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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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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작품등록일 :
2018.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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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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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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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5

DUMMY

용병들은 대개 가족을 두지 않는 편이다.

대륙을 떠돌아다니는 일이 많고, 언제 목숨을 내놓아야 할지 모르는 위험한 직업군이다.

가족들에게 걱정만 끼치고, 서로 얼굴 마주 볼 일도 없을뿐더러, 일을 함에도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

혼인이라도 하게 되면 은퇴하고 한곳에 정착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용병은 은퇴시기가 빨라진다.

나이가 들면 기력이 빠르게 쇠퇴하기 때문이다.


아론을 데려간 사냥꾼이 바로 은퇴한 용병 중 한 명이었다.

“내 이름은 던버다. 아론이라고 했지?”

“네.”

던버는 제과점을 들러 구입한 빵을 봉지에서 꺼내 아론에게 건넸다. 아직 식지 않아 따끈한 빵에서 올라오는 버터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내가 두려우냐? 무서우냐?”

“전혀요.”

“그럴 리가. 괜찮다. 내 앞에선 솔직해져도 된다.”

"그러죠.”

다섯 살답지 않은 또랑또랑한 발음과 목소리.

던버는 상관없다는 듯 솥뚜껑만한 손으로 아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행이군.”

아론은 무표정한 던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권위주의에 찌든 자들, 탐욕자, 살인을 밥 먹듯 하는 악인들, 배신자, 암살자, 사기꾼을 비롯해 내면을 숨기고 침입한 첩자들까지 아론은 무수히 많은 인간들을 상대해 왔었다.

한 사람의 성격과 인생이 관상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얼굴의 주름 하나, 근육의 떨림 하나로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그런 것들을 모두 숨길 능력이 있는 자들도 있다.

늙어 주름이 생기고, 우락부락한데다가 험상궂은 인상까지 소유한 늙은 사냥꾼은 접근하기 힘든 화풍이지만 관상은 평범한 소시민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생활고에 찌들려 근심 많고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런 백성들의 얼굴.


“넌 오늘부터 내 아들이다.”

그가 한참 후에 뗀 말은 그것이었다.

아론은 나쁘지 않았는지 쉽게 수긍했다.

노예가 되거나 적어도 어딘가에 얽매여 노동을 착취당하는 경우보다는 훨씬 낫다.

아버지 치고는 많이 늙긴 했지만.

“그렇군요.”

“시간이 필요하겠지?”

“아뇨.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버지.”

다섯 살 나이로 혼자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괜한 고생과 고달픔에 시달리는 것은 사양이다.

아버지라 부르는 것 정도의 연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유년기 시절만 무난하게만 보살펴 준다면야 아론은 더 바랄 것도 없었다.


전생에서는 개방의 거지로, 마교의 암살자로 길러지며 수백 번 죽음의 위기를 물리치고 거친 사내들 밑에서 뒹굴었으니 이번이 가장 형편이 나았다.

어차피 던버도 아론이 필요했고, 아론도 던버가 필요한 상황.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니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허허. 이 녀석 봐라? 어디 가서 굶어죽지는 않겠어. 식겠다. 얼른 먹어라.”

아론은 손에 든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왜 큰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자신을 데려왔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았지만, 묻지 않았다.

이유야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괜히 나이 이상의 행동과 간섭, 그리고 갑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되면 끝이 안 좋은 법이니까.

“난 말야. 어려서부터 기사가 되고 싶었다. 나 같은 놈이 신분 상승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서임을 받는 것이지. 전쟁에서 전공을 쌓아도 되지만 그래도 기사가 폼 나잖아. 안 그래?”

“기사라는 것이 되기 힘든 가 보네요?”

“아! 기사가 어떤 분들인지 모르는 모양이구나. 기사는 매우 강하다. 오우거의 대가리도 한 방에 날려버릴 만큼. 기사는 마나를 다룰 알아야 하는데 그 마나를 다룬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마나요? 마나라는 것을 다루면 기사가 될 수 있나요?”

“허허허. 그럼. 될 수 있지. 마나는 신의 숨결이라 불리는 초자연적인 힘이란다. 마나를 다루는 기사가 휘두르는 검은 베지 못하는 것이 없지.”

검강이나 검기를 이용한 검술이 아닌가 싶었다.

던버는 분명 기(氣)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다섯 살의 상식선상에서 질문을 하는 것도 곤욕이다.

“그 마나라는 것을 혹시 몸속에 쌓아두고 그러나요?”

“그렇지. 마법사의 마법도, 기사의 오러도 모두 마나홀에 모아둔 마나를 이용해 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단다. 너도 관심이 많은 모양이네?”

아론은 확신했다.

축기하고 단전의 내공을 운용하는 그런 일련의 과정이 중원과 같다는 것을.

“관심보다는... 아직 모르는 게 많습니다.”

방금 던버가 언급했던 마법이라는 것도 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잘 됐다.

이곳이 중원과 비슷한 힘을 이용해 강해지는 곳이라면 훨씬 수월하게 일생을 보낼 수 있을 테니.

이곳 강자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190년간 중원에서 이뤄낸 것들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닐 것이다.

이번 삶의 선택지는 두 가지.

전생에 이루지 못한 신화경의 경지에 이르러 우화등선을 할 것이냐, 아니면 염라에게 말했던 것처럼 선을 행하여 천국으로 갈 것이냐.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그 선택은 미루기로 했다.

지금은 당장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몸을 성장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아론은 빵을 먹다말고 기억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 잡은 단어.

기사.

너무 오래전 일이라 이젠 가물가물해진 대한민국에서의 첫 번째 삶.

그곳에서 영화나 게임, 각종 미디어에서 중세시대 기사에 관한 것들을 많이 접해 본 것 같다.

한국에서 느낀 기사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신분상승에 가장 빠른 길이라고도 했겠다?’

어차피 힘을 보유하면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 권력이고 신분상승이다.

힘 앞에 불가능이란 없으니까.

“아론. 근데 너 다섯 살 맞아?”

“당연히 맞습니다.”

“아드레안 왕국 출신도 맞고?”

“그렇습니다.”

거래를 한 씨스룬의 노예상은 최소한 고객을 속이지 않는 곳이다.

또 그만한 대가를 지불했으니 신분은 확실했다.

“아드레안 왕국민 중에 검은색 머리카락은 정말 구경하기 어려운데 신기하구먼. 그만큼 넌 특별하다는 거겠지. 어찌됐든 너와 난 운명적으로 인연을 맺었으니 신의 가호가 함께 할 것이다. 이런 이러다 늦겠다. 일어나자.”

--

던버는 해안을 따라 꾸준히 이동했다.

씨스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해안절벽이 아름답게 펼쳐진 곳이 있었다.

거대하고 높은 절벽 밑으로 파도가 부서져 하얀 포말을 쉼 없이 뿜어댔다.

그 절벽 위에 통나무 집 하나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멀리 바다의 수평선이 보이고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엇다.

한 폭의 그림이 이러지 아니할까.

“여기가 이제부터 너의 보금자리다.”

해안 절벽 위에서 육지 쪽으로 바라보니 멀리 작은 마을 하나가 보였다.

수련이 목적이면 모르겠는데 나이도 있는 던버가 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이런 외딴 곳에 집을 짓고 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론은 자신이 살 곳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집 주위엔 울타리가 쳐져 있고, 아담한 마당이 보인다.

닭 몇 마리와 염소도 키우고 있었고, 벽면에는 사냥한 것으로 보이는 야생동물들의 가죽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집안은 꼭 필요한 물품과 가재도구만 구비되어 있었고, 상당히 깔끔한 편이었다.

‘역시 혼자 사는 군.’

던버 이외의 사람이 산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주 정상적인 삶을 사는 평범한 은퇴 용병.

아론은 속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이번 삶은 어쩌면 중원과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던버는 늦은 점심을 준비하며 말했다.

“오늘은 피곤할 테니 푹 쉬어라. 내일부터 할 일이 많다.”

“네.”

내일부터 무슨 일을 시킬까? 궁금해진다.

아론을 노예상에게서 데려올 때 지급했던 돈이면 버젓한 장사도 할 수 있는 밑천이고 노후도 편히 보낼 수 있을 금액은 되었다.

그리 큰돈을 투자하면서까지 아론을 데려온 이유가 궁금했다.

그 이유는 다음날 풀렸다.

--

오랜만에 편안한 잠자리를 가진 아론은 우악스런 손으로 몸을 흔들어재끼는 던버로 인해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했다.

던버는 커다란 양손 도끼와 활과 화살, 그리고 간단한 먹을거리를 담은 흰 천을 몸에 둘렀다.

“오늘부터 날 따라다녀야 한다. 사냥기술을 가르쳐 주마.”

다섯 살짜리를 데리고 사냥을 간다고?

던버는 집을 나서며 말했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네가 대신 이룰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난 그저······. 아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을 뿐이야.”

던버는 대륙을 가로지르는 알톤 산맥의 끝자락으로 향하며 그렇게 속마음을 내비쳤다.

기사가 되지 못한 자신 대신 자식이 꿈을 이뤄졌으면 하는 그런 부모의 심정으로 아론을 데려온 것이다. 던버는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양아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아론은 느낄 수 있었다.

“난 아드레안 왕국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십이 년을 살았다. 내 아들도 아드레안 왕국 출신이었으면 했지. 다시 말하지만 이 아비의 꿈을 좇으라고 강요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내 아들이 된 이상 밥벌이 정도는 혼자하고, 스스로를 지킬 힘 정도는 가져야 한다.”

“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너의 재능이 무엇인지 깨우쳐주고 싶구나.”

“네. 아버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들이 되겠습니다.”

“하하하. 내가 말년에 복이 덩어리 채 굴러들어온 모양이구나. 어찌 이리 대답이 야무지단 말이냐!”


던버와의 첫 사냥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던버를 따라 산행을 하는 것 자체가 운동이 되고, 그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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