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되어보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까막선생
작품등록일 :
2018.08.16 20:50
최근연재일 :
2018.09.26 2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72,315
추천수 :
21,798
글자수 :
190,439

작성
18.08.16 21:06
조회
47,178
추천
752
글자
11쪽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

DUMMY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서.



상급 저승사자 둘은 염라국 지옥도의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한 금지된 공간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섬뜩하리만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숲이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

“대왕님의 명이니 어쩌겠나.”


5천 년 지옥도를 관리했지만, 이곳은 그들도 오기 꺼려하는 곳이었다.

입구부터 느껴지는 사기가 너무도 짙어 숨만 쉬어도 수명을 깎아먹는 느낌이었다.

이곳은 1년 동안 시련의 시험이 시행된 장소.

시험이 시작되고 1년이 지난 오늘 폐쇄된 숲이 공개됐다.

“도대체 대왕께서는 무슨 생각이신 걸까?”

“그 미친놈의 영혼을 반드시 소멸시키겠다는 의지시겠지.”

“설마 이번에도 살아 있는 건 아니겠지?”

저승사자가 하나의 인물을 떠올리며 발길을 멈췄다.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안면 곳곳에 주름이 잡힌다.

“불가능하지. 이 숲을 새롭게 탄생시키느라 지옥의 사자들과 파수꾼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알잖아. 10년을 설계했어.”

“하긴, 염라께서도 장담했으니 시체만 찾자고. 어쩌다 그런 놈이 태어났는지. 쯧쯧!”

죽음의 숲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1년간 생존하게 되면 염라의 직권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반대로 실패하면 영혼은 영원히 소멸된다.

이 시험을 시행한 후 수만 년이 지났지만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단 한 사람.

현재 저 숲에 백골상태이거나 먼지가 되어 있을 인간 하나를 제외하고는.

죽음의 숲은 이론적으로 생명체가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공간이다.

인간들 중 현생에서 일명 끝 발을 날렸다던 최강자, 절대고수, 마스터, 대마도사라 불리던 인간들도 1년 중 한 달을 버티는 것이 한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숲은 계속 다듬어지고 있었다.

인간 하나가 벌써 3번이나 환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의 시체를 저승사자들은 찾으러 왔다.

이번만큼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염라의 의지에 난이도가 대폭 상향된 상황.

지옥 관리자들도 숲의 위력을 알기에 이구동성으로 살아남을 생명체는 전 우주를 통틀어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다 왔군.”

저승사자들은 숲의 초입에 들어섰다.

검게 변해버린 푸석푸석한 흙을 밟고 있자니 저승사자인 그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극독이 서린 흙은 살과 뼈를 녹여버린다.

공기는 어떠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폐는 돌처럼 굳어버리고, 신체 내부의 기운을 갉아 먹는다.

숲의 중심부로 들어갈수록 그런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두 저승사자는 영체로 몸을 변환시켰다.

영체의 상태가 아니라면 아무리 그들이라고 해도 숲에 들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가지.”

“설마 놈이 우릴 공격하진 않겠지?”

“그런 보고는 없었네.”

이곳에 사는 포식자는 생명체라면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고 잡아 먹어버리는 괴물 중에 괴물.

숲의 중심으로 이동하던 저승사자들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시체와 떠도는 영혼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

헌데 아무리 찾아봐도 인간의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험이 치러지는 1년간 숲은 완벽하게 봉쇄되기 때문에 절대 밖으로 벗어나지 못한다.

즉, 이 숲 어딘가에 존재할 터인데.

숲을 떠돌며 탐색하던 저승사자 하나가 외쳤다.

“이봐! 저기!”

“저건 뭐지?”

지름 2미터 정도 되는 둥근 구체가 숲 한중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숲을 설계할 당시 없던 것이라 저승사자들은 그것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코코넛처럼 딱딱한 껍질로 구성된 구체.

그 속에서 미약하게나마 생명력이 느껴진다.

인간의 것이었다.


--


염라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인간을 보고 있자니 절로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수만 년의 세월동안 지옥을 관장해왔지만 이런 전례는 없었다.

스스로 시련을 선택했고, 그 시험을 네 번이나 통과했다.

규율에 의해 환생을 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번데기처럼 딱딱한 껍질을 외부에 두르고 1년간 수면을 취했다 이거군?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

누구도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존재,

염라.

그가 질문하는 와중에도 남자는 꼿꼿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만극각피면술.

체내에 최소한의 생명수단만 남겨두고 모든 생체기운을 뽑아내 단백질화한다. 그것을 주위의 물질들과 융합하여 어떠한 환경과 자극에도 견딜 수 있는 껍질을 생성해 신체에 두르는 기술.

삶과 죽음에 초연해진 생사경의 경지에 올라서야 펼칠 수 있었던 오의였다.

“당신에게 설명해 주면 알아듣습니까? 환생이나 시켜주시죠.”

묵직하면서도 덤덤한 말투.

염라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어댔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 환생은 진행될 것이야. 헌데··· 이번에도 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어찌할 생각이냐?”

“벌써 4번째. 내 의지와 염원이 하늘에 닿았다면 그분도 헤아려 주실 겁니다.”

염라의 얼굴엔 호승심이 가득하다.

그도 남자의 인생을 지켜보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다.

“그대도 알겠지만 이번 생은 팔십 년의 세월을 넘겨야 다음 생을 넘볼 수라도 있다. 도중에 명이 다한다면 소멸인 건 알고 있겠지?”

남자는 대답 대신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자신 있는 표정이다.

“하긴 기록을 보니 아주 대륙 하나를 통째로 쥐락펴락했던 자가 단명하면 말이 안 되겠지. 혹시 내게 하고 싶은 말이나 부탁하고 싶은 것이라도 있느냐?”

“당신이 나한테 해 줄 것이 없다는 거 압니다. 어차피 소원은 하나잖습니까.”

“쯧. 너무 똑똑해도 재미없다니까. 그래. 하나다. 선택해. 최초 삶을 살았던 지구로 보내줄까? 아니면 지금의 기억을 보존하고 싶으냐?”

원하는 장소에서 환생을 하게 되면 기억을 모두 잃게 된다.

반대로 기억을 보존하면 어느 세계에서 환생하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영혼을 담보로 네 번이나 시련의 시험을 선택한 이유도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지구에서 태어나기 위함이다.

헌데 지난 세 번 모두 실패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세 번 모두 강호 무림 중원이란 곳에서 삶을 보냈다.

남자는 반드시 지구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가족 때문에.

그들이 준 사랑과 진심어린 마음과 믿음, 깊은 애정과 사랑, 그곳에서 누린 평화와 평온함은 세상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이었다.

기억에서 그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영혼이 소멸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죽여야 할 놈이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만들고, 단란했던 가족들의 삶을 망가트린 그 놈에게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복수하리라.

천추의 한이 되어 가슴에 사무친 그때 일을 매일 수백 번씩 되뇌며 이를 갈았다.

“기억을 가져가겠습니다.”

“하하하. 그럴 줄 알았지.”

염라는 잠시 남자를 빤히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근데 너도 누구보다 많은 세월을 살아봐서 알겠지만 그 복수란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너라서 이 몸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말해 주는 거야.”

“쓰레기는 즉각 폐기해야 냄새가 나지 않는 법이죠."

"정녕 마음을 고칠 생각이 없는 것이냐?"

"저와 가족을 불행하게 만든 새끼와 그 놈의 후손들이 떵떵거리고 사는 꼴 저는 눈 뜨고 못 봅니다. 제 몸을 더럽히는 경우가 있더라도 제 의지는 변함없을 겁니다.”

“그 마음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곳 염라국은 한 인생에서 벌어졌던 모든 행위에 대한 결과를 판결하는 곳이다.”

“인과응보. 잘 알고 있습니다.”

“고집하고는. 알았다. 네 판단이 곧 진리라 여기겠지. 환생 건은 바로 처리해주겠다.”

염라의 말에 남자가 준비가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참! 한 가지 더 말해 줄 게 있다.”

“?”

“제발 좀 곱게 늙어 죽어.”

남자는 고개를 갸웃댔다.

“제 삶에 문제가 없었던 걸로 압니다.”

“문제야 없지. 헌데 네놈이 왜 지옥으로 배정되는지 되짚어봐. 네 죄목들은 지옥의 형벌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것에 해당한다.”

말을 멈추고 손가락 하나를 탁자에 톡톡 두드리던 염라는 깊은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이번이 마지막 환생이 될 테니 다음은 기약하지 않는 게 좋아. 지옥은 이제··· 다시는 못 갈 거야.”

염라는 판결을 앞두고 지옥의 절대 법칙 중 환생의 한계에 대해 떠올렸다.

인간은 선악의 행위에 따라 받는 고락의 과보에 의해 환생되는 자들은 정해진다.

염라국에서 만든 규율만으로 인간을 환생시키는 것에는 큰 제약이 따르기 마련.

적어도 지옥에서는 4번이 한계였다.

남자는 꽤 놀란 눈치였다.

“왜 입니까?”

염라가 검지로 위쪽을 가리켰다.

“그 분의 뜻이야. 우주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는 한계가 있는 법이거든.”

“그럼 이번 생에 제가 죽게 되면?”

“너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 장담할 수 없다. 운명에 맡겨야겠지.”

염라가 언질하지 않았지만 이젠 영원히 소멸된다고 보면 된다. 그에게 주어진 진짜 마지막 삶이 되는 것이다.

남자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갔다.

그 눈빛은 염라마저 온 몸이 서늘해질 정도의 기세가 느껴졌다.

인간의 한계를 오래전에 탈피한 존재라는 것을 몸소 느끼는 순간이다.

“재미있군요.”

남자는 곧 표정을 지우곤 피식 웃어보였다.

그게 더 소름끼쳤다.

염라는 애써 표정을 감추며 남자 뒤로 일렁거리는 공간을 생성했다.

“환생문이다. 꼴도 보기 싫으니 어서 가거라.”

남자는 뒤돌아 걸었다. 그러다가 환생문 앞에서 멈추더니 고개를 반쯤 돌려 물었다.

“혹시······. 착하게 살면 천국에 갈 수 있습니까?”

혹시 이번에도 일이 잘못 되면 어떻게든 다시 환생을 노려봐야 하는 입장이다.

지옥에서 치러지는 시련의 시험을 볼 수 없다면 선택지는 하나.

천국밖에 없다.

그의 질문에 염라는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억눌렀다.

다시 한 번 표정관리를 한 염라가 진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이지.”

“그럼 됐습니다.”

남자가 환생문으로 들어가 완전히 사라졌다.

남자가 사라진 곳을 가만히 주시하던 염라가 어이없어 하며 입을 열었다.

“헌데 네놈의 천부적, 태생적인 성정으로는 불가능하지. 악인은 악인으로 살아야 한다. 네놈에게 낀 살(煞)은 결코 평범하게 살 수 없는 것이다. 인간에겐 최소한의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이 있거든. 천국? 하하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저승에서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하게 됐습니다. +14 18.10.02 4,571 0 -
공지 수정 공지.(34화, 35화.) +12 18.09.21 9,965 0 -
39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9 +27 18.09.26 9,834 280 13쪽
38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8 +14 18.09.25 9,565 289 12쪽
37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7 +16 18.09.24 10,617 294 12쪽
36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6 +14 18.09.23 11,575 314 12쪽
35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5(수정) +12 18.09.22 12,352 305 12쪽
34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4 (수정) +40 18.09.21 13,785 315 12쪽
33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3 +16 18.09.18 18,284 462 11쪽
32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2 +43 18.09.17 17,750 486 12쪽
31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1 +20 18.09.16 18,750 510 11쪽
30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0 +24 18.09.15 19,707 545 11쪽
29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9 +25 18.09.14 20,742 534 12쪽
28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8 +22 18.09.12 21,718 600 11쪽
27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7 +16 18.09.11 21,705 551 12쪽
26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6 +22 18.09.10 22,223 562 11쪽
25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5 +30 18.09.09 22,746 605 11쪽
24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4 +23 18.09.08 22,809 586 10쪽
23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3 +25 18.09.07 24,189 605 11쪽
22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2 +25 18.09.06 24,856 572 10쪽
21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1 +14 18.09.05 24,621 598 10쪽
20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0 +24 18.09.04 25,181 618 10쪽
19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9 +33 18.09.03 25,600 660 9쪽
18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8 +17 18.09.02 26,136 632 11쪽
17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7 +16 18.09.01 26,861 579 11쪽
16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6 +26 18.08.31 27,424 601 10쪽
15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5 +18 18.08.30 27,855 638 11쪽
14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4 +19 18.08.29 28,052 606 9쪽
13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3 +19 18.08.28 28,475 618 10쪽
12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2 +23 18.08.27 28,942 590 11쪽
11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1 +19 18.08.26 29,422 649 11쪽
10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0 +12 18.08.25 29,823 614 10쪽
9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9 +14 18.08.24 30,472 594 10쪽
8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8 +15 18.08.23 31,216 618 10쪽
7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7 +21 18.08.22 31,806 644 11쪽
6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6 +22 18.08.21 32,576 633 13쪽
5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5 +27 18.08.20 33,899 683 10쪽
4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4 +19 18.08.19 34,886 682 11쪽
3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 +42 18.08.18 37,836 678 11쪽
2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 +39 18.08.17 40,490 696 10쪽
»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 +34 18.08.16 47,179 75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