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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학
작품등록일 :
2018.08.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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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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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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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신전에서 있었던 일 - 3

DUMMY

기사 단장실.

그곳에는 두 명의 인영이 있었다.

기사 단장과 부 단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부단장이었다.


“단장님, 과연 그 두 명이 가호를 얻을 수가 있을까요?”


부단장의 말에 기사 단장은 잠시 고민에 잠긴 표정을 짓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모르겠군.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용사를 신에게 인도하는 일뿐이다. 신의 선택을 받는 것은 운에 따라 다르겠지.”

“음···.”


부단장은 침음을 흘렸다.


기사 단장은 피식 웃었다.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용사들의 역량은 우리 세계의 상식에서 판단할 잣대가 안 된다는 것을. 하물며 그중에서도 최고의 용사인데 신의 가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사실이지.”

“그렇게만 된다면 좋겠습니다만···.”


부단장은 말끝을 흐렸다.

신의 가호.

가장 낮은 가호만 해도 큰 전력의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

가호를 받은 이와 안 받은 이의 차이는 심각할 정도였으며,

용사들이 가호를 받기라도 한다면 앞으로의 일이 손쉽게 풀릴 것이다.

허나, 부 단장이 우려하는 것은 용사들이 가호를 받지 못했을 때의 상황이었다.

한 번 가호를 받지 못한다면 이상하게도 다음 가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요,

설령 받는다 한들 무지막지한 포인트를 소모한 다음의 일이 될 것이다.

더욱이 신전 출입에 대한 권한도 있어야 했으니 난감할 수밖에.


“이번에 많이 떨어진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가호가 없다고 해도 강해질 가능성은 충분하니 잘 훈련만 시킨다면 최소 마스터급 정도는 오르겠지. 용사들이란 그런 존재니까.”

“뭔가 허탈하네요.”


수십 년을 고련해서 겨우 오른 경지를 몇 년 채 되지도 않은 시간에 따라잡을 악마적인 재능을 볼 때마다 그는 배가 아팠다.

기사 단장도 부단장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용사니까 이해하는 것이 좋겠지. 대륙을 구원할 존재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법이니까.”

“그건 그렇네요.”

“그럼 이만 일어나지.”


기사 단장은 부단장을 데리고 S클래스의 반으로 향했다.

특별 반이라는 이름이 서술되어있는 반에는 이미 두 명의 인영이 있었다.

수호와 윤서라.

용사들 중 제일가는 강자이며 동시에 경악스러운 성취를 보인 이들.

그레즐리 베어를 쓰러트린 수호에 비해 윤서라가 조금 뒤처지는 감이 있었지만,

지난 며칠 동안 그녀의 성취도를 본다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익스퍼트.

마법에 능숙한 상태로 접어든 윤서라는 어지간한 마법사 수준으로 성장한 상태였기에 실전만 충분하다면 모든게 완벽했다.

기사 단장은 내심 흐뭇한 웃음을 머금으며 평소와 같이 인사했다.


“오늘도 빠르게 오셨군요.”

“헤헤. 평소와 똑같은걸요, 뭘. 규정 시간을 지킨 것뿐이니까요.”

“그 규정 시간을 어기는 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두 분은 다른 분들과 다르게 이렇게 성실함을 보이니 너무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기사 단장의 말대로였다.

시간 내에 오는 용사가 몇이나 되겠는가.

신분으로만 따지면 왕족에 준할 정도인 그들에게는 기사 단장조차도 함부러 소리칠 깜냥이 되지 않았다.

아니, 그 이상의 신분을 가진 용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왕의 바로 아래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달랐다.

항상 성실한 자세를 보이며 훈련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고,

강해지는 데만 충실히 하는데 누가 봐도 자랑스러운 인재들이 아니던가.

용사만 아니었다면 왕국에 스카웃하여 나라를 지키는 인재로서 성장시켰으리라.


“바로 신전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용사님들은 따라오시길. 안내하겠습니다.”


수호와 윤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 단장의 뒤를 따르면서 따로 떨어진 그들은 각각 부단장과 기사 단장이 붙어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호는 윤서라에게 찝쩍거리는 부 단장을 보며 약간 인상을 찡그렸지만,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지는 않았다.

어차피 윤서라는 전력으로서 쓰이는 용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무언가 찜찜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가슴에서 무언가 간질거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돌렸다.


수호는 기사 단장에게 물었다.


“궁금한 것이 있다는 표정인데.”


기사 단장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티가 났습니까?”

“입술을 계속 달싹이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잘 알지 않을까 싶다만.”


자연스러운 하대.

너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풍겨 기사 단장은 살짝 놀랐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관리를 하며 물었다.


“이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습니다.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 단장은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며 말문을 열었다.


“용사님, 당신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목표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목표가 있습니다. 그것을 이루지 못할 경우 미련이 남지요. 수호 용사님이 이곳에 온 것은 필시 염원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염원에 대한 것을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수호는 피식 웃었다.

목표라면 있었다.

이 지긋지긋한 탑을 오른다면 멸망한 지구를 다시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헛된 희망을 품으면서.

허나, 그것이 궁극적으로 염원이라 할 수는 없었다.

지구를 다시 살린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인연은 다시 찾을 수 없는 법이니까.

그것을 깨달았기에 염원은 바뀌었다.

정확히는 사라졌다는 말이 정답일지도.

하지만 굳이 따지고 보자면.


“내 염원은 나 자신의 선택에 다시는 후회를 하지 않는 것. 그뿐이야.”


과거에는 수많은 후회를 했었다.

힘이 없었기에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힘이 없었기에 무력하게 동료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바보 같은 선택으로 궁지에 몰리고, 끝내는 사랑하는 연인과 형이 그를 구하며 희생했다.

정말로 웃긴 일이다.

과거를 바로 잡겠다고 ‘그 녀석’과 계약하여 회귀를 하다니.

솔직히 계약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지우개로 지워진 것처럼 2층 이상의 기억이 너무 희미하게만 남았다.

굵직한 기억은 없다고 해야 할까.

잔기억만 존재하는 것처럼.

회귀에 대한 부작용일까?

아니, 아무래도 좋았다.

더 이상은 당하고만 살지는 않겠다.

강해져서 모두를 죽인 녀석에게 복수를 하기 전까지 수호는 자신을 한계로 몰아세울 생각이었다.


“···과연. 멋진 염원이군요.”


꿈에 다가가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것을 목표로 하고 나아간다는 것.

사람들은 좌절한다.

꿈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에.

현실에 대한 순응.

수호는 현실적이지만 어려운 염원을 가지게 되었다.

정확한 것은 수호 본인만이 아는 사실이겠지만, 그는 이미 수많은 후회를 경험한 상태.

기사 단장은 지긋이 눈을 감았다.


‘많은 것을 품고 있나 보군.’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

기사 단장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여기서 자신이 조언을 한들 수호라는 용사는 자신만의 길을 확고히 한 것 같았기에.

이윽고 고개를 돌린 그는 윤서라에게 찝쩍대는 부단장을 향해 소리쳤다.


“부단장, 경박스럽구나!”

“죄송합니다!”


윤서라에게 작업을 걸던 부단장은 기사 단장의 호통에 깜짝 놀라며 몸을 딱딱히 굳혔다.

그에게서 간신히 해방된 윤서라는 수호의 옆에 붙어 조용히 속삭였다.


“너무 이상한 사람 같아요. 저 사람.”

“원래 이상한 녀석이야.”

“그런가요···.”

“상종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저런 타입은 상당히 귀찮거든.”


동료 중 한 명의 모습을 직접 지켜본 수호였기에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할 수 있었다.

윤서라는 수호의 말을 듣고 부단장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던졌다.

부단장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었기에 관심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일행은 신전에 도착했다.


“이곳이 신전입니다.”


하얀색으로 건축된 신전.

건축 양식이 특이한 그곳에 들어서며 윤서라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좋은 곳이네요.”

“저도 처음 왔을 때 그랬지만, 계속 봐도 질리지 않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부단장이 가까이 다가와서 말하자 윤서라가 혐오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수호의 곁에 붙었다.

졸지에 변태 취급을 받게 된 부단장이 뭐라 해명을 하려고 할 때, 입구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왕궁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흰색 로브를 두른 사제.

대사제가 아닌, 정식 사제로 보였으나 기사 단장은 정중함을 담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맞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하지만 기사님들의 출입은 불가능하니 밖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기사 단장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전의 출입은 허락된 자만 가능하다.

기사 단장과 부단장이 샤르드 왕국에서 높은 직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들 신전의 위치가 제국을 넘어선 그런 위상이 있었기에 그들은 권위를 내세우거나 할 수는 없었다.

자칫 이단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면 마스터 경지에 달한 기사 단장이라고 해도 왕국의 입장에 따라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전도 타국에 영향력을 끼치는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신전이 무언가를 요구한다면 탑은 그 즉시 신전에게 제약을 가하기 때문이다.

서로 간에 간섭이 없는 필요에 의한 관계.

그것이 전부였다.


“용사님들은 이분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저흰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수호와 윤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오래는 안 걸릴 거에요!”


수호는 자신의 말을 따라하는 윤서라를 흘겨봤다.

무언가 해맑지만 뜨거운 시선.

알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꺼림직한 기분을 느낀 그는 윤서라에게서 살짝 떨어진 채 사제의 뒤를 빠르게 따라갔다.


“같이 가요!”


윤서라는 기사 단장과 부단장에게 고개를 숙이고 수호의 뒤를 졸졸졸 따라갔다.

두 남녀를 바라보며 기사 단장은 문득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크리스, 너는 가호를 못 받았구나?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

열 가지의 가호를 받았으며, 대륙 최고의 기재라고 소문이 자자한 그녀.

이제는 죽은 소녀를 떠올린 그는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부디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그는 수호와 윤서라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기를 바랐다.

아니, 죽지 않기를 바랐다.

정이 든 것일까?

지난 두 달간 그들을 가르치면서 어느새 좋은 감정이라도 들었던 모양이다.


“부 단장, 자네도 그리 생각···.”


기사 단장은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시선에는 부러운 듯이 두 남녀를 바라보는 부단장이 있었다.

기사 단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하 운도 안 좋은가 보군.’


작가의말

생일이라서 2박 3일 동안 여행다니면서 글을 못썼네요. 흑. 지금 시각 오전 9시. 글 연참 가겠습니다. 밤까지 파바박!


5분 후 올라옵니다.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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