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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후작가의 차남은 스마트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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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18.08.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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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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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04. 열려라! 참깨!

DUMMY

004. 열려라! 참깨!



“집에 있으셨네요? 아... 외국분...”

택배 기사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뻘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츠 태극 익스프레스, 해브 어 굿데이. 바이!”

그는 물건을 문 안쪽으로 다급히 밀어 넣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자, 잠깐만요!”

칼리안은 다급히 택배기사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퍽!

머리를 안 보이는 무언가에 부딪히며 문 안쪽으로 튕겨 나가는 칼리안.

“크윽... 뭐야...”

머리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그긍...

열려 있던 문이 저절로 닫혀버렸다.

문 앞에 덩그라니 남아 있는 쌀과 김치.

붙어 있는 송장에는 한국에 있는 자신의 집 주소가 쓰여 있었다.

'설마?'

어쩌면 지구에 있는 우리 집과 이곳의 방이 연결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이곳과 지구를 오갈수도 있다면...

칼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치와 쌀을 옆으로 치워 놓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흡! 흐읍!”

그러나 아무리 당기고 밀어봐도,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혹시...’

“열려라! 참깨!”

그런 걸로 열리겠냐?


* * *


문을 열어보려고 별짓을 다 해보던 칼리안은 포기하고 저택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지리를 익히고 있었다.

데엥... 데엥... 데엥...

그러다 성의 종루에서 저녁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발을 돌리는 칼리안.

‘그런데 이 집, 진짜 부자집이구나...’

새삼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세 시간 정도는 돌아다닌 것 같은데 아직도 네 개 층밖에는 보지 못했다.

방의 개수가 몇 개인지를 새는 것은 이미 포기했고 안 본 층만 다섯 개 층이 더 있었다.

그만큼 저택이 크다는 소리다.

식당으로 향하는 도중, 칼리안은 계속 손에 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아티팩트 몰은 상품 준비 중입니다.]


SSM 지구 몰 기능 말고는 아직도 전부 준비 중이라고 뜬다.

‘언제 준비가 끝난다는 건지...’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확인하는 사이, 칼리안은 1층 중앙에 있는 식당 앞에 도착했다.

“칼리안 도련님. 식사하러 오셨습니까?”

문 옆에 서 있던 집사가 다가와 인사했다.

저택을 돌아다니는 동안 많은 고용인을 봤지만,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해코지라도 당할까 도망가는 분위기.

아버지 오스왈드 후작 이후로 처음 자신에게 말을 건 이곳 사람은 집사가 처음이었다.

‘평소처럼 반말로 대해야겠지?’

“응. 바이...”

막상 입을 열자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바이엘런이던가, 아니면 바이엘더? 이 집사 가족들 이름이 다 비슷했던 것 같은데...’

오스왈드 후작가에는 집사만 열 명이 넘었고, 이전의 칼리안이라는 인물은 원래 주변 고용인들의 이름에 관심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는다고 해서 이름이 떠오를 리가 있겠는가?

이런 칼리안에게 익숙한지 집사는 웃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바이엘더 집사의 둘째 아들 바이마르입니다.”

“아... 그랬지. 바이마르 집사. 앞으로는 꼭 기억할게. 그나저나 별일 없었어? 아버진 오셨고?”

“후작님께서는 병영에 나가셨습니다. 식사는 그곳에서 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별일 없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련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죽을 뻔했는데 깨끗이 나았어. 이번에 고생하니까 알겠더라고. 나 이제부터는 새사람이 된 것처럼 살 거야. 집사.”

“후훗. 도련님 저한테까지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도련님이 평소처럼 건강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이 돌아가신 마님의 바람이었으니까요.”

“응.”

이 집안 고용인들 모두가 자신을 은근히 꺼리고 경멸하는 티를 냈지만, 바이엘더와 그 자식인 집사들은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를 대하듯 자신을 보듬어 줬던 걸로 기억한다.

‘돌아가신 어머니 집안에서 따라온 분들이라고 했던가...’

칼리안의 어머니는 그를 낳다가 돌아가셨다.

그러기에 기억 속에는 어머니에 대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따라왔다는 집사들이나, 어린 시절 큰형의 성격을 생각하면 어떤 분인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따듯한 분이셨겠지...’

새로운 삶의 배경은 모두 만족스럽지만,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바로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디 세상에 완벽한 가정이 있겠는가?

오히려 어머니가 없는 것치고는 완벽한 가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전의 칼리안이 삐뚤어진 원인 중,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것 때문에 소외감을 느껴서라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었으니까.

끼이익...

바이마르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열린 식당 안쪽을 가리켰다.

“들어가시죠.”

“바이마르 집사. 고마워.”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에는 덩치 큰 갈색 머리 청년, 칼리안의 형인 아루스만 앉아 있었다.

수십 명이 앉아서 식사할 수 있을 거대한 식탁들이 여러 개 있는데, 식사하는 사람은 고작 이 두 사람이라니...

엄청난 사치 같지만, 이곳은 평소 오스왈드 후작이 저택의 집무실에서 일을 볼 때 가신들도 같이 식사를 하는 곳이다.

거기다 이곳에선 파티도 많이 열렸다.

‘운영비 많이 나가겠네.’

짧은 감상과 함께 칼리안은 바이마르가 빼준 형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책을 보고 있던 아루스는 인기척에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

“왔구나.”

무미건조한 음성.

“응.”

그것으로 대화가 끊겼다.

기억대로 과묵한 형이었다.

짝짝.

그가 박수를 치자, 시중들이 음식을 들고 다가와 상 앞에 잔뜩 차리기 시작했다.

자세한 이름들은 모르겠지만, 메뉴 대부분이 고기를 베이스로 한 기름진 요리들이었다.

‘김치를 가져올 걸 그랬나...’

여동현은 순대국밥과 설렁탕에 익숙한 전형적인 토종 입맛이었다.

몇 개를 덜어와 포크로 찍어 먹던 그는 결국 접시에 담아놓은 것을 다 먹지 못하고 포크를 놓았다.

‘이건, 김치가 있어도 먹기 힘들겠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느끼했다.

거기다 고기 특유의 누린내는 하나도 안 잡았다.

짜고 단 맛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조미료는 있는데, 누린내를 전혀 잡지 못하고 그걸 덮으려고 버터와 기름을 잔뜩 쓴 것을 보면 이곳에는 향신료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대체, 귀족가의 요리가 이러면 평민들은 뭘 먹는다는 소리야?’

주로 밀로 만든 빵을 먹는다. 기사 왕국에서 발전한 네이더 왕국의 귀족들은 주식이 고기이고.

당장에 주방장을 찾아가 쌀을 주면서 밥하는 법과 설렁탕 끓이는 법을 말해주고 싶지만, 귀족가에서는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 식사를 마치기 전까지 식당을 빠져나가지 않는 게 예의였다.

이전의 칼리안은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운 망나니였지만, 지금의 자신은 그 망나니가 아니지 않은가?

‘후추나 왕창 주문해야겠다...’

쪼르륵...

지구몰에서 후추를 주문하고 있는데, 집사가 다가와 잔에 와인을 따라줬다.

와인으로 입가심을 하고 있는데, 형 아루스의 시선이 느껴졌다.

눈을 마주치자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포크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 대체 뭐라고 한 거냐?”

“다짜고짜 아저씨라고 했거든.”

“하... 화나실만하군.”

기가찰만큼 놀라웠나 보다.

물론, 말했던 칼리안도 놀랐었다.

“침대에 너무 오래 누워있었다고...”

변명조로 말했는데 의외로 아루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쉽게 수긍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제 좀 새사람이 된 것처럼 살려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 물론 지금까지 쌓인 이미지가 있어서, 아버지는 잘 안 믿어주겠지만...”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인 아루스는 한동안 말없이 칼리안을 바라봤다.

표정과 동작에 워낙 흔들림이 없어 티가 안 났지만, 칼리안의 기억은 아루스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줬다.

“할 말이 있으면 해.”

“아버지께 죄송하다 말하고 가문의 일을 돕겠다 해라. 그러면 화가 풀리실 거다.”

평소와 다르게 어렵게 입을 여는 아루스.

‘아버지 일을 도우라고?’

지금 분위기 같으면 평생 집에서 못 나가게 할 것 같은데, 아무리 저택이 크다 해도 적응한다고 돌아다니는 것도 하루 이틀이면 끝날 문제다.

적응이 끝나면 밖으로 나가봐야 할 텐데, 저보다 더 좋은 명분이 있을까?

“그렇게 할게. 형.”

칼리안이 순순히 수긍하자 아루스의 눈이 잠시 크게 떠졌었다.

나름 깜짝 놀란 표정.

기억 속 칼리안의 평소 성격과 지랄맞은 행동들을 생각하면 저러는 것도 당연지사다.

“고마워. 역시 형밖에 없다니까?”

아루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용건이 끝났는지 다시 포크를 잡고 식사를 이어나갔다.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사라진다.

칼리안은 피식 웃었다.

‘표현이 서투르구만...’

자신의 이곳 나이는 19살이고 아루스는 26살이다. 하지만 여동현으로서의 나이는 그와 같은 26세.

원래의 칼리안에게는 나이 차 많이 나는 어렵고 무뚝뚝한 형이지만, 지금의 칼리안에게는 그가 동년배의 믿을만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도우려는 그의 반응을 보면 아버지 오스왈드 후작과의 신뢰 회복은 몰라도, 형과의 신뢰 회복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한동안 기다렸지만 아루스의 식사는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복스럽게도 먹네...’

그는 검가의 장남답게 기사로서의 소양이 뛰어났고 그만큼 덩치도 컸다.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이 먹는 게 당연했지만, 그것을 기다려주자니 영 지루한 칼리안이었다.

‘나가지만 않으면 되니까...’

기다리다 지친 칼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둘러봤다.

식당은 연회가 자주 벌어지는 곳답게, 도자기며 조각상, 인물화 같은 것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별로 심심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던 칼리안은 어느 곳에 이르러 멈칫했다.

‘문?’

자신의 방에서 봤던 해골이 덕지덕지 붙은 석재 문이 이곳에도 있었다.

‘이건 열리려나?’

칼리안은 고리를 잡고 문을 당겨봤다.

“흡!”

역시나 열리지 않는다.

그것은 밀어도 마찬가지였는데, 칼리안은 한참 동안 문 앞에 서서 열어보려고 낑낑거렸다.

마침 식사를 마친 아루스는 그 모습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벽 앞에서 뭐하냐?”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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