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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丁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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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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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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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 아아, 이것은 지구의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DUMMY

025. 아아, 이것은 지구의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칼리안이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사이, 뒤에 있던 아슬라는 어느새 나와 두 팔을 벌리며 칼리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우리 아빠... 괴롭히지 마...”

{딸도 있었나? 이종족의 아이 같은데...}

다시 귓가에 웅얼거리는 듯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훗. 들은 대로 여성 편력이 화려하군. 여기서는 나를 지배인이라고 생각하고 평범하게 행동해주게. 가급적이면 주위도 물려주고.}

동의의 의미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칼리안의 몸을 감싸고 있던 압력은 사라졌다.

“이곳의 지배인이십니까? 말씀하신 대로 제가 칼리안 오스왈드입니다.”

칼리안은 가더쥬얼, 가더 왕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며 한 손으로는 아슬라를 끌어안았다.

“아빠 이 아저씨 무서워. 내가 못 이겨, 근원을 제거할 수가...”

아슬라는 마치 물리엔진이 고장 나 버퍼링에 걸린 게임 속 캐릭터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본능은 ‘최상의 수비’를 하기 위해서 그 원인인 가더 왕을 제거하라고 속삭이는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면 지는 것뿐만 아니라 지켜야 할 대상인 아빠도 다친다는 것을 동시에 속삭인다.

두 개의 상반된 본능이 내적으로 싸우다 보니, 공격 스위치가 빠르게 켜졌다 꺼졌다 하며 움찔거리는 수밖에.

“아빠 괜찮아. 이 아저씨 나쁜 분이 아니야. 그냥 덩치만 큰 거야.”

칼리안이 등을 두들겨주며 진정시키자, 가더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슬라에게 인자한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에 아슬라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칼리안의 다리 뒤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아슬라는 끝까지 가더 왕의 눈을 노려봤다.

{애들은 영 나랑 맞지 않아. 눈치가 빠른 건 좋아하지만, 예민한 건 싫은데 말이지...}

“아이가, 참 예쁘네요.”

가더 왕은 계속 싱글벙글 사람 좋은 듯 웃으며 아슬라를 바라봤지만, 칼리안의 귀에 들려오는 그의 진짜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다.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카나페리, 반트레인 경, 아슬라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주시겠습니까? 비즈니스 관련으로 지배인님과 둘이서만 할 말이 있습니다.”

“문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아가씨, 같이 가시죠.”

두 기사가 다가오자 아슬라는 칼리안의 다리를 붙잡으며 나가지 않으려고 버텼다.

“그래. 이 아저씨는 절대 네 아빠를 헤치지 않을 거란다.”

“시러! 아빠 지키꺼야!”

가더 왕의 설득에 아슬라는 오히려 더 격하게 반응했다.

“아슬라, 느껴봐. 저 아저씨, 강하긴 하지만 이쪽을 향한 적대 의사는 없잖아... 그렇지?”

칼리안은 아슬라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괜히 아슬라에게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으니 불안해지는 칼리안이었다.

다행히, 아슬라는 조금 시간을 끌다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아빠가 안 좋은 일이 있으면 크게 소리 지를게. 밖에 있다가 큰 소리가 나면 아빠를 구하러 와. 그렇게 할 수 있지?”

재차 설득하자 아슬라는 못 마땅 하다는 듯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힘을 풀고 두 기사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끼이이익... 탕.

문이 닫히고 두 사람만 방 안에 남게 되자, 칼리안은 침을 꿀꺽 삼키며 가더 왕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1만 개나 되는 진주라니. 1년에 왕국 내에서 소비되는 진주의 양이 얼마나 되시는지 아십니까?”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가더 왕의 입에서 나온 것은 의외로 평범한 진주 관련된 이야기였다.

{내가 긴장하지 말라고 했잖는가? 나는 지금 네이더 로얄 펄의 지배인으로 방문한 거네.}

“적어도 몇천 단위는 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진주는 보석 중 가장 많이 팔리는 대중적인 보석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량은 4천 개 안팎이죠. 전 세계 소비량은 연간 8천 개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정확한 수량은 몰랐지만, 칼리안이 미리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그나마 바다를 끼고 있는 네이더 왕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진주 생산이 많이 되어 가격도 싸고 소비도 많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즉, 제가 가져온 수량이면 1년 동안 전 세계에 진주를 공급할 수 있다는 소리군요.”

“네이더 로얄 펄의 손을 거쳐 판매되는 진주는 작년까지는 2천 개가량, 올해에는 국외 판로를 개척하면서 연간 2천5백 개가량을 판매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제가 적어도 4년 동안은 팔아야 하는 양을 가져온 거군요.”

“최근 해외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고 이번에 가져오신 진주는 품질이 모두 최상급이니, 다른 것들보다 경쟁력이 있어서 3년이면 다 팔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씀은...”

“네. 다른 곳이 아닌 저희에게만 팔아주신다면, 1만 개라 하더라도 다 팔아드릴 수 있다는 말이지요.”

가더 왕은 진주를 다른 곳에 넘기지 말라는 말을 돌려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자부심 넘치는 얼굴은 마치 진짜 진주 도매점의 열정적인 지배인처럼 보였다.

‘하, 내가 그 가더 왕과 이렇게 만나서 진주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토론할 줄이야...’

대화를 나누면서도, 칼리안은 실감이 가지 않았다.

갑자기 가더 왕이 나타나 놀랐지만, 최근 그와의 접점을 생각하면 언젠가 한 번쯤은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기에 빠르게 심신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진주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마치 정말 여기에 온 목적이, 네이더 로얄 펄의 지배인으로서 진주를 구매하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왕실 직영이면 가장 높은 책임자가 명목상 국왕인 것은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나타날 줄은 몰랐네...’

칼리안의 머릿속이 가더 왕이 직접 방문한 목적을 추측하느라 복잡해진 사이, 그는 계속해서 진주에 대한 이야기로 칼리안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진주는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는 보석이고 1만 개나 되는 수량이라면 기존의 다른 공급량이 있기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공급 단가를 낮추겠다는 말인가요?”

“네. 개당 11골드로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가더 왕이 제시한 가격은 처음 가격의 2분의 1, 주먹으로 뺨을 후려친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가격 할인 폭이었다.

가더 왕의 겉모습에 위압되어 흥정 없이 그냥 고개를 끄덕일 뻔한 칼리안은 멈칫하며 가더 왕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을 지배인으로 대해달라고 했지. 그러면 여기서 협상도 없이 수긍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절반은 너무하기도 하고...’

“가격이 마음에 안 드시나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시장에 1만 개나 풀린다면, 보석이 가진 가치는 당연히 떨어지게 됩니다. 거기다 진주의 색이 변색되며 가격이 자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커지고요.”

“변색하는데 정확하게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 싶군요. 2년 만에 빛이 완전히 바랜다? 그러면 보석으로서 가치가 너무 없지 않습니까?”

“흠... 정당한 지적입니다. 빛이 바래는 것은 사실 2, 3년 사이... 관리에 따라 채취 뒤 4년까지는 상품 가치를 유지하긴 합니다.”

{이거, 상황에 빨리 몰입하는군.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봐줬으면 좋겠는데.}

진주 이야기로 들어간 뒤 처음으로 가더 왕이 귓가에 음성을 전하며 압박을 해왔다.

자기 생각했던 대로 일이 안 풀리자 왕으로서 누르려는 것이다.

하지만 칼리안은 그것을 무시했다.

“아까 들어오면서 봤는데, 용병들이 채취한 진주를 팔러 오는 것도 많았지만, 일반 평민들이 와서 중고품이라면서 내놓기도 하더군요.”

“상품 가치는 채취 후 2, 3년 이후로 꾸준히 하락하지만, 관리에 따라 2, 30년쯤 유지되기는 합니다. 그래서 중고 진주도 판매가 되긴 하지요.”

“아까 지배인님의 자신 있게 하시는 말을 들었을 때는, 분명 1만 개라도 가치가 하락하기 전에 다 소화할 수 있을 것처럼 들렸습니다만. 아닙니까?”

“음... 맡겨 주시면, 판매는 가능한데...”

“그렇다면 11골드라는 가격은 너무 적지요. 14골드 어떻습니까? 저도 남는 게 있어야죠.”

칼리안의 역제안에 어깨를 으쓱한 가더 왕은 입을 열었다.

“이거 조금 전까지 제가 열심히 설명했던 것들이 마치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군요.”

“아닙니다.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됐고 저는 그것들을 바탕으로 다시 가격협상을 하는 겁니다.”

“이해가 안 되는군요. 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시죠?”

“진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대중적인 보석이라고 하셨죠? 다른 왕립 상단이 팔고 있는 보석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네이더 로얄 펄의 지배인인 제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1할은 된다고 들었습니다.”

“채굴하는 다른 보석들은 광산을 가지고 있는 귀족들이 직접 판매하거나, 채굴을 대리해주는 드워프를 통해 판매하죠. 다른 보석에 대한 왕실의 지배력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닙니까?”

“그런 편이죠.”

가더 왕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보석류는 수익이 많이 남지만, 거래가 많이 이뤄지지 않죠. 거래가 없으면 남는 것도 없다는 소립니다. 반면 진주는 적은 수익이지만, 꾸준히 많이 판매되죠. 사실상 왕실에서 운영하는 보석상들 중 왕실의 주력 수익원은 이곳, 네이더 로얄 펄이 아닙니까?”

적은 수입이지만 많이 팔면 큰 수익이 남는다는 박리다매(薄利多賣)의 개념으로 네이더 로얄 펄의 수입을 유추한 칼리안이 가더 왕을 압박했다.

“왕실의 높으신 분들의 이야기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어리둥절한 척, 머리를 긁으며 연기를 했다.

왜 연기라고 하냐면,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싸늘했기 때문이다.

‘쫄면 안 돼. 저 사람은 맘에 안 든다고 사람 막 죽이는 살인마가 아니야. 내가 보기엔 계산적인 사람이야... 충분히 말이 통한다고...’

계속해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등 뒤로는 땀이 흘렀지만, 칼리안은 자신의 판단을 믿고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어쨌든 우리가 다른 보석상점보다 더 많이 판매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만 개나 되는 물량을 그 가격에 사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요.”

“그 부분은 가격을 지금보다 조금 떨어트리고, 사람들의 수요를 늘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칼리안의 말에 가더 왕은 코웃음을 쳤다.

“그게 가능했으면 저희도 했을 겁니다. 귀족이신 칼리안 도련님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진주의 가격은 이곳 수도에 사는 중산층 평민도 월급을 서너 달은 모아야 하는 돈입니다. 부자들이 아니면 애초에 진주를 구매할 수가 없다는 소리예요. 수요층이 한정적입니다.”

“장사 쉽게 하시려고 하네요. 그럼 그 수요층을 늘릴 생각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칼리안의 도발에 가더 왕은 움찔거렸지만, 이내 신색을 회복하고는 웃으면서 칼리안을 바라봤다.

“고견이라도 있으신지요?”

“네. 바로 결혼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진주 반지나 목걸이 등을 선물하게 하는 겁니다.”

“결혼하는 이들을 대상으로요?”

칼리안은 박스에서 진주 하나를 꺼내 가더 왕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이, 불순물 없이 표면이 새하얀 진주를 보십시오. 마치 결혼을 하기 전의 순수한 신부를 상징하는 것처럼 티 없이 맑고 깨끗하지 않습니까?”

“만일 제가 결혼을 앞둔 사람이라면, 저도 모르게 지갑을 열어서 그 진주를 예물로 구매했을 것 같군요. 하지만 아쉽습니다. 저는 이미 결혼을 했거든요.”

가더 왕은 별로 반응이 없는 것처럼 굴었지만, 눈은 칼리안의 손에 들린 진주에 고정되어 있었다.

흥미는 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미 결혼을 하셨으니 아시겠지만, 살다 보면 결혼은 누구나 하게 돼 있습니다. 만약, 유명한 사람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프로포즈를 하면서 예물로 진주 액세서리를 건네고 이렇게 말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어떤 말을 한다는 겁니까?”

“저는 그대와 결혼하기 위해, 진주 알을 품고 있는 조개처럼 석 달 동안 고통을 감내하며 월급을 모아 이 진주 장신구를 샀습니다. 이 진주처럼 하얗고 순수한 그대여! 그대에게 나의 고결하고 순결한 희생을 바치오니, 부디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칼리안은 대사가 끝날 무렵, 두 무릎을 꿇으며 손에 들고 있는 진주를 가더 왕에게 내밀었다.

‘너무 오글거리는데...’

얼굴이 살짝 화끈거렸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어색한 발연기에 진부한 프로포즈 대사였지만, 칼리안은 참고 넘기기로 했다.

이럴 때일수록 이런 유치한 대사가 먹혀들어가니까.

그런데 이런 유치한 마케팅 수단이 과연 먹힐까?

인터넷에서 봤던 동영상을 떠올리면 실제로 먹혔던 일이라 칼리안은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드비어스 다이아몬드라고 했던가?’

일찌감치 다이아몬드의 수요와 공급을 독점할 수 있던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를 약혼의 상징으로 홍보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꾸준히 바꾸었다.

거기다 20세기 후반에는 ‘2달 치 월급’이라는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약혼반지는 남자의 2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최고라는 인식을 전세계인에게 부각시켰다.

칼리안의 제안은 두 개를 동시에 하자는 말이었다.

“꼭 석 달 치 월급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하는 겁니까?”

“진주 가격이 석 달 치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다고 하셔서, 일부러 넣어봤습니다.”

“그러니까 칼리안 도련님 말씀은 즉, 진주를 결혼의 상징물로 대중들에게 인식시키고, 가격을 평민들의 월급 석 달 정도 모으면 살 수 있게 만들어서 대중적인 결혼 예물로 만들자 이겁니까?”

가더 왕의 정리에 칼리안은 무릎을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 여유롭게 대꾸해주었다.

“매번 각기 다른 이유로 파티를 여는 귀족들과 다르게, 평민들에게 결혼식은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가장 큰 기념행사입니다. 두어 달 희생 정도는 감내할 만하지 않겠습니까?”

가더 왕은 침묵하며 칼리안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의 눈은 웃고 있었다.

{접근법이 참 신선하군.}

‘뭘요. 다 지구의 악덕 기업들과 인터넷 덕분인데요.’


작가의말

그렇게, 칼리안은 지구의 좋오오은 것을 가더 왕에게 가르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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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내일은 무조건 연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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