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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후작가의 차남은 스마트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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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丁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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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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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6. 농부 후안은

DUMMY

036. 농부 후안은



임시로 만들어진 취조실 안에는 칼리안과 페이론 그리고 칼리안을 납치하려던 복면의 사내가 있었다.

“어디 얼굴 한 번 볼까요?”

칼리안이 손을 가져가 제압된 사내의 복면을 벗겼다.

왠지 농가에 가면 어딜 가나 한둘은 있을 것 같이 평범하게 생기고 순박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사내.

“저를 납치하려고 하다니. 이유가 뭡니까?”

“돈이... 필요했습니다.”

“돈은 왜 필요했는데요?”

“딸이 병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만... 정말 죄송합니다.”

사내는 울먹거리며 고개를 푹 수그렸다.

아까 아슬라에게 하던 행동을 생각하니, 그가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칼리안은 냉정하게 사내를 다그쳤다.

“동정표 사려고 하지 마십시오. 자기 딸이 귀한 줄 알면, 남의 딸 귀한 줄도 알았어야죠? 납치당해서 가임가너 백작에게 갔다가 제가 죽으면, 남겨진 제 딸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물론 가더 왕이 직접 나서는 게 아니라면 그럴 일은 없었지만, 칼리안은 가정하에 사내를 다그쳤다.

“크흑, 맞습니다. 이대로 일을 진행했다면, 따님께 큰 죄를 지을 뻔 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절 붙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하...”

납치하려고 할 때 보였던 어수룩한 모습과 이런 모습까지 보게 되자, 더 이상 그를 다그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궂은일을 굳이 직접 할 필요는 없네. 자네가 어렵다면, 내가 직접 고문을 해볼까?”

고문이라는 말에 사내가 겁에 질려 구해달라는 눈빛을 칼리안에게 보냈다.

왠지 인세에서 볼 수 없을 것 같이 너무 맑고 순박해서 무시할 수 없는 눈이었다.

“괜찮습니다. 굳이 고문 같은 걸 하지 않아도 순순히 불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사정이 아무리 딱해도 이쪽은 백작이고, 귀족을 납치하려고 했다는 것은 사형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중범죄이다.

많이 봐준다고 해도 최소한 그에게 노예의 낙인을 찍어야 할 판이다.

“이름이 뭡니까? 어디 사시죠?”

“후안이라고 합니다. 일케지온 인근의 마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들은 칼리안은 살짝 움찔했다.

‘설마, 직업이 농부는 아니겠지?’

“의뢰는 어디서 받았죠? 그리고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런 일을 한 겁니까?”

“암흑길드에서 의뢰를 받았습니다. 의뢰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게 하려고 했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푹 수그리며 칼리안의 눈을 피했다.

“처음이라니 믿을 수 없군요. 우연히 오러를 익혔다거나 상당히 단련한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거기다 암흑길드가 그렇게 쉬운 곳은 아니니까요.”

“사실... 저는 기사 가문 출생으로 독문 오러 연공서도 있습니다. 하지만 증조할아버지께서 엘프와 혼인하시고 다음 대부터 오러를 익힐 수 없게 되며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러를 익힐 수 있게 되었으나...”

독문 오러 연공서가 있다는 건 한 가닥 하는 기사 가문이라는 소리다.

거기다, 도도하다고 알려진 엘프와 혼인을 할 정도면 실력이 꽤 알아준다는 소리인데...

“그런 대단한 조상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왜 이렇게 사십니까?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아버지 대에서 사기를 당해서 집이 가난해졌습니다. 집안을 일으키려고 오러를 익히고 기사가 되려고 했으나... 칼을 들고 남과 싸우는 것이 너무 힘들고 부담스러워서 기사도 용병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뭘 하고 사셨는데요?”

“농사를 지었습니다. 특히, 허브나 약초를 주로 다뤘지요.”

‘진짜 농부네...’

인터넷에서 자주 보던 광고가 생각나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오려는 칼리안이었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할수록 의문이 쌓이면서 점점 그의 착해 보이는 모습에 의심이 생겼다.

원래 순박한 사람이 맞는 건지, 아니면 잡히고 나니 순박한 척을 하는 연기를 하는 베테랑 암살자인 건지...

자신을 납치하려고 하기 전에 보여줬던 행동은 분명 꾸밈 없는 허당의 모습이라, 순박한 사람에 무게가 실리긴 하는데, 그런 사람이 잔인한 암흑길드의 의뢰를 받아들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도 안에 산 것도 아니고, 밖에 있는 마을에서 살며 농사를 지었다는 사람이, 애초에 암흑길드는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이해가 안 가는군요.”

“사실... 저는 식물을 잘 키웁니다. 거기다 조상님이신 엘프 분께 이어받은 핏줄의 힘으로 식물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도 가능하고요.”

칼리안이 눈을 크게 뜨였다.

지금 그가 설명하는 능력은 아카식 위키에서 봤던, 식물을 빠르게 자라게 하는 ‘엘프의 가호’라는 능력의 설명이었다.

“그들이 먼저 찾아와 제가 키우는 식물들을 사갔습니다. 대부분 독약이나 수면제, 마법에 사용하는 시약으로 사용되는 약초와 허브들이었죠. 딸이 아프기 전까지는... 풍족한 삶을 살았습니다.”

칼리안은 그의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 후안은 자조적인 말투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전 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는 것도 알았고 제가 재배한 것들이 안 좋은 일에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돈 때문이라는 핑계로, 엄마가 일찍 죽어 홀아비 밑에서 자라나야 할 딸을 키워야 하니까 라는 핑계로... 계속 양심의 가책을 무시하고 그들에게 약초와 허브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말을 이어나가던 후안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아버지를 잘못 만난 불쌍한 제 딸이 저를 대신해서 죗값을 치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크흐흑...”

후안은 입을 다물며 울음을 참으려고 했지만, 눈에 맺힌 눈물은 고무패킹이 고장 난 호스처럼 눈물을 끊이지 않고 줄줄 흘려보냈다.

하지만 칼리안은 그의 속죄와 고백을 냉정하게 생각해봤다.

암흑길드는 무서운 곳이고 생각 없이 돌아가는 곳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가 식물 재배를 잘하고 약이나 독초를 잘 다룬다고 해도, 의뢰 수행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초보자에게 일을 의뢰할 리가 없었다.

“저를 납치하는 건 가임가너 백작이 영지의 명운을 걸고 진행하던 일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독약이나 수면제 같은 것을 다룬다고 해도 그런 중요한 일에 후안 같은 사람이 나선다니, 이해가 되지 않네요.”

“사실... 의뢰는 제가 먼저 가서 요청했습니다. 신전의 힘을 빌렸지만, 그동안 벌어둔 돈으로는 딸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였고 완전히 낫게 하려면 큰돈이 필요해서...”

“의뢰를 요청한다고 받아줍니까? 오러를 익히고 독약이나 수면제를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야, 암흑길드에 쌔고 쌨을 텐데요?”

“그건... 제가 엘프의 피도 진하게 이어받아서 정령을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암흑 길드에서 약초와 허브를 사러 왔을 때 제가 정령으로 농사를 짓는 것을 봤었습니다. 그때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던 것이 떠올라서...”

후안은 말을 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말은 혹시, 자네가 정령검사라는 소린가?”

옆에 있던 페이론의 질문에 후안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설마... 자네 증조할아버지라는 사람이 후아네스?”

“후우... 맞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후안은 한숨을 푹 쉬며 수긍했다.

“허... 후아네스의 후손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페이론은 탄식을 터트렸다.

“후아네스라는 분이 누구시죠?”

“그분을 모른다니 자네 대체 귀족이 맞는 건가?”

페이론이 성난 듯 따지자 칼리안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빤히 바라봤다.

“허... 진짜 모른다고? 그분은 위대한 기사 100선에 있는 기사이네. 400년 전에 동료들과 함께 중간계에 소환된 고위급 마족을 무찌르신 정령기사이시지. 후에 동료인 미녀 엘프와 결혼하셨는데, 많은 기사들이 인생 말년은 후아네스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페이론의 말투에서는 그가 후안의 조상인 후아네스를 얼마나 존중하는 지가 잘 드러났다.

원래 ‘위대한 기사 100선’은 오러를 익힌 기사들에게는 필독 도서다. 기사들은 그곳에 나온 기사들을 존중했고 그들을 평생의 멘토로 삼거나 개정판에 자신의 이름이 실리는 것을 목표로 검을 갈고 닦고 정의롭게 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칼리안은 오러나 기사들의 문화에 대해서는 무지했기에, 설명을 해도 후아네스라는 사람에 대한 감흥이 별로 없었다.

설명을 마친 페이론이 후안에게 안쓰럽다는 눈을 보내며 안타까워하는 사이, 칼리안은 속으로 세대 간 나이를 계산하고 있었다.

‘400년 전인데 증조할아버지라고? 하프 엘프가 수명이 길어서 그런 건가?’

“그런데... 그분의 자손들은 비록 오러는 익히지 못했으나, 인간을 초월한 정령술을 자랑하는 정령사들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네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건가?”

페이론의 질문에 후안은 쓰게 웃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아버지 대에 사기를 당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정령술도 오러도 익히실 수 없는 몸이었던지라... 오러 비전서를 모처에 숨기고, 평생 빚쟁이들을 피해다니며 사셨지요...”

“허어, 그런 기구한 삶이 있는가? 존경하는 선배 기사의 후손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안타깝고 보기가 그렇군...”

“죄송합니다. 감히 조상님의 명예에 누가 되는 삶을 살다니... 마음 같아선 자결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제 딸이 세상에 혼자 남습니다. 부디... 노예라도 좋으니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절대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딸과 함께 살 수만 있게 해주시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딸이 죽고 나면, 저를 죽이셔도 상관 없습니다. 제발...”

후안이 울먹거리며 사정해왔다.

“이번 일은 어떻게 비밀로 잘 넘어가면 안 되겠는가? 내 이렇게 사정하지. 영웅의 후손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많은 기사들이 안타까워 할 걸세. 거기다 사람도 착하고, 사정도 너무 딱하지 않은가?”

그의 조상을 알기 전까지 냉정하던 페이론도 딱하다는 표정을 하며 칼리안에게 사정했다.

하지만 칼리안은 두 사람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하던 칼리안이 냉정한 표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

“후안, 무슨 정령을 다룰 줄 아십니까?”

“저는... 중급 땅의 정령인 노옴그누와 중급 물의 정령인 라뮤레즈를 다룹니다.”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칼리안은 테이블에 놓여 있는 고문용 단검을 들고 후안을 향해 다가갔다.

“이보게 오스왈드 백작 죽이는 것은 너무...”

페이론은 칼리안을 말리려고 했다.

푹!

하지만 그의 우려와 달리, 칼리안은 뒤로 돌아가 그를 묶고 있던 밧줄을 잘랐다.

손에 자유를 찾은 후안은 저린 팔을 주무르며 놀란 표정으로 칼리안을 바라봤다.

“후안, 오늘부터 나랑 일합시다.”

“네?”

“따님 고치는 데 필요하다는 돈 제가 드리겠습니다. 대신 평생 제 밑에서 일하십시오.”

“저, 저를 용서해주시는 겁니까?”

“아니요. 용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월급은 많이 안 드릴 겁니다.”

“아, 아니요. 월급을 바라다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노예가 되어도 할 말이 없는데요. 제 딸을 고치고, 살아날 수만 있으면... 뭐든지 시켜주십시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그를 고용하는 이유는 ‘엘프의 가호’, ‘운디네의 눈물’ 같은 고가의 소모성 아티팩트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후추도 키울 거고, 카카오나 커피 등 각종 작물을 키울 생각인데 칼리안은 농사에는 문외한이었다.

딱 좋을 때 자발적으로 농사전문가가 와주었다.

‘정말, 신이 있는 건가?’

칼리안은 없던 신앙심이 무럭무럭 올라옴을 느꼈다.

“그럼, 빨리 가서 따님을 만나고 신전으로 가볼까요?”


작가의말

왠지 후안... 역사서에 최초의 바리스타로 기록될 것 같은 이름인데...

기분 탓이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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