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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후작가의 차남은 스마트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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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18.08.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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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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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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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 하고...

DUMMY

002.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 하고...



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여동현이 아닌 후작가의 차남, 칼리안 오스왈드라는 사람이 되었다.

어린 시절, 나는 거대한 저택이 세상 전부인 줄 알던 순진한 아이였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지만, 유모가 있었고 시녀들이 있었다.

거기다 가족들의 사랑도 독차지해서, 외로운 줄 모르고 구김 없이 자라났다.

아버지 오스왈드 후작은 조금 무뚝뚝하고 차가웠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었고 나의 꿈이자 우상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나이 차 많이 나는 형 아루스. 그는 남들에겐 엄격하지만, 나에게는 다정다감했다. 한때는 나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었고, 비밀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는데...

나이가 들며 세상에 나아가고, 다른 이들과 얽히게 되면서, 철없던 아이는 귀족가의 차남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됐다.

왕도에서 교육을 받고 스스로의 재능 없음을 실감한 이후.

그때부터 나라는 인물은 180도 변하고 말았다.

장남이 살아있는 한 죽었다 깨어나도 후작이 될 수 없는 신분인데, 재능까지 없으니... ‘아무리 발버둥 처도, 나는 그저 귀족가의 일원으로 남는 잉여 인력일 뿐이다.’라고 괴로워 하면서.

꿈과 우상은 붕괴되었고, 가장 친했던 형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스스로가 가족을 밀어내고 그 빈자리를 질 나쁜 이들을 이용해 채웠다.

술을 마시기 위해 소동을 부리고, 소동을 부리기 위해 술을 마셨다.

그러면서도 귀족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사람들을 희롱하고, 집안의 재력을 이용해 여자를 끼고 놀면서 도박까지 손을 댔다.

최근에는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약에까지 손을 대며, 막장의 끝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말도 탈 줄 모르면서 마차를 직접 몰고 저잣거리로 나가서 큰 사고를 냈다.

많은 사람이 다쳤고 스스로도 죽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게 다쳤다.

그대로 나는 의식을 잃었는데...

‘뭐 이런 병신 같은 새끼가...’

꿈속의 그놈은 모든 걸 다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이 행복한 줄 모르는, 배부른지도 모르고 끊임없이 먹이를 탐하는 미련한 돼지 같은 놈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꿈에서 깨어났는데, 왜인지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손을 들어 볼을 따라 흐르는 뜨뜻미지근한 눈물을 훔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주변이 오늘따라 왠지 이상했다.

이곳은 익숙한 내 방도, 마지막 기억인 한강 고수부지의 벤치도 아니었다.

내 방보다 더 커 보이는 화려한 침대 위라니?

그런데 너무 익숙했다.

‘여긴...’

분명 이곳은 꿈속에서 봤던 후작가 저택에 있는 칼리안 오스왈드의 방이다.

꿈속에서 봤던 가구와 창, 모든 배치가 그대로고 이불의 질감까지도 꿈에서 느꼈던 것과 너무도 같았기에, 머릿속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아직도 잠이 덜 깬 건가?’

볼을 꼬집어보자 통증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제 네놈이 살아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느냐?”

그때, 오른쪽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꿈속에서 칼리안의 아버지였던 팔치온 오스왈드, 오스왈드 후작이라 불리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자, 진한 갈색 머리에 듬성듬성 흰머리가 섞인 중년의 남성이 진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목소리뿐만 모습도 눈에 익다.

분명 꿈속에서 봤던 오스왈드 후작이다.

“아버지... 오스왈드 후작님?”

중년인이 얼굴 근육을 꿈틀거렸다.

그러나 그는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보자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는 불길한 생각.

“저 혹시, 제가 칼리안 오스왈드인가요?”

“하? 저택을 빠져나가 집에도 안 들어오던 놈이 반 시체 상태로 돌아와서는, 2주 만에 깨어나 한다는 말이... 가문에서 제놈이 축출되었나 아닌가 확인하는 것이냐? 네 이놈!”

오스왈드 후작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몸을 덮치는 날카로운 기운.

순간, 동현은 놀라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오스왈드 후작의 불호령은 단순히 사람을 심리적으로만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특유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육체까지 긴장시켰다.

‘이건 꿈속에서 봤던 오러포스라는...’

오러포스, 그것은 지구에는 없고 꿈속의 세상에만 있는 특수한 힘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생하다니...

거기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을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에, 동현은 혼란스러워 미칠 것만 같은 노릇이었다.

“애비가 왔는데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어? 당장 일어나지 못해!”

오스왈드 후작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더욱 사나워졌다.

동현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침대맡으로 내려가 의자에 앉았다.

순간 몸을 둘러싸고 있던 유형의 기세가 사라졌고, 오스왈드 후작은 한숨을 쉬며 나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대체... 네놈은 언제까지 사고를 치려는 것이냐? 너도 이제 나이가 열아홉이다. 성년식을 치룬지도 벌써 1년이 지났는데, 한량들과 어울리지를 않나...”

평소 혀를 차거나 똑바로 하라는 짧은 말로, 데면데면하게 대하던 오스왈드 후작인데, 오늘은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지 잔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아닌, 그 뒤에 있는 거울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동현의 모습, 검은 머리에 진한갈색 눈동자는 어디로 가고 갈색 머리에 파란색 눈동자가 이리도 선명하게 보이는 건지.

저 얼굴은 꿈속에서 본 칼리안의 얼굴이다.

동현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머릿속 기억을 뒤져봤다.

긴 꿈을 꾸기 전의 상황이 얼핏 떠올랐다.

톡으로 온 장난같던 초대장, 그것을 수락했더니 갑자기 번개 같은게 치고...

‘설마 지금 이게...’

인상이 와락 찌푸려졌다.

‘앞으로 내가 이... 병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거야?’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 것 보다, 짜증이 앞섰다.

부모님도 가족도 없이 혼자서 세상을 살아나가는 게 얼마나 불합리하고 서러운 일인지,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속할 수 있는 곳도 있었으면서, 그것의 소중함을 몰랐던 칼리안.

그 병신은 권세 있고 돈 많은 아버지 밑에서 가족들 사랑 아낌없이 받으면서 자라 놓고는, 나만 불행하다며 스스로를 망쳤다.

겉과 속은 다르다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겉모습을 보고 어떻게 볼지, 뭐라고 쉬쉬거릴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네 이 녀석! 또 그런 표정 지으면서 어물쩡 빠져나갈 생각은 버려라! 내 오늘은 네놈의 입에서 죄송하다 소리를 꼭 듣고 말 것이다!”

오스왈드 후작이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반사적으로 뿌리치려 했지만, 손아귀의 힘이 너무 세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강한 힘에도 불구하고 신기할 정도로 아프지 않았다.

부르르 떨리고 있는 후작의 손.

흥분해서 그런 게 아니라, 자기 아들 다치지 말라고 조심스럽게 힘을 컨트롤 하느라 떠는 것이겠지...

부드럽고 따듯하기만 한 손인데, 왜 꿈속의 칼리안은 그런 것들을 보려고 하지도 느끼려고 하지도 않았던 건지...

화가 난 척, 걱정스럽게 아들을 바라보는 오스왈드 후작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딱한 마음이 들었다.

‘이 아저씨도 못난 아들놈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겠네...’

“죄송해요.”

“뭐?”

오스왈드 후작은 놀란 표정으로 칼리안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무리 죄를 지어도, 그동안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태도도 건성건성 불경한 말들만 입에 담았던 아들이다.

근데 대뜸 죄송하다니.

죽었다 깨어나서 그런가?

“아저씨.”

“...”

오스왈드 후작은 눈을 깜빡거리며 아들을 쳐다봤다.

“아저씨?”

칼리안은 아차 했다.

‘이런, 아버지라고 했어야 하는데...’

자신이 칼리안이 됐다는 상황은 인지했지만, 정신의 주체는 여동현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입장에서는 아저씨라는 느낌이었고, 느낌 그대로 말하다 보니 아저씨라고 하게 된 것인데...

“네 이 노오옴! 감히 아비를 능멸해?”

화난 오스왈드 후작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칼리안의 이미지를 쇄신해보려고 힘줘 말한 거였는데, 말실수 때문에 말짱 도로묵이 됐다.

아무래도 칼리안으로서 첫날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동현이었다.


* * *


“다른 말이 있을 때까지 외출 금지다. 기사들 수십이 밖에서 감시하고 있으니, 나갈 수 있으면 한 번 나가봐라!”

쾅!

오스왈드 후작은 방문을 거칠게 닫으며 방을 빠져나갔다.

그는 한 시간 동안이나 설교를 늘어놓았다.

새삼 사람이 오랫동안 쌓아놓은 이미지를 한 번에 바꾸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는 사건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도 하나 있었다.

워낙 칼리안의 이미지가 개판이었던 지라 이번 일로 더 나빠질 것도 없다는 것이다.

‘마침 잘 됐어...’

아까도 잘 나가다 삐끗했듯이, 칼리안의 기억은 긴 꿈을 꾸며 고스란히 가지게 되었지만 내 것이 아니다 보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기시감을 없애려면 직접 돌아다니면서 주변도 둘러봐야 하니까...’

저택 탐사를 결심한 칼리안은 가장 먼저 침대를 향했다.

팡! 팡!

가장 먼저 한 일을 이불을 털며 직접 침대를 정리하는 거였다.

방 안에 감시하는 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쪽은 방을 나가면 호텔처럼 고용인들이 들어와 방을 정리한다.

직접 침대를 정리해놓고 베개 위에 팁으로 은화라도 놔두고 가지라고 하면, 고용인들이 좋은 소문을 내주지 않을까?

물론, 이미지가 있으니 당장에 바뀌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말 그대로 사람이 바뀌었는데, 이런 작은 것 하나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쌓이면 사람들도 언젠가 알아주지 않을까?

‘근데, 돈주머니가 어딨더라...’

정리를 마친 칼리안은 기억을 더듬어가며 돈주머니를 찾았다.

이전의 칼리안이 그렇게 계획적이고 깔끔한 성격은 아니었던 지라, 지갑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드르륵.

“여깄네.”

방을 뒤진 지 10분 만에 찾아낸 칼리안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서랍에서 돈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서랍을 닫으려고 하는데, 돈주머니 밑에 깔려 있던 검은 물체에 시선을 사로잡힌 그는 순간 멍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이게, 왜 여기서 나와...’

그것은 벼락 맞아 죽기 전까지 쥐고 있던 스마트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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