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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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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작품등록일 :
2018.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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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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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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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1

DUMMY


넓고 끝이 뾰족한 8개의 잎사귀를 찧어 물과 함께 마시면 변비에 좋다는 흔해 빠진 ‘헤쿨라’ 식물의 줄기와 잎.

중원의 사강초와 그 효능이 비슷했는데, 이 잎사귀의 성분이 적독과 만나면 즉각 반응을 일으킨다.


“음식에 누가 장난을 치고 있더군요.”

“무슨 장난? 그리고 이건 뭐니?”

“헤쿨라라는 식물의 줄기와 잎입니다. 잎이 독과 만나면 짙은 갈색 빛을 띠게 됩니다. 물론 특정한 독에만 반응합니다.”

“독? 말도 안 돼.”


기사도 정신, 숭고한 정의감.

이 시대는 정식으로 서로 검을 맞대고 싸우지 않는 이상 정당한 힘이라 여기지 않는다. 독살은 정말 치졸하고, 얍삽한 살수라 여기고 법으로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실제 전쟁사를 봐도 무식하리만치 정면 대결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론은 암살이 판을 치는 곳에서 와서인지 처음엔 이해 못했지만, 이곳에서 형성된 문화인 것을 알았고, 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면도 있었다.


“말이 되던 안 되던 교관님 생각이시고 오늘 저녁에 나오는 음식에 한 번 시험해보시죠. 도서관 3층 생물학 네 번째 열 E-38490 책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전 분명 알려드렸습니다. 그럼.”

아론은 그렇게 교무실을 나갔다.

--


교장 호드는 알버트 수석의 연락을 받고 급히 B 구역 식당으로 향했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곳은 B구역 천 팔백여 명이 넘는 전교생과 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곳이었다.

경비들이 살벌하게 조리실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호드는 교감과 더불어 행정관들을 대동하고 조리실로 진입했다.

심각하게 식탁에 놓인 메뉴를 바라보고 있는 알버트 수석과 십여 명의 교관들의 모습이 보였다.

호드 교장의 등장에 교관들이 일제히 예를 갖추었다.


“알버트 수석. 무슨 일인가?”

“보십시오. 오늘 저녁에 나온 메뉴입니다.”

싱싱해 보이는 야채와 채소, 과일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일부 메뉴는 자신도 저녁 때 먹은 것들이었다.

별 다른 건보이지 않았지만 그 옆으로 검갈색으로 변한 식물이 보인다.

알버트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헤쿨라 식물이 음식과 닿자 몇몇 메뉴에서 이렇게 반응이 나왔습니다. 알아본 결과 헤쿨라 식물의 잎은 ‘이블즈 새끼독거미’의 독샘에서 추출한 독에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독이었다.

이블즈라는 절지류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고, 또 헤쿨라 식물로 독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것도 생소한 일이다.

보통 독에 중독이 되면 신관이나 마법사의 치료에 의지할 뿐, 독을 판별하고 해독하는 방법에 대한 학문은 크게 발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무엇보다 독이라니.

이런 해괴망측한 방법으로 아카데미를 공격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상식을 뒤엎는 일이었다.

“자세히 설명해보게.”

“이블즈 새끼독거미의 독은 인체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마나홀이 망가지고, 인간의 정신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학계보고가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사실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누군가가 아카데미생들을 음해하기 위해 독을 음식에 주입한 사실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마나홀이 망가진다는 것은 검사로서의 생명이 끝이라는 의미다.

아카데미에는 미래를 책임질 촉망받는 귀족들의 자제들이 한 곳에 모인 곳이다. 그런 그들의 신변에 이상이라도 생긴다면 그야 말로 역사이례 최악의 사고로 기록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 음해를 넘어 라오니 왕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

사안의 중대함에 호드 교장은 잠시 고민했다.

즉각 아카데미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왕실의 도움을 받아야하지만, 그리 되면 범인색출이 힘들어진다. 독살 의도가 밝혀졌다는 것이 알려지면 상대는 슬그머니 발을 빼고 종적을 감출 것이 뻔하다.

“모두 회의실로 모여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


조리실에 모인 간부들과 교관들을 비롯해 오늘 일을 알고 있는 자들에게 함구령이 내려졌다.

아카데미측은 왕실에 비밀서한을 보내 왕실마법사와 대신관의 도움을 요청하였고, 수석교관 알버트와 프로닌에게 추적 팀 구성해 비밀리 조사에 착수하게 했다.

기한은 이틀.

이미 아카데미의 식당을 이용한 자들은 모두 독을 흡입한 상태고, 식당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었기에 시간을 길게 끌 여유가 되지 않았다.

식자재를 지금에 와서 꼼꼼하게 검수하게 되면 이것 또한 적들에게 알리는 꼴.

이틀 안에 적을 색출하지 못하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아카데미를 봉쇄할 생각이었다.

교장은 이미 체내로 투입된 독을 해독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담당 교관들에게 귀족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라 일렀다.


똑똑.

교장실의 문이 열리며 비서가 들어왔다.

“학생을 불러왔습니다.”

“어서 들어오라 하게.”

비서가 나가자 아론이 호드 교장에게 작게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이 사건을 최초로 제보한 이가 놀랍게도 올해 입학한 B 구역 신입생이라는 소리에 호드는 적잖게 놀랐었다.

“아론이지? 앉게나.”

아론은 담담한 얼굴로 소파에 자리했다.

밤새 한 숨도 못 잤는지 푸석해진 얼굴을 한 호드는 서류철 하나를 들고는 아론의 맞은편에 자리했다.

“자네 덕분에 큰 일이 나기 전에 사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어. 고맙네.”

“별말씀을요.”

“어떻게 음식에 독이 든 것을 알았나?”

“맛이 평소와 달랐습니다.”

“보고받기론 독이 극소량이라 발견하기 불가능하다 알고 있네. 그리고 음식의 소스와 향신료 맛에 가려졌을 터인데 그걸 느꼈단 말인가?”

“제 혀가 특출한 가 봅니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을 불신하는 자들에게는 그만한 대응을 하면 된다.

사실 호드 교장은 아론을 호출하기 전에 담당교관인 에슐리와 아론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도서관 사서 헬루아를 만나 아론의 아카데미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벌써 30년을 아카데미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학생들을 상대한 호드 교장이었다.

열 살 나이 아이들의 성격이나 수준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확실히 눈앞에 아론은 그 범위를 벗어났다.

성적도 우수하고, 아직 한 학기가 지나지 않았는데 도서관의 수만 권의 책을 대부분 독파했다는 믿지 못할 말까지 들었다.

사서 헬루아의 말을 믿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의 딸이기에.


서류철을 열어 훑어보던 호드가 말했다.

“아드레안 왕국에서 태어났군. 아버지는 전직 용병이었고, 지금은 사냥꾼으로 활동을 하고 있구먼.”

이제 와서 출생과 신분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 시간에 범인 잡을 생각이나 하지.

아론의 심기가 살짝 불편해졌다.

교장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론은 생각했다.

“문제가 됩니까?”

“아드레안 왕국의 기존 세력들은 전쟁에 패하게 되자 대륙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지. 그들은 라오니 왕국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하다네. 라오니 왕국을 위협한 존재라면 그들을 우선적으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네.”

“아드레안 왕국민 출신자 소행으로 보고 계시군요. 하지만 전 아닙니다.”

“그래. 아론군을 의심하는 게 아니야. 자네의 10년간 족적은 조사가 끝났네.”

“그럼 다행이구요. 절 부른 이유부터 말씀해주시죠.”

호드는 서류철을 멀찌감치 던지고서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혹시 해독법을 알고 있나?”

아론이 도서관에서 보여준 모습만 놓고 보면 범재를 넘어선 영재이며 천재이고 신동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모두 외우고 이해하지 않았다면 독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비가 사냥꾼이라 독에 관한 지식에 일가견이 있을 수도 있었다.

호드는 아론을 높이 평가했다.

아론의 입 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만약 호드 교장이 계속 의심하고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았다면, 어떤 도움도 주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호드 교장의 지금 태도는 자신을 인정하고, 부탁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호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독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으니 해결방법도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진 채 물어봤는데 가뭄에 단비가 내린 것처럼 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말해줄 수 있나?”

아론은 고개를 저어보이며 입을 꾹 다물었다.

호드 교장은 작게 헛기침을 하고서는 이해를 구했다.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왕국을 구하는 일이야.”

“그럼 그만한 대가를 얻어야겠죠?”

당돌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했다.

그것도 열 살 아이가 가질 수 있는 태도가 절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당한 요구이기도 했다.

“원하는 게 있나?”

“A구역에서 수업 받게 해주십시오.”

미리 생각이라도 하고 있었는지 거침없이 대답하는 아론.

뜻밖의 요구상황이라 호드는 턱을 쓰다듬으며 아론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어린아이가 응석부리는 것이 아니었다.

진심이 담긴 아론의 눈빛을 마주한 호드가 답했다.

“어렵지 않아. 하지만 그곳에서 받게 될 차별에 대해 걱정이 되는 군.”

“제가 감당할 몫입니다. 그리고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얼굴에 철면피를 입히지 않았다면 교장인 자신에게 이런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자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호드 교장은 원래 이런 성격이기거니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보게.”

“마탑에서 실제 마법사들이 배우는 마법서를 접할 기회를 주십시오. 아니면 마탑에서 정식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조치해 주십시오.”


딸이자 도서관 사서 헬루아가 B급 마법서를 구해다 주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정말 알 수 없는 아이야.’

아론은 단순 호기심이 아니라 진정으로 마법에 대해 탐구하려 하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아니면 마법서를 구할 이유가 없었다.

“마법서를 본다고 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제 개인사정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확답만 해주십시오.”

“이번 일이 잘 해결된다면 당연히 보상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학비 면제와 더불어 약간의 금전적인 보상도 있을 수 있겠지. 네가 세운 공이 크다면 국왕폐하께서 내려주는 훈장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카데미와 관련된 일이라면 내가 힘을 써보겠다만 마법은 마법사들만의 영역이 있단다. 난 그들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되고.”

아론은 호드의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왕국의 유일한 아카데미다. 그리고 주요 인물들이 이곳에서 성장한다.

아카데미의 총책임자인 교장의 위치는 대단히 중요하고, 국왕의 신임을 받지 못하면 절대 바라볼 수 없는 자리이며, 그만큼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호드는 그런 아카데미를 30년간 이끌고 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배경이 상당하리라.

“의견이 서로 엇갈리니 안타깝습니다.”

“꼭 그것이야 하느냐?”

“네.”

뭔가 목표가 뚜렷해 보였다.

금전적인 것이나 작위에 대한 욕심이라면 이해라도 하겠다만, 지식을 갈구하니 상식선상에서는 파악하기 힘든 아이였다.

“무엇 때문인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일단 강해지려고요.”

“강해져서 뭘 하려는 것이냐?”

“하늘로 가렵니다.”

“하늘? 하하하. 등에 날개라도 달지 않는 이상....”

“등에 날개가 돋을 겁니다.”

“······.”

“······.”

둘 사이에 오랜 침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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