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태백킴
작품등록일 :
2018.08.06 13:00
최근연재일 :
2019.02.20 16:29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6,377
추천수 :
838
글자수 :
513,185

작성
19.01.14 09:13
조회
354
추천
7
글자
10쪽

89화. 마지막점검2.

DUMMY

찬수의 오함마 같이 단단한 강철주먹에 목이 찢어질 듯 안면이 크게 돌아간 규찬은 술에 찌든 사람마냥 비틀거리며 왼쪽으로 넘어갔다.


“으!”


하지만 긍정마인드의 규찬은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자신만의 히든 기술을 써보지도 못했다는 억울한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

이미 마지막점검을 위한 스파링이라는 생각 따위는 머릿속에서 없어진지 오래인 진지한 표정이었다.


‘적어도 한 방만이라도.’


그리고는 두 팔을 앞으로 바짝 당기며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중반을 휩쓸었던 헤비급 챔피언의 피커부자세를 잡는 규찬이었다.

평상시의 가드 자세와는 미묘하게 달라진 느낌을 받은 관장과 찬수 그리고 민수였다.


‘그렇게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형.’


프로테스트를 위한 마지막 점검 차의 스파링이었지만 찬수도 그렇고 규찬도 그렇고 둘의 마음가짐은 이미 서로를 위해 상황을 봐주는 그런 허접한 짓 따위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오. 저 자식 봐라.’


규찬이의 끈기 높은 모습과 미묘하게 달라진 자세에 관장은 코웃음을 치며 턱을 매만졌다.

이에 민수 역시 평소에는 내보이지 않던 매섭기 짝이 없는 눈매로 링을 올려다봤다.


‘고1치고는 상당한 데?’


찬수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규찬이의 투지와 자세에 꽤나 감탄한 최설아였다.

5초정도가 되는 정적이 사각의 링과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규찬은 피커부스타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듯 두 팔을 자신의 안면 앞에 단단하게 고정시킨 뒤 찬수의 스텝에 맞게 계속해서 상체를 양 옆으로 흔들고 있었다.


‘안 오시면 제가 갑니다.’


팟!


수천 번의 스쿼트와 수십 킬로미터를 내달린 규찬이의 하체가 고1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는 거대한 허벅지 근육을 팽창시켰다.

이내, 폭발적으로 팽창된 근육은 그에 비례하는 폭발적인 대시를 내보였다.


1분전보다 한 템포이상 빨라진 규찬이의 인스텝 더킹에 관장은 놀랐다는 듯이 팔짱을 푼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리고 놀란 관장 옆에 있던 민수 역시 자신의 기준치를 웃도는 규찬이의 대시력에 감탄사를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확실히 습득력 만으로는 고1이라는 나이에 안 어울 정도야.’


도도한 표정을 계속해서 유지하던 최설아가 핸드폰에 규찬이의 스타일에 대해서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톡. 톡. 톡. 톡.


검은색 매니큐어로 뒤덮여진 기다란 손가락들이 피아노 건반 위를 움직이듯 빠르게 핸드폰 화면을 두드렸다.

머리가 좋은 쪽이기도 했지만 관심이 가지 않으면 핸드폰조차 꺼내지 않는 최설아였기에 지금의 행동은 규찬이라는 학생에게 상당히 관심이 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팍!


규찬이의 단단한 피커부 가드가 찬수의 잽 한 방에 뒤 흔들렸다.


‘형! 이건... 아니잖아요!’


피커부 가드 자체가 잽과 같은 견제성의 주먹들은 포기하고 두 주먹을 얼굴에 붙이며 가드를 더욱 견고하고 단단하게 올리는 수비지향성의 타입중 하나였다.

물론 그것도 힘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가 비등비등할 때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규찬과 찬수의 힘이라는 근본적 차이는 이미 17살과 20살의 차이가 아닌 학생과 성인의 차이라고 할 만큼 심각한 갭이 생긴 상태였다.


‘생각보다 빨리 흡수했네. 반쪽짜리 파괴력이지만’


관장은 자신이 예상했던 찬수의 완성된 모습을 바라보며 희열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의 인생에 다시는 없을 걸작과도 같은 제자를 얻었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미소였지만 미소의 주된 이유는 자신은 차마 가보지도 못했던 세계라는 곳을 링 위의 저 녀석은 충분히 가고도 남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분명 세계는 저 녀석의 등장과 함께 충격에 휩싸일 게 뻔했기에 그 모습을 상상하자니 웃음이 안 나올수가 없었다.


물론 아직도 고칠 점과 배울 점은 무수하게 남아있었지만.


팍!


규찬은 계속해서 쏟아지듯 내리꽂히는 찬수의 잽에 도무지 빠져나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잽이... 무슨...’


말이 잽이었지 실상 규찬이가 느끼는 체감은 스트레이트에 가까운 잽이었기 때문에 쉽게 주먹을 내밀기가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했다.


땡!


뜬금없는 타이밍에 울리는 종소리에 체육관에 있던 최설아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타이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 하...”


죽도록 연습하고 뛰어다니고 수없이 몸을 움직였지만 찬수와의 격차는 좁혀지기는커녕 더욱 벌어져 있었다.

실로 암담하기 그지없는 1라운드가 아닐수없었다.


1라운드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찬수의 눈이 천천히 물감이 번지듯 옅어지며 회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했다.


“휴...”


여유롭기 그지없는 긴 호흡을 내쉬며 찬수는 규찬이와 정반대의 코너로 몸을 옮겼다.


“규찬이는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려고 해봐. 더킹을 계속하라고 해서 쉴 새 없이 하라는 게 아니잖아.”

“......”

“찬수는 펀치를 내밀 때 칠 때 각도를 좀 더 좁히고. 어? 허리를 돌려야지. 지금은 어깨까지만 돌아가고 있잖아. 그러니까 파괴력이 그 정도 밖에 안 나오지.”


관장의 말에 찬수를 포함한 민수와 규찬 그리고 최설아는 말이 되냐는 듯이 관장을 바라봤다.

찬수는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가드를 뒤 흔드는 잽과 의식을 단번에 끊어 버릴 수 있는 훅.

모든 것이 완성되어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장은 지금 자신이 만족하고 있는 힘이 반쪽짜리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작은 그릇 크기에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찬수였다.


“확실해요?”


빨간색의 케이스를 뒤덮고 있는 핸드폰을 두드리던 최설아가 의심의 눈초리로 관장을 바라봤다.

마치 사기꾼 보듯 하는 최설아의 표정과 눈초리에 관장은 전완근 쪽을 긁적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네. 테스트때 보시면 놀라서 설아씨 뿐만 아니라 아마 테스트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기절초풍할겁니다.”

“아마라뇨?”

“뭐. 말이 그렇다는 거죠.”


관장은 진지하던 눈과는 반대되는 사람 좋은 미소를 내보이며 다시 링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땡!


찬수는 다시금 회색의 눈을 번뜩이며 규찬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거리를 두며 찬수의 움직임을 살피는 듯한 태도의 규찬이었다.


“네가 리치가 짧고 키도 작아서 불리해 규찬아. 거리가 있으면 네가 불리한 건 저기 앉아있는 설아씨도 알아.”


최설아는 관장의 말을 들은 채 만 채하며 계속해서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찬수의 전광석화 같은 인스텝이 이어졌다.

규찬이의 길고 빠른 한 번의 인스텝과는 다른 스타일의 거리재기용의 인스텝이었다.

찬수의 인스텝에 규찬 역시 사이드로 돌 듯 발을 뒤로 뺐다.

하지만.


다다다.


순식간에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찬수에 규찬은 자신도 모르게 훅을 내질렀다.


‘윽!’


인파이팅에 인파이팅을 위한 자세와 스타일만을 고수하는 규찬이었기에 그런 규찬이의 빠른 전진 대시는 한 번에 길게 상대방과의 거리를 일순간에 좁히는 스타일이었다.

좋게 말하면 빠른 전진 스텝으로 거리를 좁혀 난타전으로 몰고 간다.

나쁘게 말하면 그냥 들이댄 뒤 두들겨 팬다.

하지만 이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찬수의 움직임이었다.


‘새끼. 어지간히도 전진스텝이 부러웠나보네. 참나.’


관장은 두꺼운 목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어이없음에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 것도 다 그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으니까 가능한 거란다. 이 괴물아.’


이윽고 찬수의 묵직한 스트레이트가 규찬이의 안면을 뒤흔들었다.

여전히 허리가 펀치에 개입이 안 된 미완성의 펀치였다.

하지만 규찬은 전처럼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이 형 미쳤어. 다시는 이 형이랑 안 해!’


동시에 찬수는 다시금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앞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규찬은 노리고 있었다는 듯이 왼손 숏 어퍼컷을 올려쳤다.


부웅!


찬수의 회색 눈이 반짝였고 규찬이의 주먹은 찬수의 뺨을 스치듯 지나쳤다.

하지만 그 순간 규찬은 자신의 호흡을 멈추며 오른손을 강하게 쥐어 잡았다.


“흡!”


그리고는 어깨를 끌어당기며 각과 거리를 좁힌 뒤 망치로 휘두르듯 라이트 훅을 내질렀다.


‘위험하다 찬수야.’


팍!


통렬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찬수의 안면이 크게 돌아가며 입에 물고 있던 마우스피스가 링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쓰러지는 것은 찬수가 아닌 규찬이었다.


‘저 미친새끼! 그 상황에 카운터를 넣었다고?’


관장은 쓰러진 채 거친 호흡을 내뱉은 규찬이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빙빙 돌아가는 천장을 바라보며 규찬이 간신히 말을 꺼냈다.


“괜... 괜찮... 아요...”


가슴을 쓸어내린 관장이 짜증을 한가득담아 목청을 높였다.


“하... 새끼들아. 살살하라고! 좀! 아오 진짜. 아마츄어도 아니고 왜 이러냐. 둘이 뭐 앙숙이야? 왜 들 그러냐. 진짜! 할때마다 내가 가슴을 이렇게 졸여야 하냐? 엉?”


관장의 말을 듣는 것인지 아닌지 규찬이 관장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관장님... 저 이제 형이랑 안 할래요...”


그리고 방금 전의 상황을 지켜본 최설아의 두 손은 얼어붙은 것처럼 그대로 멈춰있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크러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께 머리숙여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19.01.14 453 0 -
111 110화. 에필로그. +12 19.02.20 370 12 8쪽
110 109화. 앞으로. (완) +14 19.02.19 319 11 11쪽
109 108화. 한국 챔피언5. +2 19.02.18 324 6 12쪽
108 107화. 한국 챔피언4. +2 19.02.18 317 4 14쪽
107 106화. 한국 챔피언3. +1 19.02.15 318 8 11쪽
106 105화. 한국 챔피언2. +1 19.02.13 345 7 9쪽
105 104화. 한국챔피언. +1 19.02.12 328 5 9쪽
104 103화. 정상을 향하여9. +1 19.02.11 323 7 13쪽
103 102화. 정상을 향하여8. +2 19.02.08 355 5 13쪽
102 101화. 정상을 향하여7. +1 19.02.07 337 7 11쪽
101 100화. 정상을 향하여6. +2 19.02.06 348 5 12쪽
100 99화. 정상을 향하여5. +2 19.02.04 410 6 11쪽
99 98화. 정상을 향하여4. +3 19.02.01 369 7 12쪽
98 97화. 정상을 향하여3. +2 19.01.30 369 8 9쪽
97 96화. 정상을 향하여2. +2 19.01.28 386 8 11쪽
96 95화. 정상을 향해. +2 19.01.24 387 10 10쪽
95 94화. 프로테스트5. +2 19.01.22 383 7 10쪽
94 93화. 프로테스트4. +2 19.01.21 335 6 9쪽
93 92화. 프로테스트3. +1 19.01.18 386 6 9쪽
92 91화. 프로테스트2. +2 19.01.17 388 9 10쪽
91 90화. 프로테스트. +1 19.01.15 410 7 10쪽
» 89화. 마지막점검2. +1 19.01.14 355 7 10쪽
89 88화. 마지막 점검. +3 19.01.11 377 9 10쪽
88 87화. 등장. 19.01.10 366 6 9쪽
87 86화. +2 19.01.08 364 7 10쪽
86 85화. 피로도2. +1 19.01.07 436 5 9쪽
85 84화. 피로도. +1 19.01.03 406 6 9쪽
84 83화. 제대로 된 시작3. +2 19.01.02 419 5 10쪽
83 82화. 제대로 된 시작2. +1 19.01.01 437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