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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丁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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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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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어려운 상대였다.

DUMMY

026. 어려운 상대였다.



“이번엔, 가더쥬엘이 아닌 이 나라의 왕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

가더 왕이 입을 여는 순간, 갑자기 귀가 터널에 들어온 것처럼 먹먹해지더니 그의 주변으로 반경 15미터 이내를 둘러싸는 반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칼리안은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네이더 왕국의 아버지이자 태양, 모든 기사들의 우두머리 그 이름도 찬란한 네이더 간츠애티 소넨발 프레스아클리에 가더 왕께 인사드립니다.”

“일어나게. 난 그런 예의범절 따위를 차리는 사람이 아니니까.”

‘어차피 다 들어놓고는...’

“그나저나, 자네가 말 한 대로 하려면 쇼가 필요하겠어. 내 딸과 귀족가의 자제 하나가 결혼하는 건 어떻겠는가?”

가더 왕은 손가락으로 칼리안을 가리켰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략결혼은 별로라서요. 그리고 기반을 다질 때까지는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흠... 그러면 자네는 나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데?”

가더 왕의 말에 칼리안은 섬뜩했다.

그와는 적이 되는 것만은 극구 사양이다.

“그래, 결혼이야 다른 배우를 구한다 치고, 적이 안 되는 방법은 그것 말고도 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가더 왕은 결혼을 집요하게 권유하지 않았다.

“여전히 자네의 제안에는 허점이 있어. 가격을 내리자고 했는데, 진주 1만 개가 다 떨어지면 다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지? 한 번 떨어진 가격을 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야.”

“저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미리 생각해둔 것이 있습니다.”

“뭐지?”

“내일 진주 1만 개를 더 가져오겠습니다.”

“진주가 1만 개나 더 있다고?”

가더 왕이 놀란 눈으로 칼리안을 쳐다봤다.

“네. 뿐만 아니라 매년 2만 개씩 진주를 공급해드릴 수 있습니다. 장기 공급이 가능하다면 가격을 절반으로 깎아도 문제가 없지 않겠습니까?”

“호오... 잠깐만 기다리게.”

가더 왕은 턱을 쓰다듬더니,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데스크로 걸어갔다.

스스슥...

가더 왕은 서류와 펜을 꺼내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진주 가게의 지배인이다.

‘근데, 진주 판매 대금이 큰 액수이긴 하지만... 세금에 비하면 100분의 1이나 되나?’

어쩌면 푼돈이나 다름없는 액수인데, 어째서 가더 왕은 이곳으로 직접 와서 진주 판매 대금을 챙기고 있을까?

‘아니지... 생각해보니까 귀족에게 받는 세금은 원래 액수가 개국 때부터 정해져 있었잖아?’

같은 세금을 받으면서도 가더 왕은 건국 이래 가장 강력한 군세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 군사력을 유지하려면?

어쩌면 국왕이 나서서, 이런 수익까지도 일일이 챙긴 덕에 강화된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1만 개라면 모르겠지만 2만 개라면 처음 제안대로 11골드로 해야 할 것 같은데.”

“13골드는 주시지요. 개당 순수익은 조금 줄겠지만, 물량이 많으면 총 수익이 늘어날 겁니다.”

반사적으로 가격을 흥정한 칼리안은 아차했다.

“나를 상대로 가격 흥정을 하다니...”

아니나 다를까 가더 왕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칼리안을 바라봤다.

“죽고 싶은 게 아니면, 배짱이 두둑하다는 건데...”

“하하... 당장 죽고 싶지도 않고, 배짱도 그렇게 두둑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격이 11골드밖에 안 된다면 사람들이 너무 이상한 거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어우 씨... 죽일 것처럼 쳐다보네...’

앞에서 가더 왕이 말 없이 지그시 노려보니 칼리안의 심장은 마치 터지기 직전인 것처럼 두근거렸다.

“오스왈드 후작가에서 조만간 가임가너 백작가에 영지전을 걸 거라는 첩보를 입수했어. 자네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한 달 정도 시간을 끌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가더 왕은 천천히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으며 손가락 6개를 폈다.

‘치졸하네...’

6개월이나 끌면 전쟁 준비도 길어지고 농사가 시작하는 시기라 전투를 시작하는 시기로는 최악이다.

‘그냥, 다 그러겠다고 동의해서 대금을 받아버린 다음에 아발론을 고용해서 확...’

하지만 빨리 계산을 해보니 진주 판매 대금으로 150억이나 하는 아발론을 고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거기다 가더 왕이 죽어버리면 앞으로 장기적인 진주 수익은 기대할 수 없고 왕의 공백으로 왕국에 혼란이 찾아와 하려는 사업이 다 불발이 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아발론을 고용했는데 아발론이 그를 죽이지 못 한다면...’

붙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겠지만, 실패했을 때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꿀꺽.

칼리안은 마른 침을 삼키며 가더 왕을 바라봤다.

“전하를 적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자유롭고 싶은 사람입니다. 어딘가에 가둬두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밖에 나가서 내게 도움이 안 될 창의성을 발휘할 바에야, 안에 잡아놓고 창의성을 제한하는 것이 내게 이득이 되지. 이미 자네가 도정 밀을 푸는 바람에 많은 계획이 망가졌으니까.”

‘역시나...’

그가 물리적인 힘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오러포스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정신이 아득해졌다.

칼리안은 주먹을 쥐며 흔들리려는 정신을 붙잡았다.

“지금의 세액으로는 군세를 유지하기가 부족하시죠?”

“흠. 자네는 내가 이렇게 직접 발품 팔며 문제를 처리하고 상업을 장려하고 있는 것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화폐사용으로 일시적인 수익은 늘었을 겁니다. 하지만 기존의 물건 가격들이 상승하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흠...”

자신이 대학을 갔겠는가, 경제학을 배웠겠는가? 그래도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경제 상식은 많았다. 물가는 항상 오른다는 것.

“오른 물가에 따라, 해마다 병사들의 급료도 올려줘야죠. 돈이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도 직접 오신게 아닙니까?”

“어떻게 자네가 망나니라는 소문이 돌았던 거지? 자신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확실히 자네는 위험해...”

가더 왕은 차분히 손을 들어 올려 칼리안을 가리켰다.

매우 위협적이게 보였지만, 칼리안은 머릿속에서 복잡한 퍼즐을 맞추는 데만도 정신이 없었다.

“거기다, 전하께선 수도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화폐사용과 상업을 장려하고 싶을 겁니다. 그래서 도로도 정비하고 계획적으로 수도의 구조를 바꿨겠지요. 다른 귀족들이 따라 하게요.”

“내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렇죠. 그게 전하의 가장 큰 걱정거립니다. 귀족들이 상업에 눈을 뜬다면 지금의 충성서약으로는 귀족들만 배를 불리는 거니까, 그래서 상업을 천시하는 풍토를 조장했던 게 아닙니까?”

충성서약에는 작위당 일정 금액의 세금이 할당되어 있고, 바쳐야 하는 곡물의 양만이 적혀있을 뿐이다. 그래서 왕실은 이곳의 귀족들이 상업을 천시하는 풍토를 갖도록 조장했을 거다.

칼리안의 말이 가더 왕의 정곡을 찔렀는지,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거, 조금 전까지는 장난으로 압박하려고 한 건데... 그간의 맹세를 어기고 처음으로 귀족 하나를 죽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

가더 왕의 손에서 회색빛 오러가 일렁인다.

“왕실이 세금을 확충할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방법이 있다?”

“왕실의 이름으로 상업 장려 보험서비스라는 것을 만드는 겁니다.”

“상업 장려 보험서비스?”

“성을 벗어나면 몬스터들이 많지요? 상인들이 물건을 판매해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왕실에 바치면, 그들이 안전한 상행을 할 수 있도록 왕실에서 책임을 지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겁니다.”

“그 말은, 짐이 군사를 파견해 다른 영주들에게 무력시위도 하고 밖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들도 쳐부수란 말인가?”

“서비스에 가입한 귀족 가문의 영지 주변 몬스터들만 주기적으로 처리해주고, 큰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가 올라오면 병력을 파견해 그때그때 처리하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내 병력들이 분산됐다가 누가 수도를 노리면 어떻게 할 건가?”

“수도에는 전하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세 가지 이득이 있습니다. 하나, 실전 경험을 쌓아 병사들이 강병이 되고. 둘, 왕실의 병력이 돌아다니는 중이라 귀족도 병력을 쉽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셋. 병사들이 가는 영지의 상황을 실제로 염탐해옵니다. 명분이 있으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요.”

“즉... 정식으로 군사를 움직여 실전을 훈련하면서 다른 영지를 염탐도 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형태의 충성 서약서를 발급해 세수를 늘리자는 이야기군.”

“맞습니다.”

칼리안은 지금 머리에서 쥐가 날 것 같았다.

지금 이건 자신이 생각해도 괜찮은 방법이고, 이제는 더 짜내려고 해도 좋은 생각이 나오지 않았다.

“자네는 가장 먼저 그 보험에 가입하고 싶은 건가? 이번 진주 거래로 얻은 수익과 도정 밀 거래로 얻은 수익의 4할을 바쳐가면서 말이야.”

저건 가정이 아니라, 강요다.

‘하지만 4할은 너무 많습니다...’

“2할을 바치는 거라면, 저뿐만 아니라 다른 귀족들도 바로 가입할 것 같습니다. 적은 수익이라도, 규모가 크면 큰 이득이...”

아무리 정신이 없다지만, 칼리안은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박리다매의 이론을 중얼거리며 가더 왕의 눈치를 살폈다.

“끝까지 흥정이라...”

가더 왕은 눈을 감더니, 뭔가를 계산하는지 손을 허공에 끄적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내 눈을 뜬 그는 활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다 장난이었네.”

“네?”

“젊고 전도유망한 친구를 보면 어릴 때의 내가 생각나서, 장난이 치고 싶어진다네. 하하하.”

“그럼... 상업 장려 보험서비스는...”

“우연히 자네가 생각해낸 좋은 아이디어를 사장 시킬 수는 없지. 가서 대신들과 논해볼 생각이네. 하하하하.”

가더 왕은 호탕하게 웃으며 칼리안의 등을 소리가 나게 두들겨주었다.

팡!

벌컥!

“아빠 괴롭히지 마!”

가더 왕이 칼리안의 등을 때리자 문이 열리며 아슬라가 나타났다.

“이야! 이거 당해낼 수가 없군요. 어쩔 수 없이 14골드로 하지요. 거래 감사합니다. 칼리안 도련님.”

이미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불투명한 막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고, 가더 왕은 허리를 굽히며 악수를 청하면서 바로 지배인 연기를 했다.

‘1골드 올려줬어. 거기다 태세 전환 속도가...’

칼리안은 빠른 태세전환에 속으로 감탄하며 가더 왕의 손을 맞잡았다.

“내일 다시 돌아올 때까지 계약서와 거래대금을 부탁드립니다. 믿음의 증거로, 오늘 가져온 물건은 이대로 인계하고 가겠습니다.”

“계약서와 거래대금은 부지배인에게 맡겨두겠습니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전 그럼 이만.”

가더 왕이 손을 놔주자, 칼리안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갔다.

“안녕히 가십시오!”

{내 밑에 두고 싶다는 말은 진담이야. 하지만 그 나이에는 직접 세상과 부딪혀보고 실패도 한 번쯤 경험해 봐야겠지...}

끝까지 이어지는 가더 왕의 구애에 칼리안은 왠지 앞으로 만나면 저 소리를 자주 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됐거든, 앞으로 안 만날 거라고...’

칼리안은 아슬라의 손을 잡고 퇴장을 서둘렀다.


* * *


상업 장려 보험서비스는 가더 왕에게는 유리한 부분만 말했지만, 사실 가더 왕에게 불리한 부분도 있었다.

몬스터들을 왕의 병사들이 처리해주면 귀족은 병력을 아낄 수 있지만, 국왕은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병력의 희생이 따른다.

물론, 살아남은 병사들은 강병이 될 것이고 가더 왕은 세수가 증가해 더 많은 병사를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기에 계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인간이 계산할 수 있는 범위 밖의 것이었고, 계산이 이뤄지더라도 그것은 수백 년 뒤의 역사가들이 판단할 문제가 될 것이다.

‘아마, 계산하느라 한동안 골머리를 썩을 겁니다.’

네이더 로얄 펄을 나서는 칼리안.

그의 표정은 매우 힘들어 보였지만, 입가에는 한줄기 만족스러운 미소가 작게 맺혀 있었다.

“아슬라, 우리 쇼핑하러 갈까?”


* * *


쇼핑하는 내내 가장 즐거워 하는 사람은 아슬라가 아니라 의외의 인물인 기사 카나페리였다.

“죄송합니다. 최근 갑자기 돈이 생겼는데, 여기 오니 딸 생각이 나서...”

카나페리는 한쪽을 차지한 딸들의 옷더미를 보며, 칼리안을 향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카나페리 경의 조언 덕분에 아슬라의 옷도 계절이나 상황에 맞게 구매할 수 있었으니까요.”

쇼핑을 마친 칼리안은 많이 침착해진 표정으로 카나페리의 사과를 받아넘겼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감사함다. 도령닌.”

그와 많이 친해졌는지, 아슬라는 카나페리를 따라 하며 칼리안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아슬라, 그럼 이제 우리 맛있는 거 먹고 들어가 볼까?”

“응!”

마부가 다른 마부들에게 들은 바로 수도의 용병 지구에는 이국인이 와서 운영하는 식당이 많다고 했다.

네이더 왕국은 건국 과정에서 벌어진 전쟁 때문에 지금의 심심한 식습관이 자리 잡았지만, 다른 나라의 식습관은 별개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이국 식당가가 많다는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용병지구 식당가로 갑시다.”

칼리안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두말할 것도 없이 용병지구로 행선지를 잡았다.

다그닥 다그닥...

용병지구로 향하자, 골목은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푸르르...

“도련님. 마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여기 용병길드까지입니다.”

식당가로 가기 전, 용병길드의 주차장 앞에서 마부는 말을 멈추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 주차해주세요. 이만 내릴까요?”

칼리안이 내릴 준비를 하자, 반트레인은 창문을 열고 일단 주변을 살폈다.

“여기서부터는 소위 말하는 뒷골목이고, 거친 용병들이 있는 곳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제가 한동안 어디를 돌아다니며 살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혼자서도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두 분까지 있습니다. 사고가 나겠습니까?”

‘아슬라도 있고요.’

사실 믿는 구석은 두 기사들보다 아슬라였지만, 기사들만 내렸는데도 용병들은 감히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코를 벌렁거리며 음식 냄새를 맡던 칼리안은 좋은 냄새가 나고 있는 한 가게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 어때요? 냄새 괜찮지 않나요?”

“이곳에서... 드신다는 말씀이죠?”


[전통 갈락테스 식 본누들수프 전문 식당]


이곳은 먼 동북쪽 끝에 있다는 갈락테스 왕국의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건물의 인테리어도 투박했고, 안쪽에는 용병들이 작은 그릇 하나에 담긴 음식을 숟가락 하나로만 먹고 있었다.

메뉴가 밖에 붙어 있었는데, 종류는 하나밖에 없었고 가격도 10쿠퍼.

격도 낮아 보이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뜨거운 김에 누린내가 실려서 밖으로 흘러나오니 카나페리는 냄새가 별로 달갑지 않은 지 인상을 찌푸렸다.

‘하, 여기서 설렁탕을 만나게 될 줄이야...’

하지만 칼리안은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떨리는 마음으로 용병들이 먹고 있는 그릇을 살폈다.

나무 그릇에 담겨 있는 뽀얀 곰국은 동물의 뼈를 고아 내린 국물이 확실했고, 얇게 썬 고기와 위에 뿌린 파를 보면 완전 설렁탕과 비슷한 음식이다.

안타까운 게 있다면 그들이 쪽쪽 소리를 내며 숟가락으로 퍼먹고 있는 것은 칼국수 비슷한 면이라는 거다.

‘밥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곰탕에 들어간 소면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여기! 본누들수프 네 그릇 부탁드립니다.”

칼리안은 자리를 잡자마자 점원을 불러 이곳의 하나뿐인 메뉴를 사람 수에 맞게 주문했다.

“예이. 4번 테이블에 본누들수프 네 그릇!”

그리고 아까 혹시 진주 거래가 끝나면 주고 올까 해서 선물용으로 들고 다니던 후추를 꺼내 포장을 뜯었다.

‘카나페리, 후추가 있으니 누린내는 걱정하지 마시라고요. 후후.’

칼리안은 침을 꿀꺽 삼키며 주변 사람들이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후후 불어 식혀 먹는 사람도 있었지만, 음식의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뜨거운데도 바로 삼키는 사람도 있엇다.

칼리안은 어느쪽이냐면, 후자처럼 뜨거워도 음식의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바로 삼키는 파였다.

그런데, 아무리 침을 삼키며 기다려도 시간이 지나도 주방으로 갔던 점원은 돌아오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용병들과 이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내밀고 주방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 다녀오겠습니다.”

반트레인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주방 안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나으리! 이것은 안 됩니다! 이것은 우리 장사 밑천입니다.”


작가의말

이 글은 2018년 9월 18일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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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5. 무엇을 도와드리면 됩니까? +61 18.08.22 34,348 838 18쪽
14 014. 이게 우리 형이다! +24 18.08.21 34,285 826 13쪽
13 013. 내가 전설의 ○○○라고? +20 18.08.20 35,082 839 11쪽
12 012. 여행의 시작 +29 18.08.19 35,927 869 12쪽
11 011. 작업의 정석 +34 18.08.18 36,316 897 10쪽
10 010. 먹는 거냐? +46 18.08.17 37,564 929 14쪽
9 009. 그건 말도 안 됩니다. +40 18.08.16 38,237 949 9쪽
8 008. 제가 탈탈 털어드리겠습니다. (2) +29 18.08.15 38,613 900 14쪽
7 007. 제가 탈탈 털어드리겠습니다. (1) +6 18.08.15 38,507 896 10쪽
6 006.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37 18.08.14 39,398 981 14쪽
5 005. 새로운 지식이 등록되었습니다. +45 18.08.13 40,546 935 15쪽
4 004. 열려라! 참깨! +11 18.08.12 41,815 927 10쪽
3 003. 똑똑똑. +19 18.08.11 42,631 904 9쪽
2 002.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 하고... +40 18.08.10 46,509 967 11쪽
1 001. 프롤로그 +47 18.08.10 52,079 80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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