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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18.08.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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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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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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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27. 맛집 무쌍!

DUMMY

027. 맛집 무쌍!



“우리한테 돈을 빌려서 가게를 차려 이만큼이나 됐으면, 그 은혜를 갚아야지! 우리는 무슨 땅 파먹고 장사 하는 줄 알아?”

“나으리, 제발. 이번 달 이자는 드렸지 않습니까?”

“이번 달 이자라니? 이번 달 1분기 이자겠지? 계약서 자세히 안 봤어? 원래 이번 달부터는 이자가 두 배로 뛴다고. 그래도 우리가 자상하게, 월에 두 번씩 갚을 수 있게 해준다고 써놨잖아?”

“아니, 계약서에 그런 말이 쓰여있었습니까? 글도 모르는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본단 말입니까?”

“글 모르는 건 니 사정이고!”

와장창!

“아이고!”

주방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와 곡소리가 들려왔다.

‘사채꾼들이네...’

칼리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개입하실 겁니까?”

반트레인이 물어오자, 칼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칼리안은 속으로 네가 무슨 정의의 사도냐고 반문했다.

아니.

그저 어렵게 찾은 맛집에서 설렁탕 한 그릇이 먹고 싶을 뿐이다.

“아슬라, 이렇게 말해도 아빠 말 알아듣지?”

칼리안은 일부러 두 사람이 못 알아듣게 한국어로 아슬라를 불렀다.

“응. 알아들어.”

‘역시...’

“이제부터 아빠가 아슬라랑 함께 악당들을 혼내줄 거거든? 혹시 저기 컵에 있는 물을 아빠가 손짓하는 대로 움직여줄 수 있어?”

“응!”

아슬라가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이자, 칼리안은 물컵을 가리키며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물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오오... 역시 물의 정령사...”

카나페리는 칼리안의 손짓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물덩이를 보며 감탄성을 터트렸다.

“가시죠.”

칼리안은 아슬라의 손을 붙잡고 주방으로가서 문을 열었다.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고 다섯이나 되는 건장한 체구의 사채꾼들이 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덩치 큰 사채꾼 하나가 뼈가 펄펄 끓고 있는 냄비를 막 발로 차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갚을 돈이 없으면 니 애새끼라도 하나 팔든가.”

“이건 또 뭐야? 으엑, 너 누가 개새끼 아니랄까 봐 사람들한테도 이딴 뼈를 끓여서 먹으라고 내주고 있는 거였어? 이러니까 장사가 안되지!”

“크흠.”

칼리안은 헛기침을 해 사채꾼을 멈춰 세웠다.

그들이 슬쩍 칼리안을 돌아봤다.

“귀족가의 도련님쯤 되시나 본데 뒷골목의 일은 뒷골목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시죠? 우리 애들 이래 뵈도 오러를 배운 놈들입니다. 낄낄.”

“형님 말씀 들었으면 꺼지슈. 오러를 사용하는 귀족이래도 뒷골목 일에 관여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는 수가 있다고.”

그들은 옆구리에 찬 칼을 슬쩍 빼 들거나 몸에 하고 있는 문신을 드러내며 위협을 가해왔다.

상당한 자신감이다.

칼리안은 뒷골목의 생리에 대해서는 나름 잘 알고 있었다.

‘이 새끼들 수도 귀족이나 암흑 길드를 업고 장사하는 놈들이구만...’

뒷골목에는 그래도 귀족이라고 하면 한 수 접어주는 곳이 많았지만, 이 두부류는 귀족들에게도 살벌하게 대했다.

영지가 없는 임명 귀족들은 이들이 바치는 뇌물이 고정 수익원이 되어주니 귀족이 이곳에서 사고를 당하더라도, 아예 은폐하거나 사건을 축소시켰다.

하지만 암흑 길드라 불리는 곳들은 이놈들보다 더 살벌해서, 문제가 터지면 자신들의 단체가 사라지더라도 신분을 안 가리고 피바람을 낸다.

물론, 이 사채꾼들의 분위기는 끽해야 수도 귀족을 등에 업은 정도다.

‘근데 그 꼼꼼한 가더 왕은 수도 건물이며 도로는 다 갈아엎었으면서, 이런 놈들은 왜 아직 남겨놓은 거지?’

적당히 해먹어도 된다고 했으니 수도 귀족들이 돈만 바치면, 이런 것도 눈감아 주는 건가?

가더 왕을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게 정답이 아닌가 싶은 칼리안이었다.

“아이고, 손님. 이분들은 위험한 분들입니다. 마음은 고맙게 받을 테니 해코지당하기 전에 돌아가십시오.”

그때 가게 주인이 모자를 벗으며 일어나서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칼리안의 앞을 막아섰다.

그런데 그의 귀가 머리 위쪽부터 아래로, 마치 강아지처럼 추욱 처져 있었다.

처음엔 모자를 쓰고 있어서 티가 잘 안 났다.

그런데 주인장 옆에 같이 무릎을 꿇고 앉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작은 아이들을 보니 확연히 알겠다.

입만 강아지의 입을 가진 아이부터, 얼굴이 완전 강아지 상이거나 손발에 털이 나고 발톱이 있는 애들까지...

‘이 집 주인이 수인이었어?’

“이 새끼! 앉아있으라고 했지!”

퍽!

사채꾼이 주인을 발로 찼다.

“깨갱!”

강아지 소리를 내며 주인이 쓰러지자, 아이들이 달려들어 그들의 아버지를 감쌌다.

“우우우우...”

“그르르릉... 왈!”

“이야, 그 새끼 참 비싸게 생겼네. 너는 한 80은 받겠다.”

울부짖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사채꾼들은 낄낄대며 아이들에게 가격을 매겼다.

‘이 새끼들 애초에 돈 빌려준 목적이 애들을 노예로 데려가려는 거였잖아?’

화가 난 칼리안은 손을 움직였다.

“두 기사분께서 증인이 돼주십시오. 이제부터 저는 저들의 협박으로부터 제 몸을 지키려고 정당방위를 한 것입니다.”

“뭐라고?”

형님이라 불리던 놈이 반문하는 순간, 머리 위에 떠 있던 물 덩어리가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빠르게 움직였다.

퍽퍽퍽퍽퍽퍽!

순식간에 물 덩이가 여섯 사채꾼의 턱을 갈기고 지나갔다.

“크윽!”

“뭐, 뭐야?”

골이 흔들렸는지 그들은 머리를 흔들며 주춤주춤 물러났다.

“뭐긴 뭐야? 물의 정령이다.”

다시 칼리안이 손을 움직였다.

조정이 정확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슬라는 눈치가 빨랐다.

퍽퍽퍽퍽퍽퍼퍼퍼...

이번에도 물 덩이가 움직여 사채꾼들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입술이 터지고 눈이 멍들고 허리가 새우처럼 꺾이거나 복부를 세게 두들겨 맞아, 먹은 음식을 토하는 이들도 있었다.

“으으으으...”

그들이 완전히 무력화되어 땅에 쓰러졌을 무렵, 칼리안은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 들며 형님이란 놈에게 다가갔다.

“피 닦아.”

“으, 으으으...”

칼리안이 웃으며 수건을 건넸지만, 그는 두려움에 떨며 땅에 고개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정령사이신 줄을 모르고...”

“네가 두목이냐?”

“그, 그렇습니다.”

“그럼 이 사람, 차용증 가지고 있지?”

“차용증은...”

“스읍!”

칼리안이 손을 움직이자 물이 빠르게 날아왔다.

“허억!”

사채꾼 두목은 팔에 오러를 둘러 얼굴을 감쌌다.

“배가 비잖아.”

퍽!

“쿠웩...”

“차용증?”

“여... 여깄습니다.”

사내는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둘둘 말려 있는 스크롤 뭉치를 뺐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사채꾼 두목은 당황스러운 듯이 뭉쳐있는 것을 푸는 척 하다가, 갑자기 눈을 빛내며 뭉치 속에 숨겨둔 단도로 칼리안을 노렸다.

푹! 푹!

“크윽...”

“우리도 있다는 것을 잊었군.”

“이 또한 정당방위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두 기사의 칼이 사채꾼 두목의 어깨를 찔렀다.

“그쪽하곤 대화가 안되겠어.”

칼리안은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쒜에엑! 퍽!

물덩이가 사채꾼 두목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그는 이가 부서지며 돌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저기요.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저, 저는 우바라고 합니다.”

“우바, 우바...”

칼리안은 스크롤을 넘겨 우바의 이름이 쓰여있는 차용증을 꺼냈다.

땡그랑.

칼리안은 바닥에 쓰러진 사채꾼들에게 차용증에 쓰인 돈을 던져주었다.

“이자까지 챙겨줬으니, 이 집에 문제가 생기면 여기 쓰여있는 사업장으로 찾아가겠다. 해코지라도 하다가 걸리면 암흑 길드를 이용해 너희들을 찾겠다.”

“저, 절대 해코지하지 않겠습니다.”

“돈 들고 그만 꺼져.”

“가, 감사합니다!”

사채꾼들은 절뚝거리며 일어나더니 돈과 스크롤을 챙겨 주방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뻗어있는 두목을 챙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고, 고맙습니다. 제가 감히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실례가 아니라면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가문의 은인으로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국밥집 주인 우바가 다가와 감사를 표하자 칼리안은 됐다고 손사래를 쳤다.

“괜찮습니다. 음식이 맛있어서 개입한 거지 이름을 알리려고 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건 제가 대신 갚았으니, 돈을 모으면 갚도록 하십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우바 씨는 원래 이곳 분이십니까?”

“사실 제 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갈락테스 왕국에서 살던 수인입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용병으로 떠돌다가 부인을 만나서 고향에 정착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인 부인이 견디기에는 갈락테스 왕국의 추위가 너무 강했고, 부인의 고향인 이곳에 와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사채는 어쩌다가 손대신 겁니까?”

“저는 갈락테스 식 본누들수프가 반응이 좋아서 빨리 갚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돈을 빌려 가게를 큰 곳으로 옮겼는데, 원금 이상으로 갚아도 계속해서 이자가 불고...”

“음...”

칼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땅에 누워 있는 사채꾼 두목을 바라봤다.

이놈들은 그의 자식을 노예로 팔아먹으려고 노리고 접근한 거다. 어쩌면, 소개시켜줬다는 지인도 한패고.

“아무래도 제가 보기에 이곳에서 계속 장사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우바 씨.”

“네?”

“이곳은 갈락테스와 멀어서 노예 시장에서 수인이 비싸게 거래됩니다. 지금은 물러났지만, 이놈들이 회복하면 다시 돌아와서 해코지할겁니다.”

칼리안의 말에 우바는 뭔가를 깨달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그래서 돈을 빌리라 했던 베일러 씨도 빚을 돈대신 자식으로 갚으라는 소리를 했던 건가...”

“그 사람도 한 패라고 봐야죠.”

“같이 등을 맞대고 싸운 전우로서 어떻게... 저, 저는 어떻게 해야죠? 은공께 빚을 갚으려면 계속 이곳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데...”

우바는 겁먹은 강아지처럼 볼을 부르르 떨며 칼리안을 바라봤다.

믿던 지인에게 배신도 당하고 그의 사정이 딱하게 됐다.

하지만 살 길은 그가 찾아야지 그의 인생을 이쪽이 책임져줄 순 없었다.

‘하지만 나한테 갚아야 할 빚도 있고 하니...’

칼리안은 부들부들 떠는 우바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이렇게 물었다.

“혹시 제가 가게를 차려줄 테니, 오스왈드 후작령이라는 곳으로 와서 장사할 생각은 없습니까?”


* * *


칼리안은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를 무렵에야 수도의 성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원래 달이 뜬 뒤 1시간 뒤에는 문을 닫으니, 조금만 늦었으면 문이 닫혀서 어쩔 수 없이 여관에서 잠을 자야 했을 거다.

하지만 칼리안이 이렇게 늦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녁 식사도 해야 했고, 두어 시간이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큰 마차를 빌려서 가게 하나와 한 가족이 이사할 수 있게 짐을 꾸려야 했으니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해주긴요. 빚 갚으라고 데리고 다니는 건데요. 그리고 가게에서 마지막으로 차려주신 식사도 다들 맛있게 먹었습니다.”

“가난한 수인들이나 먹는 음식인데, 맛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은 정성이죠. 그런게 더 맛있는 겁니다.”

마차에서 내린 칼리안은 우바를 취사병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데리고 갔다.

“가족용 천막은 이곳에 칠 거고요. 말씀드린 대로 당분간은 이곳에 있을 예정이니 가끔씩 특식으로 갈락테스 식 본누들수프가 나올 때만 취사병들을 도와주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특식은 한 번 나갈 때마다 빚 1골드를 차감해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잘못하면 가족이 팔려나갈 위기에서 구해주셨는데, 어찌 제가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후작령으로 가는 동안은 언제든지 부려주십시오.”

우바는 계속 사양했지만, 칼리안은 이미 결정을 내린 뒤였다.

“나머지 지켜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카나페리 경이 안내해 줄 겁니다.”

칼리안은 우바를 카나페리에게 맡기고는 형이 있는 지휘소로 들어갔다.

아루스 형은 뒤늦게 식사를 시작했는지 아직도 포크를 든 채로 식판이 놓인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형, 식사 아직이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먹을 걸 좀 사올 걸.”

“아니야. 다 먹었다. 잠시 생각할 게 있다 보니 포크를 들고 있었구나.”

형은 바로 식판을 치우며 칼리안을 바라봤다.

“그래, 볼일은 잘 본 거냐? 좀 늦은 것 같다.”

“볼일은 잘 봤어. 내일 한 번 더 가야 하긴 하지만...”

“가능하면 내일도 오후에 일을 보러 가도록 해라. 오전동안은 내가 자리를 비울 테니, 책임자인 네가 여기 남아 있어야 할 거다.”

“어디 가?”

“왕성에 영지전을 신청하러 갔다 올 거다.”

영지전을 신청하러 간다는 말에, 칼리안의 머릿속에는 오늘 만났던 가더 왕의 얼굴이 떠올랐다.


작가의말

-

못생겼더라. 형.



[이 글은 2018년 9월 18일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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