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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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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작품등록일 :
2018.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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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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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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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되어보렵니다. #9

DUMMY

분위기가 사뭇 심각해졌다.

아카데미 내부에서 학도들이 저지르는 내부의 작은 사건사고는 많았지만 외부세력에 침입을 받아본 전례가 없었다.

아카데미를 공격한다는 것은 곧 왕실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골똘히 문제를 고심하던 플로닌이 입을 열었다.

“설마 암살자가 신입생으로 위장했을 리는 없겠고··· 아카데미 하청직원들을 의심해봐야겠군요. 이번에 서쪽 연못 쪽 조경공사로 외부 인부들이 드나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음. 그쪽은 확실히 확인해봐야겠군.”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는지 교장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플로닌은 의자에서 자세를 바로잡고 말했다.

“걱정 하실 것 없지 않습니까? 아카데미만큼 보안이 잘 된 곳도 드뭅니다.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자는 출입조차 할 수 없고, 웬만한 가문의 자제들은 호위 기사가 항시 따라붙습니다. 거기다가 교관들과 경비 병력의 수준도 높으니 상대가 누구라도 아카데미 안에서는 암살이나 기습은 힘듭니다.”

플로닌의 말은 틀리지 않았으나, 상대가 그것을 모르고 덤빌 리 없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알버트 수석교관이 말했다.

“확실히 A구역은 그렇지만, B구역의 사정은 열악합니다. 호위기사는커녕 경비 병력 수가 A구역의 반에 반절 밖에 되지 않습니다. 거기다 교관들의 실력도 차이가 심합니다.”

플로닌이 그리 주장하는 알버트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알버트. 자네가 만약 암살자라면 어딜 건들겠나? 특히 적국에 앙심을 품은 자라면?”

당연히 왕국에서 입지가 탄탄하고 영향력이 많은 인물이 암살 목록 가장 윗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즉, 대상은 귀족들.

알버트는 B 구역의 열악한 환경과 위험에 노출된 평민출신 학생의 처지를 말했지만, 그들을 걱정하는 이는 없는 듯했다.

그것은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신분이 힘이고, 가진 자가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알버트는 플로닌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야 A구역 학생들을 노릴 가능성이 많긴 합니다.”

“그런데?”

“왕실에서 온 첩보가 사실이라면 암살자는 B구역으로 숨어들 겁니다. 상대적으로 허술한 보안상태와 평민들이 교육받는 곳이라 관심도가 덜하니 은신하기 좋을 겁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야. B 구역은 이번 년도 신입생만 오백을 넘었다지? 그렇게 아무나 받아주니 적들도 그 틈을 파고 든 것이라 생각하네만.”

두 수석은 대립각을 세우는 듯 서로 어르릉 댔다.

“두 사람 아직도 그러나? 그만 두게.”

호드 교장이 두 수석을 말리며 옆에 앉아 있는 행정처장 그룬에게 물었다.

“그룬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그룬은 아카데미의 행정 전반을 결정하고 책임지고 있는 자이다. 아카데미 이미지를 가장 우선시해야하는 위치인 만큼 이 문제 또한 소홀히 대할 생각이 없었다.

“사고가 나기 전에 미리 방지해야 하겠지요. 아카데미의 안전이 허술하다는 소문이 돌면 백년을 쌓아온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입니다. 그리되면 귀족들로부터 들어오는 후원금부터 끊길 테고, 재학 중인 학생들 대부분이 그만둘 것이라 예상됩니다. 특히 재학생들에 대한 안전은 최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감당은 여기 계신 분들이 가장 먼저 짊어져야 할 테니까요. 일단, 왕성에 기별을 넣고 영주님께 도움을 청해 보안병력을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호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두 수석에게 말했다.

“두 분은 범인 색출에 힘써주시고, 학생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주십시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두 수석교관이 나가자 호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뒷짐을 진 그의 얼굴은 너무도 담담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가 없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그룬 행정처장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호드 교장께서는 아드레안 왕국의 ‘블래그’라는 조직을 알고 계십니까?”


어둠속에 존재를 숨기고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암흑조직.

귀족들은 체면을 중시한다.

어떤 경우라도 자신과 가문은 정의롭고 청명해야하는 고귀한 존재라 여긴다. 그런 귀족가문의 경우 손을 더럽힐 일이 있으면 비밀 양성한 어둠의 조직을 이용한다.

그 규모가 크건, 작건 힘과 권력이 있는 가문이라면 외부에 알리지 않고, 오로지 그림자가 되어 주는 그들을 육성하여 곁에 두었다.

하물며 작은 가문에서조차 그러한데 한 왕국이 암살단이나 어둠의 조직을 두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전쟁에서 패한 아드레안 왕국의 블래그도 그 중 하나였다.

손속이 잔인하고, 국왕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며, 그 실력 또한 암살조직 중에서는 최고 중 하나라 알려져 있었다.

그런 그들이 아드레안 왕국이 무너지며 대륙 곳곳으로 산재하였다.

국왕과 왕국에 대한 충성심으로 길러진 그들이 복수의 칼날을 갈며 움직이고 있었다.


“잘 알고 있죠. 전쟁이라는 것이 이래서 무섭습니다. 단순히 전쟁에서 이겼다고 승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압도적인 힘으로 눌러버리지 못하면 아니한 만 못한 것이 전쟁입니다. 눌러버리지 못한 상대는 언젠가 다시 고개를 들고 목덜미를 물려고 하겠지요.”

“그래서 말인데, 상대가 블래그라면 교장께서도 조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의 활동이 조금씩 보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아카데미를 건드리면 어찌되는지 모두의 앞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창밖 연무장을 바라보던 호드 교장의 눈가가 날카로워졌다.


---


“아론 학생! 나와서 오늘 배운 동작 시현해 보세요.”

에슐리는 그가 중간실기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이유로 아이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게 했다.

아론은 마지못해 앞으로 걸어 나갔다.

1학년 기초 검술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강호에서 삼재라 불리는 자연의 이치, 즉 천지인이라 일컫는 삼재검법과 비슷한 것이었다.

기본 중의 기본이며, 모든 검술의 바탕이 되는 세로 베기, 가로 베기, 그리고 찌르기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깊게 들어가면 그 심오함이 어떤 검술보다도 깊고 난해하지만, 기본 중에 기본이라 삼류무사나 쓰는 무공이라 인식되곤 했다. 하지만 기본이 되지 않다면 어떠한 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왜 모를까.

아론은 중원에서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손에서 검을 놓은 적이 없었다.

마신멸검을 대성했을 때 펼쳤던 것이 바로 삼재검법에 해당하는 찌르기와 베기였으니 기본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론이 아이들과 교관이 보는 앞에서 마신멸검의 진수를 보여 줄 리 없었다.

에슐리가 가르친 그대로, 한 치의 보탬과 뺌 없이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그 교과서적인 모습에 에슐리는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아이들은 흔들림 없는 검로를 보며 아론에게 박수를 쳐주기까지 했다.


수업이 파하고 아론과 아이들은 식당으로 향했다.

아카데미 수업료만큼이나 식단은 풍요로워 신체를 성장시키는데 이곳보다 좋은 환경은 없었다.

아론은 식당으로 들어가며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경비가 늘었고, 식자재를 보관하는 창고와 조리실 쪽의 검문이 강화된 것이다.

별거 아니거니 했는데, 식사를 하던 중 조리실 쪽으로 열심히 식자재 상자를 나르는 남자 하나가 아론의 눈에 포착되었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아론의 눈은 절대 속이지 못한다.

남자가 감추고 있는 기도가 상당히 깊고, 예리하다.

일류에 다다른 경지에 있다.

그런 사람이 식당에 식자재를 나르는 일을 한다는 것이 상식 밖이었다.

관여하기 싫은 아론은 애써 무시하며 식사에 열중했다.


‘음?’


그런데 오늘따라 각종 채소가 섞인 샐러드의 맛이 미묘하게 달랐다.

아론은 미각이 뛰어나진 않았다.

다만 독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식견이 넓었다.

독만큼은 그 맛을 느낄 수 있고, 만약 몸속에 침투를 했다면 기의 흐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론은 식기류를 조용히 식탁에 놓고 운기를 했다.

단전의 내공이 무섭도록 빠르게 임맥과 독맥을 순환하더니 순식간에 전신의 경맥과 세맥 곳곳을 휘몰아쳤다.

천하만수편심법은 체내의 노폐물과 독성을 걸러주니 과연 아론이 검지 하나를 펼치자 밀려난 적독이 손가락 끝에 아주 미세한 방울이 되어 맺혔다.

체내로 흡수되면 빠져나가지 못하고 아주 조금씩 쌓이게 되는 적독(積毒)


‘누가 사람이 먹는 것에 장난을 친단 말인가.’


적독은 중독이 되어도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어느 정도 체내에 쌓이게 되면 그때부터 적독의 무서운 효과가 발휘되는 종류라 할 수 있다.

독의 성분과 출처에 따라 그 위험성도 나뉘는데 적독의 대표적인 현상은 모든 혈도를 강제로 막아 기의 운용을 할 수 없게 만들거나, 혈도를 녹여 더 이상 무인으로서의 길을 걷지 못하게 만든다.

두 현상 모두 기존에 가진 힘을 잃게 되어 폐인이 되거나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무취, 무색이라 많은 시일이 지나서 발견될 확률이 컸다.

아론은 아카데미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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