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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후작가의 차남은 스마트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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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18.08.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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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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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14. 이게 우리 형이다!

DUMMY

014. 이게 우리 형이다!



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촛불과 화로가 밤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힌다.

곳곳에는 대리석 조각과 갑옷이 전시돼 있고 천장에는 양 가문의 문장이 마치 만국기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식탁에는 술과 고기와 고기, 고기, 고기...

‘과일이라도 좀 올려놓지...’

칼리안은 누린내 가득한 고기의 향연을 피해 식탁에서 고개를 돌렸다.

저 아래, 기사들이나 가신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는 빵도 있고 과일도 있었다.

하지만 상석으로 올수록 고기만 있다.

원래 귀한 손님에게는 각양각색의 고기만 대접하는 게 이곳 예법이라나...

그래도 스펠레치노 자작의 환대는 생각보다 더 본격적이라서 먹을 것 말고 볼거리도 풍성하니 다행이었다.

입으로 불을 뿜는 차력사, 이 세계의 스탠딩 코미디언 격인 광대들, 기사들의 교류를 가장한 박진감 넘치는 격투까지.

술과 고기, 남자들만 득시글거리는 칙칙한 파티가 될 줄 알았는데, 파티장을 둘러보면 곳곳에는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들도 있었다.

이곳 가신들과 기사들의 가족들이라고.

스펠레치노 자작은 이 자리를 빌어 오스왈드 후작가와 엮여 보려고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가신들의 여식은 물론이고 자신의 여식들까지 직접 데리고 나왔으니까.

여기서 만일 가신들이나 기사들이 결혼하게 되면, 그들과는 간접적인 혼인동맹 관계가 된다. 형이 결혼하면 더 바랄것도 없겠지.

‘나라도 정신을 잘 차리고 있어야지...’

하지만 아무리 다짐해도 다들 작정하고 나왔는지 잔뜩 파인 드레스들을 입고 있었기에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힐끔힐끔 눈길이 갔다.

하지만 상석에 앉아 있어서인지,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아무도 접근해오지 않았다.

가끔 상석으로 이곳에서 잘 나가는 기사들이나 나이 든 가신들이 방문하기는 했다.

“아루스 공자님, 기사로서의 위명이 쟁쟁하여...”

“오스왈드 후작가에서 오신 분들은 고기에 특별한 가루를 뿌려서 드시더군요, 혹시 그것은...”

하지만 관심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아루스 형이였다.

“감사합니다. 우연히 얻게 되었습니다.”

형은 다른 사람들의 말에 길게 대답하지 않고 거의 단답형으로 대꾸했다.

덕분에 숨겨야 하는 정보는 자연스럽게 숨겨졌고 귀족으로서의 품위나 후작가의 첫째 공자로서의 여유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형에게 관심이 주목되는 게 부럽냐고?

아니, 이쪽은 하라고 해도 저렇게 못 하는데 나설 필요 없으니 오히려 좋지.

‘확실히 형을 얼굴마담으로 내놓길 잘했어.’

칼리안은 앞에 앉은 예쁘장한 여자들에게 눈을 돌렸다.

그녀들은 스펠레치노 자작의 세 딸들이다.

그들의 옆에 앉은 자작 부인은 나이가 있었지만 선이 고운 미인이었다.

그래서인지 딸들도 모두 예뻤다.

‘언젠가는 나도 이곳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하겠지?’

예전 같으면 예쁜 여자들을 봐도 그냥 예쁘다고 느끼는 칼리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쁜 여자들을 보면 결혼을 하는 것도 상상해보게 됐다.

지구에 살 때보다 마음이 여유롭고 안정적이라는 증거다.

“아... 아루스 오스왈드 공자님, 진짜 멋있다.”

“공자님의 검술 솜씨가 그렇게 좋다던데...”

“와... 묵직하신 거 봐. 덩치도 크시고...”

하지만 세 딸들의 관심은 모두 아루스에게만 가 있었다.

힐끔 그녀들을 쳐다보는 칼리안과는 다르게, 그녀들은 노골적으로 형의 얼굴을 뜯어보고 있었다.

“쳇... 형은 좋겠다.”

“뭐가?”

아루스는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칼리안을 돌아봤다.

“아니야.”

처음부터 이럴 거라고 예상했었다.

사교계에서 중요한 것은 신분과 평판인데, 칼리안은 신분에서 형에게 밀리고 평판은 아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이다.

그래도 형이나 자신이나, 둘 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후작가의 자식들이니 자신에게도 정략적인 가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략적인 가치도 없다고 판단하는 건가...’

칼리안의 평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나빴다.

“하하하. 늦어서 죄송합니다. 직접 연회를 신경쓰다 보니, 자리를 오래 비우게 되었군요. 어디 불편한 것은 없는지요. 아루스 오스왈드 공자님.”

파티의 주최자로서 바쁘게 돌아다니던 스펠레치노 자작은 일을 마쳤는지 상석으로 돌아와 형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환대에 감사합니다. 스펠레치노 자작님.”

“환대라니요. 오스왈드 후작가에서 저희 가문에 베푼 은혜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스펠레치노 자작은 곁눈질하며 딸들에게 신호를 주었다.

갑자기 자세를 곱게 하며 흉부를 부담스러우리만큼 앞으로 내미는 여식들.

“그런데... 제가 알기로 공자님께서는 아직, 결혼을 하시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만, 마침 저의 세 딸들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공자께서 보기에 저의 세 딸들은 어떻습니까?”

“모두 아름다우신 것 같습니다.”

“어머머...”

“공자님도 참...”

“저도 아루스 오스왈드 공자님은 보기 드문 미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루스의 칭찬에 자작의 세 딸들은 얼굴을 화끈거리며 기분 좋아해 했다.

하지만 아루스는 특유의 담담한 얼굴로 딸들에게는 눈도 두지 않고 있었다.

‘어이 아가씨들. 호들갑 떨지 말라고 형 표정을 보라고!’

그는 예의대로 공치사하는 것뿐이다.

스펠레치노 자작도 일가를 이끌어오다 보니, 그렇게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애초에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 이렇게 쉽게 될 리도 없고, 오늘 그의 목적은 자신의 딸의 외모를 형에게 선보이는 것이었던 것 같았다.

“그나저나, 수도까지 가시면서 여러 곳을 들르실 예정이시라면서요? 그럼 공자께서는 내일 바로 떠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서신을 보니 도정된 백밀을 원하는 만큼 바꿔주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교환 비율은 1대 2입니다.”

“맞습니다. 두 배라고 하셨죠? 그런데... 그건 무게로 하는 겁니까? 아니면 부피로 하는 겁니까?”

무게와 부피라는 말에 칼리안은 피식 웃었다.

‘장난질 치시려고요?’

도정이 안 된 밀은 당연히 부피도 크고 무게도 더 나간다.

하지만 이미 탈곡기로 털기만 한 밀로 무게와 부피를 재놨기에, 그에 맞춰서 받아낼 생각이다.

“자세한 것이 궁금하시다면 실무자에게 물으십시오.”

아루스는 손을 들어 칼리안을 가리켰다.

“둘째 공자님이 실무자라고요?”

스펠레치노 자작은 이쪽을 힐끔 보더니 어색하게 웃으면서 다시 아루스 형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하하. 농담도 잘 하시는군요. 이거 아루스 오스왈드 공자님의 센스에는 두손을 다 들었습니다.”

“농담 아닌데요. 제가 실무자에요.”

칼리안은 형의 앞으로 고개를 내밀어 존재감을 표하며, 스펠레치노 자작을 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그렇습니까? 역시... 실무는 실무자들끼리 해야겠죠.”

스펠레치노 자작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차가운 눈으로 칼리안을 바라봤다.

그는 이내 뒤쪽에 앉아 있는 가신들을 손가락질로 불렀다.

“저도 사실 공자님처럼 직접 실무를 수행하지 않습니다. 전문가인 가신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위임하는 것이 영지 경영의 본질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스펠레치노 자작.

그는 가신들이 도착하자 턱짓으로 칼리안을 가리켰다.

‘상대하기 싫다 이건가?’

의도가 뻔히 보여서 너무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어차피 귀족들은 형이 상대하기로 했으니까.

끼이익.

그런데 그때 아루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래를 중지하고,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오스왈드 후작가의 기사들과 가신들은 들으라! 긴 행로에 힘들겠지만, 우리는 지금 당장 스펠레치노 자작령의 경계를 벗어나 캠프를 친다!”

가신들과 기사들은 고기도 먹고 술도 마시고, 여자들을 보며 음흉한 표정을 짓고 춤도 추고 모두 제각각으로 놀고 있었다.

그긍, 그그긍...


옛!


하지만 그들은 아루스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일어나 대답하며, 파티장의 출구로 몸을 돌렸다.

스펠레치노 자작은 황당했다.

“아, 아니... 도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이미 몸을 출구로 돌린 아루스는 고개만 돌려서 그를 바라봤다.

칼리안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형의 결정에 어리둥절해 그의 입을 쳐다봤다.

“감히 내 앞에서 나의 동생을 무시하다니, 이것은 후작가 전체를 모욕한 것입니다. 이번 일은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형의 입에서 쏟아진 것은 차가운 경고.

스펠레치노 자작의 얼굴이 새하얘진다.

‘크으... 지린다.’

이런 게 형인가?

가족의 든든함이란 이런 거구나... 칼리안은 오랜만에 형이라는 가족에게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아루스 형은 듬직하고 멋있었다.

“저도 그럼 이만.”

칼리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작가에서 밀 두 배로 안 받으면 손해 아니냐고?

아니다.

후작가가 수도로 올려보내야 할 밀이 그들이 영지에서 총 생산하는 양보다 더 많다. 구차하게 그거 챙겨서 뭐하려고?

솔직히 이번에 부를 불리든 말든, 그런 거 없이도 후작가는 세다.

구차하게 굴어야 하는 건, 이쪽이 아니었다.

“고, 공자. 이 공자!”

일부러 가장 뒤쪽에 쳐져 여유롭게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스펠레치노 자작이 달려와 붙잡으려고 했다.

밥 먹을 때도 배경이 된 것처럼 뒤에 서 있던 반트레인이 슬쩍 나와 그의 앞길을 막아선다.

“아... 저로서는 정말 안타깝다는 소리밖에는 안 나오네요. 하필 형님의 심기를 건드리시다니.”

“공자, 카... 카리안 오스왈드! 아니, 칼리안 오스왈드 공자! 부탁이오! 형님을 말려주시오!”

이름도 제대로 기억을 못 해서, 가신들의 입 모양을 보고 간신히 이름을 말해놓고서 누굴 말리라고?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남들 입에 안 좋은 일로나 오르내리는 이름도 기억하기 싫은 오스왈드 후작가의 둘째 공자 나부랭이인데요.”

스펠레치노 자작은 이쪽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반트레인에게 가로막힌 탓에 손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허공만 부여잡으며 안절부절못했다.

아버지가 그랬듯 여기도 추수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주는 제안이 왔다.

한시름 놓고 있었을 것이고 기분도 좋았을 것이다. 덕분에 부피니 무게니 말장난으로 가격을 줄일 생각을 할 여유도 있었을 것이고.

그런데 지금 그는 아마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기분일 것이다.

이쪽을 무시하더니 꼴 좋다만, 그렇다고 너무 궁지로 모는 것은 좋지 않다.

칼리안이 반트레인에게 괜찮다고 비켜나라고 신호를 주자 스펠레치노 자작은 냉큼 칼리안의 팔을 붙잡았다.

“칼리안 공자님, 제발 도와주십시오. 아니, 살려주십시오. 지금 오스왈드 후작가와 거래하지 못하면 제때 세금을 내지 못합니다. 가더 왕께서 어떤 분이신지 아시지 않습니까? 부디...”

“음... 사정이 딱하신 것 같은데, 잘하면... 아주 잘하면 있을 것도 같긴 하네요.”

“제발...”

애매모호한 답변에 간절한 표정을 하며 호소하는 스펠레치노 자작.

하지만 칼리안은 생각해보는 척 뜸을 들였다.

그가 지쳐서 몸을 기대오려고 할 때쯤, 칼리안은 입을 열었다.

“일단, 도정되지 않은 밀을 가지고 수도로 올라오세요. 계획대로라면 수도에 가서도 밀이 남을 겁니다. 그 사이 제가 형님께 잘 말해둘 터이니...”

“아! 그럼...”

“그런데 그때는 도정 밀의 세 배 분량을 들고 오셔야 할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과연 형님의 화를 식힐 수 있을지는...”

칼리안의 말에 스펠레치노 자작은 다행 50% 허탈 38% 행복 10%에 걱정 2%정도의 복잡한 얼굴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럼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칼리안 오스왈드 공자님.”

이번 일에 교훈을 얻었는지, 스펠레치노 자작은 깍듯이 인사하며 칼리안이 파티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직접 배웅했다.

그러게 진즉 잘하지.

갑질 아니냐고? 맞다. 우리집 원래 갑이었다. 이 왕국에서 서열 10위 안에 드는 대귀족이니까.

근데 그 갑질도 알맞은 대상에게 알맞은 타이밍에 해야 한다.

이번 일은 귀족가에 좌악 퍼질 거다.

원래 귀족가에서 벌어지는 나쁜 사고 소식은 말이 달리는 것 보다 더 빠른 속도로 퍼진다.

그 말은 앞으로 가는 다른 귀족 가에서 칼리안은 같은 경험은 하지 않게 될 거라는 점이었다.

‘형이 의도적으로 한 걸까?’

마침 저기 너른 등을 펼치고 앞에 걷는 아루스가 있었다.

형인데, 동생이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면 되지 않겠나?

“형! 같이 가!”

칼리안은 환하게 웃으며 아루스를 향해 뛰어갔다.


작가의말

동생아,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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