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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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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작품등록일 :
2018.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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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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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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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되어보렵니다. #31

DUMMY

“테드라에 서식하는 몬스터가 경계초소를 넘은 적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네. 기껏해야 고블린 정도가 종종 목격되지만 놈들도 초소 너머로는 오지 않아. 자네가 본 그대로 테드라 지역은 생명체가 살아도 제약이 많이 따른다네.”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었다.


“그래서 제일 강한 몬스터는 무엇이었습니까?”

“강한 몬스터라... 예전에 한 번 실버울프 다섯 마리가 칼라발 부대를 지나 씨스루까지 내려온 적이 있었지. 덩치가 황소만한데 재빠르고 영리하기까지 하니 놈들을 제거하는데 꽤 애먹었다네. 그때가 대흉년이 났던 5년 전일 거야.”


역시 예상대로였다.

실버울프가 출현했다는 것 자체가 테드라 어딘가 비밀스런 길이나 통로가 존재한다는 뜻.

아론은 우족(羽族)에 대해서도 물었다.


“날짐승에 속하는 몬스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몬스터 중에도 아주 보기 드문 종류야. 비행 몬스터의 경우 절벽은 장애가 되지 않겠지만 그 역시 넘어온 전례가 없네."

"이상하네요. 비행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넘어 올듯 하지 않습니까?"

"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비행 몬스터는 다른 몬스터와는 다르게 인간을 경계해서 스스로 접근해 오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네. 둥지를 틀고,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먹잇감만 사냥하지. 인간이 놈들을 먼저 건드리거나 사냥구역을 지나지 않는 이상 만나기 힘들지.”

“그렇군요.”


호드 교장은 그제야 궁금한 것을 물었다.

“왜 사냥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건가?”

“사냥감을 단순히 쫓는 것은 초보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제대로 된 사냥감을 정하고 웅크리고 기회를 봐서 단 번에 제압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사냥이라 하죠. 혹시 위험할지 모르니 대비를 하십시오.”

“위험하다니 무슨 말인가? 설마 절벽을 넘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교장님께서 막으시지 않았습니까. 나중에 시간이 되면 여길 즐겁게 여행해 보는 걸로 하죠.”

즐거운 여행.

그것은 곧 유희.

교장의 귀에는 역시나 드래곤이 인간세상을 유희한다고 들리고 있었다.


--


아론이 움직인 것은 마지막 날이었다.

행정관을 찾은 아론은 책상에 가지런히 놓인 진검들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도착한 십인장은 마음에 드는 형태나 크기의 진검, 기타 무기들을 골라서 사용하면 된다.

중원의 검과 비교하면 검신이 길고 면이 넓었으며, 무게가 나가는 편이다.

그래도 장점이 있었으니 검에 섞인 금속의 질이 상당히 괜찮다.

특히 내구성이 탁월했는데 중원의 것들보다 앞선 제련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원에 없는 재료들이 섞인 이유가 컸다.

세상에서 가장 밀도가 높고, 가벼우며, 단단한 금속이라 불리는 미스릴과 오리하루콘이 대표적인 금속이었다. 이것들은 검기로도 자를 수 없다고 알려지는데 중원의 그 귀하다는 백련정강, 만년한철이나 묵철과도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금속들을 제조과정에서 섞는다고 하니 품질이 훌륭할 수밖에.


이 대륙에서는 전신갑주를 착용한 기사나 군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떤 기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침하나 박힐 곳 없이 무장할 정도다.

금속제련 기술이 오랜 기간 발전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론이 교주 시절 사용했던 검은 칠대보검 중 하나인 혈마검(血魔劍).

마교를 창시한 천마를 비롯해 역대 교주 13인의 혼과 피가 깃들어 있는 검으로 아론의 가공할만한 내력을 소화시키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검이었다.

주인을 가리는 혈마검의 진정한 힘을 이끌어내면 스스로 공명하며 가진 내공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혈마검은 칠대보검이 아니라 세상에 하나뿐인 신검이며 병중지왕이라 단언할 수 있다.

진검을 보고 있으니 혈마검이 아련히 그리워진다.

중원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애검이었으니까.

무형검을 일으킬 수 있는 경지에 오르면 무기라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긴 하겠지만 지금의 검은 자신과 생사를 함께 할 동료였다.


혈마검과 가장 생김새가 유사한 검을 집어 들었다.

혈마검과 비교할 수 없지만 진검을 손에 쥔 것만으로도 아론은 듬직함을 느낀다.


아론이 밖으로 나오자 십인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저희도 사냥을 돕겠습니다.”

“십인장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고블린 정도면 저희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등 뒤를 맡겨주십시오!”

그들도 눈과 귀가 있는지라 아론이 사냥을 서둘러야 경쟁자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너희들의 뜻은 고마우나 마음만 받겠다.”


아론은 병사들을 물렸다.

고블린 따위에 관심이 있었으면 진즉에 씨를 말렸을 것이다.


아론이 초소를 지나 북쪽으로 향하자 아카데미 병력들이 뒤로 붙었다.

거기엔 플로닌 수석도 보였다.

다가온 플로닌에게 아론이 나지막이 말했다.


“제 안위를 걱정해서 호위가 붙은 건 이해하지만, 자칫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 하는 것이냐?”


플로닌은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무의식중으로 이미 아론을 높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론은 속으로 웃었다.

교장에 이어 수석 교관마저 자신을 드래곤이라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음이 분명했다.

오늘, 이 시간.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 시켜줄 것이다.


“말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아직 전 아카데미 학생일 뿐입니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 했다.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니 벌써부터 괜히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는 피곤해진다.


“나도 모르게 그만··· 내 불찰이구나.”

“가고일이란 몬스터를 아십니까?”

“!”


몬스터 도감에서 본 가고일은 거대 도마뱀의 몸에 박쥐같은 커다란 날개를 달고 있다.

녀석은 공중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녀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무엇보다 녀석의 피부는 말랑말랑한 것이 아닌 딱딱한 무기질인 돌덩이와 같아 칼로 절대 제압하거나 벨 수 없다고 나와 있다.

돌과 같은 피부는 항마의 기능도 높아 웬만한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

창과 화살, 마법으로도 뚫을 수 없다고 하니 몬스터 중에서도 희귀하고 상위계급에 속해 있는 놈이었다.


“놈이 근처에 있습니다. 그러니 호위 병력을 너무 가까이 붙이지 마세요. 자칫하다가 녀석의 발톱에 붙잡히면 저승길로 직행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내려찍혀 압사당하겠죠.”

“가고일이 여기 존재한다고? 말도 안 돼!”

“아마도 테드라 절벽 깊숙한 곳에서 무리생활을 하다가 이탈한 놈 같습니다.”


기망지감에 잡힌 가고일은 한 마리.

오랫동안 주변도 살폈지만 녀석은 혼자였다.


“부대에 도움을 요청해야겠구나.”

“오늘이 경합전 마지막 날입니다.”

“지금 경합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녀석은 매우 위험해. 만약 부대나 도시로 이동해 버리면 한 마리로도 족히 수십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가고일은 뛰어난 공격기술을 가진 몬스터는 아니지만 단단한 신체와 육중한 무게를 이용해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적을 해치우고, 마지막으로 손톱과 발톱, 그리고 이빨을 이용해 먹이를 뜯어 섭취하는 놈이다.

그래서 거대 해머나 도끼 같은 것으로 내려쳐 제압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대처법이라 알려지고 있다.


“제가 잡을 겁니다.”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 없구나.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정말 혼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야?”


플로닌의 머릿속은 아직도 복잡했다.

호드 교장이 말한 대로 드래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가슴은 인간이 아니라 말 한다.

실내 수련장에서 맞아가며 눈으로, 몸으로도 느꼈다.

누구보다 아론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의 힘을 확인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아론이 진실로 드래곤이라면 왜 마탑으로 가려고 할까?

왜 하찮은 인간의 마법을 탐구하려 할까?

너무 헷갈린다.

어쩌면 오늘 진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검을 이용해 가고일을 잡으려면 적어도 오러 블레이드를 발현할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라오니 왕국에서도 열 명도 되지 않는 영웅들만이 할 수 있는 일.

호드 교장도 카느제드 앙게츠 6서클 마법사를 부르면서까지 확인하고 싶은 일.

‘오늘 위대한 존재를 볼 수 있을 지도.’

플로닌은 그리 생각했다.


“아직도 절 모르십니까?”

아론의 물음에 플로닌은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

그 감당이라는 것이 가고일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발생할 일들에 대한 물음이었다.

수많은 자들의 관심 속에 이 왕국에서 살아야한다.

때론 질투하고 시기하는 세력들로 인해 괴로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단단하게 구축된 권력 구조와 체계를 한 번에 깨트리게 되면 부작용은 반드시 뒤따르는 법이니까.


“상대가 저를 감당할 수 있는지 가서 물어보는 것이 빠르실 겁니다.”

아론은 그리 말하며 피식 웃었다.

아론에게 라오니 왕국은 접시에 굴러다니는 곡식 한 톨의 존재와도 같다.

대륙은 넓고 무수하게 많은 고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헬렌 제국 정도가 아니라면 아론의 눈에 차지도 않는다.

지옥의 시련까지도 이겨낸 자신을 흔들리는 촛불마냥 비교하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검의 손잡이를 고쳐 잡은 아론이 막 걸음을 떼려는 찰나였다.

아론이 한쪽 눈을 살짝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교장이 말한 그 손님들이 온 모양이다.


잠시 후, 시야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선두엔 치렁치렁 휘장이 붙은 강철갑주에 보색 장포를 걸친 남자와 그 옆에 나란히 걷고 있는 잿빛 로브를 늘어트린 노인이 보였다.

세 보 뒤로 호드 교장을 비롯해 삼십에 가까운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중무장을 한 채 따르고 있었다.

선두에 선 자는 씨스루를 포함한 일대를 다스리는 영주 블로이즈 아노이드 백작,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선 마법사는 카느제드 앙게츠 6서클 마법사였다.


“저 아이인가 보군요.”

블로이즈 백작이 수염을 어루만지며 유심히 아론의 전신을 훑었다.

플로닌 수석 교관이 은밀하게 영주성으로 실려와 치료를 받았다는 것을 영주인 블로이즈 백작이 모를 리 없었다.

아카데미에서는 수련 도중에 생긴 일이라고 둘러댔지만, 당시 몸 상태를 보아 분명 둔기에 두들겨 맞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블로이즈 백작이 추궁한 결과 플로닌 수석은 아론에게 당했다는 것을 실토했다.

비밀로 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블로이즈 백작이 여기까지 걸음 한 것은 손님인 카느제드 마법사를 배웅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아론이라는 아이를 직접 보고 재능이 출중하다면 자신의 기사로 들이기 위함이었다.

인재는 선점하는 자가 임자이니까.


카느제드는 또 다른 입장에서 주름진 눈살을 넓히며 호기심 어린 눈길로 아론을 바라본다.

카느제드는 교장과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눈 터라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군. 드래곤이라니? 호드가 허튼소리를 할 인물이 아닐 진데.’


한날 호드에게 연락이 와 신입생 중에 드래곤으로 의심되는 학생이 있다며 살펴봐달라고 한다.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면 콧방귀 끼며 무시했을 것이다.

40년 지기 친우의 말이기에 만사를 제쳐놓고 이곳까지 온 것이다.


'내 화끈하게 정체를 밝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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