물적 반사 신경과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 외 부수적인 것들이 없으면?”

“없으면요...?”

“맞는 거지. 것도 링 위에서.”


냉철하지만 팩트이기에 찬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이어지는 말에 집중했다.


“너도 저번에 당했듯이 복싱은 머리를 사용하는 운동이야. 물론 피가 낭자하기도 하고 서로를 미친 듯이 두들기고 패고 그러면서 경기를 하니까. 링 밖의 사람들은 그렇게 보이겠지. 하지만 너도 이제 쥐꼬추 만큼 배워서 알잖아. 그게 절대 아니라는 거.”


‘아니... 이럴 때 쥐꼬추가 왜 나와...’


“잽을 위해 수만 번을 두드리고 가장 효율적인 콤비네이션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때려보고 또 자신의 완벽한 타이밍을 몸에 새기기 위해 자세를 무한정으로 교정하고.”

“그렇죠...”


생각해보니 찬수 자신도 스파링과 대회 때의 경기를 생각해보면 격양된 흥분의 감정 속에서 펀치를 내기보다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났다.


“물론 간혹 야수 같은 폭력의 잔혹함과 압도적인 힘을 앞세워 링을 지배하는 애들이 있긴 하지. 세계적으로도 드물긴 하지만...”


관장은 다시 과거를 회상하는 듯 대화를 멈췄다. 그리고는 다시 건너편에 반사되는 찬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대부분은 잔혹해 보이는 그 과정 속에서 이성을 유지한 채 싸운다는 거지. 대부분은 그 이성을 유지한 채 내미는 주먹을 위해 끊임없이 연습을 한다는 것이고.”


그때였다. 대화도중 갑자기 울려 퍼지는 우렁찬 통화알림소리와 함께 관장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확인했다.

그러더니 번호를 확인하고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네. 네. 언제라고 하셨죠? 네.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내일보자~. 네. 말씀하세요.”


다소 어이없게 끝나버린 진지한 대화였지만 그 무게는 충분히 찬수에게 전해진 듯 보였다.


‘할 게 많았다라...’


**


기름을 칠하지 않은 기계처럼 뻑뻑하게 움직여지는 어깨에 찬수는 미간에 깊은 일자주름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일반닭다리보다 2배가량 큰 크기를 자랑하는 닭다리 2개를 집어 들며 계산대로 몸을 옮겼다.

하지만 그 순간 관장의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표정 진중함이 잔뜩 서려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찬수는 자신이 들고 있던 2개의 닭다리를 바라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


‘그래... 끝나고 먹어도 된다. 이 까짓거... 썅.’


작가의말

불금이 아닌 냉금. ㅈㅅ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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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7화. 한국 챔피언4. +2 19.02.18 317 4 14쪽
107 106화. 한국 챔피언3. +1 19.02.15 318 8 11쪽
106 105화. 한국 챔피언2. +1 19.02.13 345 7 9쪽
105 104화. 한국챔피언. +1 19.02.12 328 5 9쪽
104 103화. 정상을 향하여9. +1 19.02.11 323 7 13쪽
103 102화. 정상을 향하여8. +2 19.02.08 355 5 13쪽
102 101화. 정상을 향하여7. +1 19.02.07 337 7 11쪽
101 100화. 정상을 향하여6. +2 19.02.06 348 5 12쪽
100 99화. 정상을 향하여5. +2 19.02.04 410 6 11쪽
99 98화. 정상을 향하여4. +3 19.02.01 369 7 12쪽
98 97화. 정상을 향하여3. +2 19.01.30 369 8 9쪽
97 96화. 정상을 향하여2. +2 19.01.28 386 8 11쪽
96 95화. 정상을 향해. +2 19.01.24 387 10 10쪽
95 94화. 프로테스트5. +2 19.01.22 383 7 10쪽
94 93화. 프로테스트4. +2 19.01.21 335 6 9쪽
93 92화. 프로테스트3. +1 19.01.18 386 6 9쪽
92 91화. 프로테스트2. +2 19.01.17 388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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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89화. 마지막점검2. +1 19.01.14 355 7 10쪽
89 88화. 마지막 점검. +3 19.01.11 377 9 10쪽
88 87화. 등장. 19.01.10 366 6 9쪽
87 86화. +2 19.01.08 364 7 10쪽
86 85화. 피로도2. +1 19.01.07 436 5 9쪽
85 84화. 피로도. +1 19.01.03 406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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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2화. 제대로 된 시작2. +1 19.01.01 43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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