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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마를 삼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Stay.
작품등록일 :
2018.08.09 01:48
최근연재일 :
2019.01.1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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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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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마지막 역작.

DUMMY

번개가 번쩍인 듯했다.

눈을 깜빡인 순간 제크의 몸은 지면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가 뻣뻣한 고개를 간신히 들어 올렸을 때, 민재하는 칼날을 거뒀다.


‘나를 무시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서 손을 뻗으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제크는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 사지의 힘줄이 전부 잘려나갔다고.


- 제크, 반응이 희미하다.


텔레파시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 말이 없네.

- 설마 경비한테 당한거야?

- 제일 약한 곳에 배치해줬더니 영 쓸모가 없네.


여러 사람들의 비아냥 소리에도 제크는 버럭 화를 내지 못했다.

힘이 서서히 다해가고 있었다.


- 어떡하지? 지금 우리가 돌아가도 명인의 자택에 있는 그 ‘물건’은 뺏을 수 없잖아.

- 방법은 하나지.

- 강제력을 발동시키자.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들린 단 한 마디가 번쩍 눈을 뜨이게 만들었다.


강제력.

적을 한 명이라도 더 죽이기 위해서 발동하는 강제 능력 상승 기술.

강제력이 발동된 조직원은 이지를 상실하고, 목적을 추구하는 짐승으로 변한다.

강제력은 조직원이 죽어갈 때, 책임자의 암시로 발동된다.


- 할 수 없군. 어차피 이대로 죽을 바에야, 한 명이라도 더 데려가는 게 낫지 않겠나, 제크.


제크가 눈을 부릅떴다.


‘난 아직 죽지 않았어! 살아 있다고!’


절규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제크는 이미 땅에 이마를 박았다.

누가 보더라도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 물건의 확보를 우선으로 하며, 가로막는 적들은 모두 배제한다.


클라우드의 목소리가 점점 아련해진다.


- 제크, 그동안 수고했다. 아발론의 영광이 너와 함께 할 것이다.


서늘한 목소리가 뚝 끊긴 순간.

제크의 기억도 사라졌다.


***


[힘줄들만 죄다 끊어 놓았군. 어디서 배운 거냐?]

“혈도 외우면서 범인 제압법도 함께 연구했죠. 영웅이 하는 일은 다양하니까요.”


칼을 털어 넣으며 바깥에 범인을 인도하기 위한 절차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음?]


감각이 저릿해졌다.

뒤를 돌아봤을 때, 흰자위가 드러난 제크의 회색빛 얼굴과 마주했다.


“어떻게.....!”


콰앙!


제크의 손목이 지면에 파묻혔다. 그가 그 상태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힘줄을 모조리 끊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야 할 자가 어떻게 일어난 거지?

놀라운 현상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제크의 몸이 전부 회색빛으로 물들었고, 주변을 가로막았던 방어막이 그의 피부에 달라붙어 검기처럼 얇게 덧 씌워진 것이다.


“크아아아악!”


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제크가 내 앞으로 도달했다.

아까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였다.

황급히 칼을 들어 올려 그의 손날을 막았다.

그러자 제크의 노란 막이 검기를 흡수한다.


“큭!”


검을 빼려고 팔을 크게 휘두름과 동시에 제크의 손바닥이 내 칼날을 붙잡았다.

그리고 검기가 빠진 칼날을 향해 입을 쩍 벌렸다.

놈이 칼날을 갈비처럼 뜯어먹었다.


콰드득!

콰앙!


칼날이 유리 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졌고, 놈의 피부색과 막은 더욱 짙어졌다.

다급히 칼자루를 버리고, 남아 있는 검기를 손날에 씌웠다.

놈의 두 손을 바깥으로 탁탁 쳐냈을 때, 검기가 쑤욱 빠져나갔다.

속도는 눈에 훤히 보이는데, 아까전 과는 달리 공격이 먹혀들지 않는다.

방어막이 놈의 움직임을 함께 따라간다.

이런 현상은 오직 하나 뿐이다.


“능력이 성장했다고?”


놀란 가슴을 다스릴 시간도 없이, 놈의 정강이가 바람을 갈랐다.

재빨리 허리를 뒤로 젖혔다.


쉐에에에엑!


내 가슴께를 스치고 올라간 정강이가 안개를 갈랐다.

묵직하고 서늘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 순간.


화르륵!


뒤를 힐긋 보았다.

도공명의 자리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또 하나의 능력이 반응하고 있었다.


***


칼이 부서져 나가는 광경을 목격하자마자 도공명은 언덕이 떠나가라 광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 이제야 알겠다. 그게 네가 말한 뜻이로구나!”


도운철은 민재하 쪽과 이곳을 번갈아보며 안절부절 못했다.


“칼이 전부 깨져 나갔습니다. 그래도 괜찮은 것입니까?”

“저것은 칼이 아니라, 내 미련과 고집이다.”


도공명은 미친 짐승과 어울리고 있는 민재하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에겐 남은 인생을 함께할 진정한 칼이 필요해.......”


문득, 도공명은 처음으로 쇠를 두드렸을 때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마지막 기술을 전수해주면서 이렇게 말했었다.


[너희 선조가 대장군에게 창을, 너희 할아버지가 나무꾼에게 도끼를 만들었듯 우리 도씨 가문은 생에 딱 한 번 자신의 정염을 모두 불태울 역작을 만들게 된다.]


그 역작이 뭐냐고 묻자.


[이름 모를 나무꾼, 천하를 떨치는 대장군. 어느 누구라도 상관없다. 네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너의 모든 것을 맡길 사람을 위해 바쳐야 할 그것이 바로 ‘역작’ 이다.]


아버지는 웃으며 말하였다.


[내가 네 어미에게 은장도를 만들어 주었듯이 말이다.]


그 때가 바로 대장장이로서 마지막 소명을 다해야 할 때라고.

모든 세월이 한 곳에 모인 그 때야말로 일생에 다시 없을 최후의 역작이 탄생하는 날이라고 선조 대대로 입을 모아 말했었다.

도공명은 지금 그 순간을 느끼고 있다.


‘검은 나무가 내 손에 떨어졌고, 네가 나타났다. 네가 내 벽을 허물어 뜨렸다.’


도공명은 주먹을 불끈 쥐며 대장간에서 망치와 구불거리는 검은 나무를 가져왔다.

보름 전부터 검은 나무의 형태를 이런 식으로 잡아가는데 성공했다.


‘이 도공명의 인생은 이 한 순간을 위해, 너에게 칼을 만들어 주기 위해 존재했구나!’


돌아가신 아버지가 말한 ‘역작’의 의미를 깨달은 순간.

도공명의 망치에서 거센 불길이 피어올랐다.

안개마저 증발시키는 새하얀 불꽃이었다.

그러나 곁에 있는 도운철은 불꽃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것은 오직 쇠를 녹이기 위한 불꽃이다.


“운철아. 내 언젠가 너에게 도씨 가문의 소임을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도운철이 따스한 불길을 손으로 훑으며 답했다.


“할아버님이 할머님에게 은장도를 만들어줬던 그 순간 말입니까.”

“지금 내게 그 순간이 찾아왔다.”

“그 말씀은......”

“이 검은 나무를 내 마지막 무기로 삼으련다.”


도운철이 눈을 부릅떴다.


“저는 아직 배울게 많습니다!”

“내가 언제 대장간을 떠난다고 했더냐?”

“네?”

“나는 오늘 7대에서 물러나지만, 네가 내 기술을 온전히 이어받을 때까지는 옆에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도공명이 도운철의 망치를 두 손으로 불끈 쥐며 말했다.


“그동안 못난 아비 때문에, 대장간에 숨어서 철을 두드리느라 고생이 많았다.”

“아버지.....”

“내가 힘이 부쳐서 혼자 망치질하기 어려운데, 새로운 8대가 나와 합을 맞춰보겠느냐?”


도운철의 눈에 수많은 순간들이 지나갔다.

쇠 소리를 듣기 전까지 자신과 작업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던 도공명이, 처음으로 자신과 망치를 두드리자고 제안한다.

시큰해지는 눈가를 소매로 닦으며 도운철이 자신의 망치를 가지고 왔다.


“이곳에서 날을 다듬습니까?”


도공명이 씨익 웃으며 구불거리는 검은 나무를 망치로 내리쳤다.


꽈아아앙!


검은 나무가 반듯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민재하에게 필요한 것만 갖추겠다! 형태만 반듯하게 맞춘다. 날을 세우는 세세한 공정은 차후의 일이야!”


도공명이 재차 검은 나무를 내리쳤다.

손이 찌르르 울렸다.

그 사이 불꽃의 빛을 흡수한 검은 나무가 계속 단단해졌던 탓이다.

그러나 도공명의 입가에는 진득한 미소가 걸렸다.

지금이라면 이 녀석이 얼마나 단단해지던, 원하는 형태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이다.


까아앙!


옆에서 아들이 망치로 부족한 부분을 두드린다.


‘미련과 고집을 버리니, 참으로 소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도공명의 망치로 새하얀 불꽃이 맴돌았다.

빛이 검은 나무로 스며들었지만, 불길도 지지 않겠다는 듯 더욱 맹렬히 타올랐다.

불꽃이 도운철의 망치에도 옮겨 붙었다.


“하하하하하하!”


그동안 막혀있던 벽들이 단번에 허물어진다.

도공명과 도운철의 손아귀에 힘이 실렸다.

부자(父子)의 망치가 서로의 반대편을 주거니 받거니 두드렸다.

흥이 달아오른 부자의 입에서 새벽소리가 흘러나왔다.

노동요는 불과 쇠와 함께 어우러져 두 사람의 활력을 몇 배로 끌어올렸다.

흐르는 땀방울마저 전부 쏟아냈을 때, 검은 나무가 가느다란 봉처럼 반듯하게 세워졌다.

도공명이 마지막으로 봉의 끝 부분을 망치로 내리쳤다.


까아아아앙!


검은 나무의 끝 부분이 뾰족하게 깎여나갔다.

마침내 완성된 것은, 봉처럼 반듯하고, 장검처럼 길며, 끝 부분은 도처럼 뾰족하게 세운 기이한 병장기였다.

어쩐지 투박하기도 한 그 병장기의 손잡이 부분에 도공명은 감색 한복 소맷자락을 찢어 둘둘 말았다.

그리고 그것을 민재하에게 집어 던졌다.

뒷걸음질 치며 제크의 공격을 피하던 민재하가 병장기를 낚아챘다.


“이놈아! 나는 깨달았다! 너는 소리가 들리느냐?”


그러자 민재하가 씩 웃으며 검은 나무 병장기로 제크의 몸을 후려쳤다.

제크의 막과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그 소리는 민재하를 중심으로 더욱 증폭되어 갔다.


“아, 아버지, 저도 소리가 들립니다.”


바닥에 깨져나간 칼의 파편들이 민재하의 병장기와 맞물려 진동하기 시작한다.

소리를 마음으로 듣지 못하는 사람들조차 인식할 수 있도록 굳세고 거친 화음이 언덕에 울려 퍼졌다.


“소리를 들으라 했더니, 다스리는 것을 넘어서 군림하고 있지 않느냐! 으하하하하!”


예전 같았으면 몇 번이고 절망했을 상황이.

지금은 너무나 후련하게 보였다.

부서져 나간 칼들과 민재하의 병장기에서 울리는 공명음이 도공명의 불꽃을 부채질한다.


화아아악!


불꽃이 기둥처럼 치솟아 사이한 안개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


안개가 사라지자, 그 자리에 감춰진 만월이 드러난다.

안개에 파묻혔던 소리가 언덕을 지배한다.


“크르르르......”


네 발로 땅을 짚던 제크가 짐승처럼 울며 뒤로 물러난다.

녀석이 나를 피하는가 싶더니 가게 안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그리고 허리춤에 오래된 단검 하나를 끼고 반대편으로 도망치려 했다.

난 녀석의 뒤를 재빨리 쫓아가 그 옆구리에 병장기를 후려쳤다.


까아아앙!


쇠와 망치가 부딪쳤을 때 발생한 울음이 언덕에 울려 퍼졌다.

노란 막에 닿았음에도 내 병장기는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놈이 깨갱, 앓는 소리를 내며 옆으로 굴렀다.

노란 막에서 흘러나오는 옅은 빛을 병장기가 흡수하면서 더 단단해진 것이다.

놈이 다시 자세를 잡았을 때, 그 몸을 둘러싼 온갖 선과 점들이 보였다.

바닥에 널브러진 칼날 파편들과 병장기에서 공명음이 울려 퍼져 내 심장을 두드린다.

소리가 증폭되어 갈수록 내 감각이 후끈 달아올랐고.

제크의 몸을 감도는 선과 점들은 더욱 명확해졌다.

도공명이 마지막 벽을 허무는 순간.

나 또한 마지막 깨달음을 돌파했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지금껏 갈구했던 깨달음은 섬월을 위해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맛을 다시며 병장기를 치켜세웠다.

천마가 물었다.


[보이느냐?]


대장간에서 그토록 나를 괴롭혔던, 스무고개의 답을 지금이라면 내릴 수 있다.


“네, 드디어 보입니다.”

[무엇이 보이느냐?]

“저 놈의 몸을 가로지르는 무수히 많은 선들과 점입니다.”

[섬월은 아직도 구름을 베는 검이냐?]

“아닙니다. 그것은 구름을 베지도, 천둥처럼 찍지도, 황소처럼 받아 넘기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흐릿한 하늘을 열어 그 너머에 있는 달빛을 찾아내는 힘입니다.”

[빛을 찾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지?]

“빛을 봐야 합니다.”

[하하하하, 이 굼벵이 같은 놈이. 그 얼마 남지 않았던 벽을 이제야 뛰어 넘었구나!]


천마의 광소가 배에서 시작되어 내 머리까지 전해졌다.


[그렇다. 섬월에서 말하고, 네가 지금 보는 저 무수히 많은 선과 점들을 ‘결’이라 한다.]

“결.....”

[결이란 세상을 관통하는 흐름인 동시에, 세상을 무너뜨리는 역전의 기세이니. 설령 돌멩이로 강철을 내리친다 하여도, 그곳이 결이라면 오히려 부서져나가는 것은 강철이 될 것이다. 하여 섬월의 궁극은!]

“세상 만물을 이루는 모든 결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천마가 진득한 웃음과 함께 내게 소리쳤다.


[하하하! 네가 이제야 섬월의 진수를 깨달았음이야!]


내 발이 어느새 오행 나염보의 사행을 넘어섰다.


[저 짐승의 사술에도 결은 존재하는 법이지. 하면, 더 이상 망설일게 무엇이냐. 집중해라. 모든 감각을 섬월에 집중 시켜!]


천마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자 내 발이 오행의 모든 기운을 병장기에 전달한다.


꽈앙!


폭발적으로 솟구친 병장기가 제크의 아가리를 후려쳤다.

노란 막 곳곳에 숨구멍처럼 뚫려 있는 결을 노리자, 내 병장기는 긁힌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고, 검기 또한 흡수되지 않았다.

오히려 제크의 얼굴을 뒤덮던 막에 균열이 생겼다.

내 눈이 노란 막 사이에 보이는 여러 선과 점을 훑었다.

미쳐버린 짐승에겐 오직 매가 답이다.


파팍!


오행의 기운이 흑백심법과 하나로 뭉쳐 내 팔을 흐릿한 잔상으로 만들었다.


쾅!


열 개의 결을 두드렸는데, 하나를 두드린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크의 몸 곳곳에 균열이 발생했다.

막이 계란 껍질처럼 떨어져 내리는 순간.

나는 놈의 중심부에서 맹렬하게 회전하는 거대한 결을 파악했다.


[무릇 결에도 단단한 부위는 존재하는 법이다. 약점을 보호하기 위해 기운들이 뭉치는 까닭이지. 하나, 그 단단함을 한꺼풀 벗겨내고 나면 그 안에 모든 생사를 다루는 권한이 들어 있음이야.]


모든 기운을 검기로 전환했다.

제크가 활짝 펼친 양손을 짐승처럼 내게 휘두르는 순간 나는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쭉 뻗은 병장기가 놈의 가슴 정중앙에서 회전하는 결을 꿰뚫었다.


콰앙!


결이 폭발하며 제크의 몸을 아우르는 모든 선과 점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끄으으...너.....”


울컥 피를 토하며 제크는 정신을 차리는 듯했으나.


퍼퍼퍼퍼퍼퍽!


나는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녀석은 끄어억,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다가 풀썩 쓰러졌다.

난 녀석의 척추에 검을 겨누며 반응을 살폈다.

그러자 흐릿한 안개가 놈에게 스며들어, 깨진 결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놈이 괴성을 지르며 다시 짐승이 되려 했다.

하여, 나는 이 일대를 뒤덮은 안개의 결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서걱!


안개를 갈랐음에도 생명을 베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제크는 고개를 땅에 처박으며 더 이상 발광하지 않았다.

나는 몸을 돌려 치솟는 불길의 결을 한 손으로 휘저었다.

불길이 사라지자 그 안에 주저앉은 도공명과 도운철이 보였다.

난 도공명의 앞에 병장기를 내렸다.


“어째서 놈을 죽이지 않은 것이냐?”

“완성되지 않은 칼에 피를 묻히기 싫었습니다.”

“이게 칼로 보이던가?”

“칼로 쓰라고 다듬어 주신 거 아닙니까?”


내가 역으로 묻자 도공명이 웃음보를 터트렸다.


“하하하하! 내 삶의 반의 반도 안 산 네가 어째서 내 몸을 이리도 울린단 말이냐!”


나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검은 나무에 흠집이라도 내면 원하는 검을 내어주겠다고 하신 말씀 기억하시죠?”

“물론, 나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아.”


도공명이 검은 나무 병장기를 감색 한복으로 감싸 안았다.


“언제 떠나지?”

“2개월 뒤에 떠납니다.”


“그 안에 완성 시켜 놓음세. 그동안 경비 수고했네.”


도공명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자네가 아니었다면 난 평생 위가 있음을 모르고 살았을 거야.”


나도 도공명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 덕분에 제가 몰랐던 것들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서로 고개만 들어 올렸다.

마주 본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6성의 영웅, 잭슨은 바쁘게 돌아다니는 중간섬의 경비들을 살펴 보았다.


“테러리스트가 들어왔다고 했던가.....”


상륙하고 나서 바로 들은 소식이다.

이틀 전, 테러리스트가 중간섬을 급습했다.

테러리스트 중에서 제크 한 명만 붙잡았고, 나머지 테러리스트는 발견하지 못해서 현재 최전선에서 넘어 온 영웅들이 추적 중이라고 한다.

덕분에 중간섬 입국보다 출국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러나 잭슨은 장기간 중간섬에 체류할 생각이라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의 목적은 하나였다.


“명인의 가게는 무사하려나.”


잭슨은 샷건 케이스를 등에 지고 마이스터 거리 언덕을 올랐다.

그는 도공명의 가게에 호신용으로 사용할 무기를 의뢰할 작정이었다.

언덕 위에 도착하니, 도공명의 가게는 아무런 이상도 없이 멀쩡했다.

오히려 대장간에서 두드리는 쇠 소리가 이곳의 활기를 더욱 돋우는 듯했다.

잭슨은 고대하던 명인의 병장기를 직접 본다는 생각에 들떠서 가게 문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손님. 당분간 저희 가게는 영업하지 않습니다.”


대장간에서 식은땀에 젖은 도운철이 튀어나와 잭슨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며칠 전에 새로 가게를 물려받았는데, 아직은 실력이 미숙해서 가게 문을 닫고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 대장간에 소리는 무엇입니까?”

“7대 명장께서 마지막 검을 두드리는 소리입니다.”


잭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명인의 마지막 검이라. 그 가치가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구나.’


그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그 검을 한 자루 구입해도 되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이미 예약 손님이 계십니다.”


잭슨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6성의 영웅이자, 7성을 바라보고 있는 잭슨이라고 합니다. 뉴 이스트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죠.”


뉴 이스트 100선은 미국의 유명 통계사 블루 웹에서 그 해 가장 잠재력 있는 영웅 100명을 선정하는 잡지의 이름이다.

잭슨은 도운철이 이만하면 자신의 가치를 알아볼 것이라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6성이 아니라 8성이 와도 7대 명장의 검은 따로 정해진 주인이 있습니다.”


도운철이 정중히 거절했다.


‘세계 모든 길드가 거액을 제시하는 내가 퇴짜를 맞아?’


잭슨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누구요? 뭐, 10성이라도 되는 사람이 있소?”


도운철이 웃으며 말했다.


“7대 명장께서는 검의 주인이 그 이상 가는 영웅이 될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잭슨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도운철을 빤히 바라보았다.

도운철은 그저 방긋 웃을 뿐이었다.


***


잭슨이 퇴짜를 맞았다는 소식이 마이스터 거리에 전해졌다.

주요 내용은 ‘도공명이 일선에서 물러나려 한다’는 것이었다.

평소 그를 흠모하던 대장장이들이 대장간으로 찾아갔다.

때마침 휴식을 취하러 나온 도공명과 마주치자 대장장이들이 입을 모아 물었다.


“어째서 물러나려 하십니까?”


도공명이 간단하게 답했다.


“지금 만드는 검 이상의 병장기를 만들 자신이 없다네.”


10성의 영웅조차 매몰차게 내쫓은 것으로 유명한 도공명이 대체 누구를 위해 그런 굉장한 검을 만든단 말인가.

대장장이들이 놀라서 물었다.


“그 검을 누구에게 주려는 겁니까?”


그러자 도공명이 웃으며.


“내 처음이자 마지막 역작은 이 시대 최후의 검사에게 바칠 것이네.”


라고 답하였다.


작가의말

역작(力作).

온 힘을 기울여 작품을 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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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개화 +12 18.12.28 13,966 326 17쪽
9 일월명왕공 +8 18.12.27 13,804 317 13쪽
8 너 정체가 뭐냐? +3 18.12.26 13,695 319 12쪽
7 깨어나는 재능 +9 18.12.25 14,438 326 17쪽
6 거래(수정 완료) +11 18.12.24 15,209 312 15쪽
5 신의 그림자 +8 18.12.21 15,494 336 10쪽
4 신의 그림자 +3 18.12.20 16,555 344 12쪽
3 너와 나의 연결 고리 +5 18.12.19 17,661 345 15쪽
2 너와 나의 연결 고리 +10 18.12.18 18,629 379 14쪽
1 프롤로그 +9 18.12.17 19,696 31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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