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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학
작품등록일 :
2018.08.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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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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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에서 있었던 일

DUMMY

“이렇게 손을 잡게 되었으니 그 ‘이야기’로 넘어가는 건 어때요?”


아리아나 공주의 말에 샤를로트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서도 작성했으니 알려준다고 해도 상관이 없겠구나. 용사님.”


의문스러운 말.

묘한 의미를 담고 있는 둘의 말에 수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샤를로트 공주는 한 가지 질문했다.


“용사님은 혹 ‘파편’을 지니고 계신 사용자가 아니신지요?”


수호는 경악했다.


‘파편에 대한 정체를 알고 있어?’


정체는 꿰뚫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파편의 존재에 대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수호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파편을 지니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역시.”


샤를로트 공주는 자신의 예측이 맞았다는 것에 만족하며 박수를 쳤다.


“좋아요. 그럼 파편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왕족들 사이에서는 흔한 동화에 불과하겠지만, 일반 귀족이나 대륙에는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거든요. 용사님은 운 좋으신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네. 원래라면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파편에 대한 존재가 수면 위에 드러난 만큼 용사님이나 저에게 있어 유용한 정보는 맞겠죠.”


촤륵.


샤를로트 공주는 부채를 펼쳤다.

자신의 입가를 가리며 눈꼬리가 웃음을 그리듯 휘어졌다.

부채가 아니었다면 상당히 경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무례를 범했을 정도.

그녀는 예상외의 소득에 수호를 아군으로 끌어들인 것을 신의 한수라 여겼다.

동화로만 존재하는 파편 이야기의 반만 따라준다면 왕위 쟁탈은 문제가 아니었다.

왕위를 찬탈하고 국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타국에서 침략을 거행한다 한들 수호를 활용한다면 완벽히 방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격을 꿰할 수도 있다.

먼저 선수를 친 것에 감사하며 샤를로트 공주는 말을 이어갔다.


“파편은 일곱 종류가 있어요. 신의 파편이라 일컫어지는 파편은 각각 오만, 나태, 분노, 탐욕, 색욕, 폭식, 질투로 총 일곱 가지의 악이 있죠. 일곱 악마가 남긴 파편이라는 설도 있지만 그건 거짓이라고 기록되어 있어요. 뭐, 제 생각도 똑같아요. 선을 담당하는 신도 있는데 악을 담당하는 신은 없겠어요? 악신의 파편이 정확하겠네요.”


신의 파편.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탐식의 파편은 이름이 다르긴 하지만 폭식에 속할 것이다.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기운.

신이 남긴 파편도 이 정도인데, 원본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파편 중에서 뚜렷하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파편은 잘 몰라요. 제각각 개성이 자유롭다고만 알려져서 서로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는 말이 정답이겠죠. 도움이 되었나요?”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를 뻔했네요.”


그동안 확신을 가진 것은 아니고 막연하게나마 생각만 했었을 뿐인데, 그녀가 자세히 알려준 덕분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파편을 한 개가 아닌, 두 개 이상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탐식의 파편만 하더라도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상대의 기운을 사용자가 원하는 것에 따라 흡수가 가능하다.

잡스러운 기운을 다루는 것은 순수한 마나만도 못했기에 흡수를 안 한 것이지 수호가 마음만 먹으면 위력은 약해도 마나량 만큼은 대륙 누구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있다.


그때, 샤를로트 공주가 말했다.


“파편을 두 개 이상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시나 보네요.”

“···.”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파편은 한 개만 사용이 가능하고, 서로 성질이 다른 파편을 사용하는 경우 해당 사용자는 몸이 터져버리거든요. 시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가 적혀 있다고만 알아두시면 될 것 같아요.”

“방법은 없는 겁니까?”

“욕심도 많으셔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서로 각자 성질이 비슷한 파편이라면 조화를 이룰 수가 있어요. 두 개의 파편이 하나로 합해진다면 다른 파편을 손에 넣을 때도 흡수가 가능해요. 물론 탐욕과 폭식의 파편이 있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이야기겠지만.”


수호는 고민에 잠겼다.


‘내가 현재 지니고 있는 파편은 공주의 말을 들어보면 ‘폭식’이야. 남은 것은 탐욕의 파편이라 할 수 있겠지만···.’


손에 넣을 수가 없다.

행방을 모르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탐식의 파편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선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언젠가 때가 찾아오겠지.’


수호는 샤를로트 공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배웅은 나가지 않을게요.”

“아리아나 공주 전하, 무탈하시길.”

“수호 용사님 힘내시고···화이팅? 맞나?”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 있는지 해봤지만 본인이 해놓고도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은 조금 우스꽝스러웠다.

아리아나 공주의 의외의 면을 발견한 수호는 피식 웃으며 서재를 나갔고, 그 뒤로부터 샤를로트 공주의 조용한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


일 주 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기사 단장은 훈련 교관들을 소집했다.


“랭크를 나누어 포인트를 지급한다. 지원에 대한 것은 S~F까지 차등 지급을 하고.”

“용사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까요?”

“이의를 제기해 봤자지. 하위 랭크의 용사들이 아무리 반발을 해봤자 상위에 있는 용사들에 비한다면 밀리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니까.”

“그렇다면 그런 것으로 알고 포인트를 건네주면 되겠군요.”

“그래. 단, 용사들이 모르게 지급해야 할 거야. 신전에 갈 때도 따로 날을 두어 이동하는 것이 좋겠지.”


기사 단장은 샤르드 국왕의 명에 따라 포인트를 차등 지급한다.

용사들이 모르게 하기 위해서는 따로 훈련 교관들이 담당하는 랭크의 반에 평가전 때와 상관없이 성장도에 맞게 포인트를 나누어 가호를 받게 만든다.

무슨 가호를 받을지는 랜덤.


“폐하께서는 포인트를 어느 정도만큼 지급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S급은 5만, A급은 3만, 그 아래로는 전부 1만씩 지급할 예정이다.”

“상당한 지출이군요.”

“꼭 많다고 볼 수는 없지. 신들의 변덕에 따라서 얼마만큼 지불해야 할지 까마득하거든.”


정예 기사의 연봉은 천 포인트.

이것을 예로 든다면 상당한 거금을 개개인에게 지급하는 셈이 되었지만, 그 이전에 가호를 받기 위해 신전에 기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포인트는 1만 포인트다.

최대 10만 포인트까지 기부가 가능하나, 샤르드 국왕은 그에 반절 밖에 안 되는 포인트만을 지급했을 뿐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신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포인트를 많이 지불하더라도 그것은 잠깐의 관심만 끌 수 있을 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포인트만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기사 단장은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지원을 할 때는 확실하게.

솔직히 이러한 생각을 떠올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허나, 그는 왕의 명령을 따르는 일개 기사 단장이었고,

그런 그가 왕의 명령을 거역한다는 것은 일종의 반역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공지하게.”

“네!”


훈련 교관들이 고개를 숙이며 나가고, 그들은 사용자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기사 단장은 S클래스 반 중에서 가장 뛰어난 2인이자 제자나 다름없는 용사인 윤서라와 수호를 보며 크흠, 헛기침을 했다.


“폐하께서 명하셨습니다. 내일 용사님들은 신전에서 신의 가호를 받게 되실 겁니다. 물론 신의 가호를 받는 것은 선택받아야 가능합니다. 그전에 신전에 기부를 해야 하니 제가 용사님들에게 5만 포인트씩 지급하겠습니다.”


기사 단장은 둘에게 포인트를 건넨다는 의지를 보냈다.

색이 없는 무언가가 둘에게 빨려가듯 향하고 그것을 받아들이자 기사 단장은 설명을 이어갔다.


“가호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무슨 가호를 받을지는 신들의 마음에 따라 달라집니다. 형편없는 가호도 있고, 경지를 뛰어넘을 만큼 강력한 가호들도 존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가호로는 상대방의 투척 공격을 막는 투척 막이 가호, 철제 무기의 공격을 완벽히 무시하는 철인의 가호, 죽어도 한 번 살아날 수 있는 불사의 가호까지. 이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가호 중에서 대표적인 가호입니다.”

“가호를 중복해서 받을 수 있나요?”


윤서라의 질문에 기사 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현 대륙에 창성으로 알려진 창의 대가가 있는데, 그는 총 네 가지의 가호를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 년이 지난 일이었기에 어쩌면 그 이상의 가호를 습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기사 단장은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동등한 경지의 인물과 동등한 경지의 인물이 격돌한다면 승패를 가르는 것은 운이라는 요소가 따라야 한다.

하지만 같은 경지의 인물이라 하더라도 가호의 보유량이나 질에 따라서는 경지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존재했으니 마스터 끝자락에 달한 기사 단장으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단장님의 가호는···.”

“부끄럽지만 한 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


윤서라의 표정에서 미안함이 드러났다.

기사 단장은 개의치 말라는 듯 씩 웃어 보이며 화제를 돌렸다.


“용사님들은 내일부터 차례대로 신전으로 향하게 될 겁니다.”


가장 빠르게 가는 순은 S클래스에 해당하는 인원들부터다.

그중 가장 뛰어난 둘은 내일부터였고, 기사 단장은 준비하라는 말을 남기며 그대로 방을 나갔다.


“오빠, 내일부터 어떻게 될까요?”


윤서라의 표정에는 기대, 두려움, 불안 등이 서로 혼합되어 있었다.

그녀의 물음에 수호는 잠시 눈을 굴리며 생각하다가 적절한 말을 떠올리고 대답했다.


“왕국에서 우리에게 이득이 됐으면 됐지 이상한 짓은 하지 않을 거야. 너무 걱정하진 마.”

“하지만···.”


윤서라가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꿈속마다 찾아오는 ‘외눈의 신’에 의해 심리적으로 불안한 측면이 있었다.

신의 존재감.

그것은 꿈속이라 하더라도 감출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요 며칠간 많이 수척해져 있는 상태였다.

더욱이 나의 전사가 되겠냐는 그의 물음에 윤서라는 히스테리가 날 지경이었다.


수호는 걱정말라는 듯이 윤서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네가 생각하는 그 신은 생각보다 나쁜 신은 아닐 거야.”

“하지만 계속 전사가 되라고 하는데···.”


수호는 눈매를 좁혔다.


‘전사라고?’


사도가 아닌 전사.

수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외눈의 신들 중에서도 전사라는 특정 단어를 말하는 신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생각나는게 너무 많아.’


신들의 전쟁이 있다고는 들어봤다.

전쟁으로 인해 애꾸눈이 된 신이 한둘 이여야만 하는데, 수호가 알기로는 ‘전사’라는 특정 단어를 쓰는 신은 수십 명이나 된다.

그중 마법을 다루는 신이 대부분이었기에 수호는 신의 정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대의 도서관의 정보가 정말로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외눈의 신은 경계하라고 말해두면 되겠지.’


감히 자신이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하고 있는데 버릇없이 손을 뻗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홀로 다니는 것이 좋은 수호라도, 자신의 편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윤서라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고작 선심 쓰듯이 던져주는 가호로 꼬시려 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지 못했다.


“외눈의 신을 너무 믿는 것은 안 좋아. 전사는 되지 말고 생각만 해보겠다고 하면 좋겠어. 왠지 전사가 된다면 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말이야.”

“혹시 그 ‘감’이라는 거죠!?”

“어? 어···. 응. 감이지.”


수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며칠 전, 수호는 윤서라에게 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고 뻥을 쳤었다.

그런데 문제는 윤서라가 수호를 평소에 신비하고 대단하고 멋지고 등등. 여러 콩깍지가 쓰여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로 인해 자신의 말이라면 철썩 같이 믿는 윤서라가 수호는 부담스러웠지만, 감이라고 하면 넘어갈 상황이 있었기에 굳이 오해를 고쳐줄 이유는 없었다.

다만 양심이 찔린다는 것이 문제랄까.

아무리 철면피인 수호라도 순진한 소녀를 마음껏 속이는 것은 양심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대단해요! 역시 오빠는···.”

“···날이 좋네. 이런 날에는 연무장에서 수련하는 것보다 쉬는 것이 딱이겠어.”


또다시 폭풍 같은 칭찬 세례에서 부담감을 느끼느니 도망치는 것이 낫다 판단하며 수호는 도망치듯 방으로 달려갔다.


윤서라가 망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또 타이밍을 잃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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