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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18.08.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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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23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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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다 큰 어른이 아이 장난감에 관심을 가지면 벌어지는 일.

DUMMY

※수정을 하며 한 회차가 준 관계로 선호작 목록에서 보지 않은 글이 봤다고 표현된다고 들었습니다. 본 회차를 읽기 전, 마지막으로 본 글이 아티팩트몰이 열리는 장면에서 끝났다면 이전회차(032)로 돌아가서 읽어주세요.※


033. 다 큰 어른이 아이 장난감에 관심을 가지면 벌어지는 일.



페이론 대공은 이튿날부터 입을 완전히 다물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입을 열어 조금이나마 싫어한다는 말을 하더니, 그 이후로는 뭘 시켜도 아무 말 없이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했다.

물론 싫다는 티는 팍팍 내고 있었다. 여기 온 내내 계속 인상을 쓰고 있었으니까.

그러던 그가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칼리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스왈드 백작 하나 궁금한 것이 있네.”

“뭐든 물어보십시오.”

“지금 저 아이가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은 뭐라고 하는 것인가?”

페이론 대공은 칼리안의 뒤에 있는 아슬라를 가리켰다.

아슬라는 카페트 위에서 장난감을 조립하면서 놀고 있었다. 그것은 지구에서는 모든 아이의 워너비이자, 나이든 어른들도 좋아한다는 블록 조립 장난감이었다.

“렉오라고 부르는 겁니다. 아이들 지능 발달에도 좋고 창의력 발달에도 좋죠. 혹시 관심이 있으십니까?”

“아니, 좀 특이하게 생긴 것 같아서 그랬네.”

고개를 저은 페이론 대공은 다시 고개를 돌리며 다시 호위로 돌아갔고, 칼리안은 그럴수도 있겠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이어서 오늘 거래 장부를 정리했다.

“그런데 말이야. 저 블록 조립 장난감이라는 건 재질이 어떻게 되는 건가?”

막 작업을 한창 시작하려고 할 때쯤, 다시금 페이론 대공이 입을 열었다.

“재질이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 플라스틱이 이곳에 있나?’

“음...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금속 같은 거랄까요? 하하. 저도 만든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렉오같은 걸 판매할 일이 있으면 나중에 드워프 형님들에게 부탁해서 이곳 금속으로 바꿔야겠다.’

“그런가? 그런데, 저 렉오라는 건 상자에 그려져 있는 대로 만드는 건가?”

“그대로 만들어도 되고, 자유롭게 만들어도 됩니다. 혹시 관심 있으시면, 나중에 한 세트 구해드릴까요? 가격이 조금 되긴 하는데...”

“아! 아... 아니네. 됐네.”

간만에 페이론 대공의 얼굴에 화색이 도나 싶더니, 그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칼리안은 그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장부를 쓰는 척 그를 관찰했다.

페이론 대공은 아슬라의 뒤에 서서 조립되는 렉오를 보고 있었다.

설계도도 있고 케이스에 그려진 그림도 있었지만, 아슬라는 자유주제로 자신만의 창조성이 발휘되는 렉오를 만들고 있었다.

“이건 말이 싼 똥.”

“이건 밟은 똥이야. 히.”

칼리안도 이해할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자랑하는 아슬라의 작품들.

그 모습을 보며 페이론 대공은 인상을 구겼다.

‘오러 마스터가 저런 장난감에 관심이 있을 줄이야.’

지구에서 렉오는 원래 어린아이에게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장난감, 누군가에게는 수집품이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은 어린 시절 렉오를 가지고 놀았던 추억이 있었기에 자발적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여기서는?

‘팔 수... 있겠는데? 하긴, 취향이란 건 각자 다양한 법이니까...’

칼리안은 안 그래도 앞으로 무슨 물건을 팔까 고민하고 있었다.

앞으로 지구 몰에서 가져온 물건을 팔아서 시세 차익을 내자고 생각은 해뒀지만, 당장에 후추 말고 다음 상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둔 게 없었다.

‘내일부터 지구에서 사 온 물건을 여기에 전시해볼까?’

그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가장 큰 고객은 귀족들인데, 네이더 왕국의 귀족들 중 공작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가문에서 이곳을 방문한다.

이곳에 다음에 팔만한 물건들을 전시해 사람들의 기호를 조사하는 것만큼 좋은 기회가 어딨을까?

‘지금은 가지고 있는 물건이 적으니까, 당장에 주문부터 해야겠네. 일단 페이론 대공부터 나가달라고 하고...’

칼리안은 장부를 덮었다.

마침, 아슬라는 새로운 렉오 박스를 뜯어 조립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페이론이 붙었다.

“거기선 그렇게 하는 게 아니란다.”

“하지마요.”

“아니, 그러니까 나 페이론 대공이 알려 주겠다는 거다. 이 아저씨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말라고 했어요?”

페이론 대공은 이번에는 집요하리만큼 아슬라를 간섭하려고 들었고 아슬라는 계속해서 하지 말라고 정중한 말투로 거절했다.

‘그러고 보니, 아슬라에게 너는 힘이 세니까 사람들이 싫은 걸 하게 해도 두 번 정도는 정중하게 싫다고 말로 표현부터 하라고 했었지...’

“여길 보라고. 마치 여기 있는 작은 벽돌로 완성했을 때 이런 모습이 될 것 같지 않나? 그렇게 하려면 여기에는 노란색으로...”

칼리안은 세 번부터는 참지 말라고 했다.

참을 인 세 개면 호구 소리를 들으니까.

“싫다고, 했잖아요!”

까앙!

쇠 때리는 소리와 함께 페이론 대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천막의 한쪽이 뚫려 있는 걸 보고 어쩌면 그쪽을 통해 날아간 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칼리안은 아슬라를 나무라지 않았다.

아슬라는 충분히 경고했다. 그리고 꾀 심하긴 했지만, 그는 오러 마스터기 때문에 괜찮을 거다.

‘아마도?’

펄럭!

바로 얼마지 않아 페이론 대공이 천막을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왔다.

“지, 지금 내가 어린아이의 주먹에...”

그가 입고 있는 갑옷의 가슴팍에는 자그마한 주먹 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페이론 대공은 아슬라를 황당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오러 마스터인 페이론 대공을 눈앞에서 날려버리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독창적인 렉오 모양을 만들어가는 아슬라.

“아, 아슬라라고 했던가?”

“아저씨 나 또 건들면 확...”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아슬라는 페이론 대공을 향해 돌아서며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슬라, 화가 나도 정중하게. 예쁜 말투로 해야지?”

“알았어. 아빠...”

칼리안이 잔잔히 다그치자 아슬라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서며 페이론 대공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함니다. 아빠가 두 번은 참으랬으니까, 이번에도 참을게요.”

“백작, 이게 어떻게 된 거요.”

페이론 대공은 넋이 나간 채로 중얼거렸다.

“엄마가 이종족이고, 태어나면서 정령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저 나이에 이런 힘이 가능하단 말이오? 어떻게 저 어린 아이가 오러 마스터인 나를...”

“저는 정령사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엄마가 이종족이라니까요? 아주 강한.”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않소? 그리고 그대가 정령사라니, 그대에게서는 정령사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자연의 기운이 별로...”

“제가 정령사인 것을 못 믿으시겠습니까? 계약자여 나오라.”

칼리안은 눈을 질끈 감으며 정령을 불러냈다.

팟!

“크윽!”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자 페이론은 눈을 질끈 감으며 손으로 눈을 가렸다.

「나는 윌...」

팟!

틱!

칼리안은 마치 자신이 소환 해제를 의도적으로 한 것처럼 타이밍에 맞게 손가락을 튕겼다.

“보셨습니까? 저는 정령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빛 때문에 눈을 질끈 감아서 어떤 정령인지 확인을 할 수는 없었을 거다.

‘하지만 뭔가가 나왔다는 건 느꼈겠지...’

페이론은 눈을 비비며 눈물을 찔끔찔끔 흘렸다.

“하지만 정령사가 이렇게 세상사에 크게 관여를 한다는 말은... 그리고 아무리 정령사라고 하여도, 그것으로 이 아이의 강함은 설명이 되지 않소.”

‘다들 이쯤 하면 넘어가던데...’

페이론 대공은 생각보다 집요한 구석이 있었다.

칼리안은 한숨을 쉬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 외로도 다른 비밀이 있습니다만, 그건 말 그대로 비밀이라서요.”

“무엇이 비밀이란 말이오? 아니, 나는... 너무 궁금해서 그렇소. 이 나이에 이런 강함이라니, 어쩌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십니까?”

페이론 대공은 눈물을 흘리느라 촉촉해진 눈빛으로 칼리안을 바라보며 고개를 사정없이 끄덕였다.

“절대 입 밖에 내시면 안 됩니다. 대공의 형님이신 가더 왕께도...”

“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오.”

“믿어도 되겠습니까?”

칼리안은 페이론 대공을 빤히 바라봤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연락책을 하라고 해서지, 고자질을 하라고 해서 온 게 아니오. 그리고 나와 형님 전하는 친하지 않소. 아니, 절대 친해질 수 없지...”

사실, 가더 왕을 떠올리면 둘이 안 친한 건 전혀 예상 밖은 아니었다.

“실례가 아니라면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것은 비밀이오만, 대답해야 하는 것이오?”

페이론 대공은 정색하며 되물었다.

“지금 페이론 대공께서 물어보신 말씀이, 제게는 그 정도의 질문인 것입니다.”

칼리안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페이론 대공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형님 전하... 아니 그 인간이 다른 왕자들을 죽이면서 나를 살려둔 이유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봐야 고작 오러 마스터에 그칠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했소.”

‘잔인하네...’

“난 아직도 오러 마스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소. 열심히 발버둥 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오러 마스터를 벗어난다면 그 인간이 나를 죽이러 오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소. 이거라면 대답이 되었소?”

“음...”

‘그 인간 이제는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돼도 별 상관을 안 할 텐데...’

“대답이 되었다면 이유를 말해주시오. 나를 신뢰하라고 하진 않겠으나, 나는 지금 내 평생을 지니고 살던 짐을 그대에게 털어놓은 것이오. 어쩌면 저 아이라면... 나도 그대와 저 아이의 곁에 있다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희망 때문에.”

칼리안은 페이론의 표정에서 절박함을 읽을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칼리안은 아슬라를 바라봤다.

“아슬라, 옷의 어깨 부분을 살짝만 내려줄래?”

“응.”

아슬라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한 손으로 입고 있던 옷의 어깨 부분을 잡아당겼다.

푸른색 비늘이 천막 안에 있는 불빛들의 빛을 반사했다.

“몸에 있는 비늘은 드래곤의 비늘입니다.”

“그게 무슨...”

“애 엄마가... 드래곤이라는 소립니다.”

“뭐, 뭐라고요?”

페이론 대공이 벙찐 얼굴로 칼리안과 아슬라를 번갈아 쳐다봤다.

한참 그러던 그는 이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체 어떤 매력이 있다고 드래곤과 그짓을... 정령사라 특이한 건가...”

칼리안은 씁쓸하게 웃었다.

실제로는 드래곤과 잠을 잔 적이 없으니 뭐라고 설명 해줄 수도 없고.

이내 그는 고개를 저으며 칼리안을 또렷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설마 저 아이가 그 인간보다 더 강한 것인가?”

“아니요. 아슬라는 가더 왕을 보고는 그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벌써 만나본 것인가?”

“지난번 네이더 로얄 펄이라는 곳에서 만나봤습니다. 상점의 지배인으로 나오더군요.”

“그 인간이 거기서 왜?”

“최근 상업 분야를 직접 챙기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면 더 강해지지 않겠소?”

페이론이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말씀대로 나이가 더 들면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당장은 어렵습니다.”

칼리안도 그 부분은 확신할 수 없었다.

아슬라는 현재 유아기 상태다.

청년기나 성년기의 나이가 되면서 숨겨진 힘까지 드러낸다면 얼마나 강해질까?

가더 왕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해졌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어쨌든 가더 왕은 모릅니다. 이 비밀은 꼭 지켜주십시오. 아니면...”

“알겠소. 내 이 비밀은 평생 지키도록 하지. 자네야말로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아이 단속을 잘 하게. 그 인간의 귀에 들어가서는 절대 안 되네.”

페이론의 신신당부에 칼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칼리안은 집무실 구석에 있는 천으로 덮어둔 장난감 더미 앞으로 다가갔다.

위쪽에는 렉오 상자가 쌓여 있었다.

“남는 렉오가 있는데 하나 사실래요? 이건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 장난감이지만, 어른들도 좋아합니다. 예술품이자 창작물로써 말이죠.”

칼리안이 아직 안 뜯은 렉오 박스를 흔들자, 페이론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 얼만가?”

“비밀을 공유하는 특별한 사이기도 하고, 제 일을 도와주시는데 따로 월급을 드리는 것도 아니니... 200골드만 주십시오. 원가만 받겠습니다.”


작가의말

아따 호구 왔는가.


* * *


연중이 길어져 긴 말을 하는 것은 제가 충분히 연재를 한 다음에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 연락도 끊었고 명절도 반환했습니다.

그럼, 계속 글 쓰러 가보겠습니다. 써지는 대로 바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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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036. 농부 후안은 +25 18.09.26 20,153 6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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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034. 전시장에 가면 오러마스터도 있고 +54 18.09.23 21,600 670 19쪽
» 033. 다 큰 어른이 아이 장난감에 관심을 가지면 벌어지는 일. +39 18.09.23 21,692 65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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